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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처럼 무더운 밤, 동네 공식 문제아 재스퍼 존스가 허약한 문학소년 찰리 벅틴을 찾는다. 여자친구 로라 위셔트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찰리와 재스퍼는 로라의 시체를 일단 숨기고 범인을 찾기로 한다. 신고해봐야 재스퍼가 범인으로 몰릴 게 뻔하다. 고작 열다섯살 소년이 어떻게 살해범으로 지목될 수 있는지 의아한데, 1960년대 말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마을 코리건에서는 가능하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건전한 백인이 사는 곳. 그러나 ‘왕따’들이 테러를 당하면 침묵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결속을 은밀히 확인하는 곳. ‘왕따’ 대상자는 혼혈인이자 제멋대로 사는 소년 재스퍼, 전쟁을 피해온 베트남인 제프리 루의 가족, 미치광이 살인마 취급을 받는 은둔자 잭 라이어넬 등이다.
소설은 시체 유기로 시작하나 본격 추리로 흐르지는 않는다. 로라의 실종을 계기로 공포가 횡행하는 마을에서, 끔찍한 비밀을 껴안은 찰리와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찰리는 “남들보다 가난하고, 피부색이 어둡고, 또
[도서] 악마는 건전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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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톰 존스 옹의 <Sexbomb>을 ‘성폭탄’이라고 정직하게(?) 해석한 적이 있다. ‘미스터 타이거’ 톰 존스가 <성폭탄>을 부를 때의 능글맞음은 이 앨범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흔살의 이 노장은 가스펠, 블루스, 솔과 같은 자신의 뿌리를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다. 난 목소리가 가진 힘을 믿는 편이고, 그 목소리의 힘은 이 앨범을 굉장히 경건하게 들리게 만든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
가스펠과 블루스의 근원지로 빙빙 돌아가는 이 앨범은 톰 존스가 이제까지 걸어온 궤적이 밀어붙인 관성의 결과이기도 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반작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톰 존스는 적어도 노력하는 꼰대다. 들을수록 새롭게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니 존중(혹은 존경)할 수밖에 없지.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이것은 근본주의자들이 기다려왔던 앨범일 것이다. 제목
[hor tracks] ‘성폭탄’의 영적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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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80년대 사운드는 지금 빅이슈다. 재현과 재해석, 하이브리드와 인용의 범주를 오가며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21세기의 메인 타이틀로 자리잡고 있다. 그게 댄스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게 재미있다. 록과 팝,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80년대 사운드의 요소들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후지어스의 < The Illusion Of Safety >는 그 최전선에 있는 앨범이다. 이미 데뷔 앨범 < The Trick to Life >로 UK차트 1위를 차지한 경력의 이들은 두 번째 앨범에서 펑크, 메탈, 팝을 뒤섞으며 화려하고 풍만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멜랑콜리한 보컬과 심장을 쥐어짜는 비트의 조화는 < Choices > < Bumpy Ride > < Unlikely Hero >의 전반부를 지배하고, 어쿠스틱 서운드와 전자드럼의 미니멀한 조화는 < Lovers In My Head > < Devil’s In the Detail
[추천음반] ≪The Illusion Of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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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창조아트센터 1관/ 출연 박주형, 김수연, 오의식, 니모(오상은), 최종선/ 02-747-7001
라이브 콘서트장? 가수 니모의 시원한 목소리가 뿜어내는 열기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얌전뺄 필요 없다. 그냥 함께 소리지르고 즐기면 된다. 공연장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지컬은 원작인 동명 영화의 진지함을 한결 밝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무대 왼쪽은 밴드의 아지트가, 오른쪽은 산장이 자리한다. 보컬 자은의 자살로 인해 사랑의 기억을 묻어둔 채 살아가는 마법사밴드 멤버들. 하지만 묻어두었던 사랑을 기억하는 순간 과거의 시간이 눈앞에 되살아난다. 극은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순서없이 표현되고, 또 한 무대에서 동시에도 표현된다. 극 중간에 나오는 능청스런 스님 캐릭터는 그야말로 박장대소. 당신도 비우고 느껴라. 그러면 ‘천개의 불안’ 중 ‘하나의 희망’을 찾을 수 있으리라.
[공연 ] 뮤지컬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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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까지/국제갤러리 신관 1, 2층/02-733-8449
로니 혼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느 익숙한 여성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녀는 우리가 아는 프렌치 시네마의 얼굴, 이자벨 위페르가 맞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배우를 ‘연기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실이 아니지만, 초 단위로 촬영되는 사진 사이로 ‘여자’ 이자벨 위페르의 모습이 언뜻언뜻 스친다.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중견 작가인 로니 혼은 이처럼 같은 대상으로부터 다른 모습을 이끌어내거나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같고도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드로잉·사진·조각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이자벨 위페르를 피사체로 하는 <이자벨 위페르의 초상> 사진 연작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반사되는 표면이 달라지는 조각 <Two pink tons>를 추천한다.
[전시] <로니 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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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픈런 │LG아트센터
출연 이지명, 정진호, 임선우, 김세용, 이주실, 조원희, 정영주, 이성훈 등
02-3446-9630
“I’m Free.” 11살 소년 빌리가 무대 위로 날아올랐다. 2000년 동명 영화로 국내에 소개됐던 <빌리 엘리어트>가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 비영어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섰다.
이야기 흐름은 원작 영화와 동일하다. 영국 북부의 탄광촌. 80년대 대처 보수당 정부가 탄광 민영화를 선언하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선다. 노조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빌리 엘리어트. 권투교실 한켠에서 행해지던 발레수업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 빌리는 마치 운명처럼 춤에 빠져든다. 빌리의 재능을 발견한 윌킨슨 선생은 빌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빌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반대 등을 겪으며 뮤지컬은 절정을 향한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공연] 빌리, 화려하게 무대로 날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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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신곡 ‘결혼까지 생각했어’로 컴백한 후 멜론, 엠넷닷컴 등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1,2위를 다투며 화려한 복귀를 한 휘성이 음원에 이어 음반, 모바일 차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휘성의 신곡 ‘결혼까지 생각했어’는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 진입에 이어 지난 30일 오프라인 음반 발매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터차트 실시간차트, 일간 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네이트 컬러링 차트에서도 발매 이후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휘성의 이번 싱글 앨범 ‘RealSlow is Back’(리얼슬로우 이즈 백)은 지난해 10월 6집 발매 이후 10개월 만의 음반이다. 이번 싱글에는 타이틀곡 ‘결혼까지 생각했어’를 비롯하여 새로운 스타일로 편곡된 6집 수록곡 ‘Rose’, ‘사랑 그 몹쓸 병’까지 총 3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곡 ‘결혼까지 생각했어’의 작곡은 ‘With Me’로 휘성과 함께 작업한 작곡가 김도훈이 맡았다. 작사는 최근 작사가로서의 입지를
휘성의 화려한 복귀, 신곡 `결혼까지 생각했어` 각종 차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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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선고를 받고도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발전된 현대 의학으로도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의문의 의학 현상 `라자루스 신드롬`. <애프터 라이프>는 바로 그 라자루스 신드롬을 소재로 한 영화다.
라자루스 신드롬(lazarus syndrome)이란, 심장 박동이 멈추고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죽은 나사로(Lazarus)의 부활`을 따서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매년 해외 토픽이나 뉴스를 통해 이 현상을 체험했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의학계와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라자루스 신드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이다.
흔치 않은 질병이나 미스터리한 의학 현상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수술 중 각성(마취 중 각성)`을 다룬 <리턴>이나 <어웨이크>가 대표적인 예다. <인셉션>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크리스
<애프터 라이프> 속 미스터리 의학 현상 `라자루스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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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학로의 한 술집에서 이송희일 감독을 본 적 있다. 곁엔 이영훈과 소유진이 있었다. 인사만 나눈 뒤 옆 테이블에 앉은 터라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세 사람은 늦은 시간까지 <탈주>에 대한 이야길 나눴던 것 같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1년 만에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탈주>를 보면서 자꾸 그날의 노곤한 술자리 풍경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누구에게 기대지도, 손 내밀지 못하고 길 위에서 탈진해가는 탈영병 재훈(이영훈)과 민재(진이한), 그리고 두 남자와 실상 같은 처지인 소영(소유진)의 모습은 관객과의 만남을 오랫동안 고대하던 그날 세 남녀의 실루엣과도 흡사했다. 신작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도 독립영화 죽이기에 나선 정부에 맞서 부부젤라를 부느라 정신없이 6개월을 보냈다는 이송희일 감독, 잠도 얼마 못 잔데다 이전 인터뷰가 예상보다 오래 걸려 진이 다 빠졌다며 기력 충전의 시간을 달라는 부탁부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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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게이영화 아니에요, 팬서비스는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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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에브리바디 올라잇>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가 레즈비언 부부를 연기한다는 데서 온다. 몰래 게이 포르노물을 보고 잠자리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서로를 애무하는 모습은, 그들이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생각할 때 무척 생경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고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자신을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데뷔작 <하이 아트>(1998)에서도 리사 촐로덴코는 위층 여자와 아래층 여자의 우연한 만남과 낯선 사랑을 그렸었다. 마치 그들의 좀더 나이든 모습을 그린 것 같은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두 여자도 의사와 환자로 우연히 만나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그 불꽃같은 사랑은 이미 과거의 일이고 이제 뜻하지 않은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은 레즈비언 커플 닉(아네트 베닝)과 줄스(줄리언 무어)는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간다. 하지만 딸 조니(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의 레즈비언 부부 연기 <에브리바디 올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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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B컷’ 화보 서비스는?
지면관계상 씨네21 잡지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운영자들만 보기엔 아까운, 빛나는 배우들의 사진을 온라인을 통해 독점 공개하는 화보 서비스 입니다.
<솔트> 안젤리나 졸리, B컷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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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 교외, 중산층 가족의 위태로운 삶을 그린 <라임라이프>는 리안 감독의 영화 <아이스 스톰>에서 묘사한 위기의 가족과 마치 형제 같은 영화다. 긴장도는 덜하지만 확실히 교외지역에 사는 중산층의 위기를 그린 재활용 영화로 볼 때 손색이 없다.
내성적인 소년 스캇(로리 컬킨)의 가장 큰 고민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웃집 친구 아드리아나(에마 로버츠)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정도다. 그런데 집안이 그를 사춘기적 감수성에 빠져들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눈치를 보니 아빠 미키(알렉 볼드윈)는 아드리아나의 엄마 멜리사(신시아 닉슨)와 바람을 피우고 있고, 그들 관계로 인해 엄마 브랜다(질 헤네시) 역시 상처받고 있다. 휴가 나온 형 지미(키에라 컬킨)는 이 일로 아버지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라임병에 걸린 아드리아나의 아빠 찰리(티모시 허튼)도 아내의 부정을 눈치챈다.
<라임라이프>에서 가족의 와해를 바라보는 주체는 15살 난 소년
중산층 가족의 위태로운 삶 <라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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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무관심조차도 그에 대한 관심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 손발이 오그라드는 여행도 없지만, 우리는 남녀노소 그 여행을 떠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모두에게 사랑이란 유통기한 무한대의 학습된 이데올로기다. <페이퍼하트>는 ‘사랑이란 존재할까?’라는 질문의 민망함에 안면몰수한 채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영화다.
샬린(샬린 이)은 왠지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팀은 그녀가 사랑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찍기로 하고,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샬린은 파티장에서 마이클(마이클 세라)과 만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여행에서 샬린은, 결혼한 부부는 물론 게이커플에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마이클과의 만남과 여행이 지속될수록 샬린의 마음은 사랑을 비로소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변해간다. 그러나 사적인 데이트마저 밀착 촬영하는 촬영팀이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영화 <페이퍼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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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약혼자와 다퉈 격앙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다.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영안실에 누워 있음을 알게 된다. 애나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시신을 염하는 장의사 엘리엇(리암 니슨)은 ‘무덤에 묻히기 전 영혼이 며칠 떠도는 흔히 있는 일’이라며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죽으면 그것으로 영원한 끝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죽음 이후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 만나는 이유다. 그런 죽음으로부터의 절대적 소외에 대해 안절부절못하는 감정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애프터 라이프>는 꽤 인간적인 영화다. 영화 속 인물이 삶의 종결을 수긍하지 않는 고집은 마치 어린아이의 울음 섞인 투정과도 같다. 삶과 죽음의 각 시작에서 수미상관적으로 반복되는 외로운 투정은,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으며 이어진 것이라고 느끼게 한다. 시체가 되살아난다는 의학적
삶을 붙잡으려는 죽은자의 인간적인 모습 <애프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