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슈퍼스타가 왔다. 뉴커런츠 부문의 <떠도는 삶>(감독 응유엔 판쿠앙빈)에 출연한 배우 더스틴 응유엔, 도 티 하이 엔, 탕 탄하가 그 주인공이다. <떠도는 삶>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메콩강 여기저기를 떠도는 한 가족을 그리는 작품이다. 가족을 떠난 아내에 대한 배신감으로 마음을 굳게 닫은 아버지(더스틴 응유엔), 그 아버지의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새 출발을 하려는 매춘부(도 티 하이 엔), 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결국 집을 떠난 아내(탕 탄하) 덕분에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그런데 이들이 어째서 슈퍼스타냐고?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부산은 처음인가.
=더스틴 응유엔/ 처음이다. 그저께 저녁에 도착해서 해운대 해변을 거닐었는데 바다가 참 멋지더라.
=도 티 하이 엔/ 세 번째다.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Story of Paw>와 <표류>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우리가 바로 베트남의 슈퍼스타
-
<바다로 가는 길>의 셰론 다욕 감독은 영화제 개막 이틀 전부터 부산에 있었다. 여행 온 게 아니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영화를 만드는 모교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AFA 덕분에 첫 장편 극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제안을 거절하고 부산에 먼저 공개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로 가는 길>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행 보트에 몸을 싣는 ‘보트 피플’을 그린 작품이다.
-‘보트 피플’을 그린 영화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이야기 구상할 때 항상 필리핀 정치와 사회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근의 말레이시아로 탈출하는 사람들은 필리핀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나 역시 필리핀 남부에서 나고 자라 ‘보트 피플’과 관련한 유괴, 강간 등의 범죄소식을 익히 들어왔다. 운명적으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전, 사전 취재를 오
운명처럼 만난 보트피플 스토리
-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공통점?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다. 그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피터 잭슨과 워쇼스키 형제를 발굴하고 오우삼을 할리우드로 불러들여 <페이스 오프>를 제작한 도전적인 제작자다. 배리 오스본은 올해 장동건 주연의 글로벌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발표회를 위해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12월2일 국내 개봉하는 <워리어스 웨이>는 칼을 버린 세계 최강의 전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봉인된 힘을 다시 발휘하게 된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영화제는 처음인가.
=영화 관련 업무로 한국은 여러번 방문했지만 영화제는 처음이다.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해라고 들었는데,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자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워리어스 웨이>를 제의받았을 때 어떤 부분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결국은 이야기였다
“장동건은 서구에서도 먹히는 배우!”
-
신상옥 감독의 <꿈>이 ‘한국영화의 고고학’ 섹션에서 상영됐다. ‘조신설화’를 바탕으로 한 <꿈>은 현존하는 필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복원된 흑백화면은 한국영화에 있어 초기의 무성영화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영화다. <꿈>이 갖는 영화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948년 최인규에게서 독립한 신상옥은 1952년, 전쟁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데뷔작 <악야>를 피난지 부산에서 개봉했다. 두 번째로 다큐멘터리 <코리아>를 제작했으나, 이 역시 난산이었다. 촬영 과정에서 인연이 된 최은희와의 만남은 연애로 이어졌고, 이는 한국영화계 최대의 스캔들을 낳았다. 선배의 부인을 ‘가로챈’ 신상옥에 대한 당시 영화계의 시선은 싸늘했고 영화인들의 작업 거부로 후반작업을 해줄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코리아>는 한국의 명승지를 알리는 다큐멘터리영화였지만, 그 속에는 픽션도 포함되어
순수의 시선, 거장의 기원을 찾아서
-
-
<오로라> Aurora
크리스티 푸이유 / 루마니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 2010년 / 181분 / 월드 시네마
부쿠레슈티 외곽. 중년 남자 비오렐은 버려진 트레일러 뒤에서 어느 가족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에 소총을 싣고 달리는 그는, 모호한 생각에 시달리고 혼자만이 아는 목적지를 향해서 간다. 비오렐은 알 수 없는 자신의 주변인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목적한 대로 비극적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을 지배하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인해 결국 몰락의 길을 선택하는 남자의 자화상.
데뷔작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의 대상을 수상, 루마니아영화의 붐을 예고했던 크리스티 푸이유 감독의 작품. 전작이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남자에 대한 기술이라면, 이번 작품은 살인을 하는 남자에 대한 집요한 쫓아가기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적절히 유머를 결합했던 전작과 달리, <오로라>에선 그런 여유는 없어 보인다. 유럽의 변방, 황
살인을 하는 남자에 대한 집요한 쫓아가기 <오로라>
-
<드림 홈> Dream Home
팡호청/홍콩, 중국/2010년/96분/미드나잇 패션
홍콩의 침사추이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서는 바다와 홍콩섬이 한눈에 보인다. <드림 홈>의 주인공 라이는 이 아파트에서 잔혹한 살육전을 벌인다. 영화는 칼을 들게 된 그녀의 사연과 그녀가 벌이는 살인을 교차시킨다. 라이는 낮에는 은행에서 저축상품을 파는 파트타이머이고, 밤에는 명품숍의 점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개발 지역의 가혹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의 꿈은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계약 당일 집주인은 땅값이 올랐다며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다. 미쳐버린 라이는 아파트의 거주자들을 죽여 집값을 떨어뜨리기로 결심한다. <드림 홈>은 “이 미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같이 미쳐야 한다”란 자막으로 시작한다.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소재에서 비롯한 사회적 고찰이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그녀가 벌이는 살인의 풍경에는 슬래셔 장르의 유희가 뚝뚝 묻어난다.
팡호청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게 될 영화 <드림 홈>
-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Taipei Exchanges
샤오야추엔/대만/2010년/82분/아시아영화의 창
거장의 제자가 만든 작품을 지켜보는 건 늘 흥미롭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샤오야추엔 감독은 허우샤오시엔의 조감독 출신이다. 현대 대만 젊은이들의 고민을 그리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어쩔 수 없이 스승의 작품인 <카페 뤼미에르>를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그의 촉수는 (도시나 역사보다) 카페라는 작은 공간과 동시대 청춘의 삶에 좀더 향해 있다. 카페를 연 도리스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엘레강스한 카페가 되기를 꿈꾼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라떼와 입에 살짝 닿기만 해도 금방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에클레어라면 실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개점한 지 며칠이 지나도 카페를 찾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도리스에게 반전이 찾아온다.
영락없는 성장드라마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
<신과 인간> Of God and Men
자비에 보부와/프랑스/2010년/120분/월드 시네마
알제리 내전 중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한 7명의 프랑스 수도사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슬람교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포교를 위해 정착한 프랑스 수도사들은 마을 주민의 존경을 받으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막상 폭력사태가 벌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생명의 위험 앞에서, 신부들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끝까지 남을 것인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떠날 것인지에 관한 문제에 처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는 선택 앞에 놓인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견지한다. 상당 부분 영화는 종교적 신념을 견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수도사들의 회의적인 고뇌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각자의 판단과 선택은 결국 종교와 사회를 뛰어넘은, 인간 개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마티유 카소비츠와 함께 프랑스 영화계를 짊어질 젊은 감독으로 평가받았던 자비에 보부와 감독의 작품.
올 칸영화제에서
7명의 프랑스 수도사 이야기 <신과 인간>
-
<줌 헌팅> Zoom Hunting
조리/대만/2009년/87분/아시아영화의 창
대만에서 온 신예들의 약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동남아시아영화의 경향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대만의 신인들은 선배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자기 식대로 흡수하고 소화했다. 조리 감독 역시 그중 하나다. 그가 연출한 <줌 헌팅>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1966년작인 <욕망>(Blow Up)을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모두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차이라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눈에 보이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라는, 리얼리즘의 의미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면 조리는 ‘프레임 밖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릴러 장르로 접근한다.
이야기는 다소 복잡하다. 사진작가 루이는 맞은편 건물에서 벌어지는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는다.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두 남녀가 싸우고, 루이는 이 광경을 또 찍는다.
프레임 밖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인가 <줌 헌팅>
-
<악인> Villain
이상일/일본/2010년/139분/아시아영화의 창
나가사키 어촌에 사는 남자 유이치(쓰마부키 사토시)는 혼자다. 함께 술을 마실 친구도 사랑을 나눌 여자도 없다. 유일한 취미라고는 미친 듯 속력을 내 드라이브를 하는 정도. 찬바람 가득한 일본 북쪽 마을에 사는 그는 마치 모든 감각이 얼어붙은 사람 같다. 사가의 양복집에서 일하는 여자 미츠요(후카쓰 에리) 역시 유이치와 닮은꼴이다.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기쁨도 슬픔도 저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난다. 채팅 게시판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둘은 허름한 러브호텔에서 몸을 섞는다.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악인>은 선과 악의 경계를 묻는 작품이다. 차가운 일상을 닫고 사랑의 문을 연 순간 유이치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고백한다. 미츠요를 만나기 이전 같은 게시판에서 만난 여자를 그는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이후 영
선과 악의 경계를 묻는 작품 <악인>
-
<종로의 기적> Miracle on Jongno Street
이혁상/한국/2010년/119분/와이드앵글
종로에, 낙원동에는 게이들이 있다. 여기서 만나 어울린, 네명의 게이 벗들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종로의 기적>이다. 한 게이 감독은 게이 영화를 만들면서 문득 주변 사람들 뿐 아니라 스탭들까지 자신을 감독이 아닌 게이로 여긴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다. 게이로 살면서 겪은 많은 어려움들, 특히 군에 가서 정신병원에 갇혔던 괴로움마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 영화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커밍아웃’ 이후 다가오는 끊임없는 숙제를 감당해 나가는 게이 감독의 ‘컷’ 소리는 드높다. 한 인권운동 단체 실무자 게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열심히 살아간다. 외국인노동자와 연대하면서 “차별과 천대 같은 억압에 맞서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은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장애인도, 외국인노동자도, 게이도 모두 일해야 산다. 여기 제한이 있어서는
네명의 게이 벗들 이야기를 담은 영화 <종로의 기적>
-
어렸을 적 김지미가 동양최고의 미인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을 때도 나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김지미라면 동네 어귀에 붙은 영화포스터에 새겨진, 빛바랜 여주인공의 이미지로만 남을 뿐이었다. 실제 스크린에서 봐도 그다지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토지>와 같은 영화는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김지미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상당히 잘 생긴 여배우라는 인상만 남았다. 언젠가 텔레비전의 나훈아 쇼에서 객석에 있는 그녀를 시청한 적이 있는데 목소리가 탁음이어서 깜짝 놀랐다. 극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뭐랄까,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는 위풍당당한 기개가 있는 목소리였다.
비너스가 아닌 중년의 연기파 배우
철이 들어 자세히 영화를 들여다볼 무렵 내가 본 김지미의 영화는 전부 다 좋았다. 임권택의 <길소뜸>과 <티켓>, 이장호의 <명자 아끼꼬 쏘냐>였다. 그녀가 한 시대를 풍미한 비너스였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중년의 연기파 배
마모되지 않는 매혹의 그녀를 만나다
-
내가 아는 부산은 영화제 인근의 부산과 그냥 부산이다. 둘은 느낌이 매우 다르다. 서울대공원의 서울랜드와 동물원만큼 다르다. 나는 부산을 찾는 것을 꽤 좋아해서 혼자서도 가끔 가는 편이다. 바다와 가까이 있는 커다란 도시가 나를 에워싸는 느낌은 가끔 알싸한 감상을 느끼게도 한다. 내가 사는 도시와 닮고도 다른 느낌에, 처음에는 어떤 설렘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 공간 이곳저곳에 그리움도 아련함도 생기고, 편안한 공간도 지겨운 공간도 있고, 어느 거리에는 눈물도 떨어뜨렸다.
소란스런 영화제 인근의 부산에 대한 기억도 처음엔 설렘이었고 어느 때는 편안함이었고 어느 때는 불편한 지리함이었다. 처음 이 영화제에 왔을 때는 영화와 도시와 가을의 기운에 어쩔 줄을 모르다 미포에서, 미나미에서, 청사포에서, 남포동에서 술에 취하고, 해운대 좁은 길에서 내가 좋아하던 배우와 감독들과 스쳐지나가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감자탕집에서 감자탕을 먹는 장첸을 보고 어느 길가 일식주점에서 얼결에 평소에 흠
누군가의 해삼멍게말미잘
-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피프 빌리지에서 '굿다운로더 1주년 기념 캠페인' 야외무대가 열렸다.
[PIFF영상]정재영 CF에서 박해일에 ‘기습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