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재곤의 두 번째 작품 <이층의 악당>은 전작이었던 <달콤, 살벌한 연인>과 꽤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히치콕식 서스펜스를 기본 틀로 하면서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는 스크루볼코미디를 결합시키는 방식이야 전작과 공유하는 것이지만, <이층의 악당>은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정련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 (그것이 히치콕식 서스펜스이든 스크루볼코미디의 로맨스와 웃음이든 간에) 전체적으로 ‘넘쳐흐르는’ 과잉의 작품으로서 매력이 있었다면 <이층의 악당>은 전작의 그러한 과도함과 대결하려는 듯 영화의 전체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통제하면서 웃음과 서스펜스가 일정 정도 이상으로 넘쳐흐르지 못하도록 스스로 차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층의 악당>이 <달콤, 살벌한 연인>과 같은 영화적 폭발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훨씬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손재곤이 전
[전영객잔] 그 엔딩, 갸웃하면서 정감있네
-
어딘가 가야 한다고 느꼈다. 항상 마지막 경험이 가장 힘들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건 왜일까. 이번 앨범은 이제까지 한 작업 중 가장 힘이 들었다. 마스터링을 끝내고 나는 진짜로 좀비가 되어 있었다. 내면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유없는 공격적 성향이, 외면적으로는 비늘처럼 하얗게 일어난 얼굴 피부와 긁는 대로 딱지가 되어 일어나는 몸 피부가 그 증거. 이럴 땐 조금 긴 여행을 하며 인간의 몸과 마음을 되찾아주는 정령석을 찾아 헤매이… 는 게 아니고, 굴 속에서 마늘만 삼칠일을 먹어야 하… 는 것도 아니고, 여하튼 먼 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건 맞는데, 하프 타임은 항상 짧기에 그런 여유는 내가 못 부리겠더라. 엉엉 돈도 없고요. 하지만 무대에 서는 직업이라 적어도 좀비 같은 얼굴만이라도 사람꼴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러고보니 예전 홋카이도의 도요토미 온천에서 놀라운 효과를 체험했었지. 호방하게 “그래 가자!” 하기에 홋카이도는 비행기값도 비싸고…. ‘그래, 국내의 보석 같은 온천
[오지은의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그래도 해피엔딩
-
“제국의 지도학은 너무 완벽해 한 지역의 지방이 도시 하나의 크기였고, 제국의 지도는 한 지방의 크기에 달했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는 지도에도 만족 못한 지도제작 길드는 정확히 제국의 크기만 한 제국전도를 만들었는데, 그 안의 모든 세부는 현실의 지점에 대응했다. 지도학에 별 관심이 없었던 후세대는 이 방대한 지도가 쓸모없음을 깨닫고, 불손하게 그것을 태양과 겨울의 혹독함에 내맡겨버렸다. 서부의 사막에는 지금도 누더기가 된 그 지도가 남아 있어, 동물과 거지들이 그 안에 살고 있다. 온 나라에 지리학 분과의 다른 유물은 남아 있지 않다.”(보르헤스 ‘과학적 정확성에 관하여’)
지도와 근대성
지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소설에 나오는 것이다. 이야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 지도는 종종 ‘양피지’라는 종이에 그려져 있었다. 그게 양가죽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물론 먼 훗날의 일이다. 종이 위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하지만 촛불에 쪼이거나 약물을 바르면
[진중권의 아이콘] 보르헤스의 지도
-
본토와 분리되어 육로로는 닿을 수 없는 섬은, 내게는 예측 불가능의 공간이다.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선 만만하지 않고, 바다의 상황에 따라 기후가 예민하게 변화했던 상황을 몇번 경험한 적이 있다. 배편이 끊어지면 ‘발이 묶이는’ 고립과 단절의 이미지도 이 연장선에 놓인다. 그래서인지 나는 섬보다는 육지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내가 가본 섬은 일본을 제외하면 제주도가 다인데, 하와이, 홍콩, 마카오 등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 섬들이 아무리 화려한 치장으로 손짓을 해도, 그 화사함 뒤에 배가 올 때까지는 떠날 수 없다는 구속이 도사린 듯해서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불안을 떨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비행기가 추락한 뒤 아무도 떠날 수 없었던 <로스트>의 미궁 같던 섬을 떠올려보라.
추억의 외화 <5-0수사대>의 전통을 잇다
한데 <로스트>에서 마음대로 떠날 수 없었던 위험한 그 섬이 <하와이 파이브-오>에서는 평화롭고 즐거운 리조트
[안현진의 미드앤더시티] 하와이가 이 드라마를 응원합니다?!
-
-
12월3일
“내 첫 영화 시사회에서 우리 아버지는….”
무슨 이야기 끝에 이 화제가 나왔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내용만은 잊고 싶지 않아 취기 속에서도 머릿속 백지에 꼭꼭 눌러 적었다. 변영주 감독의 아버님은 <낮은 목소리>의 시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 이렇게 답하셨단다. “저는, 서부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역시 다큐멘터리란 재미가 없는 거구나”라는 명쾌한 20자평을 딸에게 선사하셨다고 한다(왠지 부전여전인 것 같다는 소감은 말씀드리지 않았다). 이경미 감독은, 단편영화로 평단의 주목을 받는 동안 한번도 아버지에게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다. 트로피를 받아들고 와도 “너는 과분한 인정을 받은 거니까, 우쭐하지 마라”는 냉정한 반응이 전부였다고 한다. 맏딸이 방심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 더 무거우셨던 모양이다. 그 아버님이 첫 장편 <미쓰 홍당무> VIP 시사회에 오시던 날, 이경미 감독은 아버지를 첫눈에 알아보지 못해 당황하고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버지들의 영화 보는 법
-
짧은 머리에 수척한 인상의 남자가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수십번의 인터뷰를 겪어내며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한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낯설어 보인다. 하정우는 아직 배우 하정우보다 <황해>의 구남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 그를 이해해야 한다. 2009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하정우는 촬영현장에 머물며 구남 그 자체로 살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 구남의 까칠한 얼굴과 수염과 짧은 머리”가 보였고, 생존을 위해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옌볜 조선족 구남의 애처로운 정서와 짙은 피로는 그대로 하정우의 것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여기는 영화현장이고 이것은 비현실이라고 늘 생각하지만, 유독 <황해>는 그 경계선이 모호했다. 그냥 <황해> 속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서쪽의 혼탁하고 모진 바다는 그곳에 몸담았던 배우를 여전히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황해>라는
[하정우] 내안에 또 다른 나
-
“1년 가까이 고생해서 그런지 발이 쉽게 안 떨어졌다. 마음 상태가….” 자신이 연기한 ‘면가’의 분량을 다 찍자마자 김윤석은 스탭들의 축하 인사를 뒤로하고 <황해> 현장을 떠났다. 시간이 잠깐 지났을까, 그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맥주 5캔을 담은 비닐봉지를 한손에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상대 배우인 하정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김윤석은 맥주 3캔을 연거푸 마신 뒤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김윤석의 마음은 “허무했다”고. 어쩌면 김윤석에게 ‘면가’는 쉽게 떨쳐낼 수 없을 정도로 징글징글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주에서 개타고 말장사하는 시절’만큼 면가에게 어울리는 말도 없다. 면가의 주 무대는 중국 옌볜. 아래로는 북한 압록강, 오른쪽으로는 러시아의 하얼빈 등, 두 국가의 경계 지역인 이곳은 “술집에서 눈만 잘못 마주쳐도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그야말로 전시 상황, 무질서의 공간”이다. 공존보다는 생존이 우선시
[김윤석] 이런 캐릭터라면 죽어도 좋아
-
그 남자들이 다시 달린다. <황해>는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데뷔작이었던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배우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다. ‘추격자’였던 김윤석은 돈을 쫓고 사람을 쫓는 조선족 살인청부업자 면가로, ‘도망자’ 하정우는 빚을 갚기 위해 살인청부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더욱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추격당하는 옌볜의 택시기사 구남으로 돌아왔다. 추격자와 도망자의 구도가 겹친다고 <황해>를 오해해선 안된다. <추격자>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템포감이 인상적인 야무진 장르영화였다면 한국 전역과 중국 하얼빈을 아우르며 한 남자(구남)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명하는 <황해>는 좀더 깊고 진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지독한 영화에 중독되어 있던 두 배우를 만났다.
[김윤석, 하정우] 지독한 영화에 빠진 두 남자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한국에선 배우로 일본에선 가수로 활동할 생각입니다"최근 군복무를 마친 인기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이 일본을 방문해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선언했다.지난 2008년 12월부터 2년여 간의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뒤 지난 7일 소집해제를 받은 김동완은 14일 오후 도쿄 신주쿠의 로온(勞音)오쿠보회관에서 기념 이벤트를 열었다.3천여 명의 응모자 가운데 추첨으로 팬 160명을 초대해 열린 이날 행사에서 김동완은 15일 발매되는 첫 베스트 앨범 'KIM DONGWAN JAPAN PREMIUM BEST'의 수록곡 '기미가이루베크바쇼(네가 있어야 할 장소)'를 선보였다.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동완은 유창한 일본어로 "2년여 만의 무대가 기다려졌다"며 "일본에서 가졌던 신화 콘서트가 가장 기억에 남고, 2012년에는 그룹 신화로 앨범도 내고 싶다"고 밝혔다.아울러 "한국에서는 배우로, 일본에서는 가수로
김동완 "한국선 배우로 일본선 가수로"
-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박정범 감독의 영화 '무산일기'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 제4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한 경쟁부문 상인 타이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15일 로테르담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산일기'와 '파수꾼'은 내년 1월26일부터 2월6일까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작품 3편에 함께 주는 타이거상을 놓고 다른 영화들과 경쟁한다.이들 영화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공동으로 받았으며 '무산일기'는 최근 제10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한편,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는 타이거상을 놓고 경쟁했던 감독들의 신작을 모은 '리턴 오브 타이거'(Return of Tiger) 특별 섹션에서 상영된다.'유럽의 선댄스'로 불릴 만큼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받은 한국영화로는 '똥파리'(양익준.2009), '질투는 나의 힘'(박찬옥.2003),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홍상수.
'무산일기'ㆍ'파수꾼', 로테르담영화제 진출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거대기업 엔컴을 세운 케빈(제프 브리지스)이 종적을 감춘 지 20여 년. 케빈의 아들 샘(게러트 헤들런드)은 무료 파일 배포를 권장한 아버지의 경영원칙과는 달리 프로그램 가격을 높여 파는 회사 정책에 불만을 품는다.그러던 어느 날, 샘의 아버지가 동료 앨런에게 남긴 무선호출기에 신호가 잡힌다. 기이한 기분이 든 샘은 아버지 연구실을 찾아 컴퓨터를 만지던 도중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상한 힘에 이끌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도착한 곳은 '그리드'(GRID)라고 불리는 세계.샘은 프로그램들이 지배하는 '그리드'에서 인간 형상을 한 프로그램들과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친다. 마치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벌인 검투사들의 대결 같은 경기를 치른 샘은 '그리드'의 지배자를 만나게 되고, 그곳이 아버지 케빈이 세운 디지털 가상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트론 : 새로운 시작'은 1982년 디즈니가 제작한 '트론'을 토대로 만든 후속편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조합, 화
<새영화> '트론 : 새로운 시작'
-
(대전=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충남 논산 건양대학교가 드라마 촬영장으로 변신했다.건양대는 내년 1월 MBC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극본 장영실, 연출 권석장)'의 일부 촬영이 대학 중앙로와 건양회관, 학생식당 등에서 이뤄진다고 15일 밝혔다.건양대는 극중 여주인공 이설(김태희 분)이 다니는 대학으로 등장한다.드라마 촬영팀은 지난 11∼12일 건양대 캠퍼스를 찾아 이설이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는 장면, 남정우 교수(류수영 분)와 강의실 복도에서 대화하는 장면 등을 촬영했으며 앞으로 3∼4차례 정도 추가 촬영을 할 예정이라고 대학 측은 밝혔다.이윤환 건양대 홍보처장은 "드라마를 통해 학교 전경을 널리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면서 "촬영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마이 프린세스'는 어린시절 공주를 꿈꾸다 어느 날 갑자기 실제로 공주가 돼버린 늦깎이 대학생 이설과 재벌 후계자이자 외교관인 박해영(송승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건양대서 촬영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어린이 돕기에 아시아 스타들이 뭉쳤다.일본 DATV의 자선 기획 '미소 프로젝트' 제1탄으로 14일 도쿄돔에서 열린 공개녹화 이벤트 'Message! to Asia'에는 3만5천여 팬이 찾아 사랑과 감동의 시간을 함께했다.신인그룹 슈아이(SHU-I)와 대국남아의 무대에 이어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등장, 각국 어린이에게 둘러싸여 인기 작곡가 고무로 데쓰야(小室哲哉)의 테마송 '호호에미노치카라(미소의 힘)'를 부르면서 본 행사 시작을 알렸다.이어 비영리기구(NPO) '국경 없는 아이들(KnK)' 사무국장이 활동보고와 취지를 설명했고 한류스타 배용준을 비롯해 이날 출연진 전원이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했다.제1부 공연은 먼저 환희가 일본에 친숙한 드라마 '패션 70s'의 OST'곡 '가슴 아파도'와 함께 '심장을 놓쳐서'를 열창해 분위기를 이끌면서 "아이들에게 웃음과 꿈과 희망이 없어지는 게 가슴 아프다.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시면
<亞스타 한자리.."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카페 느와르'는 책의 리얼리즘을 구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정성일 감독은 15일 서울 CGV용산에서 영화 '카페 느와르'의 기자시사회가 끝난 후 가진 간담회에서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카페 느와르'는 영화평론가인 정성일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2008년 12월 촬영을 시작해 크랭크인 2년만인 오는 30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무려 3시간 18분에 이른다.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영화는 도입부를 제외하고 크게 두 개의 일화로 나뉜다. 각각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야'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다.정성일 감독은 "리얼리즘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는데, '카페 느와르'는 '책의 리얼리즘'을 구현한 영화"라며 "원작으로 한 두 책을 리얼리즘의 방법으로 만나고 싶었다. 책의 글자들이 연기자들의 육신을 통과하고 나서 어떤 느낌을 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정성일 "카페 느와르는 리얼리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