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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거 팩토리>는 끔찍한 거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식당과 돼지사육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던 주인공 핑은 이모의 ‘베이비 팩토리’ 사업에 동참한다. 말 그대로 아기를 낳아 파는 일. <코끼리와 바다> <물을 찾는 불 위의 여자>를 연출했던 말레이시아의 우밍진 감독은 어느 날 신문에서 미얀마 이주민을 대리모로 이용해 아기를 낳고 파는 사건을 접했고, “한 달이 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그는 소재의 흥미에 연연하지 않고, 주인공 소녀의 심상에 주목한다. “그녀는 미얀마인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매우 가난하지 않는 이상 막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대부분 미얀마 이주민이 하는 데, 주인공 핑은 그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세상이 그녀에게 얼마나 불편한 곳인지, 그리고 그녀가 왜 이토록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스크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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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라고나 할까. <트럭 밑의 삶>은 딸을 잃은 한 여성 ‘노라’의 복수극이다. 그러나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감독은 ‘복수’가 아닌 ‘노라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딸의 학교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밤마다 항구의 트럭운전수들에게 몸을 팔고, 아침마다 딸의 머리를 가지런히 빗겨주며 학교에 보내는 등, 영화의 전반부는 집이 없어 대형트럭 밑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아가는 두 모녀의 생활을 묘사하는데 할애한다. 전작인 <오로라>(2009)를 끝내고 차기작을 고심하던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감독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보인 부분이다. 그는 “트럭 밑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 “삶이 힘들더라도 내 집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필리핀 사회의 풍경과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감독은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거부했다. 가장 심혈을
필리핀 사회파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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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강의 <사막>은 (혈연적으로 굳이 따지자면) 올해 월드 시네마 부문의 가장 독특한 영화다. 무슨 소리냐면, <사막>은 한국계 뉴질랜드 감독이 한국계 배우들을 데리고 (대부분) 한국어로 찍은 영화다. <사막>의 주인공인 20대 한국인 여성 제니는 뉴질랜드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으며, 곧 결혼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친구가 사라진다. 학생 비자 기간의 만료가 다가오는 제니는 남자친구를 찾아 헤매고, 그런 와중에 한국 신문사의 수금원과 묘한 동맹을 맺게 된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오랜 기억 속에서 저마다의 제니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시절인 1993년 뉴질랜드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간 스티븐 강 감독은 오클랜드대학교의 엘람미술학교에서 비디오 아트를 공부했고, <사막>은 첫번째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자신이 오랫동안 보아온 뉴질랜드 이민자 사회의 음영을 여러 에피소드로 담
한국과 뉴질랜드 합작프로젝트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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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추>에는 두 가지 진풍경이 담겨 있다. 비와 안개에 젖은 시애틀의 풍경, 그리고 탕웨이의 쇠잔한 얼굴이다. 그녀가 연기한 애나는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세상은 자유의 즐거움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이때 한 남자가 나타나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다. 부부인 척 음식을 먹고, 연인인 척 놀이공원을 찾고, 미친 듯 뛰어보기도 하고. 그러나 애나의 표정은 온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것처럼 변함이 없다. 그 대신 탕웨이는 자신의 얼굴에 스산한 바람을 일으킨다. 매혹적이다.
“고통과 맞닥뜨려야 하는 여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눈을 크게 뜨고 이겨내는 상황이 감동적이었다.” 탕웨이가 <만추>에서 본 것은 ‘희망’이었다. “절망 끝에 희망을 찾으면, 그 앞에 올 것은 찬란한 햇빛”일 거라는 믿음. 하지만 <만추>의 애나는 단순한 즐거움조차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연출을 맡았던 김태용 감독과 의견조절
바람아 멈추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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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는 김태용 감독의 첫 멜로영화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남자와 중국여자가 보내는 하루는 상당히 조용하고 쓸쓸하다. <여고괴담2 :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등의 전작이 섬세하게 조율된 대사와 연기로 짜여진 리듬의 영화였다면, <만추>는 그들이 놓인 도시와 그들의 얼굴을 숨죽여 바라본다.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원작에 이어 이미 김수용의 <만추>와 김기영의 <육체의 약속>로 제작된 이야기다. 김태용 감독이 원작에서 취한 것과 채워넣은 것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만난 탕웨이와 현빈에 대해 물었다.
- <만추>는 첫 멜로영화이고, 글로벌 프로젝트인데다 유명한 원작의 리메이크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 멋모르고 시작했다. 한 여자가 감옥에서 나왔다. 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감옥으로 돌아갔다. 이 세 문장의 느낌에 크게 끌린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부담이 생기더라. 다만
어른들만 아는 멜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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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만화와 문학작품을 차용한 프로젝트를 보고 싶다. 나는 홍콩의 영화사에 있지만, 이야기만 흥미롭다면 기꺼이 영화로 제작할 의향이 있다.” 과연 마켓 관계자들이 ‘왕언니’라 부를 만했다. 홍콩 영화사 ‘골든네트워크 아시아 리미티드’의 상무 캐리 웡은 인터뷰 내내 산업에 오래 몸담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예리한 지적과 조언을 쏟아냈다. 오죽하면 중간에서 말을 옮기는 통역사가 “그것 참 흥미로운 얘기”라며 몇 번이고 맞장구를 쳤겠는가. 상하이국제영화제와 홍콩필름마켓이 그녀에게 어드바이저를 요청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올해 캐리 웡이 주목하고 있는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와 우얼샨 감독의 <푸주한, 요리사, 그리고 검객>(이하 푸주한)이다. <황해>는 20세기 폭스가 직접 투자한 한국 최초의 영화라는 점에서, <푸주한>은 중국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장르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여겨봤다고 한다. 이밖에도
감독 명성보다 새로움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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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 사람들, 내가 아시아영화 들여오면 다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쉬리> 수입할 때 나보고 미쳤다며 만류하던 걸 떠올리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사무엘 트로바노프는 스웨덴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일하는 메이윈 필름의 아시아영화 수입·배급 담당이다. 그는 2000년 <쉬리>로 러시아 극장에 한국영화를 처음으로 건 장본인이다. 이후 트로바노프는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대표작을 수입하며 러시아 관객들에게 한국영화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을 찾았다. “3주 뒤 열리는 미국필름마켓보다 한발 앞서 아시아 영화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바다와 맛있는 음식,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다시 찾고 싶은 영화제였다고 한다.
올해 <마더> <김씨표류기>를 러시아 극장에 걸 계획이라는 트로바노프는 눈여겨보는 한국작품으로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
러시아의 한국영화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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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PPP 선정작 중 하나인 <화이트룸>은 <우주의 역사>로 로테르담 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한 태국의 아노차 스위차콘퐁 감독의 신작이다. 데뷔작에 이어 차기작 <화이트룸>의 시나리오로 다시 한번 부산영화제의 지원을 받게 된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도 부산영화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우주의 역사>가 올해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로테르담과 부산영화제는 당신에게 의미가 크겠다.
=너무 감사하다. 두 영화제가 없었다면 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다. 두 영화제 모두 신인 감독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특히 부산영화제의 다양한 지원제도는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AND펀딩은 정말 후한 지원이라고 느낀다.
-전작은 가족사에서 시작해 존재론적인 탐구로 나아가는 영화였다. <화이트룸>은 어떤 영화로 구상하고 있나.
=전작보다는 내러티브 중심으로 구성할 예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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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오늘 아시안필름마켓 2010(Asian Film Market 2010)이 개막한다. 10월13일까지 4일간 부산 해운대 씨클라우드 호텔에서 열릴 이번 마켓에는 23개국 47개의 세일즈 오피스가 차려졌고, 94개 업체가 참여한다. 미국의 라이언스게이트를 비롯해 도호, 도에이, TBS, 픽처스디파트먼트 등 일본 업체가 참가하며 태국과 이란에서도 오피스를 등록했다. 키노아이, 시네마 달, 아뮤즈,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등이 공동 세일즈 오피스를 마련했던 점 또한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마켓 기간 동안, 단지 영화를 사고파는 업무만 진행되는 건 아니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된 부산프로모션플랜(PUSAN Promotion Plan)은 올해도 27편의 공식프로젝트를 선정했고, 이를 통해 차이밍량, 오기가미 나오코등의 신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10일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프로듀서들이 모여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EAVE Ties That Bind’가 함께 시작되며,
아시안필름마켓 2010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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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가 끝나면 모두가 <무산일기>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창동의 <시>에서 조감독을 맡은 경력이 있는 박정범의 <무산일기>는 탈북자들을 다룬 단편 <125 전승철>을 장편으로 확장한 영화다. 탈북자들의 삶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는 이 영화는 특히 강렬한 라스트 씬(이건 직접 보아야만 한다!)으로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든다.
-2008년에 사망한 실제 탈북자 친구를 모델로 한 영화라 들었다.
=북한에서 탁구선수를 하다가 탈북한 친구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탈북자라는 소재에 사회적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미시적으로 보고 느낀 것을 오히려 거시적으로 다시 바라본 영화다.
-직접 주인공 전승철을 연기한 이유는.
=이전 단편인 <사경>과 <125 전승철>에서도 직접 주연을 했었다. 배우 욕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연기 디렉션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원래 보존하고 싶은 느낌을 잘 못 내겠더라. 내가 가진 느낌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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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윌렘 데포가 부산에 손자국을 남겼다. <플래툰> <스파이더맨>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연기파 배우 윌렘 데포가 지난 10월 9일 토요일 오후 6시30분 해운대 피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핸드 프린팅을 했다. 부인 지아다 콜라그란데 감독이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 <우먼>의 주연배우로 부산을 찾은 윌렘 데포는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핸드 프린팅 행사를 마쳤다. 한편 윌렘 데포와 지아다 콜라그란데 감독은 같은 날 오후 5시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토크 ‘그녀의 스타, 그의 감독’에도 참석해 수백명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미국에서도 최고의 아시아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초대되어서 영광스럽다”고 인사말을 건넨 윌렘 데포는 블록버스터와 작가영화를 오가는 비결에 대해 “신작에 출연할 때마다 스스로를 완전히 변화시키며 새롭게 출발점에 서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먼>에서 윌렘 데포는
“매 작품이 새로운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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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건 주연의 할리우드영화 <워리어스 웨이>가 10월9일,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장동건과 연출자인 이승무 감독,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의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 <워리어스 웨이>의 프로듀서로 참석했다.
*10월13일 오전11시, 밤10시 메가박스2관에서 각각 상영되는 <젊은 날의 초상>과 <청춘>의 GV행사가 취소됐다. 두편 모두 ‘곽지균 추모전: 청춘 멜로의 초상’ 특별전에 포함된 작품이다.
*제3회 아시안영상정책포럼(주최 부산영상위원회)이 오늘 오전 9시30분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개최된다. 국제공동제작 지원정책인 ‘협정’, ‘인센티브 펀드’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10, 11일 양일간 열린다.
*아시아 영화인의 밤 행사가 10월 10일 오후 10시 30분, 그랜드 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서 차이밍량 감독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단신] 장동건 주연 <워리어스 웨이> 제작보고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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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개막식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되었다.
[PIFF영상]‘아오이 유우’ 개막식 레드카펫 노컷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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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2010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에 영화 '번개나무' 주연배우 아오이유우와 오카다 마사키 그리고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참석하였다.
[PIFF영상]아오이유우-오카다 마사키, 해운대 무대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