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를 벗은 채 통나무 오래 매달리기를 하는 18명의 남성. 그리고 왕좌에 앉은 채로 그들의 경합을 바라보는 6명의 여성 리더. 이들은 여왕벌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여왕벌’이라는 단어는 남초 집단에서 홍일점이 되어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즐기는 여성을 뜻한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이 멸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왜 서바이벌에 단순 리더가 아닌 여왕벌이 필요한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물론 예능적 요소로서 불친절함을 택할 수는 있다. 전개를 보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피지컬 서바이벌의 장점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전투를 당연하게 수컷들이 이행하고 여왕벌은 말로 지령만 내리거나 남성들이 싸워 지켜낸 공을 받아 슛만 넣는 장면은, 결국 힘쓰는 노동은 남자만 하고 여자는 그것을 편하게 누리기만 한다는 고전적인 여왕벌 설전을 명쾌하게 뒤집지 못한다. 또 실무자와 리더가 동등하게 육탄전을 벌이지 않는 차등은 은연중 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경기 중 리더가 실책을 하는 순간, 여왕벌은 남은 남성 팀원들에게 지나치게 미안해하고 자신을 탓한다. 불균등한 상황에서 나온 실책은 여느 경연에서 있을 법한 미스가 아니라, 다 만들어준 것도 못 받아먹는 ‘잘못’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참가자도 이런 말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구조적으로 익숙한 이미지가 쉽게 따라온다. 전장의 여전사와 그를 받드는 육체미 넘치는 건장한 남성들. <여왕벌 게임>은 이런 섹슈얼리티를 어필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너무 어려서, 너무 명랑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여왕벌이 리더답지 않다고 평가하는 수컷들과 그런 말들을 자존심 상해하는 여왕벌 사이에서 도저히 달성될 수 없는 허여멀건 목표로만 보인다.
check point
수컷들이 오직 우승만을 노리기 위해 부상, 싸움, 언쟁 등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많은 여왕벌은 전반적인 관계 맺음으로부터 내적 갈등을 느끼며 주춤거린다. 특수한 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따뜻한 사람보다 흔들리는 사람으로 비치기 쉽다. <여왕벌 게임>은 어떤 리더를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던 걸까. 그 고민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