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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베리 해피!”10일 밤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태국의 밤’행사에서 한 타이 영화인에게 현재 타이영화산업의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타이영화는 지난 한 해 동안 50여 편이 제작됐다. 연간 적게는 20여 편, 많게는 30여 편이 만들어지던 3~4년 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한마디로 다시 돌아온‘타이영화의 르네상스’라 할만하다. 물론 얼마 전에도 전성기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옹박>의 흥행성공으로 할리우드를 비롯해 외국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왔던 지난 2003년이었다. 타이의 영화제작사 ‘GTH(Gmm Tai Hub)'의 용윳 통콩툰 대표는 “넘치는 돈으로 너도나도 영화산업에 뛰어들던 시절”이라면서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다보니 영화의 완성도는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관객은 타이영화에 등을 돌리게 됐고, 제작편수는 다시 급감했다. 그러나 지금 타이영화의 호황은 2003년의 그것과는 다르다. 부산국제영화제 김
타이영화의 이유 있는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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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지났지만 스타들의 방문은 끊이지 않는다. <악인>의 쓰마부키 사토시가 지난 주말 동안 부산에 도착했다. 12일 2시에는 <증명서>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줄리엣 비노쉬가 갈라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 나선다. 같은 날 오후 4시30분에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엄마 시집 보내기>의 무대인사로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이어 14일에는 <월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를 연출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뒤늦게 부산을 찾는다.
*2010 KOCCA 신화창조 프로젝트 피칭이 오늘 오후2시 노보텔 아이리스홀에서 진행된다. <귀신고래> <금녀의 집> <내 머리 속의 유리구두> <영화황제 김염, 불꽃> <철수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침묵> <코리> 등 총 7편의 작품이 공개 피칭한다.
*10일 오전11시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 9층에서 플래시포워드
[단신] 쓰마부키 사토시 부산 방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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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의 귀빈 중 한 사람은 태국의 우볼라타나 라자칸야 공주다. 그녀는 타이의 영화들과 로케이션 인프라를 알리기 위해 많은 영화관계자들과 함께 부산에 왔다. 타이의 상업영화제작사이자 배급사인 파라나콘 필름의 타마폰 다라마닷도 이 행렬에 동참에 아시안필름마켓을 찾았다. 타이의 영화산업에 미치는 공주의 영향력부터 물어봤다. “평민으로서 공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렵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공주는 자신의 메시지가 영화를 통해 전해지길 원하고, 영화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마켓 기간에는 파라나콘 필름이 제작한 영화들을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의 대표작 중 하나는 <더 인트루더>(The Intruder)라는 공포영화다. 한 마을의 수호신인인 뱀을 사람들이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참극을 그린 영화다. 다른 한편은 한국의 아이돌 가수를 사랑한 태국 소녀들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쏘리, 사랑해요>(Sorry, SARANGHAEYO)다. 그녀는
공포영화 팔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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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르 라쿠르트는 프랑스에서 작가주의 영화들을 주로 배급해온 디아파나의 바이어다. 설립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이밍량,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시엔 등 1년에 1편 정도는 아시아의 작가영화를 소개했다. 한국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배급했고, 최근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를 개봉했다. 먼저 <시>의 흥행 성과부터 물었다. “현재까지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내년 1월까지 내다볼 때, 약 22만에서 23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할 것 같다. 작가영화의 흥행성적으로 볼 때 상당히 큰 수치다. 참고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분미>는 10만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특징을 “다양성과 풍족한 잠재력”으로 꼽았다. “임권택 같은 거장이 있는가 하면 봉준호, 박찬욱을 비롯해 주목할 만한 젊은 감독도 있다. 무엇보다 젊은 감독의 영화들이 한국의 지역적 정서에 뿌리를 두고서도 모더니티를 갖
아시아 영화 보려면 부산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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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거장의 손자국이 영원히 부산에 아로새겨졌다. <부랑자들> <사냥> <까마귀 기르기>등으로 유명한 스페인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가 10일 일요일 오후4시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핸드프린팅을 했다. 1932년생인 카를로스 사우라는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 정권 치하에서 사회비판적인 걸작들을 만들었던 감독이다. 이날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에는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른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영화팬들이 몰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인 특별전에서는 카를로스 사우라를 비롯해 프랑코 독재정권 하에 활동한 스페인 거장들의 국내 미개봉작 7편이 상영되고 있다. 또한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11일 월요일 오전11시 그랜드 호텔 중원에서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는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다. 참가비는 5천원이며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 통역이 제공된다.
독재에 맞선 투우사 해운대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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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이하 PGK)의 프로젝트 피칭행사인 KPIF 2010(Korean Producers In Focus 2010)이 10일 오후 2시, 노보텔 아이리스 홀에서 열렸다. KPIF는 프로듀서의 기획력 강화와 투자환경 개선이 목적인 프로그램으로 세 번째 행사인 올해는 23편의 프로젝트가 참여했으며, 그 중 5편의 작품이 선정돼 피칭기회를 가졌다. PGK의 양종곤 대표는 “1회 때 1편, 2회 때는 3편의 작품이 투자계약을 했다”며 “올해는 5편의 작품 모두가 많은 미팅기회를 갖고 실질적인 제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심사위원인 타이거픽쳐스의 조철현 대표는 “오늘 행사는 투자자와 기획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시에 프로듀서의 소통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칭에 나선 5편의 프로젝트는 <만득이>(장원석PD), <하드 트레이닝>(신연철PD),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이수정PD), <거인의
똘똘한 영화를 중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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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 2007년, 별안간 암 선고를 받고 줄리안 리 감독은 그간 준비해왔던 모든 영화작업을 중단했다. 병마와 싸워 이긴 지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썼고 <스토마>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리고 올해 부산영화제 PPP프로젝트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PPP에 선정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처음엔 선정 사실을 믿지 못했다. 이 영화가 너무나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공동제작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과 소설 작업에 이어 영화까지 도전하는 이유는?
=지극히 자연스런 변화다. 사진으로도 이야기는 담을 수 있지만 긴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이나 소설과 달리 영화는 공동 작업이다.
=영화는 역시 돈 문제가 힘들다.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받거나 혹은 일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어렵다. 영화감독은
죽음 앞에서 새 삶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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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당나귀> The Old Donkey
리뤼준 / 중국/ 2010년 / 112min / 뉴 커런츠
땅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나를 심으면 하나를 내어주며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항상 당나귀를 타고 다녀서 ‘늙은 당나귀’라 불리는 마씨는 그런 땅과 평생을 대화하며 살아왔고, 어느새 땅을 닮아버렸다. 자식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오래된 고목처럼 홀로 시간을 버텨내는 마씨에게 땅은 친구이자 가족이며 선생님인 동시에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부모님을 공경하면 자식들도 자신을 공경하리라 정직하게 믿으며 살아왔지만, 이미 시대는 변하고 오래된 믿음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시골구석까지 찾아온 개발의 바람은 마씨에게 그나마 남아있던 땅의 권리마저 앗아가려 한다. 마씨는 그럼에도 묵묵히 당나귀에 늙은 몸을 싣고 황무지와 다름없는 땅을 일구는 것을 쉬지 않는다. 격변기를 거친 중국 기성세대의 그늘과 서글픔을 담아낸 <늙은 당나귀> 속
격변기를 거친 중국 기성세대의 그늘과 서글픔 <늙은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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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공포> Afraid of the Dark(Bruises)
마시모 코폴라/ 이탈리아/ 2010년/ 95분/ 플래시 포워드
모성과 불법이주노동자라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된 이야기다. 스무살 에바는 더 이상 다니던 공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가재도구를 정리한다. 혈혈단신이 된 에바는 이탈리아에 가기로 결정하고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나선다. 낯선 도시에 도착한 첫날, 에바는 남의 차에 무단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버린다. 다음날 에바를 발견한 자동차 주인 안나는 그녀를 잠시 자기 집에 머물게 해준다. 하지만 에바의 체류는 점점 길어지게 되고 에바는 안나의 주변 인물들과 친분을 쌓아간다. 할머니를 돌볼 일손이 필요했던 안나의 엄마는 에바의 도움으로 한숨 돌리게 되고 안나의 회사 동료 브르노는 첫 만남부터 에바에게 끌린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던 에바는 한 여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인을 미행하고 창문으로 집 안을 엿보는 에바의 추적이 한참 진행된 후 우리는 그녀가 에바
모성과 불법이주노동자라는 두 가지 문제 <암흑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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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 Ashamed
김수현 / 한국 / 2010년 / 129분 / 뉴 커런츠
사랑의 감정을 헤집어 들어갈 때, 집히는 단 하나. 창피함은 모든 사랑의 시발이자, 끝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창피하고, 누군가와 사랑할 때 그게 들키는 게 창피하며,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났을 때 창피하다.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는 다각도로 풀어본 사랑의 실체다. 소매치기 지우(김꽃비)와, 백화점 점원 지우(김효진), 다른 이유지만 삶에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둘에게 어느 날 닥쳐 온 사랑의 여파는 크다. 둘을 하나로 묶은 수갑으로 인해, 감정은 육체로 전이되고, 또 그 몸의 기억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온 감정을 뒤흔든다.
전작 <귀여워>로 한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냈던 김수현 감독이었다. 무려 7년 만이다. 그간의 침묵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여자들을 둘러싼 감정의 여파를 기록하는 감독의 필체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다. 추
다각도로 풀어본 사랑의 실체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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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연출한 작품 제목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 그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브레이터>를 포함해 <도발적 관계:M> <바쿠시, SM 로프 마스터> 등 핑크영화 출신 감독다운 소재를 주로 다루어왔다. 여성의 욕망과 섹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 <번개나무>를 연출한 일은 일종의 ‘외도’에 가까워보였다. 게다가 주연배우가 순수한 청춘의 표정을 지닌 아오이 유우와 오카다 마사키라니. <번개나무>는 숲속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성장한 소녀 라이(아오이 유우)와 도쿠가와 쇼군 히데나리의 17대손 나리미치(오카다 마사키)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깨비라고 불리던 라이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나리미치가 벗겨낸 순간, 그녀의 등을 꼭 끌어안은 그가 “바람이 기분 좋아, 이대로 있어줘”라고 속삭인 순간,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
핑크영화 출신의 색다른 에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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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라볼리아 가네 사람들>로 부산을 찾은 파스콸레 시메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현실의 허무함, 소외감을 겪는 지금 젊은이들에 대한 단상임을 강조한다. 영화는 시칠리아 섬,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말라볼리아 가족의 이야기다. 어업보다 작곡에 관심이 많은 안토니오와 불법이민자와 사랑에 빠진 누나, 바다로 나가 실종된 아버지, 그로 인해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 안토니오의 성장담 뿐 아니라 바다를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과 평생 바다와 함께 한 부모 세대의 충돌까지 이 한 편의 영화 안에 담겨있다. 이탈리아 누보 레알리즘 작가 지오반니 베르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근 100년 전의 이야기를 끌어와야 했던 이유에 대해 파스콸레 감독은 “지오반니의 소설에서 착안했지만, 시칠리아에 국한된 원작에서 조금 더 결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문화나 언어는 다르지만, 말라볼리아 가족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미국이나 부산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시칠리아 문학소년이 로마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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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돌스타의 치기어린 외도라고 생각했다. 그룹 2AM의 멤버 임슬옹이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의 골칫덩어리 후배 역으로 연기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한번하고 관두겠지 싶었다. 우리는 연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아이돌스타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폐쇄를 앞둔 간이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을 맡아 극의 한 축을 형성하더니(드라마 <도시락>), 이번에는 옴니버스 음악영화 <어쿠스틱>에서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지후’ 역을 맡아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세 편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거나 ‘발전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노래하다가 잠깐 쉬는 기간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는 “원래 연기도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역 출신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가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 지금까지 연기
어라! 진지한 배우돌이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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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는 게이들의 은밀한 낙원이다. 종로구의 깊숙한 그곳, 낙원동으로 들어서면 손을 맞잡은 남자들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울고 웃는다. <종로의 기적>은 종로의 삶을 대변하는 4명의 게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소준문은 마초적인 영화현장에서 게이감독으로서 살아가는 고단함을 이야기하고,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활동가 병권은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고, 요리사 영수는 게이합창단 활동을 통해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발견하고, 대기업 사원 욜은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연인과 살아간다. 여기에는 또 한명의 주인공이 있다. 감독 이혁상이다.
이혁상 감독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공동 창작집단인 ‘연분홍치마’의 활동가로서 다큐멘터리 <마마상>과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등에 참여해왔고, <종로의 기적>은 첫 연출작이다. 원래 그가 찍고 싶었던 것은 동성애자의 메카로서 종로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였단다.
“하지만 역사다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고, 그런
게이, 낙원의 게이를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