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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밑의 삶> Chassis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필리핀/2010년/73분/아시아영화의 창
<트럭 밑의 삶>은 필리핀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라 할 만하다. 살 집이 없는 두 모녀, 노라와 사라의 거처는 트럭 밑이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지만 엄마 노라는 하나뿐인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다. 하루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트럭 운전사들에게 몸을 팔고, 트럭이 부두를 떠나면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싸서 또 다른 트럭을 찾아 나선다. 언젠가는 남들처럼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꿈을 꾸면서 말이다. 그러나 딸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노라의 꿈은 산산조각난다. 분노로 가득한 노라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트럭 밑의 삶>은 항상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필리핀 길거리 여성의 현실을 그린 극영화다. 그러나 감독의 관심은 감정의 구축보다 현실 고발 쪽이다.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 식 접근도 적
필리핀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트럭 밑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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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샤마타운> Welcome to Shama Town
리웨이란/중국/2010년/104분/아시아영화의 창
중국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일확천금을 놓고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샤마타운은 전설적인 영웅 호전자가 살았던 곳이다. 21세기의 샤마타운은 그의 유명세로 근근이 먹고산다.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호전자의 이야기를 테마파크용 공연으로 개발해 관광객에게 보여주는가 하면, 마을의 이장은 호전자의 유품을 방송에 내보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 애쓴다. 한편 호전자의 유품을 통해 전설로만 알려진 보물이 샤마타운에 있을 것이라 믿은 고고학자와 그와 합심한 사업가가 샤마타운에 나타난다. 그들은 테마파크 개발을 돕겠다고 마을 사람들을 유혹하는 동시에 유적을 찾겠다는 명목으로 발굴에 나선다. <웰컴 투 샤마타운>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과 이기적인 도시인의 이분법적인 대결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인생이 한방이라고 믿는 건 양쪽 모두 마찬가지. 다만 샤마타운의 사람들은 마을
일확천금을 놓고 벌어지는 소동극 <웰컴 투 샤마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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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충돌> Driverless
장양 /중국/2010년/101분/아시아영화의 창
차디찬 도시 남녀들의 일상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그들의 사랑과 질투, 배신과 이별 등 각기 다른 이야기가 한데 뒤섞이는 영화다. 유려한 영상과 복잡한 구성의 드라마가 워킹타이틀이 만든 겨울 시즌용 로맨스물의 베이징 버전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던 지시옹은, 10년 전에 헤어졌던 샤오윤과 우연히 회사 주차장에서 마주친다. 상대에게 결코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고 하룻밤 사랑에 몸을 내던지는 위태로운 청춘인 리지아의 곁에는 언제부턴가 이름 모를 소녀가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한편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왕야오는 딸과 함께 사고를 당한 아내의 병상에서 오열한다. 이들은 모두 도시에서의 자신의 삶을 긍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진 욕망의 무게에 버거워한다. 그들 스스로 덜어내고 비워내고 감싸줄 수 있는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은
도시인들의 위태로운 자화상 <3중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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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October
다니엘 베가, 디에고 베가 / 페루, 베네수엘라, 스페인 / 2010년 / 83분 / 월드 시네마
전당포업자 클레멘테. 그의 하루 일과는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과의 무심한 대화와 가끔 창녀를 찾아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전부다. 단조로운 그의 삶이 뒤바뀐 건 어느 날 바구니에 아기가 배달되면서부터. 관계를 했던 창녀가 아이를 클레멘테의 자식이라며 떠맡기고 떠나버린 것이다. 난감한 클레멘테 앞에 이웃의 여인 소피아가 보모를 자처하게 되고,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10월>은 고독하고 메마른 현재의 삶 속에서 과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적극적인 시도다. 고독했던 클레멘테의 삶은 아기라는 존재로 인해 급변한다. 온기라고 없던 집에 보모와 아기, 병상에 아내를 둔 노인까지 모이면서 잊고 살았던 인간적인 삶의 면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영화 속 가장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장소는 전당포다. 전당포에서 오가는 건 돈과 물건이
고독하고 메마른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 를 묻는 영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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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쁨> My Joy
세르게이 로즈니차/ 독일, 우크라니아, 네덜란드/ 2010/ 127분/ 월드 시네마
이건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지옥으로의 여정이다. 러시아의 지방에서 밀가루를 나르는 트럭 운전사 게오르기이는 시민을 학대하는 지방 경찰들, 나이 어린 매춘부,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냥꾼 등 여러 인간들을 만나며 점점 마음이 얼어붙어간다. <나의 기쁨>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에 속아서는 안된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다큐멘터리 작업 중에 수집한 수많은 동구권의 일화들을 바탕으로 러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악몽 같은 현실을 로드무비로 치환해냈다. 게다가 이건 물리적인 거리를 여행하는 로드무비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 인간의 마음과 마음을 헤엄치는 일종의 정신적 로드무비다. 주인공 게오르기이가 탐험하는 장소는 시간과 공간을 건너뛴 러시아의 얼어붙은 욕망과 생존의 법칙이다. 로즈니차 감독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카메라 기법을 종종 선보이는데, 게오
소름끼치는 지옥으로의 여정 <나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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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리아> Camellia
장준환, 유키사다 이사오, 위시트 사사나티엥/ 한국, 일본, 타이/ 2010년/ 138분/ 폐막작
한국, 일본, 타이 등 3개 국가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주목 받는 감독 3인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 영화로, 부산에서 모든 제작과정이 이루어졌다. 배경은 한국의 부산이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세 감독의 이야기가 과거, 현재, 미래를 시점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의 <아이언 푸쉬>는 임무 중에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장 비밀요원 아이언 푸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은 타이의 독특한 캐릭터인 아이언 푸쉬를 키치적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카모메>는 영화 촬영 중 카메라에 찍힌 여인과 초현실적인 만남을 가지는 촬영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시공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장준환 감독
아시아영화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작품 <카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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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화법>은 홍콩영화계의 젊은 거장 팡호청의 직계 제자들이라 할만한 데렉 창, 지미 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AV>(2005)의 배우로 팡호청을 만난 데렉 창은 바로 홍콩의 국민배우 증지위의 아들로 유명하며, 지미 완은 시나리오 작가로 팡호청과 일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4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사랑의 화법>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짝사랑 등 사랑을 둘러싼 여러 삶의 이야기들을 다이내믹하게 펼쳐 보인다. 매 에피소드 서로 다른 감정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고,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인답지 않은 그들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데렉 창은 “매 에피소드마다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고, 특별히 서로 어떤 파트를 나눠 맡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함께 일했다”며 “오히려 9개 정도로 구상한 에피소드를 4개로 압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짝사랑하는 남자의 인형을 등장시켜 과거 쇼브
홍콩영화의 차세대 기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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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케플러의 세계는 팽창 중>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는 영화다. 우주학에 심취한 웹디자이너 올리 케플러는 애인이 갑자기 죽은 뒤 정신분열증에 걸려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영국 감독 비브 폰제니는 천문학과 양자역학적 상상력을 이용해 진지한 주제를 흥겨운 시네마로 치환해냈다.
-부산의 첫 인상은 어떤가.
=기다란 다리들이 해변을 뱀처럼 휘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야경을 보고 있으니 <중경삼림>이 딱 떠오르면서 정말 영화의 도시구나 싶다. 지금 <도니 다코>의 제작자와 함께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미래적인 도시가 필요해서 베를린도 가보고 토론토도 추천받았는데 부산이 아주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리 케플러의 세계는 팽창중>은 어떻게 떠오른 이야긴가.
=원래 정신상담 부문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환자들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더라. 정신분열증은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라 포기하려는 찰나,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미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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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감독과 촬영감독을 부부에 비유하곤 한다. 눈빛만으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 리 촬영감독은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좋은 동반자다. 데뷔작인 <동년왕사>(1985)로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남국재견>(1996) <밀레니엄 맘보>(2001) <카페 뤼미에르>(2003) 등, 허우 샤오시엔의 주요 작품들을 촬영해왔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좋은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마크 리 촬영감독을 해운대에서 만났다.
-마스터클래스 내내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빛은 세상의 모든 이미지를 존재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촬영의 시작은 조명이다.
-보통 감독이 되고 싶어 하지 않나. 촬영감독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해야하는 감독과는 달리 촬영감독
거장 허우샤오시엔의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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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팅리/싱가포르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이하 AFA)에 참가했던 싱가포르 친구들로부터 AFA에 대해 들어왔지만, AFA의 경험은 몇 마디 말로만 설명하기는 힘들다. 스탭들의 헌신과 하드워크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며 친절하게 우리들을 맞아준 스탭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내게는 놀라움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많은 함께 해준 스탭*들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감독 또는 기사들이며 그들이 우리를 위해 자신의 스케줄을 기꺼이 내어주는 점이었다. 나는 올해 AFA 코스에 참여한 두 명의 사운드 디자인 파트 참가자로서 프로페셔널한 최고의 스승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와 지식은 나의 이후의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고의 보살핌과 유익한 교육과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 AFA에 감사한다!!
빅얀 딕싯/네팔
AFA와 함께한 경험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THANK YOU, 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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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 그러니까 꽤 알려졌고 속세에서도 여력이 있는 업자가 아닌, 재산이라고는 소정의 상징자본 (그렇게 부르기도 민망한) 밖에 없는 이들이 한푼이라도 더 모으고 한컷이라도 더 고민해야 할 시간에 굳이 먼 도시의 영화제를 찾고 아이디를 발급받고 숙박을 하고 조식을 챙겨먹는 (무슨 간부 수련회에 온 임원들처럼) 이유는, 세상이 다 알다시피 성.욕. 때문이다. 처음 본 이들끼리 몰래 몰래 부딪히듯, 그냥 하루나 이틀을 지르듯 하는 그런 섹스에 대한 기대 - 그리하여 해변에서 크루징을 하거나, 별 인연 없는 파티에 기어코 찾아가 멋쩍은 춤을 추거나, 이미 충분히 마신 술의 2차, 3차를 부르짖거나 하며, 달뜬 심신끼리의 수요 공급이 1:1이 되길 소망한다. 들고 온 영화의 평판이 괜찮을수록 좋은 섹스를 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그 기준이 꼭 영화제의 선호와 일치하진 않는다. 가령 지나치게 ‘착한’ 영화를 들고 온 이들은 상을 받건 매체의 주목을 받건 이 찰나의 기간에 만
호방하게 외치자,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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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과 한명의 뮤즈가 해운대에 아름다운 대화를 남겼다. 13일 수요일 오후5시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대만 감독 허우샤오시엔이 참석한 오픈토크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그들은 함께 하였다’는 이름으로 열렸다. 이번 오픈토크는 줄리엣 비노쉬가 <증명서>와 <빨간 풍선>으로 키아로스타미,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관객들과 나누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증명서>는 오로지 줄리엣 비노쉬를 위해 쓴 대본”이라며 “감독이 아니라 관찰자의 입장으로 비노쉬를 지켜봤다”고 말했고, <빨간 풍선>의 허우샤오시엔은 “연기를 시킨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말로 비노쉬와의 작업을 설명했다. 줄리엣 비노쉬는 두 거장과의 작업에 대해 “두분 모두 나의 여성적인 부분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느낌에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 줄리엣 비노쉬는 오픈토크가 끝난 오후
거장들이 사랑한 배우 또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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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퍼포먼스상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CJ엔터테인먼트 파티의 2NE1? 롯데 파티의 태양? ‘시네마틱러브’의 DJ DOC? 모두 틀렸다. 올해의 부산 퍼포먼스상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줄리엣 비노쉬에게 돌아감이 마땅하다. <씨네21> 데일리팀이 임시로 작명한 듀엣의 이름은 ‘동호노쉬’. 김동호 위원장과 줄리엣 비노쉬는 12일 화요일 늦은 밤에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와이드 앵글 파티에서 서로를 그윽한 눈길로 마주보며 격렬한 가무를 가졌다. 일반 관객들이 볼 수 없는 퍼포먼스에 상이 웬 말이냐고? 두 사람의 격렬한 순간을 담은 동영상은 인디플러그 홈페이지(www.indieplug.net) 회원가입 후 풀HD 동영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두 분에게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BEHIND PIFF] 브라보! 동호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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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책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가 발간된다. 지난 15년간 세계영화제를 방문하며 기록한 글을 담은 이 책은 그동안 부산 <국제신문>에 연재된 ‘세계영화제기행’의 모음으로 판매용 국문판과 비매품인 영문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서문에서 김동호 위원장은 “방문했던 많은 영화제 중 40개의 영화제 기행만을 수록했고 하와이, 시애틀, 트라이베카, 인도 등 다른 30개의 중요한 영화제를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 네덜란드 영화평론가 피터 반 뷰렌,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추천사가 수록됐다.
한국영화기자협회가 12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나이트’에서 한국영화와 부산국제영화제 성장에 도움을 준 외신기자를 선정, ‘KOFRA 어워드’를 수여했다. 영화 칼럼니스트 달시 파켓과 <할리우드 리포터>의 평론가 매기 리가 감사패를 받았다.
아시아
[단신] 김동호 집행위원장 책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 발간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