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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상일 감독의 <악인>은 평범했던 한 남자가 사회적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보여준 예의 해맑은 청년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악인>의 살인범 유이치로 분한다. 선과 악을 오가는 디테일한 표정 연기, <악인>의 유이치는 배우 쓰마부키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사뭇 달라진 역할로 변신한 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깜짝 방문했다. 이상일 감독과, 주연배우 후카쓰 에리가 동석한 공동기자회견. 캐릭터는 달라져도 그의 천진한 미소는 그대로다.
-기존의 풋풋한 이미지와 다른 어두운 살인범 연기에 도전했다.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나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참여한 작품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유이치는 실제 내 성격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가 지닌 어두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를 해체하는 작업을 거
살인마로 변신한 꽃미남, 그래도 여전한 꽃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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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필름마켓의 마켓운영팀 스탭으로 일하는 이채영씨는 올해 처음 부산영화제 스탭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녀의 업무는 씨클라우드 호텔 906호에 위치한 현장데스크에서 사전에 등록한 마켓 참가자들에게 배지를 나눠주거나 현장에서 직접 등록을 받는 일. 경찰행정학을 전공했음에도 “막상 공무원이 될 생각을 하니 일상이 너무 딱딱할 것 같았다”면서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제에 지원”한 그녀다. 영화 일 중 틈틈이 공부해온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찯던 와중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부산영화제 마켓운영팀이었다. 인터뷰 내내 사무실에 누가 들어오지는 않았나 두리번거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일을 향한 열정과 책임감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영화제에 지원했느냐고 물었더니,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마켓인데다 수많은 참가자들을 한 울타리 안에서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대답했다.
내년엔 게스트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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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부터 투명하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영화의 원활한 제작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10월12일 10시, 노보텔 아이리스룸에서는‘펀딩, 어떻게 받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필름펀드토크 행사가 마련됐는데, 이 자리에선 아시아 영화인들과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각종 펀드 담당자들이 지원정책에 관한 밀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토크에는 아시아 영화인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벌이는 전 세계 주요 5개 펀드 담당자들이 참가했다. 미국 <글로벌 필름 이니시에이티브>의 산토스 다니엘, 독일 <구텐베르그 국제영화제>의 울프 시그바르손,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펀드>의 손야 헤이넨, 네덜란드 <허버트 발스 펀드>의 마리 반 덴 엘샤우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시네마 펀드>의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자리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토크에서 각 펀드 담당자들은 간단하게 자국 펀드의 형태와 지원 조건 등을 각각 설명했다. 5인의 토크 참석자들
지원 받으려면 이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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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공연은 봤지만 단축공연은 처음이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지난 토요일 밤에 열린 공연 ‘시네마틱러브’에 대한 불만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가수 DJ DOC와 함께 뜨거운 주말 밤을 달구어야 할 리쌍이 한 시간이나 지각한데다가 공연이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새벽1시에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수의 무책임한 태도와 매끄럽지 않은 행사 진행 탓에 거금 4만원이나 들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시네마틱러브가 영화제의 공식행사 중 하나지만 행사 진행과 관련한 모든 부분은 외주업체가 맡았다”면서 “어쨌거나 영화제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니만큼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 써서 관리·운영 하겠다”고 전했다.
[BEHIND PIFF] 뜨거운 주말 밤,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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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곽지균 감독을 추모하는 행사가 13일 오후3시30분,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배우 안성기와 강수연, 강석우, 정보석, 전인택, 안병경, 배두나, 임정은 등 곽지균 영화의 주연배우들과 장길수, 신승수 감독 등이 무대에 올라 곽지균 감독을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겨울 나그네>의 주연 배우 강석우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며, 추모사 낭독과 추모영상 상영, 진혼무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의 올리버 스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손자국을 남긴다. 14일, 오후2시30분,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을 갖은 후, 핸드프린팅을 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의상감독 와다 에미는 같은 날 4시 그랜드 호텔 중원에서 핸드프린팅과 마스터클래스 시간을 갖는다.
14일 오후7시30분, 야외상영관에서 예정됐던 <스카이 라인> 상영이 취소됐다. 영화제 측은 월드시네마 부문 상영작인 <샌드맨과 꿈나라
[단신] 故 곽지균 감독 추모 행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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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4시30분에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영화 <엄마 시집 보내기> 무대 인사가 열렸다.
[PIFF영상]미야자키 아오이,"이준기와 영화 작업하며 한글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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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 Children of the Green Dragon
벤체 미클라우지치/ 헝가리 / 2010년 / 89분 /플래시 포워드
팔아야만 하는 남자와 지켜야만 하는 남자 사이에 싹트는 묘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 헝가리 도시 근교의 한 창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부동산 업자인 야노스는 사장으로부터 창고를 팔아 치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곳에는 중국으로 돌아가 축구팀을 만드는 것이 꿈인 우가 혼자 창고 관리를 하며 살고 있다. 매매를 위해 야노스가 매일 창고를 찾으면서 외로운 두 남자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창고를 사수할 것을 명령 받은 우와 창고를 팔아야 하는 야노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예정된 갈등으로 치달아 간다.
<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은 소소한 에피소드의 충실함이 매력적인 영화다. 팔려는 자와 지키는 자, 서양인과 동양인, 내국인과 이방인으로 전혀 입장이 다른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
소소한 에피소드의 충실함이 매력적인 영화 <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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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를 위한 자장가> Lullaby for Pi
캐나다, 프랑스/ 2010년/ 102분/플래시 포워드
사랑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블루스-재즈에 실어 전달하는 감미로운 선율의 러브스토리. 음악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스-재즈 싱어인 샘은 사랑하는 아내 조세핀이 죽은 후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아내와 처음 만났던 호텔방에서 추억에 잠겨 있던 샘에게 어느 날 불쑥 한 여인이 들이 닥친다. 연인과 다투고 샘의 호텔방으로 뛰어 들어와 화장실에 숨어버린 파이라는 이름의 신비한 여인.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파이는 샘에게 말 대신 허밍을 들려줄 것을 부탁하고, 그렇게 조세핀과 함께 사라졌던 음악은 파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다시 샘의 방문을 두드린다.
음악에는 본질적으로 언어를 뛰어 넘는 소통의 가능성이 있다. <파이를 위한 자장가>는 사랑의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를 음악에 실어 펼쳐 놓는
감미로운 선율의 러브스토리 <파이를 위한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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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길> Ways of the Sea
셰론 다욕/ 필리핀/ 2010년/ 77분/ 뉴 커런츠
필리핀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한 밀입국 보트의 행로를 쫓아가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여정은 험난하고 위태롭다. 영화는 이들을 태울 보트가 도착할 가난한 어촌 사바의 풍경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 둘 모여드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차례로 훑어간다. 오빠와 함께 온 10대 소녀는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렘이 더 커 보인다. 밀입국 브로커는 간신히 데려온 처녀들 중 둘이 못가겠다고 하자 다시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치장을 한 결코 젊지 않은 한 여성은 말레이시아에서 번 돈으로 산 물품들을 과시한다. 돈을 벌어야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모험 길에 오른 어린 처녀는 이를 꽉 물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영화의 절반은 이들이 보트에 승선하기까지 모습을 담고 있다. 비좁은 배 안에서
필리핀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 <바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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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My Sweet Baby
류미례/ 한국/ 2010년/ 70분/ 와이드 앵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영화인의 밤. 인사 끝에 <첫사랑>의 박정숙 감독이 “언닌 애 하나지? 난 둘이유. 근데 미례는 셋이네.” 무조건 존경한다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올해 그 감독이 영화제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나이 들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드물어지지만, 인생사에서 직접 겪지 않고는 죽어도 모를 일 중 하나가 출산과 육아라는 것은 단언할만하다. 결혼은 물론이고, 더구나 부모가 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인간 부류에게는 더욱 그렇다. <경계도시1>을 편집하던 2년은 아이를 편집대에 끈으로 묶어 놓았고, <경계도시2>를 촬영하던 한달은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 한달 후에 만난 아이는 그로부터 넉달이 지나서야 엄마라고 나타난 인간을 겨우 아는 척 해주었다. 이렇듯 엄마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좌충우돌 육아무용담과 길이 없
엄마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좌충우돌 육아무용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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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촬영은 카메라의 존재가 관객의 눈에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거장 허우샤오시엔의 파트너인 마크 리 촬영감독이 10월12일 오후2시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동년왕사>(1985)로 촬영감독 데뷔한 그는 <남국재견>(1996) <밀레니엄맘보>(2001)등, 허우샤오시엔의 주요 작품들을 촬영해왔다. “형식에 얽매이지 마라” “자유롭게 생각하라”가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인 만큼, 행사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자유로웠다.
몇년 전, 한 영화제에서 촬영감독상을 수상했던 적이 있다. 시상대에 오르기 전에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때 한 줄기 바람이 이마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영화미학이 그런 것 같다. 어디에도 존재한다! 아름다움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내 영화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카메라 조수 시절, 대상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나만의 영화미학을 찾으려고
정답은 없다, 자신의 테두리를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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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The Recipe
이서군/2010년/107분/갈라 프레젠테이션
13년 만에 사형제를 부활시킨 연쇄살인범이 유언을 남긴다. “된장…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도주 중 어느 외딴 식당을 찾은 그는 그곳에서 된장찌개를 먹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다큐멘터리 PD인 최유진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한 사형수의 회한이 담긴 유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재가 늘어갈수록 그의 다큐멘터리는 다른 방향으로 넘어간다. 경찰들은 살인범을 검거할 당시, 된장찌개 냄새에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이 된장찌개의 정체는 뭔가. 이어 맛으로 소문난 된장찌개를 팔던 여주인은 “그 기집애의 맛은 흉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된장찌개를 만든 그녀는 누구일까.
영화 <된장>은 1998년 <러브 러브>로 데뷔한 이서군 감독의 신작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혼합배치한 <된장>은 신비의 된장찌개가 품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한국 사
신비의 된장찌개가 품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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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노이즈> Sound of Noise
올라 시몬슨, 요하네스 슈테르네 닐슨/ 스웨덴, 프랑스/ 2010년/ 98분/ 월드 시네마
올해 부산에서 가장 상상력이 발칙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사운드 오브 노이즈>는 최적의 작품이다. 주인공인 베테랑 경찰 아마데우스(!)는 스웨덴의 저명한 음악가문 출신이지만 청맹으로 태어난 탓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혐오하며 자라난다. 당연히 가족과의 관계도 좋을 리 없다. 음악가 출신인 부모님은 그를 안쓰러워하고, 유명 지휘자인 동생은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명의 드러머로 구성된 사운드 테러리스트들이 ‘한 도시와 6인의 드러머를 위한 음악’이라는 주제로 음악적 테러를 벌이기 시작한다. 조사에 착수한 아마데우스는 점점 테러리스트의 지휘자인 여자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대체 이게 무슨 뻘소리냐고? 맞다. <사운드 오브 노이즈>는 일종의 뻘소리 같은 영화다. 뮤지션인 올라 시몬슨과 그래
올해 부산에서 가장 상상력이 발칙한 영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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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열대어> Cold Fish
소노 시온/일본/2010년/144분/아시아영화의 창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 <차가운 열대어>는 자극적인 주제와 독특한 연출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던 소노 시온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도 표현 수위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주인공 사모토는 열대어숍을 운영하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가장이다. 하나뿐인 딸은 겉돌기만 하고 아내는 그의 손길을 자꾸만 거부한다. 어느 날 그의 딸인 미츠코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무라타라는 사내가 접근해 일을 원만하게 해결해준다. 사모토의 가족은 호탕한 성격의 무라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 그의 가게에 딸 미츠코를 취직까지 시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라타의 수상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사모토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에 말려든다.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바탕이 된 <차가운 열대어>는 열흘에 걸친 사건의 경과를 재연하듯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진행한다. 일본의 사
기묘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일본의 사회문제 <차가운 열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