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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여수의 한 작은 섬에 소리를 녹음하러 간 적이 있다. 시내와도 먼 곳이었기에 도시의 소음들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밤이 되고 바람이 잦아들자 파도소리조차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그 고요한 정적의 경험은 여태껏 내가 들었던 어떤 소리들보다도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소리는 공기처럼 늘 존재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있었을 테니 나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다. 마찬가지로 유성영화가 시작된 이래로 영화에 소리를 녹음하고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에 소리가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쉽게 그런 일을 따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어려운가보다. 영화라는 세계에서 당연히 존재해야 마땅한 것들에 시간과 노력을 보태야 하는 사운드 분야는 어떻게 보면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작업을 하기 위해 녹음실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외롭기도 했고, 영화에서 사운드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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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해 동안 극장을 찾은 총관객 수는 1억4840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5.1% 감소했다. 최근 CJ CGV가 발표한 ‘2010년 연간/12월 영화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05년의 1억4552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이후 5년 만에 기록한 최저 관객 수다. 이중 한국영화를 보러온 관객은 약 6926만명으로 46.7%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전년도 대비 2.3%포인트 하락했고, 관객 수는 약 735만명의 차이로 9.6% 감소했다. 또 <아바타> <아저씨> <인셉션> <의형제> <아이언맨2> <전우치> <이끼> <포화속으로> <하모니> <방자전> 순으로 2010년 박스오피스를 달궜다.
CJ CGV의 이상규 팀장은 “다른 해와 달리 2010년은 한국영화든 외화든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 특징”이라면서 “지난해에 비해 상승세를
‘콘텐츠’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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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폴크스바겐 클라쎄오토 신사전시장에서 베이글녀 '구지성' 스타화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인터뷰에서 구지성은 "김경진에게 고백받기 전부터 친구 사이였다.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해 당황스러웠는데 이상형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평생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 말하며 이어 김경진에게 영상편지를 보내 웃음을 자아냈다.
구지성 스타화보는 2010년 12월26일부터 4박 5일간 '섹시 아이콘'이라는 콘셉으로 마카오에서 진행됐다.
구지성의 스타화보는 스타화보닷컴(www.starhwabo.com)에서 미리 보기 가능하며
SKT NATE(**8253+ NATE)를 통해 13일부터 볼 수 있다.
[구지성]‘김경진의 사랑 고백’,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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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고(故) 이태석 신부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가 관객 30만명을 돌파했다고 KBS가 13일 밝혔다.지난해 4월 방송된 KBS 1TV 'KBS스페셜 - 수단의 슈바이처'를 영화로 재편집한 '울지마 톤즈'는 2001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펴다 지난해 1월 14일 대장암으로 별세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뤘다.지난해 9월 9일 전국 13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이후 한 달 만에 전국 관객 10만명을 돌파했고 11월 중순 관객 17만 명을 돌파해 '회복'(16만 명)을 제치고 국내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울지마 톤즈'는 '2010 '올해의 좋은 영상물', 제1회 'KBS 감동대상', 제20회 한국가톨릭 매스컴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한편, KBS 1TV는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를 맞아 14일 밤 11시40분 '울지마 톤즈'를 방송한다.'울지마 톤즈'를 연출한 구수환 PD는 15일
'울지마 톤즈' 관객 3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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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 느낀 건 휴머니티가 담겼다면 영화는 관객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반시사회를 해보니 진짜 많이 울더라고요. 아들과 동반한 성인들은 다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면서 나가더라고요. 따뜻함이 가슴을 적신 모양입니다."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 '글러브'(20일 개봉)는 청각장애인들이 모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전국대회 1승에 도전하는 실화를 가슴 뭉클하게 그린 작품이다.야수들끼리 공을 서로 잡으려다 부딪히기 일쑤고 방망이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듣지 못해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당당하게 대결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눈물을 참기 어려워진다.'투캅스' 시리즈 같은 코미디 영화나 '공공의 적' '실미도' 등 선이 굵은 액션과 드라마를 주로 했던 흥행 감독 강우석이 휴먼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강우석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자극적이고
<강우석 "각박한 세상..관객에 드리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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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놉시스에 배역에 관한 설명이 달랑 한줄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분량이 늘어나더니 김주원과 길라임의 '사랑의 큐피드'가 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SBS TV '시크릿 가든'의 인기는 조연인 장서원(29)에게도 시청자의 시선이 쏠리게 만들었다.
극중 길라임(하지원 분)의 액션스쿨 선배 스턴트맨이자 임종수(이필립)에 이어 액션스쿨의 대표로 올라선 황정환 역을 맡은 그는 "처음에는 1-2신에 불과했는데 5-6부를 기점으로 분량이 확 늘어나더라. 길라임과 김주원(현빈)을 연결하는 큐피드 역할을 맡게 되면서 나도 바빠졌다"며 웃었다.
사실 그는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의 비서인 김비서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그 역은 따내지 못하고 황정환 역을 맡으면서 이번에도 얼굴을 알리지 못하는 줄 알았다.
"정환이의 성이 황씨라는 것을 저도 12부에서야 알았을 정도로 이 드라마에서 정환
<장서원 "사랑의 큐피드 행운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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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슈퍼히어로들은 홀로 움직인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배트맨(팀으로 움직이는 엑스맨‘들’은 논외로 치자). 물론 아이언맨에게는 ‘워 머신’ 로니가 있고 배트맨에게는 로빈이 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린 호넷>에 이르러선 그 공식이 깨진다. 표면적으로는 부잣집 망나니 브릿(세스 로건)이 주인공이지만 실상 메커닉적인 측면을 장악하고 날렵한 액션으로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건 그의 조력자 가토(주걸륜)다. 톰과 제리,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처럼 대등한 존재로서의 짝패, 브릿과 가토 중 한명이라도 없다면 ‘그린 호넷’이라는 자경단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라디오 드라마에서 TV 드라마까지 인기
<그린 호넷>은 1936년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 드라마로 처음 선보였다. <데일리 센티널> 신문 발행자이자 존경받는 언론인 제임스 레이드가 숨을 거둔 다음, 그의 아들 브릿은 그때까지의 한량 같
[세스 로건, 주걸륜]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은 남자 vs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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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1월19일, 애틀랜틱시티의 보드워크(boardwalk: 해변을 따라 길게 깔린 판자 산책로)는 밤이 깊어갈수록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유모차에 술병을 가득 담은 젊은 부부가 지나갔고,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뒤를 따라 거대한 관에 거대한 술병을 눕힌 우스꽝스러운 장례행렬이 이어졌다. 한껏 꾸미고 나온 사람들은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마셔댔지만 시곗바늘은 정직하게 자정을 향했다. “10, 9, 8, 7, 6, 5, 4, 3, 2, 1.” 카운트다운 뒤 적막이 흐르고, 무대 위의 트럼펫 연주자는 느릿한 작별의 노래를 불렀다. ‘주류판매 및 양조금지’를 골자로 하는 금주령이 미국 전역에 시행된 1920년 1월20일 0시, 술의 죽음을 애도했던 애틀랜틱시티의 풍경이다. 실제로 이런 이벤트가 벌어졌는지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HBO>가 야심차게 내놓은 시대물 <보드워크 엠파이어>가 펼친 상상에 의하면 그날 이 도
[안현진의 미드앤더시티] 환락의 제국, 미국 역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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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일을 쉬고 한동안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이 언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사실 우리는 쉬고 싶다, 쉬고 싶다, 말은 쉽게 하지만 쉰다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제대로 쉬는 데엔 많은 수고가 든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잘 압니다. 항상 허망하게 사라지는 일요일이 매번 그 사실을 가르쳐주니까요. 당신의 결심 아래 깔려 있는 반짝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요.
수첩을 들고 날 찾아온 것은 아주 현명한 행동이었습니다. 맞아요, 내가 바로 여달 오지은 선생. 날 지인으로 둔 이상 루트는 나와 함께 짜야지요. 다행히 당신과 내가 비슷한 인간이어서 일은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 도시에 오래 있으면서,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새로운 걸 보고 채우는 것보다 나 자신을 비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솔직히 좀 많이 미화하는 거고, 그냥 피곤한 애들이 게으르기까지 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마음 가는 사람을 만나면 쭈뼛은 접어두
[오지은의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말야'] 6시간 마다 트위터에 안부 남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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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체를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놓은 다미엔 허스트의 수족관. 인분과 같은 신체재료로 만든 길버트&조지의 작품. 토사물과 지렁이와 곰팡이를 찍은 신디 셔먼의 사진. 무정형의 점액질로 뒤덮인 매튜 바니의 설치. 이처럼 부패하는 사체를 묘사하거나, 인간의 배설물을 동원하거나, 형체가 없는 점액질을 사용함으로써 관객의 구토를 유발하는 작품을 ‘역겨운 예술’(abject art)이라 부른다. 아주 어린 아기들은 종종 더러운 줄도 모르고 제 똥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곤 한다. 예술도 그처럼 시간을 거슬러 유아기로 퇴행해버린 것일까?
구토와 취미
구토를 유발하는 예술이란 어떤 의미에선 형용모순이다. 예술은 흔히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슐레겔은 샤를 바퇴의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는 아름다운 예술>의 번역본(1751)에 이런 각주를 붙였다. “모방을 통해 본성이 변형되는 불쾌한 감정들 중에서 오직 역겨움(Ekel)만이 예외다. 여
[진중권의 아이콘] 어떤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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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0일
<카페 느와르>를 보려고 계획했으나 매진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는 분께 부탁해 ‘관객과의 대화’의 한 좌석만 얻을 수 있었다. 정성일 감독과 김혜나, 정인선 배우가 단상에 올랐다. 정성일 선배는 마치 거기 보이지 않는 노트가 펼쳐져 있는 것처럼 테이블에서 한뼘쯤 떨어진 건공중을 주시하며 또박또박 문장을 읽어내리듯 말한다. 정인선 배우가 들려준 일화가 흥미로워 적어두었다. 영화의 도입과 결말부에 등장하는 그녀에게 정성일 감독은 본인이 나오지 않는 신을 테이프로 봉한 시나리오를 건넸다고 한다. 올해 스물이 됐다는 소녀 배우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래서 제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끝까지 저였어요.”
12월31일
한달 넘게 계속된 연말 레드 카펫 시즌을 전송하며 드는 한 가지 잡념. 줄곧 당연히 여기다가도 배우의 성취를 상으로 기리는 풍습이 의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배우가 발휘하는 힘은 그가 어떤 연기를 했는가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그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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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씨네21>785호를 참고하시길.
<카페 느와르>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하 <베르테르>)을 원작으로 한 1부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바탕으로 삼은 2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그런데 이 설명은 뭔가 미진하거나 엄밀히 말해 틀렸다. 내용적으로는 두 소설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게 맞지만 구조적으로 이들이 1, 2부로, 순차적으로 나뉜다고 볼 수 없다. 꼬투리를 잡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중요한 문제다.
우선 <카페 느와르>의 전체 구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큰 덩어리들로 생각보다 단단하게 묶여 있는 구조는 이 영화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1, 2부의 앞과 뒤에 더해진 이야기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불러도 된다면, 그 각각의 자리에는 두 문학작품과 관계없는 현실의 소녀가 등장한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전영객잔] 가혹하고도 가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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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버지는 살해되어야만 하는가. <트론: 새로운 시작>을 보고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 중 ‘아들, 혹은 최초의 인간’에 실린 문장이 떠올랐다. ‘아이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부모가 그를 대표하는 것이다.’ 확실히 <트론: 새로운 시작>은 1982년 최초의 CG영화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남긴 <트론>에 비해 허술한 구성과 실망스러운 이야기로 인해 단점을 먼저 찾고 싶어지는 영화다. 반대로 말하자면 <트론>이 이룬 빛나는 성취는 고스란히 <트론: 새로운 시작>의 짐이자 극복 과제가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한 이 못난 아들을 위해 몇 마디 변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과연 <트론: 새로운 시작>에 <트론>은 극복의 대상이었나. 이 단순한 질문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거울관계처럼 몇 가지 평행세계 위에 겹쳐진다. 주인공 샘(가렛 헤드런드)과 아버지 케빈 플린(제프
[영화읽기] ‘최초’가 아니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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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좋아 ‘정통 코미디’다. 빠른 말이 더딘 몸을 앞서고, 그 말이 예능의 대세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무기가 된 세상. 무슨 작정인지, 김병만은 근 십년을 한결같이 몸을 연마하는 ‘역행’의 개그를 선보인다. 제 몸을 마구 던지고, 꺾는 데서 모자라, 몹쓸 걸 먹어가며 하는 혹독한 개그. 편히 웃어버리기엔 그가 치러냈을 훈련의 과정이 짐짓 떠올라 차라리 연민이 앞서는 개그. 독한 수련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 아이러니한 몸의 연기는 십년이 지난 지금, 대충 눈짐작으로 배워 섣불리 따라할 수 없는 김병만식 전매특허가 됐다. 몸의 액션을 큰 웃음으로 치환하는 ‘개그계의 성룡’ 김병만. 마침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출연을 비롯해 주연을 한 <서유기 리턴즈>까지 잇단 영화 출연이, 연기자로 그를 만나기에 좋은 구실을 만들어줬다.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달인’ 코너의 공개방송을 앞둔 KBS 신관 연기자 대기실. 의상을 갈아입는 류담과 수제자인 노우진이 오늘 쓸 소품인
[김병만] 난 지금도 배우다, 희극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