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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별들로 가득한 해운대 밤하늘이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힘차게 발을 디딜 때마다 수많은 영화팬들은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성으로 보답했다. 특히, 이번 레드카펫은 배우들의 단순한 패션 경연장이 아니었다. 올해로 퇴임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에게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레드카펫이었다. 그가 등장했을 때 자리에 앉아있던 배우들은 기꺼이 ‘김동호의 친구들’이 되어주었다. 지금부터 그 화려했던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의 기록을 공개한다.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의 장이모 감독, 주연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영화 상영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작 <번개나무>로 부산을 찾은 아오이 유우의 환한 미소야말로 신의 선물이 아닐까?
그녀의 화려한 미소에 관객들도 흐뭇해진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 출연한 탕웨이.
올해 회고전이 열리는 배우 김지미, 그리고 강수연
[개막식 화보] 아름다운 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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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Mandoo
에브라힘 사에디/이라크/2010년/90분/아시아영화의 창
<만두>는 포스트 이라크전을 다룬다. 후세인의 폭정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 간 쉬란은 헤어졌던 삼촌을 만나 이라크로 돌아온다. 쉬란의 가족과 삼촌은 그들의 고향인 이란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에 오른다. 그러나 여정은 험난하다. 고속도로에서 폭탄이 쉴새없이 터지고, 검문검색 과정에서 인정사정없는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여기저기 사상자가 속출한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이 풍경, 이라크에서는 일상이다. 물론 전장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남아 있다. 도로 한가운데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가 고장나 더이상 갈 수 없는 사람들을 태워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관객은 차 뒷좌석에 앉은 삼촌의 눈에 비친 풍경을 그대로 본다. 카메라의 눈이 삼촌의 눈이요, 또 관객의 눈이다. 삼촌이 조카와 승강이를 벌이는 경비대를 향해
전쟁의 참혹함 절실하게 전달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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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The Silence
바란 보 오다르 / 독일 / 2010년 / 118분 / 월드 시네마
13살 소녀의 갑작스런 실종사건. 시나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사라진 장소는 공교롭게도 23년 전 또래의 소녀 피아가 강간당한 뒤 살해된 곳이다. 시나카도 피아와 같은 끔찍한 일을 겪은 것일까? 당시, 피아 사건을 조사했던 은퇴한 형사 크리스찬은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직감해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다. 범인검거에 실패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그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성폭행 살인사건에 관한 본격적이고 정성스런 질문.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불안에 떠는 시나카의 부모는, 23년 전 딸을 잃고 아픔의 세월을 살아온 피아 부모의 고통과 함께 평행선상에서 오버랩된다. 스위스 태생의 바란 보 오다르 감독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침묵>을 연출했다. 끔찍한 사건을 기술하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말초적인 보여주기와는 거리가
파멸된 가족들의 심리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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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트라파> Chantrapas
오타르 이오셀리아니/프랑스, 그루지야/2010/122분/월드 시네마
살아 있는 마지막 거장. 어째 좀 흔하고 관습적인 헌사라 조금 지겹다. 그래도 오타르 이오셀리아니라는 이름 앞에 관습적인 헌사를 붙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오셀리아니는 전설적인 도브첸코로부터 영화를 배웠고, 타르코프스키나 파라자노프와 한데 묶여서 설명되곤 하는 거장이다. <샹트라파>는 늙은 거장의 자전적 회고라 할 만한 코미디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푹 빠져 있던 주인공 니콜라는 성장해서 영화감독이 된다. 그루지야의 정치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들이 계속해서 당국에 검열당하자 그는 어린 시절의 절친인 바르바라의 도움으로 파리로 망명한다. 물론 파리라고 다를 건 없다. 그루지야에서의 영화들이 이념에 의해 검열당했다면 파리의 영화들은 자본의 논리에 검열당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니콜라는 이오셀리아니 자신을 반영한 인물로, 그 역시 1982년작 <전원>의
시네마에 바치는 유쾌한 와인 <샹트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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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렛> Toilet
오기가미 나오코 / 2010 / 109분 / 35mm / 일본,캐나다 / 아시아 영화의 창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레이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겨버린다.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레이는, 이제 함께 살아야 하는 철없는 동생들과 무뚝뚝한 (게다가 동양인) 할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혼자 지내는데 너무나 익숙한 레이에게는 아침마다 가족들과 화장실을 함께 쓰거나, 같은 식탁에서 한꺼번에(?) 식사를 하는 생활이 불편할 뿐이다. 급기야 레이는 하루 종일 눈물만 보이는 유약한 동생들과 한 마디 말도 없이 생활비만 건네주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자신이 정말로 이들과 피가 섞인 가족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토일렛>의 주인공들이 사는 집은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가족이란 이름 아래 끝끝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들이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려고 노력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공간 <토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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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두려워마> BI, Don't Be Afraid
판당디/베트남,독일,프랑스/2010년/92분/아시아영화의 창
할아버지가 하노이로 돌아오기 전까지 ‘비’의 집안은 평화로웠다. 아버지는 얼음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집안일로 항상 바빴다. 선생님인 누나는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갔다. 여섯살의 비 역시 아버지의 얼음 공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게 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가 거동이 불편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존재는 식탁에 수저 하나 추가한 것 이상이었다. 가족 구성원의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다툼이 잦아지고, 그들의 일상은 조금씩 뒤틀리게 된다.
<비, 두려워마>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외부인인 할아버지의 합류로 가족의 일상과 질서가 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가족드라마다. 베트남의 신예 판당디 감독은 ‘비’의 눈을 빌려 인물의 작은 행동 변화까지 포착한다. 덕분에 이야기는 가족의 균열이
가족의 일상과 질서가 변하는 과정 <비, 두려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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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바다 속 초상들> Portraits in a Sea of Lies
카를로스 가비리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2009년/90분/월드 시네마
소녀 마리나는 알코올중독인 할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산사태로 할아버지가 죽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석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버는 사촌 하이로는 오갈데없는 마리나에게 함께 떠날 것을 종용한다. 바로 마리나의 기억을 토대로 수년 전 떠나온 고향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집문서를 찾기 위해서다. 실어증과 기면증을 앓는 마리나는 여행 중 잊고 있었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과 직면한다.
표면적으로는 마리나와 하이로가 고향집을 찾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지만, 영화는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내전으로 상처받은 콜롬비아인들의 고통스런 현재다. 카를로스 가리비아 감독은 이 수난사를 얼버무려 말하려 하지 않는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기술 속에는 난민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성에
콜롬비아인들의 고통스런 현재 <거짓말의 바다 속 초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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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케플러의 세계는 팽창 중> Ollie Kepler’s Expanding Purple World
영국/2010년/86분/플래시 포워드
우주에 관한 농담이거나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선문답이거나. ‘거칠다’라는 단어의 이중성을 잘 보여주는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로맨스부터 성장, 코미디까지 정적인 내러티브의 생각가능한 모든 장르를 훑고 지나간다. 반면 어떤 장르의 전형과도 닮지 않은 일종의 실험적 활력을 보여주는데, 매끄럽고 관습적인 연출을 포기한 대신 얻은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형식이 실로 주목할 만하다.
주위로부터 인정받는 웹 디자이너 올리 케플러는 천문학 광으로 모든 것을 우주의 성질에 빗대어 사유하는 버릇이 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는 사랑의 광기와 우주의 팽창에 관한 여러 가지 유사점을 늘어놓으며 점점 스스로 창조해낸 우주적 심연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점점 팽창하는 그의 세계는 크기의 문제가 아닌 밀도의 문제에 봉착하는데, “낫딩 이즈
우주에 관한 아이러니한 농담 <올리 케플러의 세계는 팽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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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Lou
벨린다 차이코/ 오스트레일리아/ 2010년/ 80분/ 플래시 포워드
다소 특별한 방식으로 성장의 통과의례를 치른다는 점에서 제인 캠피온의 데뷔작 <스위티>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세상의 모든 소녀와 소년은 자라고 그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간다. <루>의 주인공 루는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와의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 어른들의 세계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루는 자기 또래의 소년은 아이로 여기고, 가든파티에 가서는 몰래 음료에 술을 조금 섞기도 하는 당돌한 소녀다. 루는 싱글맘인 엄마의 히스테리가 남자친구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곧 거리로 나앉아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집안 사정이 안 좋다는 것도 안다. 돈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는 궁여지책으로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오고, 자기 방을 내주게 된 루는 할아버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루를 죽은 자신의 아내로 착각하는 등
한 소녀가 상처를 치유하고 성숙해지는 이야기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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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영화관> My Spectacular
루양/ 중국/ 2010년/ 120분/ 뉴 커런츠
영화는 ‘보는’ 것이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을 ‘관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시각을 잃은 맹인의 영화 감상은 단지 소리만을 듣는 것일까? <맹인영화관>이라는 독특한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영화는 영화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불법 DVD를 판매하던 첸유는 경찰에 쫓기다가 우연히 극장으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곳의 관객들이 모두 맹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첫사랑이 시력을 잃자 영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영화관 주인 가오는 떠나간 아내에 대한 사랑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수지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첸유는 영화관에 잠시 머물며 영사기사 일을 보기로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들 한명 한명의 사연도 알게 되고 이들이 영화를 체험하는 방식도 이해하게 된다. 이곳의 관객들은 가오가 설명해주는 영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관에 오는 것을 즐거워한
영화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맹인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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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연인> Memories in March
산조이 낙/ 인도/ 2010년/ 104분/ 뉴 커런츠
교통사고로 졸지에 아들을 잃은 엄마는 장례식을 치루고 그의 아파트에 머물며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사고가 났던 곳에도 가보고 아들이 다니던 광고회사도 찾아가면서 엄마는 진정한 이별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첫날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아들의 회사 동료 샤하나와 아들이 연인관계였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던 엄마는 그녀로부터 뜻밖의 진실을 듣게 된다. 아들의 연인은 상사 아르놉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10살이나 많고 직위도 높은 아르놉이 아들을 유혹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상치 못한 연인에 대한 엄마의 편견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짐작한대로 이 영화는 엄마와 아들의 게이연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차별을 준 건 아들과 아르놉이 공유한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 <아들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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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고 참담했던 부안 ‘방폐장’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게 적잖이 눈물과 아쉬움으로 되짚곤 하는 지난 참여정부 때 일어났다면 믿겠는가? 비록 주민의 힘으로 ‘방폐장 계획’은 몰아냈지만, 어줍지 않게 경주로 간 ‘방폐장 현실’은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정작 부안 사람들, 무엇보다도 방폐장이 들어설 뻔 했던 위도사람들 머리와 마음, 그리고 피 속에 남은 서로 갈리고 나뉘어 싸우고 부딪쳤던 흉터와 응어리는 또 어쩔 것인가? 잘못된 제도나 정책이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이른바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벌이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니 당하고도 절절하게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또 견디다 못해 맞서고 부딪쳐보려고 나선 사람들이 흔히 뉴스나 힘 가진 이들이 손가락질 하듯이 꾼들이 아니라 여느 사람들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 그러니 어느 새 까맣게 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그 바람에 4대강 사업 같은 ‘방폐장’ 못지않은 대재난을 나 몰라라 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문명의 작은 촛불 <야만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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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무엇인가? ‘폭도’들의 난동인 ‘광주사태’인가? 그 덕에 이룬 민주화 열매로 꾸며 기린 ‘광주 민주화 운동’인가? 아니면 당사자들이 고통스럽게, 그렇지만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함께한 나눔의 세상’인가? ‘일상’이면서도 어느새 ‘타자’가 돼버린 살아남은 사람들의 ‘욕’이며 ‘업보’인가? 이 영화는 당시 광주에 함께 했던 ‘민초’들인 구두 닦는 아저씨, 자장면 집 아저씨, 꽃집 아저씨, 시장 아줌마들, 계엄군 출신 어느 대안학교 목사, 신부 같은 사람들의 담담하고도 절절한 기억과 오늘의 삶으로 그 답을 찾아간다. 어느새 30년이 지나 색 바랜 사진첩 같은 기억을 하나하나 조각보처럼 꿰고 이으면서 말이다. 배우지도 가지지도 못한 사람들이 나서 만든 나눔의 공동체, 신념과 이념이 아니라 불의에 대한 항거였단다. 강도도 도둑도 휴업하고 하나 된 세상, 여고생도 아줌마들도 밥 짓고 주먹밥 만들어 나누던 날들이었단다. 그 때 죽어간 사람들 뿐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감독 자신의 광주에 대한 사랑 <오월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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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이색적 강연이 마련됐다. 영화사에 얽힌 뒷이야기를 각종 영상자료를 참조해 풀어가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이야기’다. 올해는 아시아영화 전문가인 토니 레인즈와 이란 감독 아미르 나데리가 강연을 맡았다. 10월12일, 오후 8시 그랜드 호텔 중원에서는 토니 레인즈가 ‘중국영화의 비밀스러운 역사’란 주제로 강연하며, 다음날인 13일에는 아미르 나데리 감독이 ‘흑백에서 컬러 시대로의 전횐기, 영화미학의 변화 - 한국과 일본영화를 중심으로’를 같은 장소에서 강연한다. 입장료는 무료다.
인터넷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부산영화제가 콜센터(1666-9177)를 운영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콜센터는 한국어와 영어로 모두 이용 가능하며 영화 예매와 행사 안내 외에도 부산지역의 교통, 숙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와이드앵글 부문 상영작인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커밍아웃 파티가 8일(금) 저녁 10시 호프집 샤델리
[한줄뉴스] 부산영화제에서 열리는 이색 강연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