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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사전 선호도 평가 1위, 경연 1위, 가수별 공연 시청률 1위, 무편집 동영상 재생건수 1위.가수 임재범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세운 기록이다. 그러나 그가 '나는 가수다'에 미친 영향은 이런 수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임재범의 무대를 두고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공연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게임의 틀을 다시 짜다 = 임재범은 음정, 발성, 기교 등 가창력의 기술적 요소가 '나는 가수다'의 청중 평가단을 사로잡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그가 지난 1일 부른 '너를 위해'는 음정과 호흡에서 완벽하지 못했다. 미세한 음이탈이 있었고 중간중간 호흡도 짧았다. 스스로도 노래가 아닌 넋두리를 했다며 불만족스러워했다.그럼에도 임재범은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호소력이 기술적인 실수를 뛰어넘은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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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항상 가슴 한 켠에 크게 자리하는 어머니지만 어머니란 말만큼 복잡한 정서를 담고 있는 단어도 드물다.어느 순간 늙어가는 병약한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 가슴에 납덩이 같은 무거운 슬픔이 맴돌다가도 언쟁이라도 벌일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울컥 짜증이 치밀기도 한다. 좋았다가 싫어지다가도 다시 미안해지는 존재인 어머니. 영화 '마마'는 그런 정리하기 어려운 '어머니'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을 겨냥한다.영화는 세 편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듯 뒤섞인다. 아픈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딸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유명 소프라노의 이야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바라보며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때로는 마주친다.조직폭력배인 아들이 유명 영어 강사인 줄 알고 착각하고 사는 어머니 옥주(김해숙)와 아들 승철(유해진)의 이야기를 다룬 일화가 가장 재미있다. 어머니의 첫
<새영화> 배우들 호연 빛나는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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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DVD를 샀다. 꽤 많이 샀다. 특가세일에 저주를! 어쨌든 그중엔 예전부터 벼르던 것도, 새삼 눈에 띈 것도 있었다. <스윙걸즈>는 전자다. 이 영화는 각별하다. 음악 ‘글’에 대한 압박(!)을 조금 덜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윙걸즈>에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인상적인 순간이 두번 등장한다. 하나는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냇 킹 콜의 <L.O.V.E.>다.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그때 나는 뭔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30대에 대한 불안? 늦게 찾아온 사춘기? 우에노 주리가 예뻐서? 웬일인지 지금도 나는 그 장면에선 갓 구운 빵처럼 된다.
다른 장면은 아이들이 시내의 소음을 따라가며 “이것도 재즈가 되네!”라고 외치는 때다. 신호등을 지나 버스터미널을 지나 아파트와 탁구대를 지나는 장면에는 스코틀랜드의 구전동요 <Comin’ Through the Rye>가 흐른다. 그건 음악이 멀리 있는 게 아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은 늘 ‘여기’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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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마감이 다가올 때마다 치르는 의식이 있다. 방 한켠에 놓인 침대와 싸우며 오늘도 긴 밤을 버텨보자 다짐하는 작은 위로다. 입사한 첫해인 2008년에는 마감 전날 늘 드립커피를 내려 마셨다. 여과지에 담긴 커피알갱이들이 넘칠세라 끓는 물을 조심스럽게 따르고 있자면 마감 때문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듯했다. 이듬해부터는 커피통과 여과지를 치우고 아세톤과 네일 케어 도구들을 가까이 하게 됐다. 아직까진 네일 케어에 대적하는 적수가 없어 에나멜의 코를 찌르는 냄새와 함께 마감을 시작하고 있다.
셀프 네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 혹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색감이 마음에 드는 매니큐어 제품을 하나둘 구입하다보니 사모은 게 아까워서라도 1주일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손톱 색깔을 바꾸게 되었고, 손톱 사이로 삐져나온 큐티클이 흉해 보여 그걸 정리해주는 니퍼를 사게 되었고, 손톱을 빠르게 말려준다기에 퀵 드라이어 제품을 찾게 되었고…. 이렇게 다단계 구매
[타인의 취향] 네일 케어의 해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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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판에서 사랑받는 두 ‘홍 자매’ 작가가 있다. 이중, 홍정은, 홍미란 자매의 드라마를 보면 스스로 만든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는 주인공을 자주 만나게 된다. 완고하던 이들은 타인을 만나 그 틀에 균열이 생기며 인간미를 드러내는데 어디까지나 그 사람답게, 그게 매력이다.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이나 MBC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한예슬), 그리고 신작 드라마 MBC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이 그런 타입이다. 기본 성품의 변주로 웃음과 매력을 뿜어내는 홍 자매의 캐릭터에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이야기의 정서에 맞게 변주하거나 점층적으로 쌓아올려, 나중에는 그 음악만 시작되면 입꼬리부터 올라가게 되는 식으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음악이 꽤 어울린다. <환상의 커플>이 좋은 예로, 양이 과하긴 하지만 이런 음악 사용은 목적도 있고 효과도 기대한 대로다.
극장처럼 독립되어 있지 않은 시청 환경에서 호흡이 긴 극을 끌어가야
[유선주의 TVIEW] 음악, 너 말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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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영화 '마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단짝 같은 엄마, 철없는 엄마, 나 없으면 못사는 엄마. 사연은 달라도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마마'는 오는 6월 2일 개봉한다.
[마마]‘전수경’ 갑상선암 수술 고백, "내게 희망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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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할리우드에서 10번째로 돈을 많이 번 영화 <행오버>는, 총각파티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간 세 남자가 예비신랑을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의 A to Z를 보여준다. 영화의 중반쯤에 트렁크에서 쿵쿵 소리가 나자 세 남자는 반가운 마음에 트렁크를 여는데, 왜소한 단신의 동양인 남자가 전라로 튀어나와서는 쇠지레로 제 몸집의 두배는 될 법한 장정 셋을 두들겨팬다. 수치심은커녕 자비도 없는 이 의문의 남자는 30초가 채 되기 전에 셋을 다 때려눕히고는 사막을 전력으로 질주해 사라진다.
“대체 누구였어? 완전 장난 아니던데?” 극장을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동양인 남자를 궁금해했다. <행오버>에서 중국계 마피아 미스터 차우를 연기한 ‘그 남자’는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이다. 그는 주드 애파토우의 <사고친 후에>의 산부인과 의사로 영화에 데뷔한 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행오버>와 TV시트콤 <커뮤니티>를 통해
[안현진의 미드앤더피플] 방정맞은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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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
2주 뒤 내한할 이자벨 위페르를 기다리며 틈틈이 그녀의 영화를 본다.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레이스 뜨는 여인>(La Dentelliere, 1977)을 DVD 플레이어에 넣으며 긴장했다. 한때 내게 진한 자국을 남긴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작은 용기를 요한다. 비유하자면 헤어진 애인과 차를 마시는 기분과 비슷하다. <레이스 뜨는 여인>에서 순진무구한 처녀 폼므로 분한 위페르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으로부터 곧장 걸어나온 것 같다. 촉수 같은 솜털로 뒤덮여 있으며, 몸의 모든 모서리는 완만하게 둥글려져 있다. 그녀는 지적으로 완전한 백지 상태인 채, 충만해 보인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뒤 마음이 깊이 병들어 요양소에 수용된 폼므가 뜨개질을 하다가 불현듯 고개를 들어 관객을 응시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 신의 배경은 분명히 붉은 낙엽이 뒤덮인 요양원 벤치였고 앵글은 정면, 사이즈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누구나 이 세상에 수십편의 영화를 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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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무관하지만 내용이 상충하는 듯한 외신 둘. 하나. 멕시코 마약조직간 알력다툼이 휩쓴 자리에 머리가 잘린 시신 수십구가 발견되었다는 원초적 토픽. 둘. 영국 일간지 <가디언> 대담에서, 머리를 컴퓨터에 빗대 머리 작동이 멈추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제로(0) 상태와 똑같아 사후세계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 답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간결하고 모던한 정리. 인간의 마음/존재가 사랑의 부호(♥)를 닮은 심장에 자리한단 믿음은 비단 불경의 가르침을 넘어, 과거 폭넓게 퍼졌다. 그러나 뇌신경학의 발전은 마음의 지휘통제권을 심장에서 라면다발 모양의 두뇌에 이양했다.
기요틴 처형을 공공연히 행한 18세기 이후 참수의 전근대성은 인본주의의 대두로 지탄받으며 역사 속에 묻히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현대 문명사회조차 목을 자르는 미개한 살해의 실상을 틈만 나면 접한다. 알카에다는 인질로 잡은 외국인들을 잇따라 참수 처형했고, 그 전모를 녹화한 영상 파일을 온라인에 살포해 시대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참수(斬首)의 미학, 정치학, 뇌신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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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지한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에선 따로 도모할 일이 없기에, 번잡한 관심에서 해방되어 완벽한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실에 들고 갈 책을 선정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서가에서 책 고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압력도 증가하지만 그렇게 증가한 압력은 뒤에 증가된 쾌감으로 돌아오기에, 인내에 따르는 그 참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궁극적 해결과 더불어 도래할 지고의 열락에 대한 벅찬 기대가 존재한다.
책을 읽지 않는 법
그렇게 엄선한 책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변기 위에서 이 책은 육체와 정신, 이중의 해방을 의미했다. 글 써서 먹고살다보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쏟아질 비난에 대한 두려움에서 소심한 먹물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그들의 순결함에도 불구하고 읽지도 않았고 읽지도 않을 책의 각주를, 가능한 한 원어로 달아가며, 본의 아니게 위선자로 살아왔던 것이다.
바야르
[진중권의 아이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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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가 평단과 관객 대중 모두에게 비교적 고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비판의 지점은 대체로 유사하다(804호 김지미의 영화읽기 ‘지금 현모양처여야 과거를 긍정하나요’를 참고하시오). <써니>가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어떤 역사성도 없다,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게 결국은 돈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가 대강의 요지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영화는 여자들의 우정을 그리고 있으나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라는 지적인데, 동의한다. 하지만 뭔가 조금은 뻔해 보인다. 과거를 추억하는 회상 영화에서, 현재의 시점에서 복기된 과거가 판타지의 개입을 피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든 윤색되고 미화된 판타지로서의 과거, 그리고 그런 과거가 불러일으키는 향수가 불편하기는 해도, 그게 이런 장르를 지탱하는 핵심인 건 사실이며, 그런 맥락에서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말하자면 <써니>에서 성인이 된
[전영객잔] 이것은 여자의 역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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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완성된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점입니다. 만든 영화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예전의 방법으로는 몇몇 주변의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같이 보거나 영화를 녹화한 테이프나 DVD를 건네며 한번 보라고 권유하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좀더 자신의 영화를 알리고 싶다면 전세계 몇 백개나 되는 영화제 중에 맘에 드는 곳에 우편으로 보내 상영해주기를 바랄 뿐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이 있으니까요.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상영은 완성된 영화를 동영상 파일 형태로 만든 뒤 특정 사이트나 블로그에 업로드해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보게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나 사이트에 따라서 수백명 혹은 수만명이 관람할 수도 있고 그것을 본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영화제에 초청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내올 수도 있습니다. 혹은 돈을 지불할 테니 영화 방영권을 달라고 해외 방송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온라인 배급 시대가
[영상공작소] 내 영화 공유하고 출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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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 / 레이븐 다크홀름 (제니퍼 로렌스)
이전 시리즈에서 미스틱은 브라더후드 집단의 강력한 2인자였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해 상대방을 교란하는 미스틱은 금속이 없는 곳에서 어떤 힘도 쓸 수 없는 매그니토를 매번 위기에서 구출했다. 그랬던 미스틱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퍼스트 클래스>)에선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스틱 이전, 레이븐 다크홀름이었던 돌연변이 소녀는 젊은 시절의 찰스 자비에와 남매 같은 우정을 나누고, 천재 과학자 행크 맥코이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한다. <윈터스 본>으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유망주 제니퍼 로렌스가 레이븐을 연기한다. 로렌스에 따르면 레이븐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엑스맨 캐릭터를 통틀어 시작과 끝이 가장 다른 캐릭터라고.
엑스맨 / 행크 맥코이 (니콜라스 홀트)
전세계 돌연변이들을 찾을 수 있는 찰스 자비에의 ‘세레브로’. 엑스맨의 활동에 필수적인 제트기 ‘엑스젯
캐릭터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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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런던 메이페어에 자리한 도체스터 호텔에서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주연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났다. 영화의 완성본이 아니라 2, 3분으로 제작된 예고편만이 당시 모인 기자들에게 허용된 영상이었다. 짧은 예고편 상영과 인터뷰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기자들은 짧은 예고편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찰스 자비에와 패트릭 스튜어트의 찰스 자비에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자신이 맡은 자비에 교수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나는 프리퀄은 캐릭터들이 유명해지기 전의 과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 캐릭터를 아주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정확히 반대인 자비에를 그리기로 했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가 자아(ego)
“자비에 교수, 전작들과 정반대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