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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아래> Under the Hawthorn Tree
감독 장이모 / 홍콩, 중국 / 2010년 / 115분 / 개막작
흥미로운 장면 하나. 문화혁명기의 중국, 집에서 하방 근무지로 돌아온 징치우(주동우)는 자신을 기다리던 라오산(더우샤오)과 함께 밤길을 걸어 숙소로 간다. 개울가를 건널 때, 라오산은 징치우의 손을 잡으려 하지만 징치우는 수줍게 거절한다. 라오산은 자그마한 나무 막대기를 잡아 징치우에게 내민다. 두 사람은 각기 나무 막대기의 양 끝을 잡고 개울을 건넌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침내 손을 잡는다.
장이모 감독은 문화혁명기 순박한 두 청춘의 사랑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로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걷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졌을 때 비극은 싹 턴다. 이처럼, 장이모 감독은 징치우와 라오산의 사랑을 통해 순수의 시대를 꿈꾼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사회의 변화된 환경 때문에
젊은 남녀의 두근거리는 첫 사랑의 감정 <산사나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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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로 향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뒤를 따랐다. 그는 스탭들이 있는 사무실을 찬찬히 살펴보며 걸었다. 올해 행사를 끝으로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난다. 퇴임이란 단어와 스탭들을 살피는 그의 뒷모습이 묘하게 겹쳤다. 하지만 정작 그는 퇴임을 실감할 새가 없는 듯 보였다. “특별한 느낌은 없다. 평상시처럼 게스트 명단과 필름수급 때문에 바쁠 뿐이다. 영화제가 끝난 다음에야 뭔가 실감이 날 것 같다.” 당장은 영화제가 더 중요할 것이다. 아직은 퇴임의 감회보다도 열다섯번째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부와 기대를 더 많이 들어야 할 때다.
- 영화제 준비와 퇴임 준비를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영화제 기간 안에 치뤄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내는 책 <세계 영화제 기행>의 교정을 끝내야 했고 사진전과 관련한 준비도 해야 했다. 그런 마무리 작업이 더 바빴던 것 같다.
- 김동호 집행위원장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부는 어떻게 꾸려지나.
= 아
“퇴임 뒤에도 한국영화 홍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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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조영정 아시아 프로그래머 추천작
<대지진> Aftershock
펑샤오강/ 중국/ 2010년 / 128분/ 아시아 영화의 창
당산 대지진은 1976년에 발발한 대자연의 재앙이다. 영화는 대지진을 배경으로 가족의 상처와 회복을 기록한다. 펑샤오강은 바늘 자국 없는 편집과 호흡의 강약 조절로 지루하지 않는 드라마를 완성한다. 당산 대지진은 가족을 조각낸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것은 남편을 잃고 가족 관계의 균열을 은유한다. 자연 재해에 인간의 안전과 행복이 파괴되고 위협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행복과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올해 중국 최고의 화제작. 흥행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의 대상이다.
<아들의 연인> Memories in March
산조이 낙 / 인도 / 2010년/ 104분 / 뉴커런츠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통한 사건을 접한 뒤, 아들의 동료와 아들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사
강추! 이 영화 놓치면 후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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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했다. 부산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영화제 기간과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전 날짜가 겹쳐질지도 모른다 했다. 개막식을 이틀 앞둔 5일 저녁, 끝끝내 (사실상 일찌감치) 롯데가 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해운대의 날씨는 청명하고도 쨍쨍했다. 개막식이 진행될 해운대의 따사로운 햇살은 어젯밤 어느 팀을 응원했던 것일까?
전날의 비보에도 불구하고 개막을 앞둔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스탭과 자원봉사자, 음향 및 무대설비 업체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태풍 때문에 개막식을 앞두고 노심초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날씨도 화창해서 모든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개막식이 진행될 무대와 레드카펫 설치는 해당 업체 관계자들의 몫이지만, 장장 5,000석 정도의 의자를 비치하는 것은 영화제 스탭 및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어림잡아 30여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트럭에 한 가득 실린 의자탑(?)을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씩 분리해 열을 맞춰 펼
[화보] 우당탕탕 두근두근 영화제야,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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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영화제 정시 입장이 완화됩니다.’ 트위터에 올라온 부산국제영화제의 멘션에 ‘반가운 소식’, ‘진작 그랬어야 했다’등과 같은 환영의 RT가 줄을 이었다. 그러니까 영화 상영이 시작된 이후 일정 시간 이내에도 상영관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강성호 사무국장은 “몇몇 블로그에서는 여전히 영화제의 엄숙주의를 강조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면서 “중요한 건 영화제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 시간에 도착한 관객이나 늦게 온 관객이나 관람권이 소중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늦게 온 대가는 치러야 한다. 다른 사람의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원래 예매한 자신의 자리 대신 스크린 앞쪽에 있는 게스트석이나 복도에 앉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영화제측이 15년 만에 어깨에 힘 좀 뺀 결단을 내렸다.
[BEHIND PIFF] 정시 입장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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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려고 했다. 20년전 고등학교 3학년 말쯤의 일이다. 나는 충남 공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졸업을 얼마 앞두고부터는 서울에 올라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날 신문에서 우연히 한 광고를 보았다. 부산대학교 후문쪽에 있는,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극단에서 배우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할 때였지만 무작정 기차에 올라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어쩌면 입시의 압박에서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이 아니라 저 먼 부산,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자 했다. 평생을 무명배우로. 왠지 그게 멋있어 보였다.
다섯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혼자서 부산에 도착했다. 물어 물어서 부산대학교 후문을 찾아갔다. 비가 몹시 내리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부산대 후문 근처에 있다던 그 극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문광고에 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고, 주소지로 되어 있는 곳을 찾아 헤맸지만 극단은 없었다. 신문
부산대 뒷골목을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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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영화를 눈여겨 봐주세요.” 부산영화제의 월드시네마를 담당하고 있는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올해 월드시네마의 주력 아이템으로 주저 않고 중남미 영화를 꼽는다. 베를린, 칸 등 해외유수영화제에서도 중남미 영화의 저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중남미 작품만 75편의 월드시네마 중 총 10편에 달한다. <거짓말의 바다속 초상들> <킹가스의 두 번째 삶> <사랑없이 못살아> <태양아래 잠든> 등은 특히 추천작.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를 비롯한 국가의 영화들이 소개되는데, 대부분 심령과 환상, 판타지의 색채가 강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작년부터 관심을 두고 추진해 온 아프리카 영화들도 올해는 부쩍 늘었다. 아프리카에서 제작한 영화를 비롯, 합작영화, 아프리카가 배경이 되는 영화가 6편 상영된다. 모잠비크를 무대로 한 <플라밍고의 마지막 비상>과 부산영화제에 첫 소개되는 우간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역동성 느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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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베니스 영화제에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출품했던 장이모를 공식기자회견에서 봤을 때 그는 피로해보였다. 영화제 폐막이 며칠 남지 않은 날, 에밀 쿠스트리차가 리드하는 밴드의 특별공연을 즐기는 그를 멀리서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위치와는 달리 퍽 외로워보였다. 첸카이거와 함께 중국 5세대 영화감독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데뷔작 <붉은 수수밭> 이래 그때까지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중국정부의 견제를 받았다. 과거의 역사를 화려한 형식으로 재해석한 그의 영화는 중국정부로부터는 체제비판적이라는 지적을, 동아시아권 평자들로부터는 오리엔탈리즘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을 들었다. 무엇보다 그는 중국 본토에서 소외된 예술가였다. 서구의 자본으로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찍는 그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찍기 전까지 제대로 작품을 중국 인민들에게 공개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후배들은 지하전영이라고 불리는, 언더그라운드 제작 형태로 작
순수의 시대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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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映都) 부산의 가장 큰 축제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7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배우 정준호와 한지혜의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는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의 장이모우 감독을 비롯해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와다 에미 음악감독, 플래시포워드 심사위원장인 존 쿠퍼 미국 선댄스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아오이 유우, 탕웨이, 정우성, 원빈 등 국내외 많은 영화인들이 자리를 빛낸다.
올해 영화제 상영작은 67개국 총308편으로 지난해의 70개국 355편보다 다소 줄었다. 그러나 세계 최초 상영작인 월드프리미어와 자국 밖에서 첫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각각 103편, 52편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영화제의 화두는 “지난 15년간의 성장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퇴임을 기리는 사진전 ‘
해운대 밤하늘에 영화가 피어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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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의 트로피가 39년만에 돌아온다. 지난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제4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여우주연상 트로피다. 당시 윤여정은 사정상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고.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상영되는 <하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윤여정은 오는 10월8일에 있을 <하녀>의 GV시간에 김동호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트로피를 직접 전달받을 예정이다. 영화 <화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윤여정, 39년만에 트로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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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작년에 이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영화로 제작했다. ‘귀로 듣는’ 화면해설 영화는 <시> <의형제>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잔인한 계절> 총 4편이다. 80명이 동시에 화면해설영화를 들을 수 있는 FM송수신기를 구비해 영화를 관람하러 온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며, 이를 사용하면 라디오처럼 내레이션을 들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화면해설영화의 관람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은 해당영화를 예매한 후, 관람 20분전에 상영관입구에서 무선수신기를 받고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영화를 관람하면 된다. 한편, 내년 영화제 기간에는 ‘장애인전용 상영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문의: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051-749-9527).
시각장애인 위한 화면해설영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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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온 귀한 손님이 부산을 찾는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열리는 <태국의 밤> 행사에 태국의 우볼라타나 라자칸야 공주가 공식 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해 참석할 예정. 우볼라타나 공주는 오는 10월에 개봉하는 <나의 베스트 보디가드>에도 출연한 바 있는, 태국영화산업 발전의 전폭적인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에는 태국 영화산업의 산업구조 및 잠재력을 알릴 수 있는 소규모 전시회와 프레젠테이션 등은 물론,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화려한 무대도 마련되어 있다고. <태국의 밤> 행사는 10월 10일 저녁 6시에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국 공주 <태국의 밤> 행사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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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마트폰으로 부산영화제를 즐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세계 영화제 중 최초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부산영화제 어플에는 상영작과 행사 스케쥴, PIFF 공식 트위터 등의 메뉴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영화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상영작을 예매하고 그 내역을 조회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부산을 처음으로 방문한 길치라면? 걱정은 붙들어매시길.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어플을 통해 해운대와 남포동 상영관과 행사장 정보를 GPS 지도와 증강현실로 제공받을 수 있다. 부산영화제 어플은 먼저 부산영화제 온라인예매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동일한 아이디로 사용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PIFF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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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최고의 예매속도다.” 운영진에 따르면,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6일 현재, 이미 주말 상영작뿐만 아니라 주중상영작까지 인터넷 예매분량이 거의 동이 났다. 이미 지난 9월 27일,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는 18초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1분대를 기록했다고. 예매속도가 증가된 이유는 예매시스템의 개선 때문인 듯 보인다. 지난해까지는 좌석을 지정한 후 결제를 완료해야만 예매가 종료됐지만, 올해부터는 좌석 선택만으로 예매가 종료된다. 또한 예매가 가능한 부산영화제 스마트 폰 어플도 예매량 증가에 한 몫을 했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은 현장구매를 노려야 할 상황이다.
한편, 상영시간이 변경되거나 취소된 영화가 있다. 10월14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에서 상영 예정이었던 <3분>과 10월10일 저녁 7시30분에 상영 예정인 ‘스크린의 영원한 불나비, 김지미’는 취소됐다. <
눈 깜짝할 새 매진, 매진,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