-
- 수영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고. <밀수>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길었을 법도 한데.
= <밀수>는 하고 싶다는 마음부터 앞섰고, 그걸 그저 따랐다.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그 뒤부턴 그냥 ‘하면 되지’ 생각한다. 그리고, 하면 정말로 되더라.
-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몸을 새롭게 쓰는 일들이 많다.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 와이어 무협 액션을 시도한 <외계+인>, 해녀들의 리더가 된 <밀수>까지.
= 내게 책을 준 분들이 염정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주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선물을 받아드는 기분이 든다.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님들의 안목을 믿는 것 역시 배우의 일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도 때론 동력이 된다.
-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 <외계+인>을 함께한 최동훈 감독이 ‘몸 못 쓰는 배우’라고 현장에서 곧잘 놀리기도
[인터뷰] 필연적으로 매번 새로워지는, 배우 염정아
-
물을 무서워하던 이가 <밀수>에 빠졌다. 류승완과 김혜수, 두 이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뭉친 막강한 팀으로 구성된 <밀수>의 해녀 활극은 동료들과 주고받은 경외감에 힘입어 염정아가 자신의 캐릭터 엄진숙을 더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물 밖에서도 매일 손잡고 같이 종종거렸던 해녀들과의 한철을 보낸 뒤, 염정아는 이제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사람이 됐다. 다음엔 또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감정에 새롭게 빠져들지 모르는 일이라고, 1991년 데뷔 이래 언제나 뜻밖의 타이밍에 전성기를 누린 이 독특한 궤적의 배우는 유유히 전망했다.
언제부터인가 염정아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현실의 귀퉁이를 오려붙인 듯 미덥고 친근한 얼굴로 자리 잡았다. 고생깨나 한 여자들의 황폐한 표정을 그는 여러 번 살아본 듯 재현해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특유의 파리한 아름다움을 호러에 적용하거나(<장화, 홍련>), 예리하게 깎인 이목구비를 일종의 엽기적 면모로 치환하고(
[기획] 그의 영화로운 얼굴들, ‘밀수’의 염정아 배우론
-
광고 회사 인턴이 된 승현(문지용)은 첫날부터 출근할 맛이 난다. 칼같은 직속상관 김종찬 파트장(권혁)에게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부려먹을 생각으로 찾아온 타 부서 직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고 성심껏 낸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고 기회를 주는 종찬에게 갈수록 빠져들던 어느 날, 이 사랑이 쌍방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의 첫 연애가 순탄할 리가 없다. <신입사원: 더 무비>는 2022년 공개된 동명의 왓챠 오리지널 BL(Boy’s Love) 드라마의 극장판이다.
기존 7부작의 내용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까지 추가해 이야기를 확장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로맨스 드라마의 외피를 뒤집어쓴 성장영화다. 일에도 사랑에도 갈피를 못 잡는 주인공이 믿음직한 어른을 만나 제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화사하고 따뜻한 톤으로 담아낸다. 가장 가까이에서 승현의 장점을 알아주는 종찬뿐만 아니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동료 인턴 강해(남규희), 속마음을 털어놓
[리뷰] ‘신입사원: 더 무비’, 이 영화의 관심 대상은 내 애인보단 우리 신입
-
인간의 모습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위시본 가족. 전설의 몬스터인 바바 야가와 렌필드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예기치 못하게 밀라와 싸움을 벌이게 된다. 제대로 잘 싸우기 위해서는 다시 몬스터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결국 프랑켄슈타인, 뱀파이어, 미라, 늑대인간의 모습이 된 위시본 가족은 밀라와의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다.
<몬스터 패밀리2>는 설산 몬스터 예티, 네스호 몬스터 네시, 토라토라섬의 몬스터 킹 콩가 등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며 전편보다 다양한 층위의 구성으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네스호, 설산, 열대 밀림 등 모험을 풍요롭게 해줄 다채로운 공간 구현 또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위시본 가족이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몬스터에게만 주어지는 고유한 능력을 자랑스레 여기는 모습을 통해 자기 수용과 자존감, 협동과 조화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펼쳐낸다. 또한 오직 악의 축으로만 보이던 밀라의 숨겨진 가족사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어린이에게
[리뷰] ‘몬스터 패밀리2’, 슬기롭고 씩씩하게, 목넘김 좋은 가족 사랑
-
-
“나는 죽음이 너무나 두렵지만, 살바도르 달리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정확히 그의 생활로부터 나왔다, 고 다큐멘터리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를 보고 나면 확신하게 된다. 달리의 자아는 영적인 만큼 지나치게 화려했다. 그런 이중적인 면모가 달리의 작품을 심오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부정하긴 힘들다. 달리는 자신을 치장하는 패션에서부터 당대 최고의 유미주의자적 면모를 보여주었던 동시에, 밀레의 그림 <만종>의 감자 바구니에서 죽은 아기의 관을 읽어내는 초월적 시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영향력을 자랑한 화가이자 뉴욕 최고의 사교계 명사로 자리 잡는 과정은 분명 교양적 유용함과 흥미를 제공한다.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는 달리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아우르는 아카이브 푸티지 다큐멘터리다. 카탈루냐 지방의 카다케스가 그의 유년에 미친 영향과 평생의 연인이었던 갈라의 존재감, 마지막 업적인 달리 뮤지엄 완
[리뷰]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 비범한 초현실주의자에 관한 너무나 관습적인 해설
-
2030년, 한국이 세계 2번째로 유인 탐사선을 달에 쏘아올린다. 하지만 우주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며 우주비행사 선우(도경수)가 달에 홀로 고립된다. 이에 5년 전 자취를 감췄던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이 선우를 구출하기 위해 일선에 복귀한다. 이내 재국과 선우의 아버지가 예전 우주센터의 동료였다는 사실, 그리고 선우 아버지의 죽음에 재국이 연관돼 있단 과거가 밝혀진다. 한편 미항공우주국에서 일하는 재국의 전처 문영(김희애)은 재국의 부탁으로 선우의 구출을 돕는다.
<더 문>에서 우주라는 배경은 말 그대로 서사적 배경으로까지만 기능한다. 영화의 중핵은 그간 김용화 감독이 <국가대표>,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서 견지해온 사람 사이의 감정 문제다. 재국과 선우에게 얽혀 있는 과거의 아픔, 이것의 해소는 ‘우주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대신 지구와 우주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아득히 떨어져 있던 것만 같은 둘의 심리적 거리를 효과적
[리뷰] ‘더 문’, 우주로 갔지만 결국은 용서에 관한 이야기
-
유명 패션 잡지 에디터 코스케(스즈키 료헤이)는 퍼스널 트레이너 류타(미야자와 히오)와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신체적 접촉과 플러팅이 오가며 둘은 가까워진다. 어느 날 가격이 부담돼 살 수 없던 스시를 사준 코스케에게 류타는 입맞춤을 건넨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코스케의 물심양면에 부담을 느낀 류타는 그만 만나자고 말한다.
<에고이스트>는 두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BL(Boy’s Love) 로맨스영화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사랑의 이기적인 면모를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에 코스케의 이타적인 사랑을 통해 그러한 면모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류타를 보며 코스케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반추한다. 류타에게 한없이 베푸는 코스케의 사랑은 자기 연민으로도 비친다. 그의 사랑은 류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기점으로 변모한다. 옷을 갑옷이라 말하며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던 코스케는 류타와의 이별 뒤 자신의 내면을
[리뷰] ‘에고이스트’, 이타적인 사랑을 통해 들여다보는 이기적인 사랑의 모습
-
유능한 의사 개비(로사리오 도슨)는 아들 트래비스(체이스 딜런)와 뉴올리언스의 오래된 저택으로 이사한다. 새 보금자리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개비와 트래비스는 저택이 유령으로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유령 입자를 촬영할 수 있는 렌즈를 개발하던 과학자 벤(키스 스탠필드)은 의욕을 상실하고 유령 투어 가이드로 일하던 중 괴짜 신부 켄트(오언 윌슨)에게서 저택의 유령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모인 유령 전문가들의 방문으로 저택에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헌티드 맨션>은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이 참여한 디즈니의 여름 엔터테이닝 무비다. 디즈니 테마파크의 인기 어트랙션 ‘헌티드 맨션’에서 영감을 얻은 대로 자정 이후에 소동을 일으키며 변하는 저택의 공간이 볼거리로 작용한다. 자칫 개연성이 탄탄하지 않은 듯 보이는 가볍고 빠른 전개는 유령과 저택의 거주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으로 무게의 균형을 잡는다. 실제 배
[리뷰] ‘헌티드 맨션’, 사랑, 우정, 가족애를 경쾌하게 엮어내는 디즈니의 여름 엔터테이닝 무비
-
2000년 12월 잿빛 하늘에서 눈 내린 어느 날 결(문혜인)은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간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삿짐을 현관 앞에 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결은 땀을 흘리며 혼자 이삿짐을 옮긴다. 그사이 애인 윤(함석영)이 도착한다. 시간은 흐르고 해가 바뀐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둘은 싸운다. 떠나면 죽어야 한다고 저주를 퍼부은 결은 밖으로 뛰쳐나간다. 혼자 남은 윤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다. 그 매트리스에서 곰팡이가 피어난다. 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매트리스를 뒤집어 사용한다. 방치된 매트리스 내부에서 곰팡이는 퍼져나가고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간다.
<다섯 번째 흉추>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피어난 곰팡이 꽃이 인간의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되는 여정을 그린 독특한 영화다. 독특하다는 말로 축약될 수 없는 새로운 재능을 가진 신예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이 영화는 크리처물과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다. 매트리스는 서울의 북부 지역을 떠돌며 쓰이고 버려지기를
[리뷰] ‘다섯 번째 흉추’, 척추뼈를 훔쳐 인간이 되는 곰팡이의 기괴한 여정
-
때는 1987년. 평범한 외교관인 민준(하정우)은 출세를 원한다. 특별한 연줄이 없어 남들이 기피하는 중동 지역에서만 활동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그가 원하는 미국 발령은 여전히 가망 없어 보이는 그때, 민준은 레바논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현재 납치 감금당해 있으니 자신을 구해달라는 한 외교관의 절박한 SOS를 수신한 민준은, 그렇게 미국을 향한 흑심을 품은 채 직접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한다. 인질범에게 몸값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복잡한 국내 상황은 민준의 ‘비공식 작전’을 공항에서부터 꼬이게 만들고, 한바탕 소란 끝에 민준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도움을 받아 즉흥적인 임무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민준에겐 또 하나의 신경 써야 할 거리가 생기는데, 그건 전직 사기꾼인 판수가 호시탐탐 달러로 가득한 민준의 가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
[리뷰] ‘비공식작전’, 들통났어도 끝까지 진행시키는 익숙한 작전
-
또 끝까지 간다. 바야흐로 1980년대 한국, 외교부 공무원 민준(하정우)은 레바논으로 떠난다. 2년 전 현지 무장 세력에 납치된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민준은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재외교민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를 만난다. 둘은 내전이 한창인 격전지의 중심에서 자국민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1986년 한국에서 일어난 외교관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적인 각색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김성훈 감독은 전작 <끝까지 간다>나 <터널>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서사 구조, 서스펜스와 유머가 배합된 본인의 스타일을 영리하게 적용해낸다. 영화 만들기에의 진지한 가치관과 농담이 적절히 배합된 그의 입담에선 <비공식작전>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 2019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5년 걸려 시사회까지 마친 소감은.
= 제작진에겐 참 미안하지만, 시사 마친 밤에도 편집하느라 바빴다. (웃음) 시사를
[인터뷰] 1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
국립중앙박물관의 좋은 점을 세 가지 말해보겠다. 첫째, 로고가 아름답다. 박물관의 외관을 담백하고 기품 있게 표현한 선들이 멋있다. 둘째, 앞마당 전경이 시원스럽다.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는 마음도 얼마간 넓어지게 마련이다. 움직임도 커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린이들은 반드시 뛰게 된다. 셋째, 어린이가 많다. 정책이나 실제 상황은 어떤지 몰라도 이 공간이 어린이를 환영한다는 건 확실하다. 어린이만큼 이 문제에 민감한 사람은 없으니까.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전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어린이를 많이 보았다. 식당에서 어린이 일행이 오르르 몰려 다녔다. 동행한 어른들이 키오스크와 씨름하는 동안 어린이들이 자리를 맡아두는 모양이었다. 누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누구누구는 티격태격하는 동안, 나란히 앉은 어린이 셋은 말없이 넓은 창 너머 푸르른 정원을 구경했다. 그 눈에 무엇이 담기고 마음에 무엇이 남을까? 어쩌면 전시보다 이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박물관 소풍
-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개봉 이후 톰 크루즈가 없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종종 듣는다. 그 말에 100% 동의하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설정은 캐릭터가 몽땅 바뀌어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배우들은 꾸준히 바뀌었고 1988년에 나온 속편 시리즈까지 포함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으로 출연한 배우와 캐릭터는 단 한명도 없다. 피터 그레이브스(영화에서는 존 보이트)가 연기한 팀의 리더 짐 펠프스도 시즌2부터 등장했다(첫 번째 리더인 댄 브릭스는 배우 스티븐 힐이 안식일에 일하는 걸 꺼려하는 정통주의 유대교도라 하차했다). 설정에서 캐릭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캐릭터들의 역할이었다. 리더, 변장의 명수, 테크 전문가, 근육 그리고 여자의 역할만 확
[비평] ‘여자’는 팀이 될 수 있는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한 한국영화 베스트 10편을 꼽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베스트 목록은 어쩔 수 없이 뻔해지기 마련이지만, 나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시대를 고루 반영하기 위해 지난 베스트 목록을 살피며 연도별 대표 영화를 꼽아보거나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은 ‘누가 봐도 괜찮은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그럴 수 없다’ 사이에서 나의 한계와 부끄러움을 드러낸 목록을 제출했다. 베스트 목록에 포함하진 못했지만, 1970년대를 생각할 때 떠오른 작품은 김기영의 <이어도>(1977)였다. ‘이어도’라는 환상의 섬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영화 안에서 누구라도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1970년대를 발견한 듯 느끼게 된다. <이어도>가 가진 에너지는 민자를 연기한 이화시 배우의 존재감으로 능히 환원된다. 이화시가 연기한 민자는 뭍에서 온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대상이지만, 그 역시
[비평] 류승완이 김기영의 ‘이어도’에서 ‘밀수’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