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인프라는 세계 일류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영화·영상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부산 촬영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에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는 부산 로케이션 이니셔티브(BLI)를 발표하고 위기 속에서도 지역영화 제작의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에 나섰다. 강성규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이 내건 다음 목표는 ‘촬영도시’에서 ‘제작도시’로의 이행이다.
- 올해 부산영상위가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OTT, AI 이슈를 중심으로 영화산업의 과도기를 맞이한 시기에 소회를 들려준다면.
10월7일 열린 세미나 기조 발제에서 거론된 지역영상위원회의 성공 요건 중 영화 친화성, 그리고 파트너십 부문이 있는데 지난 25년간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시 차원의 지원 등에서 그 참여도를 자부할 수 있다. 부산만큼 영상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각종 공기관의 소통이 수월한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제반 여건을 토대로 평균적으로 연 100편 정도 드라마, 영화 촬영 지원을 해왔고 이는 해외에서도 놀라는 수치다.
- 지역영상위원회 입장에서는 제작 편수가 줄어들거나 버추얼 로케이션이 대두되면서 유치 경쟁도 심화된 상황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인센티브 문제가 주로 거론됐는데.
인센티브 지원책이 능사는 아니다. 은행, 프로덕션 회사가 재정적으로 튼튼해야 하고 매년 수요가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예산을 미리 잡을 수 있어야 하는 등 복잡한 조건들이 요구되는데 우리나라 여건상 쉽지 않다. 지금처럼 영화제 예산이 줄어드는 마당에 로케이션 예산을 우선적으로 늘릴 수도 없다. 또 선진국형 세액공제 개념을 실현하려면 상한선을 잘 잡아야 한다. 태국 등 관광산업이 핵심인 나라는 무제한으로 올리기도 하는데 상한선을 공격적으로 잡을 경우 나중에 못 돌려주는 사례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영화제 기간 중 부산영상위 25주년 리셉션에서 부산 로케이션 이니셔티브(BLI)를 발표했는데 골자는 무엇인가.
핵심은 영화를 촬영하는 로케이션 유치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제작의 관점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차별화된 촬영 유치 전략이 필요한데 요약하자면 스토리텔링, 최첨단 영상기술,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다. 부산 지역에 작가들을 초대하고 지역 창작 인력 발굴 방식을 고도화해 외부 투자 가능성을 확대할 뿐 아니라 부산의 역사, 문화, 고전,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로케이션을 접목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AI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로케이션 구축이 필수적이다. 부산 로케이션을 스캐닝하고 디지털 에셋화한다든지, AI 이미지 딥러닝에서 부산 인식률을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구축해온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버추얼 프로덕션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를 더욱 선점해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한-아세안 협력사업, A+B 프로젝트 등으로 구축해온 아시아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
-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산영상위를 찾은 해외 영상위원회의 반응은 어떤가.
올해 유독 대규모 사절단의 방문이 이뤄졌다. 말레이시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베트남,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대거 방문하고 부산을 벤치마킹하는 시도들을 들려주었다. 양해각서(MOU) 체결 제의도 여럿이다. 아시아 지역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는데, 올해까지는 다행히 예산 방어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여기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걱정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