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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친구 장(주헌양), 한 (송백위), 왕(채범희)은 각자가 저질렀던 악행을 대결하듯 풀어낸다.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의 마지막 추억으로 나쁜 짓을 함께 저질러보자는 치기 어린 마음이 충동적으로 폭발한다. 그만두는 것은 약함을 인정하는 것. 이젠 누구도 이 질주를 멈출 수 없다. 어느새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세 친구는 이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첫사랑 커징텅으로 설렘을 안겨주었던 배우 가진동이 연출자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긴장감 넘치는 세친구의 하룻밤을 지휘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했다. 극본의 어떤 점을 보고 연출을 맡기로 했나.
=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이 영화의 메시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명확히 나눌 수 없다는 것. 절대적인 선도 불변의 악도 없
[기획] '흑교육' 가진동 감독, “절대적인 선도 불변의 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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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설렘, 10대 청소년의 성장담, LGBTQ를 보듬은 퀴어 작품과 기상천외한 코미디. 대만영화를 생각할 때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렇다면 지금, 대만영화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를 찾은 대만 영화인과 작품을 만나 그 안에 반영된 대만의 현재를 살펴보았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부천을 찾은 대만영화들>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부천을 찾은 대만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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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프로그램 특유의 공식이 시청자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이모저모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종종 협업하고 주로 대결하는 미션의 양상은 오월동주와 각자도생을 번갈아 수행해야 하는 현대인의 사회생활과 다를 바 없고, 특정 참가자에게 쉬이 애정 혹은 핀잔을 날리게 만드는 편집 방식은 타인의 일면만 보고 그의 전체를 손쉽게 평가하는 사회의 단면과 꼭 닮았다. 국내 최초 디저트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티빙 오리지널 <더 디저트>는 소재의 측면에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클리셰를 적당히 피해갔다는 점에서도 단연 최초라 불릴 법하다. <더 디저트>의 메인 연출가인 김나현 PD가 지금껏 만든 프로그램 또한 익숙한 포맷에서 최초를 시도한 요소가 많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부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최초로 전 출연진이 코미디언이었고(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이혼한 커플이 나온다면 그 또한 1호, 즉 최초가 될 터다), 넷플
[인터뷰] TV드라마 같은 서바이벌을 만들고자 했다, ‘더 디저트’ 김나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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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립운동가 세 사람을 말하시오. 안창호, 안중근, 윤봉길…. 어렵지 않게 이름을 댈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 독립운동가 세 사람일 경우는 어떨까? <여성백년사-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이하 <여성백년사>)는 유관순 외에 바로 떠오르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없어 자기반성을 하는 패널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100여년 전 이 땅에서 본연의 목소리를 냈지만 주류 역사학계에서 자주 소환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미시사를 조명한다. 만연한 성차별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존엄성을 지켰던 그들의 모습은 현 한국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최우수상, YWCA가 뽑은 좋은 미디어콘텐츠상 대상을 받은 <여성백년사>를 연출한 이혜진 PD는 이 연결점에 주목하며 여성들의 역사를 수집해나갔다.
- <여성백년사>는 어떻게 시작된 기획인가.
= EBS <다큐 프라임> 시리즈는
[인터뷰] 일하는 여성의 모습 여성 연대에 방점을 찍다, ‘여성백년사-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이혜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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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시원 PD에겐 독특한 이력이 있다. 단편영화 <대청소>(2020), <젖꼭지 3차대전>(2020), <겹겹이 여름>(2022) 등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하며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등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08년 PD로 입사한 SBS에서 휴직을 결심한 후 한창 영화를 공부했을 때, 그는 주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글은 울면서 쓰는 거야.”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스페셜> 등을 통해 취재원과의 거리두기를 탐사 보도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온 그는 타인이 되는 법을 익히며 당사자의 감정을 생각하고 그에 공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를 촬영하며 매주 울음을 삼킨다는 백시원 PD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 속에 숨은 한편의 사연을 재현하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을 수 있었다.
- <꼬꼬무>는 한 사람이 다른 사
[인터뷰] 모방 심리 자극 않고 몰두할 수 있는 방안 찾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백시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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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PD는 KBS1 <다큐 인사이트> 여성 아카이브X인터뷰 시리즈(이하 아카이브 시리즈)를 통해 세상의 성편견과 성차별을 전면으로 통과한 여성들의 증언을 4차례 기록했다. 아카이브 시리즈 속 여성들의 증언에 무게를 싣는 건 KBS가 보유한 수많은 영상 자료들이다.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에선 여성 희극인들이 시대를 몸소 바꾸어낸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선 배우 윤여정의 측근들이 얼마만큼 윤여정이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배우인지 증명했다. <다큐멘터리 국가대표>에선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부당한 대우를, <다큐멘터리 뉴스룸>에선 국내외 여성 앵커들이 남성 일색이었던 방송국 보도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진술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아카이브 시리즈의 5탄은 <다큐멘터리 걸;GIRL>(이하 <걸>)이다. 마침내 ‘나를 사랑해줘’가 아닌 ‘나를 사랑한다
[인터뷰] 젠더 이슈를 일차방정식으로 푸는 건 그만하고 싶다, ‘다큐멘터리 걸; GIRL’ 이은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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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명문화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 ‘양성평등’에 따르면, “방송은 양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하”며,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 즉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에겐 방송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수해야 할 당위가 있는 셈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7년, 일군의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성취를 모아 논하는 것은 여전히 특별하고 때마침 공교롭다. 위와 같은 윤리 강령을 예능과 교양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해온 특별한 방송쟁이들이 공교롭게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최정남 PD는 여성의 여러 모습 중 신체로 승부를 보는 여성들을 조명했고, KBS <다큐 인사이트>의 이은규 PD는 여성 아카이브X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여성들이 드높이고자 한 목소리에 메가폰을 쥐어주었다. 근래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획] ‘다큐멘터리 걸;GI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여성백년사-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더 디저트’, 눈에 띄는 교양 예능 PD 4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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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감독과 톰 행크스, 스칼릿 조핸슨, 제프리 라이트, 제이슨 슈워츠먼, 제이크 라이언, 스티븐 박, 루퍼트 프렌드, 호프 데이비스,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이드리언 브로디, 그리고 마야 호크까지 모두 12명이 참여한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화상 기자회견이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13일 열렸다. 사막 한가운데 격리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배우들 외에도 틸다 스윈턴,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턴, 마고 로비, 스티브 커렐 등 화려한 앙상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기자회견을 한줄로 정리하면, 배우들이 전하는 “웨스 앤더슨 영화 촬영장의 마법 같은 순간들”이었다. 귀한 경험을 나누는 듯 상기된 표정이었던 그들의 얼굴까지 전하지 못해 아쉽다. 친한 친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처럼, 이날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배우들은 함성과 환호로 기자회견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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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애스터로이드 시티 기자회견, ‘하나의 공동체라는 소속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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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이해가 안돼!” 등장인물이 제4의 벽을 뚫고 나오면서 외친다. 거울이 관객의 속마음을 비춘 듯한 순간. 하지만 괜찮다. 설사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과정이 흥미롭다면 얼마든지 느끼고 공유할 수 있다. 우리 생의 대부분의 순간도 정확한 이유와 의미를 모른 채 잘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완벽한 설명으로 세계를 완성하겠다는 작법은 실은 환상을 향한 강박일 뿐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언제나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해왔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돼. 말이 되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그 자리에서 함께 바라봐주면 좋겠어.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그동안의 스타일을 한층 더 농밀하게 응축시킨 웨스 앤더슨 영화적 유희의 끝이다. 웨스 앤더슨은 이미 ‘웨스 앤더슨적’이라는 대명사로 칭해도 좋을 만큼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애스터로이스 시티>는 극중극의 액자 구성을 통해 웨스 앤더슨의 구조를 한층 강화하는 가운데 황금기 고전영화,
[기획]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관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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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웨스 앤더슨 월드의 최종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스 앤더슨 사단이 총출동한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할리우드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해체한 뒤 자신의 스타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다. 그림엽서 같은 평면적인 화면, 초현실적인 원색의 색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반복되는 사운드트랙까지.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요소로 가득하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대한 짧은 리뷰와 함께 연극하는 텔레비전 쇼에 관한 영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웨스 앤더슨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이르는 길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여기에 웨스 앤더슨 감독과 톰 행크스, 스칼릿 조핸슨, 제프리 라이트, 제이슨 슈워츠먼, 제이크 라이언, 스티븐 박, 루퍼트 프렌드, 호프 데이비스,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이드리언 브로디, 그리고 마야 호크 12인이 참석한 기자회견도 소개한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대한 알찬 관광 가이드가 되어줄
[기획]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살펴보는 웨스 앤더슨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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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과 <미드소마>. 단 두편의 영화로 호러의 새 거장이라 불리며,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튜디오 A24의 달링이 된 남자. 아리 애스터가 긴 장마 소식과 함께 서울에 도착했다. 방만한 디테일과 더불어 한층 사적인 뉘앙스마저 풍기는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두고 창작자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짙어졌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자 했다. 아리 애스터와의 대화는 그럼에도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수다스러운 배경만큼이나 빼곡하게 채워졌다. 장르와 스타일에 관한 한 그는 자신의 위치성을 고찰하는 시네필리아이고, 무엇보다 약 15년 전 시작된 단편영화 제작 시절부터 실험해온 프로덕션의 기술과 장악력이 정점으로 향하는 중인 미국영화연구소(AFI) 출신의 성실한 필름 메이커다. 가엾은 중년 남성의 3시간짜리 정신적 오디세이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못다 이룬 생애는 어두컴컴한 물
[인터뷰] ‘유대감 탈피의 불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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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만달러의 예산으로 A24의 11년 역사상 가장 비싼 장편영화라는 기록을 세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부모와 남매로 구성된 네 가족이 산산이 파열되는 오컬트 호러 <유전>, 불건강한 연애와 가족 트라우마가 이끈 컬트 집단 입성기 <미드소마>를 만든 미국 감독 아리 애스터의 세 번째 영화다. 202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됨과 동시에 7월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엄마 문제’(mommy issue)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의 장대한 3시간짜리 블랙코미디를 보고 난 관객의 반응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표현대로 “극도로 분열”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여정을 꽤 웃으며 즐겼던 기자의 오디세이 동행담을 우선 띄워보려 한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아리 애스터 감독과 1:1로 나눈 긴 인터뷰도 전한다. 온라인을 떠도는 그의 오래된 단편들과 앞선 두편의 장편까지 종합해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체험해보는 토끼굴로 삼아주시길 바란다.
[기획] ‘악몽 코미디’의 마력, ‘보 이즈 어프레이드’ 리뷰와 아리에스터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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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야, 나한테 기대.” 인터뷰 전, 배우 김혜나가 함께 사진 촬영하던 정이서에게 건넨 말에 울컥한 까닭은 그 한마디가 <그녀의 취미생활> 내내 혜정(김혜나)이 정인(정이서)에게 눈으로 하던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명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녀의 취미생활>은 이혼 뒤 심신이 무너진 채 고향 마을로 돌아온 여자 정인과 그곳으로 이사 온 눈에 띄는 여자 혜정의 절박한 이야기다. 정인은 혜정의 조용한 뒷받침 아래 자기 삶에 함부로 침입하는 전 남편 광재(우지현)와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파리 느낌이 나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는 게 취미”인 정이서와 취미로 “탱고, 서핑,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김혜나와 마주 앉아 그들이 말하는 ‘내겐 너무나 애틋한 영화’에 대해 들었다.
-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원작을 읽어봤다면, 소설과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르던가.
정이서 당연히 읽어 봤다. 영화화 과정에서 정인이 적극적인 캐릭터로 바뀌었고,
BIFAN #7호 [인터뷰] ‘그녀의 취미생활’ 배우 정이서·김혜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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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뼈>엔 ‘Mimi’라는 증강 현실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다. 이용자가 특정 위치 좌표에 본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저장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해당 위치에서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영상 속의 인물은 마치 현실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주인공 마미야는 어느 날 Mimi의 인기 이용자인 아스카를 실제로 만나게 되고, Mimi 속 그녀의 흔적을 쫓는다. <고래의 뼈>의 중핵은 ‘가상과 실재의 차이란 무엇인가?’란 오래된 미답의 논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에 타카마사 감독은 ‘세계는 평면이다’라는 생각을 영화 만들기에 적용하여 ‘평면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간니발> 등의 각본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의 머릿속은 현실과 영화에 대한 진중한 고민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 <고래의 뼈>의 초반부는 살인 사건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작품의 톤 앤드 매너를
BIFAN #7호 [인터뷰] ‘고래의 뼈’ 오에 타카마사 감독, “영화는 평면의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