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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몸서리처지는 원한의 스펙터클이 스크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갈망하는 괴물들의 재림이라고나 할까? 영화가 관객에게 안락한 관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이같은 방식으로 드러낼 때, 그러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감독의 의도는 이야기의 표면에 안주하기보다 그 불편한 표현 속에서 창조적인 의미를 찾아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진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에서 신인 감독 장철수는 이러한 창작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 영화의 드라마는 도식적으로 느껴질 만큼 단조롭다. 문명의 이기가 만연한 광명천지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을 것 같은 외톨이 섬이 있다는 것, 유년기를 이 섬에서 보낸 도시로 간 처녀 해원(지성원)이 낙향해 친구 복남(서영희)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폐소공포증적인 섬사람들의 교활한 마성에 고통받던 복남의 시련이 복수로 이행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내외로 주목받으며 올해의 데뷔
[전영객잔] 그 섬, 터부가 들끓는 용광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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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아이를 낳았다. 산모는 늠름하고 아기는 꼬물꼬물. 아유, 감사해라. 출생 기념으로 오글오글 동화작가 코스프레. 삼촌 소리는 많이 들어봤으니 글에서나마 괜히 한번 이모 코스프레.
인이와 토마토 이모
이모는 인이의 이모인데, 원래 다른 이름이 있지만, 인이는 이모를 그냥 이모라고 하거나, 작은 이모라고 부른다. 이모는 인이 엄마의 동생인데, 인이 엄마는 또 인이 엄마 언니의 동생이기 때문에, 엄마는 엄마이고 이모는 작은 이모이고, 엄마의 언니는 큰 이모이다. “아유, 간단하다”라고 엄마가 말했지만, 인이는 생각한다. ‘아유, 간단하지 않다.’
간단한 사실도 있는데, 인이가 인이의 이모, 그러니까 같이 사는 작은 이모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간단하다. 그래서 인이는 작은 이모를 부를 땐 가끔 보는 큰 이모를 부를 때와는 달리 “이모~”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큰 이모를 부를 때도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 느낌은 “이모-”에 가깝다. 이모도 조카인 인이를 좋아하는데, 5년 전에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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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대화편 <파에드루스>. 글쓰기의 본질을 논하는 이 유명한 텍스트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편에 이름을 준 청년, 즉 파에드루스와 대화를 나눈다. 도시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야외로 나간 두 사람은 산책을 하다가 일리수스라는 곳에 이른다. 파에드루스가 ‘전설에 따르면 이곳이 아테네의 왕녀(오리티아)가 북풍의 신(보레아스)에게 납치된 곳이 아니냐?’고 묻자, 소크라테스는 납치될 당시에 그녀가 ‘파르마키아’라는 친구와 함께 있었노라고 대꾸한다. 소크라테스는 왜 이 말할 가치도 없는 사소한 사실을 굳이 언급하는가?
텍스트의 안과 밖, 그 경계를 허물다
데리다는 이를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밖’에서 ‘안’으로 작용하는 액자(=파레르곤)처럼, 무관해 보이는 이 디테일이 실은 대화편(<파에드루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암시한다. 마침 일리수스에는 치유의 효능을 가진 샘이 있는데, 그 샘은 예로부터 ‘파르마키아’라 불렸다. 이 때문일까? 오늘날 약국의 문에는 ‘p
[진중권의 아이콘] 소크라테스의 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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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몸의 작용이다. 그래서 숨기기 힘들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살인귀 경철(최민식)의 친구 살인귀(최무성)가 손에 꽂힌 칼을 뽑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는 “뽕!”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칼자루만 뽑히고 만다. 나도 모르게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어지는 장면에 다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영화가 끝나고,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자지러지게 웃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극도로 긴장하고 칼부림 장면을 지켜보다가 난데없이 터진 엉뚱한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는 일, 일종의 흥분 상태는 아니었을까. 그쯤 생각이 닿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웃음과 섹스를 한데 넣고 끓인 이야기를 모은 책이 바로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와이담도 이런 와이담이 없다.
가장 범상한 수준의 이야기 ‘남씨와 신씨의 문답’은 이렇다.
남(南)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신(辛)씨 성을 가진 사람을 조롱하며 말했다. “자네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조선시대 와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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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과 악어가 나를 쫓아왔다. 주름투성이 괴물들이 내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다. 어떤 밤에는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 그 학생 꿈을 꾸기도 했다. 뻔한 일이었다. 누군가 나를 잡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이제는 이웃들도 내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암호를 썼고, 내 동생 하랄드의 도움을 받아 우리 집에 몰래 설치한 도청장치를 사용했다.”
아이슬란드의 작가 에이나르 마우르 그뷔드뮌손이 쓴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에는 모델이 있다. 정신병을 앓다가 자살한 그의 형이다. 형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뷔드뮌손이 택한 일은 그 환각 속으로 기꺼이 발을 들이는 일이었다. 환각제 없이 완벽한 환각에 젖어들어버리는 주인공의 내면을, 그뷔드뮌손은 마치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설명하듯 그려냈다. 당신처럼 나처럼 평범하게 태어나 성장했지만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의 병이 들어버린 사람. 정신분열증은 인간의 마음을 느리지만 곱게 갈아버린다. 아무것도, 아무도 견딜 수 없을 때까
[도서] 아이슬란드에서 온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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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디지털이란 카테고리 내에서 서식하는 우리네 사람들치고 갑작스럽게 닥치는 구매 욕구에 태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시점은 신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을 때이다. 마치 첫사랑을 만난 것마냥 가슴이 두근거리고 볼이 빨개지도록 만드는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소니의 새로운 디지털카메라 A55와 A33이 그것이다.
반투명미러 기술의 혁신
소니 알파의 새로운 시리즈 A55와 A33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투명미러 기술을 상용화한 카메라라는 점. 반투명미러는 얼핏 듣기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인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DSLR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걱정하지 말자. 여기서 DSLR의 개요를 되새길 생각은 없다). DSLR은 디지털이 적용된 일안반사식의 줄임말, 즉 렌즈로부터 화상이 내부의 미러(즉 거울)에 반사되어 펜타프리즘을 통해 뷰파인더에 화상이 맺히는 구조를 말하는 것. 바로
[디지털] 새로운 ‘종’의 탄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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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음반 커버 사진만큼이나 음악도 ‘핫’하다. 그러니까 현재 미국 주류 팝 음악의 경향이 어떤지를 알고 싶으면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 닥터 루크, 스타게이트 같은 팝계의 미다스들이 앨범에 참여했다. 앨범의 주인공인 케이티 페리는 뭘 했냐고? 앨범의 방향을 설정했고, 기대 이상의 가창력과 표현력을 들려줬다. 또 적당히 이슈들도 만들어내며 팝 스타로서의 본분(?)도 다하고 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처음엔 우직한 핑크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감각적인 그웬 스테파니를 떠올리게 된다. 당장 니클벡이나 푸 파이터스와 배틀할 기세이면서도, 팀발랜드와 즉각 협력이 가능한 야무진 다중이가 바로 케이티 페리다. 보컬의 성량과 무게의 연주를 강조해 때때로 촌스럽게 느껴지는 역동의 미국 록을 취하면서도, 이상하게 세련되고 싱싱한 터치가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 공격과 방어, 근본과 변주, 파워와 센스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다.
[hot tracks] 지금 미국 주류 팝을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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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클라우드의 앨범은 완성도 높기로 유명하다. 안정감있는 사운드와 멜로디의 음악으로 방송과 공연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새 EP <<Take The Air>> 역시 마감이 잘된 의자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인상적인 건 전작과 비교해 정서적으로 ‘가요’에 근접한 곡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사라지지 말아요>는 이소라의 솔로 앨범을 듣는 듯한 인상을 주고 <무너져>는 피아노가 리드하는 멜로디를 따라 우아하게 조성된다. 물론 점점 고조되는 멜로디를 겹겹이 쌓아올린 뒤에 한번에 허물어뜨리는 <어떻게도>라든가 로킹한 기타 드라이브가 생생한 <그때와 같은 공간, 같은 노래가> 등 디어 클라우드 특유의 감수성을 담은 곡들도 있다. 얼마 전부터 불기 시작한 가을바람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쓸쓸하고 아름답다. 특히 이 앨범은 그들이 설립한 독립 레이블 클라우드 레코
[추천음반] ≪Take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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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톡식 히어로>
10월10일까지 / KT&G 상상아트홀
출연 오만석, 라이언, 홍지민, 김영주, 신주연, 최우리, 임기홍, 김동현
1544-1555
숨 넘어간다. 팔과 다리를 뽑아 스틱 삼아 드럼을 치고, 뽑은 머리로 덩크슛을 하고, 심지어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한다. 뮤지컬 <톡식 히어로>는 고어물에 버금가는 신체훼손 장면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그런데도 마냥 즐겁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관객이 긴장과 웃음 사이에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B급영화 <톡식 어벤저>를 뮤지컬화한 <톡식 히어로>는 도시를 환경오염으로 찌들게 한 주범이 시장임을 알게 된 왕따 멜빈이 이를 폭로하려다 유독성 폐기물을 뒤집어쓰고 녹색괴물 톡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도 얻는다는 내용이다.
톡시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히어로이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혐오감을 부르는 냄새와 외모. 복수하는 방식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
[공연] 원초적 B급의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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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6일 오후 7시30분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9월17일 오후 8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소식들이 슬슬 들려온다. 그 첫 주자는 77년 전통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2년 만에 다시 만나는 런던필은 바실리 시나이스키의 지휘 아래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협연자 또한 눈에 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가 동행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스테판 재키브가 연주할 곡은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협연하는 흔치 않은 편성곡이다. 사라장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그 밖에 런던필은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제3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베버 오베론 서곡> <드보르작 교향곡 8번>을 들려준다. 섬세하고 정제된 사운드를 들으며 가을을 준비하자.
[공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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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6일까지/갤러리현대 신관/02-2287-3500
1972년 9월. 뮌헨올림픽에서는 그 유명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들이 테러범에 의해 전원 사망한 것이다.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까? 당시 IOC 경찰 심리학자가 내린 분석에 따르면 인질극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으나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결국 인간은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예측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실패의 가능성이 깊이 내포해 있다.
다음은 회화·영상작가 사라 모리스의 영화 <1972>(2008) 이야기다. 작가는 상황과 상황이 맞물려 일어나는 독특한 ‘사건’들, 혹은 도시와 관료주의, 국가들이 감추고 있는 본질에 주목해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리스의 텍스트 페인팅, 지극히 절제된 방식으로 추상화한 도시 그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 <사라 모리스 개인전: 클립, 매듭, 그리고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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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영화 불모지 부산은 10년 만에 영화도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영화도시 부산을 이끈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가 있다. 국내 최초로 로케이션 지원 업무, 촬영 스튜디오 및 촬영 장비 대여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영화의 전 공정이 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을 개최해 여러 아시아 필름 커미션과 함께 세금 환급, 보험, 제작비 해외 송금, 관세, 부가세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 영화산업을 결속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외 여러 시스템과 사업을 구축하고 추진하는 데 부산영상위 박광수 운영위원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0년간의 부산영상위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다. 2012년 여수엑스포 예술총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업무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30일 박광수 감독을 만나러 영상원을 찾았다.
-상하이 출장 갔다가 어제 도착하셨다고 들었
[박광수] 이젠 아시아와 할리우드영화 유치가 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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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닥친 2010년의 여름. 배우 이정진에게 올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분명한 건, 적어도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올해를 빼놓을 순 없게 생겼다. <마파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에서 이정진은 자신의 사욕을 위해 해결사(설경구)가 가는 곳마다 끔찍한 덫을 놓고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냉혈형사 장필호를 연기한다. 십년을 훌쩍 넘은 이정진의 연기 커리어에 이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는 없었다. 삼십대 초반, 이정진의 보폭이 성큼 넓어졌다.
-요즘 검색어 이정진을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쁘다’다. 쉬는 게 오히려 어색한 경지에 달했다고 들었다.
=어느새 보니 내가 그 일을 다 하고 있더라. (웃음) 초췌해져가고 있다고 할까. 그래도 이렇게 작품하기 힘든 시기에 바빠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데뷔한 이후 활동시간에 비해 그동안은 좀 쉬엄쉬엄 갔던 것 같다.
-요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역시 <도망자&
[이정진] 선택은 언제나 의외다 그리고 언제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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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전영화 컬렉션 DVD 감독시리즈로 '이만희 박스세트'를 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신상옥(2007), 김기영(2008), 유현목(2009)에 이어 영상자료원이 출시한 4번째 감독시리즈다.
박스세트에는 작년 영상자료원이 복원에 성공한 액션 누아르 '검은머리'(1964)를 비롯해 한국전쟁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독특한 실험성이 엿보이는 '암살자'(1969)와 '휴일'(1968) 등 4편의 영화가 담겨 있다.
DVD에는 박찬욱, 최동훈 감독, 영화평론가 정성일, 김영진 등의 음성해설이 실렸다. 가격은 4만9천500원이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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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 이만희 감독 박스세트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