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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코르스가드는 덴마크의 영화제작사인 트러스트 노디스크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올해 부산영화제 플래시포워드 부문에서 소개되는 <순수소녀>와 <바람둥이 주앙>, 그리고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던 <이지 머니>를 들고 아시안필름마켓을 찾았다. 아시아, 중동, 남아메리카 등지를 돌며 북유럽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온 그는 아시아 지역 마켓의 특징으로 "호러, 액션, 스릴러 위주의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들었다. “덴마크에서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나 블랙유머가 가미된 코미디가 주로 제작되어 인기를 얻는 반면,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아시아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하지만 그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대개 마켓에서 호응이 좋기 때문”에 모차르트의 유명 오페라가 원작인 <바람둥이 주앙>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지 머니> 또한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영화제를 즐길 틈
원작 있는 영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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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것은 2009년 칸영화제의 한 극장 앞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흐만 고바디의 <아무도 페르시안 고양이를 모른다>를 보기 위해 줄을 서있을 때였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초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인 나를 세워놓고 바흐만 고바디 감독에 대해 설명하며, ‘쿠르드 시네마’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년에 쿠르드 시네마 특별전을 할 터이니 준비를 시작하라 하명했다. 당시 나는 필리핀 특별전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였다.
쿠르드 시네마 특별전 때문은 아니었지만 두바이 영화제와 카타르에서 열린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의 출장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것은 중동지역 혹은 아랍권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는 기회였다. 즉, 우리가 별 저항 없이 ‘자살테러범’이라 부르는 이들은 그들에게 ‘순교자’였고, 우리에게 친숙한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주적’이었다. 우리는 같은 아시아를 살지만
끔찍한 비극 위에 간절히 희망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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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 Rondo
벨기에, 프랑스/2010년 / 85분/플래시 포워드
유태인 소년 시몽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신의 부재와 믿음에 관한 거대한 물음을 던진다. 1942년 브뤼셀의 여름, 생일을 맞아 아버지 조셉과 함께 동물원으로 가던 시몽은 나치를 만나 붙잡힌다. 아버지가 끌려가며 시간을 버는 동안 도망칠 수 있었던 시몽은 레지스탕스의 도움으로 외할아버지가 계신 영국까지 무사히 탈출하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버지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외할아버지 이브라함은 시몽마저 냉대하고 반복되던 두 사람의 갈등은 아버지의 귀환에 관해 서로 다른 종교적 견해를 드러내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유대인 박해와 나치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을 재구성해가지만, 영화의 목적은 새로운 각도에서 나치즘을 조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신앙의 문제에 머물러 있다. 영화 중간 계속 삽입되는 1940년 당시의 실제 자료화면들은 이
신의 부재와 믿음에 관한 거대한 물음 <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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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빈스키 형제> Crebinsky
엔리케 오테로/ 스페인/ 2009년/ 85분/ 플래시 포워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지만 세상일에 무관심한 크레빈스키 형제는 평화로운 등대마을에서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 암소 무슈카는 이들의 유일한 친구이자 식구다. 어로와 채집 같은 원시적 방식으로 식량을 구하는 형제지만 나무를 깎아 무슈카 형상을 조각하는 등 나름의 취미생활도 즐기는 유유자적한 나날을 보낸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코미디는 이들이 등대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폭우가 쏟아져 마을은 물에 잠기고 형제의 집도 풍랑에 떠내려간다. 형제와 무슈카는 나뭇조각에 의지해 겨우 버티다가 가까스로 등대마을 해변에 도착하게 된다. 형제는 파도에 쓸려온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 모아 언덕 위에 희한한 모양새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매일 똑같은 생활이지만 형제는 아무 불만도 없다. 이토록 평화롭던 형제의 생활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나치 비행기가
발랄한 지중해식 유머 <크레빈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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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화법> Lover's Discourse
지미 완, 데렉 창/ 홍콩, 중국/ 2010년/ 118분/ 뉴 커런츠
사랑에 관한 네 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사랑의 화법>은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젊은 감성의 영화다. 사랑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뇌 작용이라며, 연인들마다 그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사랑을 알려면 각 케이스를 살펴야 한다는 감독의 말로 영화는 시작된다. 즉, 연인들마다 화법이 다르고 이 영화는 네 가지 화법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말일 터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몇 년 만에 만난 남녀가 하룻저녁을 같이 보내며 과거 서로 좋아했고 그동안 그리웠다는 조심스러운 고백을 한다. 두 사람은 안타깝고 애틋한 분위기에 젖지만 현실을 뒤바꿀 만한 힘은 없다. 현재의 연인에게 온 문자 메시지는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둘은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단골손님을 짝사랑하는 빨래방 아가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맡긴 세탁물을 꼼꼼히 뒤
사랑에 관한 네 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 <사랑의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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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메들리> Cheonggyecheon Medley
박경근/ 한국/ 2010년/ 79분/ 와이드 앵글
<청계천 메들리>는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며 동시에 다큐멘터리라는 예술작업에 관한 자기 고백의 영화이다. 여기서의 죽음은, 물론 사람이나 생명체의 죽음은 아니지만,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청계천이라는 공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한 시대가 끝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죽음에는 개발지상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고, 소박하지만 굳건하게 쇠를 만지는 거친 직업들을 묵묵히 이어온 사람들의 안식도 있다.
청계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공장이 문을 닫게 되고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곳을 떠나게 된다. 영화는 할아버지의 공장을 중심으로 청계천에서 자리 잡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과 작업을 통해 지나온 역사의 흔적들에 현미경 같은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들의 모습은 모아져서 역사의 흐름을 형성했던 조각, 조
매우 개인적인 성향을 지닌 영화 <청계천 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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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상영된 <라아반>과 <라아바난>의 주인공인 아이쉬와리아 라이가 부산을 찾았다. 인도 최고의 미녀 배우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눈부시다. 아니 인도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미인일지도 모른다. 미스 월드 출신이니 말이다. 인도영화를 사랑하고 인도문화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 배명훈의 아이쉬와리아 애찬을 소개한다.
몇 해 전에 어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이쉬와리아 라이(Aishwarya Rai)에 관한 재미있는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영화 <신부와 편견>(2004)을 보고 주인공 여자배우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어느 고등학생이 올린 질문이었는데,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여배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요. 이 사람이랑 꼭 결혼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운명 같은 게 느껴지는 배우. ‘하지만 아가야, 그건 네가 그 여자와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 게 아니
주의! 3초 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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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님, 사신님, 통화시간만큼 제 수명을 드릴 테니 소원을 들어주세요.” 밤 열두시,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하면 사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이 여고생들 사이에 퍼진다. 아버지가 지긋지긋한 사요코(우스다 아사미)는 사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 그녀의 소원대로 아버지는 죽는다. 그리고 또 다른 10대 소녀들-변태 선생님을 증오하는 소녀와 멋진 남학생과의 연애를 꿈꾸는 소녀-이 사신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소원 성취가 중요한 그녀들은 ‘통화시간만큼 제 수명을 드릴 테니’라는 주문을 무시하다가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다. 친구들이 목숨을 잃자 사요코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
<엔드 콜>은 <착신아리>를 선배로 삼는 일본 ‘호러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그러나 2006년, <착신아리>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프로듀서 아리시게 요이치가 했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을 소재로 한
구식 휴대폰을 소재로 해 구식 공포를 답습하는 함정 <엔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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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라고까지 할 순 없겠지만,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중 종교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 적지 않다. 지난해 <소명>에 이어 올해에도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 <위대한 침묵> <회복> <잊혀진 가방> <울지마, 톤즈> 등이 관객과 만났다. “불교의 선종에서 스승이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 즉 절대진리를 뜻하는 <할>(喝) 또한 참된 진리, 선한 삶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종교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라는 점에서, <만다라>(198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6), <유리>(1996>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수행자의 구도가 그간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단지 웃음거리로 여겨졌음을 고려한다면 <할>은 예외라고 할 만큼 진지한 불교영화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미카엘(안홍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가해 법복을 입은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의 진리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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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인의 주름진 얼굴로 시작한다. 그녀의 곁에는 자신의 주름진 뺨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어루만지는 손자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늙은 아들이 있다. 이들 부자는 여인이 만들어준 음식을 받아 길을 나선다. 그리고 영화는 해변에서 연을 날리며 노는 아들과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내, 이 모습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그리고 함박웃음 짓는 딸과 포옹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끝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슬로모션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은퇴한 마피아의 대부인 찰리(장 르노)이다. 이 두 장면 사이, 22발의 총탄을 맞은 찰리가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찰리에게 총을 겨눈 수많은 갱스터가 죽음을 맞이한다.
<22블렛>은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족영화에 가깝다. <레옹>의 장 르노도 이십년의 세월을 극복하기엔 벅차 보인다. 그럴듯한 총격전이나 추격, 액션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장 피에르 멜빌의 영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22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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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동방신기의 일본 소속사인 대형음반사 에이벡스(avex)가 동방신기 박람회를 개최한다.지난 4월 동방신기의 그룹활동 중단에 이어 9월에는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으로 결성된 새 유닛 'JYJ'의 활동 중단을 발표했던 에이벡스는 최근 '동방신기 엑스포 2010'의 공식 홈페이지(tohoshinki-expo.com)까지 마련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오는 22~24일 도쿄국제포럼 전시홀과 29~31일 오사카의 ATC홀에서 열리는 '쇼케이스'는 2005년 동방신기가 일본에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의 궤적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동방신기 히스토리 포토룸'행사로 이뤄진다.이어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개최된 4차례의 일본 전국 투어 가운데 일본 팬클럽 비기스트(Bigeast)가 뽑은 베스트 퍼포먼스를 2시간짜리 영상물로 편집한 '더 무비'가 전국 영화관 29곳에서 소개된다.gounworld@yna.co.kr(끝)
日 에이벡스 '동방신기 박람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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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경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예스마담>에서였다. 제목이 촌스럽거나 말거나 성룡의 것으로만 여겨지던 기예 액션을 연약한(?) 여자주인공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액션의 강도가 보통이 넘었으며 ‘이번에는그 영화를 찍다가 정말 큰 상처를 입었다더라’식의 확인되지 않아 더 진실이었던, 당대의 액션배우 성룡에게나 따라붙던 영광의 ‘카더라’ 통신이 양자경을 따라다녔다. 80년대 내내 양자경은 곧 예스마담이었다. 웃기지 않을 뿐, 여자 성룡이었다. 90년대 들어 기억에 깊이 남은 양자경의 모습은 <폴리스 스토리3: 초급경찰>에서다. 그녀는 홍콩에서 건너온 경찰인 성룡을 돕는 중국의 강인한 여자 경찰로 활약했다. 그즈음 지금은 작가 대접을 받는 두기봉이 <동방삼협>(1993)을 만들었을 때 매염방과 장만옥과 함께 삼협의 한점을 맡았던 것도 양자경이었다. 액션 히어로에 버금가는 액션 히로인으로서의 양자경은 마침내 <007 네버다이>(1997)에
[now & then] 양자경 楊紫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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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오늘 취재를 나온….
=그만, 거기 서! 현장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니 더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여기 머리카락 하나로 모든 비밀이 다 풀릴 수가 있어요. 범죄는 흔하지만 논리는 흔하지 않은 법이니까요.
-아 네, 일단 이번 편집장 살인사건에 대한 의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건 이후 사무실은 더할 나위 없이 경사 분위기고 범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어쨌건 비슷한 시기에 정한석 기자가 김성훈 기자를 살해하는 일도 벌어져서 범인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먼저 궁금한 건 요즘 기자들이 다 마감이 빨라졌다고 하더군요. 화요일 아침에도 특집 마감을 한다던데 그건 분명 이상한 일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그대로인데 마감만 확 당겨졌다? 뭔가 냄새가 나지 않으시나요?
-전 원래 마감이 빠른 편이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역시 날카로우시군요. 셜록 홈스보다 천년 앞선 원조 과학 탐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군요.
=아무튼 이번에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상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편집장 살인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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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맨프럼어스> 14,000년간 살아온 남기남씨
[정훈이만화] <맨프럼어스> 14,000년간 살아온 남기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