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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전사의 귀환>(이하 <뮬란>)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미국 자본이 들어간 만큼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1998)과의 비교선상에 놓고 보는 것, 그리고 익히 짐작하듯 <삼국지: 용의 부활>(2008)이나 <공자: 춘추전국시대>(2010) 등 이른바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계보 안에서 읽는 것이다. 오우삼, 서극, 정소동, 진가신, 이인항, 진가상 등 주로 홍콩의 대부분의 감독들이 이 블록버스터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첫 번째 도전이라 할 수 있는 마초성이기에 후자의 시선으로 <뮬란>에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위진남북조시대. 유연족은 각지에 흩어져 있던 부족들을 규합해 위나라를 위협한다. 위나라는 맞서 싸우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정들을 소집하는데 뮬란(조미)은 아픈 아버지 몰래 남장을 한 채 전쟁터로 향한다. 뛰어난 무술 실력과 빼어난 지략으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린 뮬란은 마
조미의, 조미에 의한, 조미를 위한 영화 <뮬란: 전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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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의 킬러가 제한시간 24시간의 살인게임에 참가한다. 7년에 한번, 1천만달러의 상금을 놓고 펼쳐지는 이 게임은 선택된 킬러들만 참가할 수 있는 죽음의 토너먼트다. 몸속에 추적장치를 삽입한 상태라 모두 서로의 위치를 알고 있다. 어려서 킬러로 키워진 미모의 젠(켈리 후)과 지난 대회 우승자 조슈아(빙 레임스) 등이 게임에 참가해 사투를 벌이고, 우연히 신부 맥어보이(로버트 칼라일)가 이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토너먼트>는 그동안 TV와 단편 작업만 해온 스콧 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인물들이 영국 미들스브로 땅에 발을 밟는 순간부터 숨돌릴 틈 없이 죽고 죽이는 게임을 시작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킬러들의 내면으로 침잠하기보다는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단 하나의 룰로 지배되는 혈투만이 중요하다. 심지어 조슈아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킬러가 30명 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참가한다. 거칠고 피가 난무하는 <토너먼트>의 매력은 바로 거기, 과거
진짜 날것의 매력을 풍기는 B급 액션영화 <토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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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비평가 주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지난 6월, 칸에서 첫 공개된 이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시네마디지털서울 등 이후 공개되는 영화제마다 찬사와 수상을 거머쥐며 화제작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은행 직원 해원(지성원)이 친구 복남(서영희)이 살고 있는 어릴 적 고향 무도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폭행당한 여성의 목격자가 된 해원은, 이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되고 가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참이었다. 평화로운 섬 무도에서의 스트레스 해소는 잠시 잠깐. 알고보니 섬은 형언할 수 없는 폭력의 공간이었다. 복남은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받고, 시동생에게 수시로 강간당하며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사정을 아는 시어머니를 비롯해 이웃의 어느 하나 복남에게 친절하지 못한, 섬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영화가 여성 잔혹사를 서술하는 것은 절반 지점까지에 불과하다. 섬사람들의 잔혹함에 딸을 잃은 어미 복남의 본성이 살아나면서부터, 이후 영화는 복수
영화제마다 찬사와 수상을 거머쥔 화제작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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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도시를 좀비 천지로 바꿔놓는다. 몇 안되는 생존자들은 좀비의 공격을 피해 비감염지역인 노아지역으로 피신해야 한다. 의사인 소니아(엘렌 드 푸제롤레)와 마르코(프란시스 레노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가 싶더니 마르코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소니아는 마르코를 두고 갈 수 없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녀의 뱃속에는 마르코의 아이가 있고, 누구보다 그를 사랑한다. 마르코를 살리기 위한 그녀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를 보유한 자신의 피를 마르코에게 수혈하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유일한 생존 도구인 무전기를 한시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그녀도 막을 수 없다. 마르코는 점점 괴물로 변해가고, 정체 모를 무장 세력과 좀비들은 소니아와 마르코를 위협한다.
<뮤턴트: 변종 바이러스>를 두고 <28일후…>(2002)나 <새벽의 저주>(2
극한 상황에 처한 남녀간의 사랑 <뮤턴트-변종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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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감독의 인물들은 강요와 폭력을 좀처럼 참지 못한다. 세상과의 불화는 민감한 유전자를 지닌 그들의 운명이다. 소수자라는 낙인 아래 무시당하고, 내쫓기고, 짓밟히는 그들은 그러니까 언제나 길 위에 선 자들이다. 단편 <굿 로맨스>를 시작으로 가까이 장편 <후회하지 않아>까지, 이송희일 감독은 언제나 길 위에 나선 이들의 용기를 긍정해왔다. 그 끝이 씁쓸한 파국일지라도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탈주>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홀어머니를 위해 재훈(이영훈)은 의가사 제대 신청을 하지만 번번이 거부당한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탈영을 감행한 재훈 곁엔 민재(진이한)가 있다. 애인에게 버림받았다고 어떻게든 복수할 것이라는 민재는 뭔가 다른 복잡한 사연을 지닌 듯하다. 고참들의 구타와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을 수차례 시도한 동민(손철민)과 함께 철조망을 넘는 두 사람. 하지만 포위망은 좁혀오고, 동민은 자살한다. 피붙
세상과의 불화는 민감한 유전자를 지닌 그들의 운명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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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오영주 납치사건 일지 중 모월 모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벌어졌던 현장기록을 몰래카메라와 CCTV를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복잡한 자막과 달리 <엄지아빠>는 단순한 유괴범 이야기다. 여고생 영주(진다은)가 악명 높은 유괴범 엄지아빠(방동원)에게 납치된다. 영주의 아버지(이설구)는 딸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알리지 않고 사설 해결사인 충식(조형래)과 동구(장세훈)에게 엄지아빠와의 거래를 맡긴다. 충식과 동구는 엄지아빠를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계획이 참 허술하다. 범인의 얼굴을 확보하기 위해 돈가방에 비디오카메라를 넣는가 하면 건달 두명을 고용해 거래가 이루어질 현장에 잠복한다.
물론 비디오카메라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돈가방이 엄지아빠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엄지아빠를 몰래 관찰한다. 엄지아빠가 10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그때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이상
단순한 유괴범의 이야기 <엄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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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드러머 사이먼 바커에겐 숙원이 있다. 오래전 자신의 귀를 사로잡고 몸을 들뜨게 했던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이다. 지난 7년 동안 한국을 17번이나 방문했지만, 김 선생의 거처를 아는 이가 없어 번번이 허탕을 쳤던 사이먼에게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온다. 한국의 국악인 김동원이 고대했던 자리를 주선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선생의 나이 이미 여든, 사이먼은 ‘얼굴도 모르는 스승인’ 김 선생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면을 위해 한국을 서둘러 찾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고행의 관문이다.
<땡큐, 마스터 킴>을 코 크고 눈 파란 유명 외국 뮤지션의 별난 여정이라고 넘겨짚어선 안된다. 김동원은 ‘도대체 분석되지 않는’ 김석출 선생의 소리를 접하려면 ‘호기심’을 버리고 ‘존중’을 가지라고 사이먼에게 충고한다. 예를 갖추기 위해선 ‘다른 정신세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출 선생으로부터 방문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사이먼은 김동원과 함께
사이먼 바커와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 <땡큐, 마스터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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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규정할 만한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배우 서영희. 특정한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을 경계할 만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출연한 10편의 영화에서 서영희가 연기한 역할은 크게 두 부류로 한정되어 있다. 비극의 정점에서 생을 마감하거나(<궁녀>(2007)의 월령, <추격자>(2008)의 미진), 코미디 장르에서 전형적인 캐릭터 연기(<마파도>(2005)의 장끝순, <무도리>(2006)의 양미경, <청담보살>(2009)의 지혜)를 선보이거나이다. 간혹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처럼 “잔잔한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서영희는 늘 “극과 극”이었다. 죽거나 혹은 웃기거나.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배우로서 변화가 필요했다. <추격자>와 <청담보살>이 끝난 뒤였다. 그간 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노멀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때마다
[서영희] 죽이는 연기는 올바른 생활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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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프레데터 양반. 저는 사냥감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죠?
=(입을 쩌억 벌리고 점액을 뚝뚝 흘리며) 쩝. 별로 아쉽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비교적 동등한 힘을 지닌 강한 지구인만을 사냥합니다. 지구인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저희는 곰사냥을 하러 온 거지 멸치 낚시를 하러온 건 아니란 소리죠.
-멸치와 비교당하는 게 영 섭섭하긴 하지만 여하튼 다행이긴 하군요. 요즘 사냥은 재미가 좋으십니까?
=영 별로예요. 점점 지구인들이 멕아리가 없어져서…. 아무래도 환경 호르몬 탓인 것 같기는 한데, 아놀드 슈워제네거 타입의 사람 남자가 20여년 전보다 현격하게 줄어든 것 같더군요.
-환경 호르몬 탓이라기보다는 지구인의 미적 감수성이 발전한 덕이기도 하겠죠. 요즘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님처럼 스테로이드 맞아서 캘리포니아 여자들 가슴처럼 부풀어오른 몸보다는 운동을 한 듯 안 한 듯 잔근육이 많은 몸매가 대세거든요.
=그런데 기자 양반은 왜 잔근육이 없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우주에서 가상 섹시한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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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베닝도 어느덧 쉰줄에 접어들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에서 베닝은 주름과 군살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채 레즈비언 닉을 연기한다. 닉은 줄스(줄리언 무어)와 게이 포르노를 보며 함께 사랑을 나누고, 기증받은 정자로 낳은 아들, 딸을 나무라기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식구들은 닉의 강압적이고 엄격한 성격을 못 견뎌한다. 여성성을 지운 베닝의 모습은 낯설다. <벅시> <러브 어페어> <대통령의 연인>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이미지, 언제 어느 때고 남자들의 마음을 훔쳐내는 아리따운 여자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베닝에게 덧씌워졌다. 현실에서도 그녀는 할리우드 최고의 바람둥이 워런 비티의 마음을 훔쳤다. 물론 그녀가 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만 연기한 건 아니다. <아메리칸 뷰티> <화성침공> 등에서 그녀는 속물적이고 살짝 정신이 이상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은 그녀가 소극적이
[now & then] 아네트 베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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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온 지 7년 만에 비로소 대만중앙영화주식회사(CMPC)의 비매품인 <영화 가이드>를 손에 넣었다. 두권짜리인 이 책의 첫 번째 권은 1982년 출간되었으며,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부가 1954년 세운 대만의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가 만든 총 201편의 영화 중 161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스튜디오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두권 중 하나로, 그동안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스튜디오를 그만둘 때 내게 넘겨주기로 여러 해 동안 약속해온 책이다. 너무 오랫동안 이 책을 손에 넣지 못한 까닭에 나는 이 책이 그냥 내 상상력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첫 번째 권은 1963년에서 1981에 제작한 88편의 영화를 수록하고 있다. 책은 스튜디오 설비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서 중국 역사상 오래전 인물, 스튜디오 조직도, 당시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던 전국 열 몇개의 극장, 앙골라, 리비아와 시애틀을 연결하는 (외국 항공회사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외신기자클럽] 대만영화사 복원할 단초를 얻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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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부터 드러머의 꿈을 품었던 사이먼 바커는 호주의 유명 드러머가 돼서 한국을 찾는다. 10년 전 자신을 매료시킨 한국의 음악, 그 음악의 주인공을 만나고야 말겠다는 결심 하나로 사이먼 바커는 7년 동안 17번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애타게 찾던 이는 세습무이자 장구의 대가이며 무형문화재 82-1호(동해안별신굿) 기능보유자인 김석출 선생이다. <땡큐, 마스터 킴>은 사이먼 바커가 김석출 선생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사이먼 바커의 친구이자 재즈 가수였던 에마 프란츠가 감독으로 그 여정에 동참했고, 원광대학교 전통공연예술학과 교수이자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15년간 몸담았던 김동원 선생이 길 안내를 맡았다. 판소리꾼 배일동 명창, 장구의 대가 박병천 명인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6년여 공을 들여 <땡큐, 마스터 킴>을 완성한 에마 프란츠 감독과 드러머 사이먼 바커를 만났다.
-두 사람은 언제 처음 만났나.
사이먼 바커 : 1996년에 재즈 가수인
[에마 프란츠, 사이먼 바커] 그분을 만난 건 눈물나는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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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바람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베이징. 하지만 극장가에서는 연일 뜨겁게 흥행 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월22일 개봉한 펑샤오강 감독의 <탕산 대지진>(After Shock)이 개봉 한달 만에 흥행 수익 6억위안을 돌파하며 기존 중국영화의 모든 흥행 기록을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진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에 1억위안이 넘는 제작비라면 흔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펑샤오강 감독은 관객을 유혹하는 특수효과보다 관객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택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초반 5분간의 지진장면 외에는 영문 타이틀 ‘After Shock’라는 말 그대로 지진이 지나간 뒤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탕산 대지진>은 화교 출신 작가 장링이 쓴 소설 <여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이 지진으로 겪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야기했다면, 펑샤오강 감독은 원작에 따뜻함을 불
[베이징] <탕산 대지진>의 감동이 대륙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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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악마를 보았다> 유해곤충 퇴충사 - 살충 남기남 선생
[정훈이만화] <악마를 보았다> 유해곤충 퇴충사 - 살충 남기남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