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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파스빈더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까지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린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선술집에서 독일어 한마디 잘못했다가 저세상으로 떠난 미군 중위 아치 히콕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선택한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를 연기한 배우라고 말하면 좀더 친숙할 것이다. 파스빈더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해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스필버그의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 <300>의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던 그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아일랜드 공화군 출신 정치범 보비 샌즈를 연기했던 스티븐 매퀸의 <헝거>(2008)부터였으니까. 그러나 고작 3년 전부터 주목받게 된 서른세살의 뉴페이스라고 방심하면 큰코 다친다. 그가 마블의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퍼스트 클래스>)의 주연을 꿰찼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2013년까지 모
마키아벨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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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자비에 교수는 왜 휠체어를 타게 되었을까. 절친한 친구였던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는 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상반된 길을 걷게 되었나. 3편의 영화(<엑스맨> <엑스맨2> <엑스맨: 최후의 전쟁>)와 한편의 스핀오프(<엑스맨 탄생: 울버린>)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아직도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6월2일 개봉)는 엑스맨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영화는 엑스맨의 수장인 찰스 자비에와 브라더후드의 창시자인 에릭 렌셔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깊은 우정을 나누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헬파이어 클럽에 맞서 엑스맨이라는 이름 아래 힘을 합치던 시절을 조명한다. 진 그레이와 울버린, 로그와 스캇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치명적인 에너지빔을 발사하는 하복, 어떤 환경에서도 빠르게 진화하는 다윈,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아제잘 등 그들의
그들의 과거, 그 비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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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라는 스타가 있었다. 1997년 어느 기사에는 아예 “김지호 주식회사”라는 말이 적혀 있을 정도였다. 자동차, 화장품, 과자, 백화점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던 CF의 여왕이었고, <아파트> <8월의 신부> <로펌> <유리구두> 같은 드라마의 히로인이었던 그녀는 세상 도처에 나타났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연작에서 만난 배우와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행복한 아내로 살았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브라운관 속에서도 엄마를 연기하는 여배우로 다시 등장했다. 바로 지난해 12월까지 아침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김지호를 새삼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건 영화 <미안해, 고마워>다. 지금까지의 영화 출연작이 <꼬리치는 남자>와 <연인>, 단 두편에 불과했던 그녀에게 <미안해, 고마워>는 약 14년 만의 영화다. 비록 옴니버스영화 가운데 한편의 주연을 맡았고, 여전히 엄마와 아내를 연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작
[김지호] <봄날은 간다> 또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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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제품은 규정된 모습이 있다. 가령 칫솔은 일자로 생겨야 하며 숟가락은 동그래야 한다. 마우스는 어떨까?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마우스와 PC를 연결하는 케이블은 항상 마우스의 앞쪽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유선 마우스는 거의 같은 부분에 케이블이 튀어나와 있다. 그것은 마우스라는 제품의 규정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프레스 마우스는 이런 규정을 깨버린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신제품은 항상 키보드의 오른쪽에 위치하는 마우스의 특징을 고려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바로 마우스 케이블의 연결 위치가 왼쪽 방향에 치우쳐 있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유지하던 전형의 것을 파격적으로 표현한 혁신적인 디자인. 마이크로소프트 고유의 차세대 첨단 트래킹 기술인 블루트랙 기술(BlueTrack Technology™)을 적용해 대리석, 무려 카펫에서조차 원활한 마우스 작동이 가능하다. 총 다섯 가지 색상에 부담없는 2만원대 가격. 무슨 끼워팔기도 아
[Gadget] 케이블이 왼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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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의 시대다. 이제 극장에서 3D영화를 보는 것도 특별하지 않으며 3D 기능은 TV에서 기본 기능이 되어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3D TV광고를 보라. 대세는 3D다. 어느새 3D영화나 TV를 보고 멀미를 하거나 눈이 사시가 되어도 이미 3D 점입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제길, 아직 LCD TV도 없다는 한탄은 늦어버린 것이다.
IT에서의 세대교체는 늘 그렇듯이 하나의 컨셉이 등장하면 모든 것은 그에 맞추어 돌아가게 마련이다. 3D 시대가 온 이상 적용 가능한 모든 제품에 3D가 도입되는 것은 당연하다. TV는 물론 캠코더 역시 영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3D방식의 등장과 함께 가장 먼저 움직였던 카테고리. 당연히 여러 캠코더 브랜드에서 3D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를 출시했다. 그러나 캠코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소니에서 3D 캠코더를 출시하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던 중 마치 면벽수행에 들어간 무림의 고수마냥 고행을 끝내고 돌아온 브랜드. 소니의 내공
[Gadget] 본격 3D 캠코더 등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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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들이 있다. 하나의 장면,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영사하기 위해 실패를 무릅쓰고, 아니 실패야말로 자신이 획득해야 할 최고의 전리품인 양 곳곳에 지뢰가 매설된 사지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영화들 말이다. 이를테면 <포화속으로>가 그렇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홍보되었지만 이 영화는 어느 순간부터 독특한 시각적 쾌락의 ‘오브제’를 전시하는 데 몰두한다. 그 오브제는 바로 북한 인민군 766돌격대를 이끄는 박무랑(차승원) 소좌다. 그가 폭파된 다리 위에서 “어이, 남조선 동무들, 빨리 상판대기 좀 보고 싶소”라고 혼자 읊조릴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떤’ 관객의 마음속에선 수십여개의 붉은 깃발이 일제히 펄럭이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영화가 매혹의 시선을 건네는 것은 소좌가 입은 군복이다. 군모의 배지, 어깨 위의 견장, 윗도리의 단추들은 온통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옷깃과 군모에 달린 붉은 선들이 이들을 호
[design+] 시각적 쾌락 위해 돌격,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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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의 열혈기자 신홍주는 납치된 동생을 구해야 하는 동시에 특종거리로 짐작되는 범죄사건의 실마리도 풀어가야 한다. 영화는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도 몸도 다 조급한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 여주인공은 홀로 뛰어다니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서 사건의 중심부로 진입해간다. <헤드>는 그런 신홍주의 일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할을 박예진이 맡았다. 단독 주연을 맡은 그녀의 첫 번째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오랫동안 차가운 도시 여자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코미디영화를 거치며 숨겨놨던 친밀함을 드러내더니 <헤드>에서는 그런 과거의 이미지들이 두루 섞여 있다. 오기와 독기와 막말을 겸비한 억척이의 모습까지 더해졌다. 그 박예진에게 <헤드>는 어떤 영화였으며 어떤 경험이었을까.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에 속한다. 여주인공 신홍주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일단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소
[박예진] 차도녀에서 억척이로 내겐 자연스러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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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그저 ‘팬서비스 앨범’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아이패드’로 작업했다는 특이사항이 홍보의 주가 되는 것은 그만큼 음악적으로는 할 말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앨범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럽고 고릴라즈만의 재기는 이제 매너리즘쪽에 더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하지 못한 고릴라즈라니, 치명적이지 않은가.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굳이 밝히지 않아도 팬서비스성 음반이라는 생각이 딱 드는 게 아이패드로 작업을 했다거나 눈에 띄는 게스트가 별로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밴드는 이 음반에서 분위기를 다소 느긋하게 잡은 채 느슨한 ‘시도’ 내지는 ‘장난’들을 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라면 데이먼 알반의 예전 솔로작인 ≪Democrazy≫를 업데이트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Democrazy≫도 오래 기억될 음반은 아니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전곡을 아이패드로 작업하고 무상으로 풀었던 앨
[hot tracks] 고릴라즈의 장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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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heres PartI>
7월17일까지 /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문래 철재상가 반경 2km 이내 6개 장소 / www.spheres.kr
요즘처럼 mp3 혹은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는 모습은 하나의 일상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과 어우러져, 늘 지나치던 장소가 유난히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가 장민승은 이렇게 음악적 요소가 각자의 경험, 기억,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스피어즈(Spheres) Part1)>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스피어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문래동을 향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스피어즈’(Spheres)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 어플 내 지도와 GPS를 이용하여 QR코드가 부착된 장소를 찾아간다. 전봇대나 벽 등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발견하여 스마트폰으로
[아트인서울] QR코드 속 문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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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베이앙 개인전: Spacing> / 5월20일~8월18일 /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 & 선화갤러리 / 02-2002-7777
광화문에 도착했다는 걸 확인하는 방법. 빌딩 숲 사이로 망치 든 거인이 보이면 그곳은 광화문이 맞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가 제작한 <해머링 맨>은 그렇게 지역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5월20일부터는 <해머링 맨> 근방에서 길이가 9m나 되는,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개인전 <Spacing>이 <해머링 맨>이 위치한 흥국생명빌딩 3층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La Carosse>(프랑스어로 ‘마차’라는 뜻)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거대한 조형물로, 흥국생명빌딩 야외에 설치된다.
자비에 베이앙은 아직 한국 관객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
[전시] 압축과 생략, 그 사이에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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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부터 22일까지 경복궁이 닷새 동안 야간 개방되었다. 조명이 설치된 경회루는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이소라식으로 말하면 이런 진부한 표현은 퇴출되어야 마땅할 테지만…. 경회루의 고고한 아름다움 앞에 참신함이라는 단어야말로 퇴출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야간 조명도 없이 달빛만 의지해 태종 12년(1412) 4월2일에 완공되었던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보는 편이 좋을 테니. 이 글을 쓰는 19일 현재 상황으로는 주말에 비가 예보되어 있는데 가능하면 폭우가 내리길 바라고 있다. 낮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의 박석을 보기 위해서, 밤에는 (비가 내려서 줄어든 방문객 사이에서) 경회루의 호젓함을 조금이라도 즐겨볼까 해서다.
경복궁 타령이 시작된 이유는 순전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때문이다. 1권으로부터는 18년, 5권으로부터는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청장을 지냈
[도서] 경복궁은 언제가 가장 아름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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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문학팬에게 지난 몇년은 상실의 시대였다.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시리즈는 중단됐다. 드문드문 SF 클래식을 내놓던 출판사들도 조용해졌다. <별의 계승자>처럼 아찔한 신간을 발간해준 오멜라스(웅진)와 <심연 위의 불꽃1>의 행복한책읽기 SF 총서가 없었더라면 슬픔은 더 컸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운 출판사들이 용맹하게 SF장르에 뛰어드는 조짐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폴라북스가 내놓은 ‘필립 K. 딕 걸작선’이 대표적이다.
먼저 발간된 세권(<화성의 타임슬립> <죽음의 미로> <닥터 블러드머니>)은 국내에 한번도 소개된 적 없는 신간이다. 일단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은 <화성의 타임슬립>이다. 먼저 읽어야 할 이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필립 K. 딕 스타일의 책이기 때문이다. 1994년 식민지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정신분열증의 과거를 잊기 위해 수리공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겪는 우주적 모험이자 내
[도서] 무한한 상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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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천녀유혼> 깨달음을 얻어 과거 급제한 남기남 영감
[정훈이 만화] <천녀유혼> 깨달음을 얻어 과거 급제한 남기남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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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고 좁은 오솔길이다. 우리는 늘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하지만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말의 홍수 속에서 쉽게 피로해지고 종종 그 길을 벗어난다. 이야기의 창구가 많아질수록 교감의 깊이와 시간은 얕아지는 것이다. 교감에 필요한 그 마법 같은 찰나의 시간조차 지루해하는 지금, 4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미안해, 고마워>는 잊고 지내던 ‘착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며 천천히 걷는 법을 일러준다.
송일곤 감독의 <고마워 미안해>는 죽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반려견을 통해 아버지와 딸의 화해 과정을 차분하게 그린 한편의 풍경 같은 영화다. 큰 단독주택에서 반려견 수철이와 단둘이 살고 있는 로봇공학박사 오명철(남명렬)에게 미술관 큐레이터인 딸 수영(김지호)은 집을 처분해 갤러리를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추억이 묻어 있는 집을 파는 것이 못내 아쉬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서운한 딸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던 어느 날
'착한 관계'를 일깨우며 천천히 걷는 법을 말하다 <미안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