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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일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영화인 대토론회’는 개최 전부터 김이 빠졌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제대로 한번 소통을 해보자”는 그의 제안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 단체들과 준비한 토론회였다. 하지만 신재민 전 차관은 토론회를 3일 앞둔 지난 8월29일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의 발언에 부랴부랴 토론회를 꾸린 영진위로서도 맥이 풀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토론회는 열렸다. 유임이 결정된 유인촌 장관이 참석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신재민 전 차관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오른 모철민 차관이 인사말을 대신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의 박형동 과장이 실무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제대로 된 소통’을 내건 토론회의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
물론 신재민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원하는 만큼의 소통이 가능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패널로 참석한 이준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어떤 사안을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소통 아닌 먹통…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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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와 강풍이 휩쓸고 간 다음날 집 밖을 나서니 뿌리째 뽑혀 쓰러진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가 이 정도이니 그외 지역은 말해 무엇하랴. 북한도 이번 태풍에 노출됐다고 한다. 얼마나 또 굶어죽으려고… 혼잣말을 하다 놀랐다. 이런 말만 늘어놓는 것조차 배우 김여진씨의 말대로 “굉장히 잔인하고 무심한 행동” 같다. (그 연령대로 그만한 ‘내공’을 보여준 이가 드문데 어느 틈에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녀는 요즘 대북 지원활동에 열심이다. 최저생계비 체험에 나섰던 ‘삼순이 아버지’도 그렇고 요즘 ‘개념 배우들’은 브라운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많이 본다.)
북한은 반복된 홍수 피해에 배급도 끊긴 상태인 걸로 알려졌다. 유엔 세계식량기구는 북한을 ‘긴급 식량 지원국가’로 지정하며 올해에도 11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십만 아사자가 아니라 수백만 아사자가 나올지 모른다. 이런 나라는 아시아에서 북한밖에 없다. ‘굶어죽는 것’은 못 먹어 발육이 부
[오마이이슈]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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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투수는 강원 포테이토스의 이광재 선수입니다.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는 한나라 블루삭스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은 엄기영 타자. 매섭게 이광재 투수를 노려봅니다. 이광재 선수 초구 던졌습니다. 스트라이크. 제2구 스트라이크.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보입니다. 역시 강원 포테이토스의 주장다운데요. 관중은 “3구~ 삼진”을 외칩니다. 제3구~ 스트라이크 삼진!이 아니군요. 심판이 볼을 선언합니다. 스트라이크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광재 선수 흥분하며 심판에게 항의합니다. 심판진이 회의를 거쳐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번복(헌법 불합치) 선언하는군요. 이광재 선수 기
뻐합니다. 엄기영 선수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마네요. 타격을 할 마음이 없었던 건가요? 춘천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습니다만.
*국방부 장관배 육상대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충성! 이번 경기는 400m 계주지 말입니다. 이병은 250m, 일병은 100m, 상병은 49m, 병장은 1m를 달리는 경기입니다.
[시사중계석] 투수는 강원 포테이토스의 이광재 선수입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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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기획 제작 업무를 하게 된 지 4년 만에 오매불망하던 내 ‘담당 작품’이 생겼다. 처음 인턴으로 입사해서 복사지와 씨름하고 작가, 감독님들 컴퓨터 고쳐드리고, 때로는 섣부른 욕심에 며칠 밤을 새우며 시나리오를 내 맘대로 얼기설기 수정해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온전히 내가 담당하는 작품이 생기다니 감회가 새롭다.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만한 소재를 모색하고, 그것을 작가 혹은 감독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을 다방면에서 서포트하며, 시나리오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성을 유지하고, 이따금씩은 유효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제대로 영화로 구현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제반 사항들을 팔로업한다. 기획 단계에서 꼭 시나리오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첫 담당 작품인 <7광구>처럼 독특한 소재(괴물이 등장한다)의 영화인 경우, 기획 단계에서 사전 비주얼 작업 등을 시나리오와 함께 진행한다. 극의 완성도만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얏호! 드디어 내게도 담당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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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포럼이 ‘스페인영화제2010(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을 개최한다. 오는 9월8일부터 9일까지 신촌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초기작인 <나쁜 습관>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 <라이브 플래쉬>, 후안 안토니오 바르뎀의 <러브메이커> 등 총 11편의 스페인영화가 상영된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을 선정했다. 이 상은 매년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아시아 영화인에게 수여된다. 차이밍량 감독은 1990년대 초반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고, <애정만세> <흔들리는 구름> <얼굴> 등을 연출했다. 아시아의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은 일본의 의상감독 와다 에미가 위촉됐다.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의 의상감독으로 유명하다.
*<방자전>이 ‘2010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한줄뉴스] 스페인 영화제 2010 개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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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조차 못하는 프로젝트에 작은 숨통이나마 트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기획한 ‘DMZ Doc Project 2010’이 최종 선정작 4편을 발표했다. 이 행사는 국내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 제작을 활성화하고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7월에 접수된 27편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가운데 서류 및 면접 심사로 선정된 4편은 티베트의 현실을 그린 <라싸에서 온 편지>(이훈규),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인 <어머니>(태준식), 용산 사태를 고발한 <두 개의 문>(김일란·홍지유), 주거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가난뱅이의 역습>(주현숙)이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홍형숙 감독과 함께 심사에 참여한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지원센터소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사회의 소수자를 그리거나 현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젝트를 제작 지원 심사에서 제외하거나 선정하지 않는
영진위가 싫어하는 다큐 우리가 책임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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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는 정말이지 대단한 영화다. 반복과 차이라는 홍상수 감독 고유의 주제를 이토록 확장시킨 영화는 없는 듯 느껴진다.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네개의 단편 모음’이라는 이 영화의 구성은 주제와 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 끝난 뒤 보는 이를 잠시 동안 멍하게 만든다. “많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라는 게 뭔지는 끝내 알 수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놓고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옥희의 대사처럼, <옥희의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 정확하게 ‘뭔지는 끝내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복과 차이를 가진 이 네개의 단편이라는 ‘그림’을 ‘붙여놓고 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도무지 붙지 않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우려도 있었다. 수많은 인물들이 교차하던 전작들과 달리 세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탓에 영화가 앙상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또 구조가 두드러진 영화인 만큼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에디토리얼] 문성근, 혹은 ‘나이든 남자’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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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된 ‘노다메 칸타빌레’,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Vol.1> 속 클래식 음악은 누가 연주할까?
노다메의 피아노 연주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연주자 ‘랑랑’
노다메 역을 맡은 우에노 쥬리의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을 위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섭외되었다.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연주를 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랑랑은 노다메가 학기말 시험을 위해 연주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연주했다. 터키행진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터키 군악대의 리듬을 특징으로 한다. 랑랑은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의 요청에 따라 특유의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연주를 선보였다. 이는 극중 노다메의 개성 넘치는 연주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랑랑은 “내가 이렇게 연주한 것에 대해 모차르트가 화낼지도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을 만큼
`노다메` 연주는 누가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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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로드다큐 <땡큐, 마스터 킴> 영화 주인공들의 특별 시네마톡이 씨너스 이수에서 진행되었다.
이 날 시네마톡에는 감독 엠마 프란츠와 출연자인 호주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그의 안내자 역할을 해낸 원광디지털대학교 김동원 교수가 함께하여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감독 엠마 프란츠는 "영화의 첫 관객으로 와주어서 감사하다"는 말로 소개를 대신했으며, 사이먼 바커 역시 "최초의 공식 스크린이다. 기쁘다"며 관객들에게 감격의 인사를 표했다. 2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시네마톡은 관객들의 열띤 질문 공세에 40분 남짓 진행되었다.
막연한 열등감이 문화적 자긍심으로
한 관객은 "(한국 문화에 대해) 막연한 열등감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해소되었다. 문화적, 정신적 자긍심을 갖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영화에 대한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감독 엠마 프란츠는 음악가인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여행하며 느낀 점은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점"이라며, "사
`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 느꼈다` <땡큐, 마스터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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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스튜디오 지브리 사내 시사.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를 보던 중간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극장을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건 안돼요.”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과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대작 <게드전기>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해 제작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결과에 실망한 듯했다. 한참을 침묵했고, 조심스레 입을 열고는 “불편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정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은 개봉 이후 미지근한 원작의 변형, 불균질한 만듦새라는 혹평을 들었다.
2010년 6월 지브리의 또 다른 사내 시사. 이번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웃었다. 7월 공개할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를 사원과 함께 본 뒤 그는 연출을 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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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기자간담회는 영화 속 무대이기도 한 도쿄도 고가네이시에 자리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가 온실에 붙어 있는 ‘까마귀 조심’ 표어가 <마루 밑 아리에티>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 웃음이 났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첫 직장 지브리에서 14년간 애니메이터로 성장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연출 데뷔작. 지브리 직원들이 그를 일컫는 별명은 옛 일본 귀족의 이름에 돌림자처럼 붙던 ‘마로’(麻呂)라고 한다. 본인은 이유를 모르겠다지만 단정하고 수줍은 몸가짐이 ‘도련님’답다.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부터 지브리 장편 제작을 이끌어온 베테랑으로, 스튜디오 창시자 중 한명이다. 최근에는 <토이 스토리3> 엔딩 크레딧의 ‘특별 감사’ 명단에서 그 이름을 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작품이 바뀌어도 지브리를 지브리로 만드는 본질적 요소는 무엇인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수작업의 극한까지 가는 게 지브리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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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으로 시작하는 많은 이야기가 그러하듯 <마루 밑 아리에티>도 한 소녀와 한 소년의 삶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결정적 만남을 그린다. 다만 이 이야기 속 소녀는 인간 몰래 인간의 물건을 조금씩 빌려 마룻장 밑에서 살아가는 작은이 가족의 딸이다.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온 병약한 인간 소년 앞에서, 멸망해가는 종족의 소녀는 안간힘을 다해 외친다. “우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 지난 7월17일 개봉해 일본 관객 500만을 넘어서며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닌 감독이 연출한 지브리 작품으로서는 우수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마루 밑 아리에티>가 9월9일 한국 극장가에 온다. <씨네21>은 영화의 면면을 미리 살피고 스튜디오 지브리를 찾아 제작진 인터뷰에 참석했다. 덧붙여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지브리의 미래를 도쿄 통신원이 전망한다.
아리에티는 작은 신의 아이다. 올해 열네살인 그녀의 키는 10cm. 대략 가늠하면 인간의 손목에서
빌려주세요~ 작고 아름다운 세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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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1 : 첫인상
‘촌놈 DNA’, 도시적 외모를 배신하다
백은하 ‘10 아시아’ 편집장
일단, 눈이 흔들린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미모,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원빈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그러지 않기란 오히려 힘든 일이다. 90년대 미니시리즈 <프로포즈>의 내용이 가물가물한 사람이라고 해도 개 한 마리를 끌고 조용히 동네를 소요하던, 한쪽 눈을 살짝 가린 긴 머리 소년의 강림을 잊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인의 그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이목구비, 화이트 셔츠 너머로 느껴지던 과하지도 빈곤하지도 않은 길쭉길쭉한 몸. 마치 강보에서부터 후광을 달고 나온 것 같은 이 ‘천상의 피조물’은 그렇게 등장부터 많은 이들의 눈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처럼 드라마 <꼭지>의 ‘명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원빈은 마음까지 흔드는 남자다. 연상의 다방마담에게 투박한 순정을 바치던 짧은 머리 고등학생. 굳게 다물고 있기보다는 하품을 하느라, 욕을 하느라 혹은 울먹
그 순간 난 네게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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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하고 미련한 인물의 코미디도 잘할 걸
<마더>의 봉준호 감독
<마더>의 아들 역할은 시나리오 쓸 때 정해놓지 않았다. <살인의 추억> 때 함께 일했던 김선아 프로듀서를 만났을 때 원빈 얘기가 나왔다. 다들 도시의 핸섬 가이나 안구정화용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은데(웃음) 실제로 보면 되게 소박하고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고1 때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자랐다고도 했다. 제작사 바른손에서도 원빈을 추천했고. 식사 약속을 잡았는데, 원빈이 헐렁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식당에 들어오더라. 아, 도준이네 싶었다. (웃음) 미모가 핸디캡일 정도로 잘생겼지만, 하릴없이 왔다갔다하는 시골 남자애들의 무드 같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목소리 톤이 좋다. 우울하고 뚱하고, 이상하게 고집스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톤을 본인이 컨트롤할 수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중에 뚱하고 미련한 인물이 벌이는 온갖 해프닝을 담은 코미디를 찍어도 잘할
‘꽃미남’이란 편견에 갇히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