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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한국영화를 지켜보면서(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를 포함하여) 반복적으로 떠올렸던 말은 폭력과 현실이었다. 8월에 극장가를 달궜던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때문만은 아니다. <이끼>가 건드리고 있는 공동체 속에 은폐된 폭력의 문제는 여러 영화에 고루 분산되어 있다. <시>는 미자라는 60대 여성이 경험하는 순수(시)와 폭력(자살) 사이의 문제를 보여준다. 새롭게 소개되는 박수영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부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의 실종과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영화를 이끄는 긴장감의 두 축이다.
폭력이 등장하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은 ‘윤리’이다. <이끼>의 주인공 류해국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근거, <시>의 미자가 손자를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었던 결단의 순간이야말로 윤리의 지점을 이룰 것이다. 2
고맙다,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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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최고의 노래방, 사직구장
꼴데 자이안쓰, 지금 가을야구 하고 있다 아이가. 맹색이 구도인데 사직구장에 안 가볼 수 없재? 영화제 흥행 최대의 적이라꼬? 뭐 어쩌라고? <부산갈매기>를 3만명이 떼로 부르는 광경을 직접 보면 영화는 시시해질 끼다. 문제는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는 건데…. 쩝.
2. 다대포, 송도, 송정 해변가
광안리, 해운대 말고도 갈 해변가가 많다. 부산 서부권을 대표하는 다대포, 송도 해변가는 올해 새롭게 변신했단다. 해운대와 가까운 송정 해변가도 있다.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니 “오빠야, 나 추워”라는 말에“가스나야 따시게 챙기 입으라고 했잖아”라고 면박주지 말고 미리 대비하자.
3. 부산의 맛, 밀면
부산 하면 밀면, 밀면 하면 부산 아이가. 부산까지 내려왔는데 밀면 한 그릇 말아먹고 올라가야재? 개금골목시장의 개금밀면, 남포동의 가야할매밀면, 국제신문사 근처의 국제밀면(에서는 비빔밀면이 쥑인다) 등 입맛대로 찾아가면
부산 몰라예? 걱정할 거 없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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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문제가 많은 시칠리아 가족
말라볼리아 가네 사람들 Malavoglia
파스콸레 시메카/이탈리아/2010년/94분/월드 시네마
말라볼리아가의 성원들은 문제가 많다. 안토니오는 가업인 어업보다 작곡에 빠져 늘 음악만 듣고 산다. 누나는 모로코 불법이민자와 사랑에 빠지고, 여동생은 돈 많은 낯선 남자와 사귄다. 그러던 중 바다에 나갔던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할아버지는 부서진 배를 고쳐 그와 남동생을 데리고 바다로 나간다.
<말라볼리아 가네 사람들>은 한 어부 가족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시칠리아의 일상과 이민자 문제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시칠리아 태생인 파스콸레 시메카 감독의 작품으로, 시칠리아 섬을 기반으로 작품을 집필, 이탈리아 진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조반니 베르그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시칠리아 섬의 아름다우면서도 건조한 풍경과 어우러진 음악은 영화의 비장미를 더해준다. 특히 안토니오의 음악과 할아버지가 읊는 옛 속담들
부산국제영화제 머스트40 - 지역타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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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탈리아 시골 예찬 코미디
어느 감독의 수난 The Passion
카를로 마자쿠라티/ 이탈리아/ 2010년/ 106분/ 오픈 시네마
이탈리아 코미디의 특징. 배경은 대개 시골이다(세련된 코미디는 토스카나 즈음이 배경이고, 좀더 왁자지껄한 코미디는 언제나 남부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뭔가 넋이 나간 듯한 남자다(베니니든 모레티든 못생겼든 잘생겼든 간에 말이다). 사람들은 호들갑스럽다(이탈리아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그 나라 총리를 한번 보라). <어느 감독의 수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상업코미디의 표본이다. 5년째 영화를 못 찍은 중년 감독 지아니는 드디어 TV 여배우의 영화 데뷔작을 찍을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토스카나에 있는 별장의 물이 새면서 16세기 프레스코화가 훼손된다. 시장과 지역 경찰은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 대신 일주일 뒤 공연할 연극 <그리스도의 고난>의 연출을 해달라고 강요한다. 이제 그는 어중이떠중이
부산국제영화제 머스트40 - 오락쾌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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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싱가포르 현대사의 한 장면
모래성 Sandcastle
부준펑/싱가포르/2010년/96분/아시아영화의 창
진실은 우연히 찾아온다. 군입대를 앞둔 혈기왕성한 열여덟살 청년 ‘엔’. 아버지 없이 자란 그는 어머니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산다. 어느 날 아버지가 쓰던 옛 컴퓨터에서 한 영상을 발견하면서 그는 아버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는 어떤 사정으로 가족과 떨어져 말레이시아에 산다고 믿고 있던 그였다. 그 영상은 1956년 10월 싱가포르 학생운동 관련 뉴스클립이었다. 그러나 가족 어느 누구도 그에게 진실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엔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싱가포르의 신예 부준펑 감독의 데뷔작 <모래성>은 아버지 세대와 단절된 한 청년을 통해 그늘진 싱가포르 현대사에 눈을 돌린다. 시종일관 뉴스클립, 사진자료로 보여주는 ‘1956년 10월 학생운동’은 영국 직할식민지로부터 벗어나려
부산국제영화제 머스트40 - 신성발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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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리엣 비노쉬의 중년 버전 <비포 선셋>
증명서 Certified Copy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이란, 프랑스, 이탈리아/ 2010년 / 106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국인 작가 밀러는 책 홍보차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과 만난다. 즉흥적으로 토스카나 교외 여행을 떠난 두 남녀는 그때부터 복제 미술품에 관해 열띤 논쟁을 펼친다. ‘진짜’와 ‘고유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하던 그들은 어느 순간 15년을 함께 산 부부의 역할놀이를 시작한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 3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그들을 사람들은 진짜 부부로 착각하고, 결국 그들의 토론 주제였던 진짜의 문제와 연결된다.
최근 디지털 작업에 골몰했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란 밖에서 만든 첫 장편영화. 예술품에 대한 진위여부를 시작으로, 결국 인간의 감정의 진실도가 측정가능한지 묻는다. 사건이 아닌 오로지 대화와 소요로만 전개되지만, 꼬
부산국제영화제 머스트40 - 거장귀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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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5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5번째 생일을 맞는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역할해온 부산영화제는 기념할 만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행사로 관객을 유혹한다. <씨네21>은 40편의 부산영화제 추천작을 엄선했다. 또한 부산영화에서 발견할 새로운 한국영화의 경향을 프로그래머를 통해 짚어보고, 부산을 찾는 스페인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내한에 앞서, 프랑코 정권 시대 스페인영화의 흐름을 홍성남 영화평론가의 해설로 살펴본다. 영화에 대한 가이드가 전부가 아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올리버 스톤 감독을 비롯해 윌렘 데포, 줄리엣 비노쉬, 아오이 유우 등 부산을 찾는 스타들을 소개하는 ‘부산을 찾는 게스트들’과 부산에 간다면 꼭 해보아야 할 ‘부산 머스트10’도 함께 수록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7일 개막하여 15일까지 열린다. 67개국 308편의 영화와 만나는 기회, 잔치는 시작됐다.
映都 부산 그곳에 영화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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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로맨스영화를 보고 나면 심장에 조그맣게 구멍이 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언가가 심장에 콕 박히고, 무언가가 콕 박힐 때 난 조그만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느낌. 구멍을 통해 환상이 새로 생겨나고 그 환상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다 마음에 작은 문양을 새긴다. 싱숭생숭하다는 말은 이렇게 심장에 구멍이 나 별별 환상을 품게 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레터스 투 줄리엣>을 보고 나면 아마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수첩을 꺼내 이런 메모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가면… 줄리엣의 하우스에 들러 줄리엣의 발코니 앞을 서성이다, 그 순간 떠오르는 옛사랑의 추억을 건져올려 손글씨로 꾹꾹 눌러 편지를 써야겠어.’
소피(아만다 시프리드)는 잡지사 <뉴요커>의 자료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지망생이다. 소피에겐 식당 개업을 앞두고 있는 약혼자 빅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있다. 함께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빅토는 자신의
사랑은 50년의 기다림이 아닌 현재다. <레터스 투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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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폴린 카엘은 <대부2>를 가리켜 “우리가 태어나기 전 부모의 모습이 어땠는지, 그들이 겪은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채워주는 영화”라고 썼다. <대부2>는 가족을 잃은 아홉살 시실리 소년 비토 콜레오네(로버트 드 니로)가 뉴욕으로 도망쳐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의 ‘대부’로 변모하기까지와 후계자 마이클(알 파치노)이 미국 최대 마피아 조직의 냉혹한 보스로 군림하는 과정을 나란히 보여준다. 인서트에 가까운 한 장면을 제외하면 총 열두 토막으로 구성된 <대부2>는 정확히 여섯 단락씩 차지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는 끝내 한 프레임에 잡히지 않는다). 성스러운 결혼식과 세례식을, 은밀한 거래 및 피투성이 학살과 교차편집하며 서스펜스를 높였던 <대부>의 시퀀스 편집 기법을 영화 전체의 구성 원리로 확대한 셈이다.
<대부2>는 ‘파트2’라고 제목을 표
<대부>가 암시하고 예고한 모든것을 보여준다<대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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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의 길로 가게 하소서. 그 속에서 시대를 변화시킬 영웅이 탄생하게 하소서.” 다큐멘터리 <희망의 별: 이퀘지레템바>의 주인공 임흥세 축구감독의 마음속엔 늘 이 기도문이 자리잡고 있다. 임흥세 감독은 성수중학교, 광희중학교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축구 선수 김주성, 홍명보 등을 길러낸 이로 이름을 떨쳤다. 그런 그가 2006년, 축구 선교를 하러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다. 2010년 월드컵 개최지인 남아공은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등의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살인과 강간, 마약과 에이즈의 위험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임흥세 감독은 고아원과 에이즈센터를 돌며 나면서부터 위험에 노출된 남아공 아이들에게 축구로 희망을 심어준다. 이 아이들이 아프리카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드로그바와 아데바요르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제목의 ‘이퀘지레템바’는 아프리카어로 ‘희망의 별’이란 뜻이다.
<희망의 별
임흥세 축구감독의 다큐멘터리<희망의 별:이퀘지레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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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시대의 전설적인 두 실존 인물인 측천무후(유가령)와 적인걸(유덕화)이 스크린에 불려왔다. 그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은 건 서극 감독이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서극이 <칠검>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무협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당나라 시대.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와 중국인들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천재 수사관 적인걸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측천무후의 황제 즉위식이 있기 얼마 전인 서기 690년, 영문 모를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즉위식에 맞춰 완성 예정인 거대 불상 ‘통천부도’ 작업 현장에서 두명의 대신이 불타죽는다. 뚜렷한 외부 발화 원인 없이 신체가 타버리는 인체자연발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측천무후는 변방으로 내쫓았던 천재 수사관 적인걸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적인걸은 측천무후의 최측근인 정아(이빙빙)와 범죄수사관인 배동래(등초)와 함께 살인사건의 배후세력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적인걸은 가
추리극에 액션이 어우러지는 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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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편의 법칙’이란?
한국식으로 풀자면 ‘형만 한 아우 없다’ 정도쯤 될까? 속편의 법칙이란 속편치고 전편보다 나은 영화 드물다는 할리우드의 오랜 신앙이다. 이를 깨지 못한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은 <스피드2> <아이언맨2> 등이 있고 국내로 보자면 <몽정기2> <색즉시공2> <동갑내기 과외하기2> 등이 떠오른다. 물론 전편이 여러모로 성공한 경우에 통용되는 말이기도 한데 그만큼 속편이 더 높은 기대치와 싸울 수밖에 없다는 숙명의 다른 표현이고, 전편에서 각인시킨 캐릭터나 이야기를 좀더 새롭게 전개하기가 힘들다는 기능적인 의미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더불어 ‘안일한 속편’이라는 표현도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때는 단지 몸집과 러닝타임만 키운 속편을 질책하고 경계하는 상황이 주를 이룬다.
2.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는 <대부2> 외에 또 어떤…?
보통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로 항상 언급되는 영화가 <
[무비딕]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소포모어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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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두해 전, 영국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백발의 할머니가 됐지만 예전의 카리스마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다. TV와 연극, 영화를 두루 섭렵한 레드그레이브가 영화로 뚜렷한 인상을 남긴 건 1966년. 이 해에 레드그레이브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과 카렐 라이츠의 <모건>에 출연했다. <모건>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이후 <줄리아>(1977)로 아카데미까지 접수한다. 레드그레이브는 20대 때부터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해왔다. 지금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레드그레이브가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정치 지도자가 되지 않았을까. 재밌게도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레드그레이브의 손자로 나오는 찰리는 이런 얘기를 한다.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못지않은 사람이라고. 50년 전의 첫사랑을 찾아나
[나우앤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Vanessa Red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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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좀 독특하시네요.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의 포인트맨이라고…. 정확하게는 무슨 일을 하시는 건가요?
=뭐, 간단합니다. 루저들의 생명을 적립해서 나이 들고 돈 많은 분들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일을 하고 있죠.
-쉽게 이해가 안되는데요.
=거 참. 영화기자라 경제 관련 상식이 부족하구먼. 외환은행 론스타 사태 기억하죠? 텍사스 부동산투자 전문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여러 가지 상황을 조작해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건 잘 알고 있죠?
-당연히 알고 있죠. 외환은행에서 헐값에 주식을 산 다음 국민은행에 되팔았고, 오른 주식가격 덕분에 4조3천억원의 차익을 얻었는데도 한국에 세금을 한푼도 안 내고 토꼈잖아요.
=토낀 건 아니죠. 공정하게 미국과 유럽의 여러 지역에 걸친 출자구조를 통해서 매각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것도 사기는 사기잖아요.
=이 사람아. 그게 왜 사기야. 사기당한 외환은행과 너네가 바보지…. 아이고, 말이 좀 거칠었네요. 죄송합니다,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그분들이 오래 사는 이유를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