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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과 동기의 부고 메일을 받았다. 입학과 함께 전공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망쳐 집과 동아리방만 오가다 졸업한 나에게 과 동기란 수년에 한번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나 마주치는 먼 친척보다도 더 낯선 존재였지만 그 소식을 받아들던 순간의 스산함과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고가 아니라 병이었고, 진행이 빠른 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 가끔 생각했다. 스물일곱, 기껏해야 스물여덟의 나이로 자신이 머지않아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죽음이란 그저 순간의 단절이 아니라 사랑하는, 혹은 미워하는 사람들조차 결코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관념이 아닌 몸으로 느꼈을 때 그녀는 무엇을 했을까.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도 그녀의 얼굴조차 떠올리지 못했던 나는 물론 알 수 없었다.
잘나가는 노처녀, 못 나가는 노처녀, 신데렐라 노처녀, 캔디 노처녀 등 온갖 종류의 노처녀들이 차례차례 드라마를 휩쓰는
[최지은의 TVIEW] 나, 오늘 정말 괜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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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여름 성수기에 개봉된 '최종병기 활'과 '7광구'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최종병기 활'이 사극으로는 첫주 역대 최다 관객을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7광구'는 혹평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0일 개봉된 '최종병기 활'은 일주일 만에 19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개봉 첫 주 4일간 111만명을 모아, '왕의남자'(약 101만명),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약 75만명)을 제치고 사극으로는 개봉 첫주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총제작비 90억원을 투입한 '최종병기 활'의 이러한 선전은 기대 이상이다. 올 초부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퀵' '고지전' '7광구'에 비해 영화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사 후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는 데다가 네티즌 평점도 높아 여름 시장 최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특히 '활'이라는 친숙하지
<'최종병기 활'은 웃음..'7광구'는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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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MC를 맡는다.
MBC는 17일 "이소라, 윤도현에 이어 윤종신이 오는 28일 방송부터 MC를 맡는다"며 "윤종신은 경연 참가 가수가 아닌 전문 MC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윤종신은 풍부하고 전문적인 음악 지식과 끈끈한 인간관계, 노련한 진행력 등을 겸비했다"며 "전문 MC의 영입으로 가수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연에 임할 수 있고 대중도 더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정현과 김범수, YB의 뒤를 이어 인순이와 바비킴, 그룹 바이브의 윤민수가 나는 가수다 경연에 참가한다.
제작진은 "인순이는 30년 이상의 관록을 지닌 대형스타이며 바비킴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뮤지션이다. 윤민수는 가요계의 숨은 명품 보컬리스트로 지명도에 상관없이 강자
윤종신, MBC '나는 가수다' 새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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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은 이미 명성을 얻은 거장들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진들의 작품으로 가득한데, 특히 지난해에 이어 그리스영화 한편이 또 초청되어 눈길을 끈다. 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세 번째 장편 <알프스>로 란티모스는 (치기어린 영화적 표현들이 간혹 거슬리긴 하지만) 통렬한 유머로 가득한 전작 <송곳니>(2009)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다. 한편 지난해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그리스영화는 <송곳니>와 <알프스>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여성감독 아티나 라켈 창가리의 두 번째 장편 <아텐버그>였는데 이 작품은 켈리 리처드의 <믹의 지름길>과 더불어 경쟁부문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어이없게도 심사위원장이었던 타란티노는 소피아 코폴라의 가망없는 소녀 취향의 영화 <섬웨어>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주목할 만한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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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다. 컨버스 운동화, 국적 불명의 치약, 청색 테이프, 장화, 쟁반 등등….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 물건들이 어째서 한 책상 위에 있는 걸까. “모두 남대문시장에서 사온 거다. 컨버스 운동화는 신을 수 없겠더라.” 선반에서 물건을 차례로 꺼내던 홍대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 ‘유어 마인드’의 주인장 이로씨가 알려준다. 아내인 모모미씨와 함께 1인 잡지 <수상한 M>을 비롯해 비정기 간행물 등 다양한 독립잡지를 만들어 온 그가 또 무슨 일을 꾸미는 모양이다. “<남대문시장 다녀왔어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6월에 마쳤어야 했는데…. 100명의 사람들이 남대문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산다. 구입한 가게 위치 약도를 직접 그려 물건과 함께 우리한테 보내면 그걸 책으로 만드는 거다.” 한명의 필자에게 원고 하나를 부탁하는 것도 일인데 무려 100명이
나만 만들 수 있는 잡지… 해외 독자들에게도 인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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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독립잡지, 독립출판이라는 말이 눈에 많이 띈다. 기존 출판 시스템에서 자유롭고 개인 혹은 공동체에 의해 기획 제작되며 200~300부의 적은 부수를 찍고 작은 범위에서 유통되는 잡지와 출판물이 이 문화의 핵심일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일군의 생산자와 소비자 집단이 생겨났는데 그 중심에는- 이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듯한데- 디자이너와 디자인 학교 학생들이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이런 문화는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돗돗돗>(Dot Dot Dot)은 2000년 스튜어트 베일리가 디자이너들 몇몇과 함께 창간한 저널로 20호를 끝으로 지난해 말에 폐간되었다. 스튜어트 베일리의 말에 의하면 <돗돗돗>은 그래픽 디자인의 통상적 규범이나 글쓰기 방식과 거리를 둔 새로운 시각에서 그래픽 디자인의 가능성을 고찰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디자인에 대한 글은 많지만 디자인에서 나오는 글은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최고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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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독립잡지 중 주목할 만한 9권을 선정했다. 패션, 문화, 인물, 에세이 등 분야도 다양. 대중적인 것부터 실험적인 것까지 성향도 제각각이다. 잡지를 만드는 이들에게 이들 잡지를 발행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들었다.
공통질문
1. 왜 독립잡지를 만들게 됐나
2. 보람
3. 최고의 기사
4. 이상적인 잡지란
5. 평소 즐겨읽는 잡지. 이유
6. 변화하는 시장에서 잡지의 미래, 대안
<운동장 매거진>
“<운동장 매거진>은 발행자의 형편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무크지입니다.” ‘형편에 따라’라는 말이 재밌다. 이 말을 조금 확대해석하면 <운동장 매거진>은 발행되는 시기도 잡지에 소개되는 내용도 발행자 겸 편집장인 강문식씨 마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력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운동장 매거진>은 정해진 판형도 지질도 없다. 제법 책꼴을 갖춘 것도 있지만 <운동장 매거진>
고정관념을 깨는 감·수·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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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독립잡지 중 주목할 만한 9권을 선정했다. 패션, 문화, 인물, 에세이 등 분야도 다양. 대중적인 것부터 실험적인 것까지 성향도 제각각이다. 잡지를 만드는 이들에게 이들 잡지를 발행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들었다.
공통질문
1. 왜 독립잡지를 만들게 됐나
2. 보람
3. 최고의 기사
4. 이상적인 잡지란
5. 평소 즐겨읽는 잡지. 이유
6. 변화하는 시장에서 잡지의 미래, 대안
<오 보이!>
잡지 이름을 보니 남성지 아니냐고? 그럴 리가. 연예인이 주로 표지 모델인 걸 보니 패션지 아니냐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그냥 패션지가 아니다(물론 연예인 표지가 전부는 아니다. 8호처럼 동물자유연대에서 온 늠름한 ‘시몬’이라는 강아지를, 4, 15호처럼 막 봉우리가 핀 꽃을, 19호처럼 토리노, 루카, 피렌체 등 이탈리아 도시를 표지로 내세운 적도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오 보이!>는 어디까지나 동물과 환경 그리고 지구를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감·수·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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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 소사이어티
상수동 골목의 상호도 없는 보라색 간판의 더 북 소사이어티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독립잡지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 북, 디자인, 자주출판, 소규모 출판물을 판매하는 소규모 책방이면서 동시에 워크숍, 스터디, 상영회, 공연, 전시 등을 함께 꾸려나가는 프로젝트 공간이다. 이름처럼 책을 매개로 한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는 더 북 소사이어티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이를 소비하는 독자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장소다.
홈페이지 www.thebooksociety.org / 영업시간 오후 1∼8시(일요일 휴무) / 전화 02-325-5336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31-8.
*상상마당
홍대 거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에 자리한 KT&G 상상마당은 1층 아트숍에서도 독립잡지를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 문구, 캐릭터 상품 등 아티스트들의 창작물과 함께 독립잡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어디 가면 독립 잡지를 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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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없이도 명함 없이도 사무실 없이도 잡지를 낼 수 있다. 최근 들어 개인 혹은 공동체가 직접 글 쓰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책으로 인쇄해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잡지가 붐을 이루고 있다. 종류만 해도 어림잡아 200여종에 달한다. 부정기적이지만 이 방식으로 제작된 신규 잡지들이 매달 발행되고 있다. 이른바 ‘독립잡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신개념 잡지들이다. 독립잡지 <싱클레어>가 발행된 200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움직임이 형성되었으며, 최근 3년간 수요와 공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이 잡지시장의 한획을 그었냐고? 그럴 리가.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 마이너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어림없는 소리다. 그럼 이들 잡지가 기존 잡지시장을 위협하고 있냐고? 기존 잡지가 몇 만부 단위로 팔려나간다고 볼 때, 많게는 몇 백권에서부터 30~40권이 대부분인 발행부수의 독립잡지가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질 리 없다. 그렇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어
대안이 아니라 오리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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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011년은 독립잡지에 있어 춘추전국시대다. 적게는 1인 시스템에서부터 공동체 혹은 소수의 인원이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만드는 잡지. 대형서점의 유통망 역시 이들에겐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이들에게 정작 중요한 가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잡지를 만든다’라는 점이다. 프로페셔널한 시장의 원리에서 벗어난, 때로 거부하는 이들에게 아마추어라는 말이 아닌 다른 정의와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립잡지에 대한 다양한 움직임과 함께 독립잡지의 소개를 통해 구체적인 면면을 짚어본다. 독립잡지가 활성화된 해외의 예를 살펴보고, 끝으로 한권의 독립잡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보았다.
인디라서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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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7일, 패서디나에 자리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홍보하는 다소 진지한 이벤트가 열렸다. 영화를 연출한 루퍼트 와이어트, 네번이나 오스카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웨타 디지털의 시각효과 전문가 조 레터리,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교수, 국제고릴라재단 직원이 패널로 무대에 올랐고, 영화에서 침팬지 ‘시저’를 연기한 모션 캡처 배우 앤디 서키스가 런던에서 화상전화로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널들이 차례로 준비한 영상과 시각자료를 통해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새롭게 시도된 퍼포먼스 캡처 기술과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모션 캡처 기술은, 그 뒤 <킹콩>과 <아바타>라는 두드러지는 변곡점을 거치며 ‘퍼포먼스 캡처’라고 이름까지 업그레이드되는 등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1968년에 만들어진 <혹성탈출>
해방이다! 그놈의 블루스크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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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캐릭터의 역사는 CG 특수효과, 모션 캡처, 퍼포먼스 캡처 기술의 발명과 함께 진화해왔다. 디지털 캐릭터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몇몇 기술적 터닝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1985년
스필버그 사단의 <피라미드의 공포>에서 영화 사상 최초로 CG만으로 완성된 스테인드글라스 악마 캐릭터가 등장하다.
1991년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2>에서 액체금속 로봇 T-1000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다.
1994년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가 <터미네이터2>에 이어 효과적인 CG 기술이 인간 배우의 캐릭터를 확장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다.
1999년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CG 캐릭터 자자 빙크스를 등장시키다(그러나 영화 역사상 가장 미움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되다).
2001년
<파이널 환타지>가 인간 캐릭터를 CG로 창조하지만 언캐니 밸리 효과(인공
사진으로 보는 디지털 캐릭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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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G 캐릭터에는 자신만의 얼굴이 없었다. 픽사 스튜디오 로고에 나오는 룩소 주니어는 그냥 일반 탁상용 조명등처럼 생겼었고, <피라미드의 공포>에 나오는 스테인드글라스 기사는 유리창에 표정이 그려진 한면만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등은 어린 소년처럼 사랑스러웠고, 기사는 무서웠지만, 그건 기술이 아닌 아이디어와 예술성의 승리였다.
<터미네이터2>에 등장해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맞먹었던 T-1000도 얼굴은 없었다. 이 영화의 CG 캐릭터는 놀라운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표정 연기와 대사는 인간 배우 로버트 패트릭의 몫이었다. CG로 만들어진 T-1000은 비현실적으로 반짝거렸고 얼굴은 굳어 있었다. 아직 그는 현실의 대상을 모방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에게 불가능한 액션만 도맡아 하는 디지털 스턴트 더블에 가까웠다.
이모션 캡처가 불러온 혁명
90년대 초·중반 이후 CG 캐릭터의 공략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토이
그들 각자의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