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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이즘의 창시자 후고 발(Hugo Ball)의 <시대로부터 비행: 다다 일기>를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구절이다. “우리가 취리히 슈피겔가세 1번지에 카바레 볼테르를 갖고 있었을 때, 그 맞은편, 그러니까 슈피겔가세 6번지에,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울랴노프 레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저녁 우리의 음악과 소음을 들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그것들을 즐겼을지, 혹은 거기서 뭔가를 취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반호프슈트라세에 갤러리를 열었을 때, 그는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뻬쩨르스부르크로 갔다. 표시와 제스처로서 다다이즘은 볼셰비즘의 반대일까?”
카바레 볼테르의 레닌?
1916년 유럽은 1차대전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이성의 진보가 결국 기계화한 대량살상으로 이어지자, 유럽대륙은 ‘부르주아 사회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염세적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이때 전쟁을 혐오하는 일군의 예술가들이 중립국인 스위스의 취리히로 모인다. 자신을 ‘다다이스트’라 칭한 이들은 매
[진중권의 아이콘] 지금 이곳의 묵시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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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홍콩영화 팬이라기보다는 할리우드 키드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영화와 장소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80년대와 90년대를 십대, 이십대로 통과한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이 책을 쓴 사람은 <씨네21>의 주성철 기자다. 홍콩영화 전문가로는 한국 최고이고, 그런 이유로 그 누구보다 홍콩을 출장으로, 여행으로 자주 찾는다. 글보다 얼굴로 인기를 긁어모으고 있다는 점은 홍콩영화 배우 같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왜 저자 사진을 싣지 않았는지 원통하다). 홍콩에 갈 때마다 “(그 영화 속) 거기가 어디였나요”라고 묻고 싶었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어떤 장소를 보며 “아, 그 영화 뭐였지?”하며 답답해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 좋은 놀람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연 깊었던 장소는,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이 ‘이곳에 서면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홍콩의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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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나온 SF 가운데 가장 입담 좋다고. 시리즈 1부 <노인의 전쟁>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유쾌한 노인 군인 존 페리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2부 <유령여단>을 펴는 순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근심 많은 복제인간 재러드 디랙이 새 주인공이다. 디랙은 인류를 배신한 과학자 부탱의 마음속 비밀을 캐기 위해 부탱의 유전자와 뇌를 완벽하게 복제해서 만든 존재. <인셉션>처럼 꿈에 침입해 기밀을 빼내는 대신, 인간의 정신을 복제해서 비밀을 알아낸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그런데 뇌가 같으면 오리지널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가? 오리지널 인간이 배신자가 되었으니 복제 인간도 배신자가 될까? 결국 복제 인간은 ‘짝퉁’에 불과한 걸까?
지은이는 디랙이 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을 문학사적 지식을 동원하여 재치있게 그려나간다. 디랙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자신을 괴물의 입장에 세워보는가 하면, 프루스트의 마들렌마냥 검정 젤리
[도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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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정적이었던 게임 행위를 동적 행위로 뒤바꾼 게임기의 혁명, ‘그’ 닌텐도 Wii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임이란 그저 TV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앉은자리에서 오로지 손가락의 움직임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선입견. 게임 플레이어의 그런 모습을 깨버린 것이 Wii다. Wii의 등장 초기, 유명 연예인이 나와 허공에 손짓, 발짓하는 TV CF(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게임 방식에 전세계는 환호했고, 닌텐도 Wii는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렸던 콘솔 게임기 서드파티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삼파전으로 콘솔 게임시장을 바꾸는 기염을 토했다.
하드웨어 한계 있던 Wii의 단점을 극복
그렇게 몇년간 닌텐도 Wii는 콘솔 게임계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게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킬러타이틀, 하드웨어의 한계, 확장성 등의 문제로 스스로 한계에 봉착한다. 킬러타이틀은 게임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게임 출시로 콘솔 게임기의 하드웨어 판매가 좌우
[디지털] 콘솔 게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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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 역으로 6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이나영이 오늘 밤 첫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망자 Plan.B>는 일본 오사카를 비롯, 중국 베이징, 필리핀 마닐라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 등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 로케를 진행했으며,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드라마 <아일랜드> 이후 6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이나영은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강도 높은 액션 장면들을 공개하며 눈길을 집중 시켰다. 특히 예고편 영상을 통해 선보인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능숙한 액션 연기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나영은 계단 난간에서 선보인 위험천만한 액션 장면은 물론이고 우산을 이용한 날렵한 액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기대감을 증폭 시켰다.
지난 27일 진행된 <도망자 Plan.B>의 제작 발표회 현장
이나영, 6년 만에 <도망자 Plan. B>로 브라운관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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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탤런트 전광렬이 '제빵왕 김탁구'를 마치자마자 메디컬 드라마 '헤븐'에 합류한다.박신양과 김아중이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헤븐'에서 전광렬은 대학 법의학 연구소장을 지내다 권력과 손을 잡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에 오르는 야심가 이명한 역을 맡았다.주인공인 천재 부검의 윤지훈(박신양 분)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인물이다.제작사 골든썸은 28일 "이명한은 위선과 위법적 행위들을 합리화시키는 역할이지만 국내 법의학계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도 가진 강한 캐릭터"라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야망을 극대화한 인물로, 전광렬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이고 공감 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헤븐'은 11월1일 첫 촬영을 하며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pretty@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
전광렬, 드라마 '헤븐'서 국과수 소장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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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의 '거북이걸음'이 월화극 판도에 무시못할 변화를 주고 있다.29일 TNmS에 따르면 '성균관 스캔들'은 10회가 방송된 전날 시청률 10.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대 시청률에 진입했다.절대적인 수치에서는 여전히 미약한 성적이지만 이 같은 '성균관 스캔들'의 '거북이걸음' 성장은 '동이'의 하락, '자이언트'의 성장과 보조를 맞추며 월화극 경쟁 구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지난달 30일 7.7%로 출발한 '성균관 스캔들'은 매회 소폭이나마 조금씩 시청률이 상승해 지난 27일에는 9.8%까지 올랐다.반면, 이 시간대 맹주였던 MBC TV '동이'는 최근 시청률 하락세에 들어가 28일 한달 만에 다시 SBS TV '자이언트'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줬다.이날 '자이언트'는 24.9%, '동이'는 23.6%였다.20회로 기획된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 시대 최고 두뇌들이 모인 성균관을 배경으로 남장 여자 유생 김윤희(박
'성균관 스캔들' 10회만에 두 자릿수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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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리바이벌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몇몇은 이미 신물이 좀 났을 거다. 솔직히 말해 최근까지 80년대 리바이벌을 표방하고 나온 뮤지션 중에 진정한 80년대 아우라를 음악 속으로 가져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파워숄더 재킷과 형광색 레깅스를 걸치고 뿅뿅거리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넣는다고 다 80년대가 되는 건 아니란 소리다. 맨체스터 출신의 듀오 ‘허츠’는 좀 다르다. 이들의 음악은 확실히 80년대 뉴로맨틱스의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뉴웨이브와 뉴로맨틱스에 90년대 브릿팝(좀더 자세히는 플라시보와 맨선)과 매드체스터(좀더 정확히는 해피먼데이스와 스톤 로지스)의 영향력까지 끌어들인 뒤, 90년대 미니멀리즘(좀더 명확히는 질 샌더와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의 이미지로 자신들을 단장한다. 깔끔하고 대담한 능력이다. 싱글로 발매된 <Better Than Love>와 <Wonderful Life>도 좋지만 카일리 미노그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Dev
[추천음반]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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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전형적인 클럽튠이다. 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과정이 만든 작품이다. 대규모 아레나로 진출했던 언더월드는 거꾸로 작은 클럽으로 갔다. 록팬의 기호까지 섭렵하던 과거와 작별하고 플로어의 보편적인 파티피플에만 집중한다. 오랜 세월이 그들을 너그럽게 만들었나, 오랜 부침이 그들을 겸손하게 만들었나. 프로디지라면 섭섭하게, 케미컬 형제라면 반갑게 여길 결과물.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일단, 이 앨범에 ‘몽환’은 없다. 따라서 ‘환각’ 역시 없다. 이 앨범은 일렉트로 팝에 가깝다. 더 팝적으로 바뀌었고, 더 밝아졌으며 더 쉬워졌다. 언더월드의 변신 혹은 변절(?)을 책잡을 수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바뀐 음악들이 나쁘지 않다. 영민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월.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
일단 플레이와 함께 시작되는 두근두근 비트와 유려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첫곡만 그런 게 아니다. 아침 조깅처럼 적당한 속도의 비트
[hot treack] 더 팝적으로, 더 달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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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4일/16번지/02-722-3503
멜로라 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히치콕의 여인들이 생각난다. 고전적이고 신비로운, 그러나 어쩐지 무슨 일을 겪을 것만 같은 여인들 말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미스터리나 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그런 요소들을 클래식한 여성 캐릭터와 함께 접목시킴으로써 독특한 느낌의 회화를 만들어낸다. 과연 전시의 부제처럼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작품들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쿤의 신작과 함께 19세기풍의 사진 부스를 설치해 작가가 직접 만든 의상을 관람객이 입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도 마련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 건 멜로라 쿤의 내한 소식이다.
[전시] 멜로라 쿤 개인전: The Edge of a 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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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까지/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출연 문근영, 엄기준, 최광일, 배성우, 진경, 박수민, 신다은, 이재호, 박노아(언더스터디)
02-764-8760
소문난 잔치에도 먹을 것은 있었다. 문근영이란 이름표에 한바탕 티켓 파란을 일으킨 연극 <클로져>. 동명 영화로도 개봉된 패트릭 마버의 1997년 런던 초연작이다.
“Hello, stranger!”. 극의 첫 대사처럼 연극 무대가 처음인 문근영의 시작은 낯설다. 하지만 국민여동생의 귀여운 이미지는 도발적인 캐릭터와 겹쳐 문근영만의 앨리스를 만들어낸다. 결국 과감한 노출, 성적인 대사, 남자를 유혹하고 질투에 허우적거리는 문근영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배우 문근영은 관객과 호흡하면서 한 걸음 성장한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래리. 클라이브 오언이 연기한 영화 속 래리보다 좀더 현실적이며 거칠고 유쾌한 인물로 묘사된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흐르던 연극은 마지막 결말을 달리한다. 영화와 다른 이 결말이 궁금하
[공연] ‘무대가 좋다’ 두 번째-연극 <클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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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도망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도망자 플랜 비'는 돈과 여자를 밝히는 탐정 지우(정지훈)에게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진이(이나영)가 찾아와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의문의 인물 '멜기덱'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9월 29일 밤 9시 55분 첫방송 된다.
[도망자]정지훈 vs 다니엘 헤니, 이나영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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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전
10월31일까지/롯데갤러리 본점/02-726-4428
“견고하다고 믿고 밟고 서 있는 이 땅이 갑자기 물렁물렁해지고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할 때 느끼는 당혹감은 정말 아찔하다.”
‘마술적 사실주의’로 유명한 <보르헤스 문학전기>의 한 구절이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이 문장이 생각난다. 마치 민족적으로 내재된 유전자처럼 라틴아메리카의 예술가들은 사실을 사실 같지 않게 작품에 담아내는 재주가 있다.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전>은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눈이 몽롱해지는 전시다. 자국에서 거장으로 손꼽히는 페르난도 보테로(콜롬비아), 카를로스 콜롬비노(파라과이), 이그나시오 이투리아(우루과이)의 (국내) 미공개작이 소개되는데다 새롭게 발굴돼 주목받고 있는 라틴의 젊은 작가들- 오스발도 에레라 그라함, 페르난도 토레스, 모니카 사르미엔토 등 9명- 의 작품 70여점을 모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눈길이
[전시] 마법 같은 그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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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개막작 <피스>에는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폐암에 걸려 죽어가는 독거노인이 담배를 입에 물며 문득 전쟁 때의 기억을 꺼내는 순간이다. 그는 사람 목숨이 엽서 한장 값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때 그가 입에 문 담배의 이름이 ‘피스’(평화)다. 감독 소다 가즈히로는 사회복지 봉사활동을 하는 그의 장인어른을 좇다가 문득 이 독거노인을 만나고 이 장면을 찍었다. 하지만 운이 좋아 그런 것이 아니다. 소다 가즈히로의 다큐에는 어떻게 이런 장면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찍어냈을까 하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그 과정에 관해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리는 파주출판단지에서 그를 만나 들었다.
-<피스>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DMZ다큐멘터리영화제쪽에서 평화와 공존에 대한 주제로 단편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처음에는 세명의 감독이 같은 주제로 옴니버스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중 한편으로 기획된 거라 알고 있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장편이
[소다 가즈히로] 도약과 즉흥의 즐거움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