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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과 양익준이 연출한 옴니버스영화 <애정만세>는 기개가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본받고 싶거나 선망을 받을 만한 이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인물의 기개만으로 영화 전체의 역동적인 기세를 만들어낸다. 이는 현실적인 레벨에서 형상화된 인물이 해낼 수 있는 감정이입의 수준으로는 상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지영의 <산정호수의 맛>에는 좀 있으면 갱년기 장애를 겪을 중년 여성이 나오고, 양익준의 <미성년>에는 삼십대의 숫기없는 남자와 발랑 까진 십대 여고생이 주인공인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사랑 이야기에선 예상할 수 있듯이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없다. 사랑이라는 말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남용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선 이들이 사랑 소재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게 신선하다. 이들처럼 살고 있을 우리 대다수는 이런 사랑 이야기에 역설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체가 선전하는 로맨스의 낭만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다루되 <애정만세>는
[김영진의 인디라마] 빛나는도다, 인물의 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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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진의 <굿바이 보이>는 2000년 이후 한국영화계에 빈발해온 회상체 향수영화의 계열로 묶을 수 있는 작품이다. <친구>(2001), <품행제로>(2002), <말죽거리 잔혹사>(2004), <스카우트>(2007), 근작 <써니>(2011)에 이르는 노스탤지어영화의 계보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들과 <굿바이 보이>가 갈라서는 지점은 과거에 대한 서술이 지나간 기억을 환기하는 차원의 재현을 넘어 시대 또는 역사성의 인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시대의 정황이 과거 향수의 태도를 좌우하는 인자가 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만큼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던 듯싶다. <굿바이 보이>의 인유의 수사가 왜 흥미로운가 하면 80년대를 무대로 삼아 수난의 가족사와 질곡의 시대사를 나란히 세워놓고 둘의 상관관계를 유추하도록 만드는 서사 구조를 통해 범상한 노스탤지
[전영객잔] 그래서 ‘실감’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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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곡, 김선 쌍둥이 감독은 여전히 잘 놀고 있다. 여기서 논다는 단어는 비판의 단어가 아니다(유희라는 단어 대신 논다는 단어를 쓴 것은 판놀음과 ‘놀이’의 개념이 더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감독이 판을 제대로 벌일 줄 알고 그 판에 들어가 제대로 놀 줄 아는 것은 감독의 재능이고 또한 감독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감독이 잘 놀지 못하면 배우도 힘들어지고 스탭도 힘들어진다. 제대로 정말 잘 놀 줄 아는 감독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내 생각에 김곡, 김선(이하 곡사)은 많지 않은 그들 중 하나이다. 곡사가 쉼없이 이어온 그들의 놀이는 한국영화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며 현재 한국영화의 또 다른 현상이며 단면이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이하 <화이트>)는 곡사표 영화가 맞다. 그들은 여전히 말할 것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놀 것도 많다. 아이돌과 왕따라는 사회적 현상을 끌고 오고 여전히 이미지와 영화라는 매체를 가지고 놀이를 한다.
[영화읽기] 여전히 잘 놀 줄 아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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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고진 다음으로 바쁜 남자를 만났다.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말에 윤계상은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정말 그래요?” 매일 촬영장에서만 지내다보니 <최고의 사랑>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단 당연한 칭찬이 그에겐 영 어색하단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체감지수에 불과하다. 드라마와 맞물려 영화 <풍산개> 개봉까지 겹치면서, 그는 정말 지금 현재, 가장 주목받는 최고의 배우가 됐다.
윤계상이, 정확히 말하자면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가 해낸 가장 로맨틱한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구애정의 귀를 틀어막는 행위였다. 구애정이 자신의 험담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쑥 그녀의 귀를 가려주는 순간, 구애정을 제외한 모든 여성들의 마음이 윤필주에게 가 닿았다. ‘윤필주’는 무데뽀에 안하무인인 남자의 정반대인, 자상하고 로맨틱하며 귀여운 남자를 지칭하는 대표 용어가 됐다. god 이후 주춤했던 윤계상의 ‘인기’가 회복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윤필
[윤계상] 내겐 너무 다정한…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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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친 뒤,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기자에게 잠깐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사진 기자만 남은 병실에서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60여일간의 단식으로 앙상해진 알몸을 내보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임하는 양윤모 평론가의 각오는 이토록 필사적이었다. 궁금했다. 30여년 동안 서울에서 영화라는 학문에만 몰두해왔던 학자가 어떻게 3년 만에 제주도에서 짱돌을 들고 크레인 밑에 뛰어드는 ‘투사’가 되었는지. 평생 주먹 한번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아홉건의 위법 행위로 교도소에 수감된 ‘전과자’가 된 계기는 뭔지. 6월1일 제주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나 제주대학교 병원에 입원한 양윤모 평론가를 만났다.
-몸은 좀 어떠신지요.
=단식 투쟁을 계속하고 있어 링거 주사를 맞고 물만 마시고 있어요. 회복 중인데도 생각보다 체중이 잘 안 늘어나네요(65kg이었던 그의 체중은 단식으로 52kg가 되었다). 그래도 의사들이 의외로 몸 상태가 좋
[양윤모] 침묵한다면 평론가 자격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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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라인가? 아니면 전자담배? 아마 이 제품을 처음 본 사람들은 다소 헷갈릴 테지만 이 제품은 칫솔이다. 심지어 음파진동칫솔. 진동칫솔은 들어봤지만 음파진동칫솔은 또 무엇?
그러니까 원리는 이렇다. 이 칫솔의 헤드는 분당 1만6천회 진동해 미세 공기방울을 만드는데 이 방울들이 치아 사이의 세균들을 관리하고, 칫솔질을 할 때 치아와 잇몸에 주는 자극도 줄여준다. 음파진동칫솔이라는 타이틀답게 기존 진동칫솔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의 저소음(55dB)으로 주위에서 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인 점이나, AAA 사이즈의 건전지 하나면 3개월은 거뜬한 전력소비량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길이 16cm, 두께 2cm의 슬림한 스타일 덕분에 파우치나 주머니에 쉽게 넣을 수 있어 휴대성이 용이한 것이 가장 큰 장점.
가격은 본체와 브러시 포함 3만9800원, 교체형 브러시 1세트(2개)는 7900원이다.
[gadget] 들고다니며 이 닦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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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배우 이상윤은 지난 1년 반 동안 쉴틈없이 달렸다.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시작으로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톱스타 김혜수와 호흡을 맞췄고 '짝패'를 통해 사극을 맛봤다.그사이 서울대 출신 모범생으로만 보였던 청년에게서 배우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13일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채워가야할 게 많다"며 지나온 길보다는 가야할 길에 마음을 쓰는 듯했다.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배우다웠다."세 작품 모두 저를 알리고 연기적으로 해보고 싶던 걸 많이 해 본 작품 같아요. 이것저것 다 경험하면서 이제 밑천을 봤으니까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극중 인물이 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던데 제가 실제 그 인물이 돼가는 걸 수도 있고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됐든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게 좋아요."최근 종영한 '짝패'에서 그는 탐관오리를 척결하
<이상윤 "이제야 연기 밑천 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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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국정원과 북한 보위부가 등장한다. 영화는 남북의 첨예한 대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진로다. 그런데 이 영화, 기괴하다.영화는 첩보물인가 싶더니 멜로드라마로 장르를 갈아타고, 어느새 블랙코미디로 나아간다. 소소한 웃음이 곁들여져 있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비극이다. 그러나 비장미 없는 비극이라는 점에서 비극적 세계관마저도 비꼰다.영화 '풍산개' 이야기다.'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영화다. 첫 장편 '아름답다'(2008)로 주목받은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전 감독은 "김기덕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지만 연출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기괴한 상상력은 김기덕 감독의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관객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리는 이 영화는 색다르게 남북 관계를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휴전선을 넘나들며 3시간 안에 사람과 물건을 배송하는 정
<새영화> 기괴한 남북관계..'풍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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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362(W) X 265(H) X 293(D)mm / 무게: 5.6Kg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반찬 투정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먹고 싶은 것’과 ‘먹기 싫은 것’의 기준이 명확해진다. 먹고 싶은 건 어떻게든 찾아먹고, 먹기 싫은 건 죽어도 먹지 않는다. 입맛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 어떻게든 포용성이 없어지는 셈이니, 일종의 퇴화일까.
어쨌든 요즘의 나에게 가장 참기 힘든 건 맛없는 밥을 먹는 것이다. 그래, 밥만 맛있다면 반찬 후진 거야 그런 셈치고 어떻게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윤기라곤 온데간데없이 푸석푸석한 밥을 보고 있으면 앞에 아무리 진수성찬이 있어도 입을 못 대겠다. 구입한 지 6년차 되는 전기밥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꼭 압력밥솥으로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제품 하나. 밥솥 하면 생각나던 브랜드 쿠쿠의 6인용 전기압력밥솥인 ‘크랜베리’다. 현재 쓰고 있
[gadget] 부드러운 현미밥 먹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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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 4월27일에 세워졌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은 경제개발계획이 본궤도에 오르자, 각종 문화정책을 거푸집 삼아 ‘근대화된 조국’의 형상을 주조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는 이 동상은 이런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 시절,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깨달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한복판에 충무공의 동상 하나쯤은 세워두고 있었다. 임상수 감독의 2005년작 <그때 그사람들>은 한 장면에서 이 동상에 주목한다. 영화 초반부, 카메라는 이순신 동상을 앞에 두고 느리게 옆으로 이동하며 청와대를 향해 날아가는 헬리콥터들을 잡는다. 그런데 이 장면, 뭔가 이상하다.
잠깐, 바로 앞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헬리콥터 안이다. 대통령 일행이 앉아 있다. 비서실장이 창 너머를 힐끗 내려다본 뒤 먼저 말을 꺼낸다. “혁명 때만 해도 여기 다리 하나 없이 나룻배에, 온통 뻘밭에… 참 감개무량하시겠습니다.
[design+] 권력의 경비병으로 전락한 영웅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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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이와 많이 닮았다.” 박신혜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에서 주인공 ‘이랑’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하던 중 한혜진 감독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단순히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달리기에 지기 싫어 일부러 넘어져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보다 훨씬 어른 같은 친구 ‘수민’에게 동경과 질투심을 가지고, 우연히 만난 ‘철수’에게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는 등 사춘기를 겪는 ‘이랑’의 모습에서 이제 막 스무살을 통과한 배우 박신혜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소중한 날의 꿈>의 목소리 출연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막 끝낸 박신혜를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나눴다.
-응원하는 기아 타이거즈가 2위(6월6일 기준)에 올랐다.
=LG와 공동 2위다. 선두 SK와 한 게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어디 팬인가. 롯데 팬? 롯데만 4위에 오르면 ‘엘롯기’(LG, 롯데, 기아를 지칭하는 말)네. 롯데와 기아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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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 성인 연기라는 베이스를 향한 성숙하고 날렵한 발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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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영국 음악 주간지 <NME> 특유의 ‘오버질’ 때문에 덩달아 까인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악틱 몽키스는 기본적으로 좋은 밴드다. 점점 향상되는 앨범의 수준이 이를 증명한다. 더욱 성숙해진 악곡과 웅변적인 기타 솔로를 비롯한 다채로운 기타 사운드가 여기에 있다. 이번엔 홀로 빛날 수 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순박하면서도 재치있던 셰필드의 소년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초기 쏟아진 영국의 열광적인 반응에 납득하지 못했지만 의혹이 미안해질 만큼 의젓한 청년, 나아가 앨범을 쭉 들어왔던 이들에게 만족과 보람을 주는 뮤지션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작품은 점점 우수해지고 작업하는 속도까지 장난이 아니라 과연 영재밴드라 말할 만한데,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만든다고 대선배 모리시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우려를 가장한 질투일 것이다.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광포한 데뷔, 확장된 야심을 드러낸
[hot tracks] 웬만해선 이들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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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9일까지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02-758-2150
무대는 차숙이네 집 건설현장. 차숙이네가 옛날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집을 짓고 있다. 현장에는 이차숙 할머니와 그의 아들딸들, 그리고 인부 셋, 이웃 등이 들락날락한다. 그 집에 들어가 살 사람, 그 집을 짓는 사람, 그 집을 지켜보는 사람들이다. 연극은 직접 무대 위에 집을 지어나간다. 연극과 건축의 만남, 이 점이 흥미롭다. “한장 가네, 두장 가네, 세장 가네~.” 거푸집을 나르는 인부들의 걸쭉한 목소리와 집이 완성돼가는 과정의 풍경과 갈등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망치가 쇳덩이를 박을 때 나는 청량한 쇳소리, 모래를 푸는 삽과 모래 사이의 마찰소리, 육중한 포클레인의 섬세한 움직임, 몸이 바쁜 인부와 입이 바쁜 감독관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러면서 묻는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극중 배우는 말한다. “제가 까치가 집 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 좋은 나뭇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
[아트인서울] 당신에게 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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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풍산개'는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윤계상)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남한과 북한의 대치현실을 배경으로 멜로드라마와 액션, 블랙코미디 등이 복잡하게 섞여있다.영화 '풍산개'의 주연을 맡은 윤계상은 13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마디 하지 않는다."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주인공 풍산이) 우리나라와 북한에 소속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표준말을 쓰면 한국사람 같고, 북한 사투리를 쓰면 북한 사람 같아 보일 것 같기 때문이었죠."이렇게 하는 게 처음에는 좋았지만 할 수록 사정은 달라졌다고 했다."그런데 찍으면 찍을수록 어렵더라고요. 표정변화가 잘 전달되
<윤계상 "표정만으로 감정전달..어려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