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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오버> 시리즈는 R등급(부모나 성인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관람불가) 영화로서는 역대 최고 흥행기록 영화이자, 그 스타일 면에서도 첨단을 달린다. 마약과 성기 노출에 관한 한 주드 애파토우 사단의 영화들과 계속 더 큰 교집합을 이뤄가며 당대 할리우드 성인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이보다 더 불편할 수 없는 자극적 요소들로 넘쳐나지만 반면 ‘화장실 유머’의 팬이라면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얻게 될 것이다. 원래 <로드 트립>(2000), <올드 스쿨>(2003) 등 일종의 ‘프래터니티’(남자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사교클럽 정도?) 문화 코미디에 관한 한 최고의 감각을 보여준 토드 필립스에게 <행오버> 시리즈는 ‘필름 끊긴 총각파티’의 난장판이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덜하지만 사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마이클 베이나 크리스토퍼 놀란과 맞먹는 개런티를 자랑하는 특급 감독이다.
2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신랑 실종사건
성인 화장실 유머영화의 최고 수준에 이르다 <행오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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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를 하는 순간, “영원, 마음, 영혼 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곧 “어쩔 수 없이 가로놓인 막연한 시간”을 생각하자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고 <초속 5센티미터>의 주인공 소년은 말한다. <초속 5센티미터>(2007)가 간직하고 있는 부서질 듯 감각적이고 애틋한 첫사랑의 정서가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에서는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되었다. 그의 영화는 <이웃집 토로로>(미야지키 하야오, 1988), <추억은 방울방울>(다카하타 이사오, 1991)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도, <공각기동대>(오시이 마모루, 1995) 같은 디스토피아적 재패니메이션도 아니다. 굳이 계보를 따지면 감독 자신의 전작들을 잇는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까운 이의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잠시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위로다. 우주의 차원에서 이 말이 맞을
죽음을 애도하는 재패니메이션의 애틋한 정서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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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남기남 박사, 원숭이를 연구원으로 임명하다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남기남 박사, 원숭이를 연구원으로 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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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유괴된 딸을, 남편이 납치된 부인을 되찾아오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액션영화는 많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녀를 구하려고 싸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드라이브 앵그리 3D>의 존 밀튼(니콜라스 케이지)은 아직 갓난아기인 손녀를 조나 킹이 이끄는 사탄숭배 사이비 종교단체로부터 구해내려는 젊은 할아버지다. 주어진 시간은 킹이 지옥의 신에게 아기를 제물로 바치려는 보름 자정까지다. 딸은 이미 킹에게 살해당했고 대신 자식뻘쯤 되어 보이는 파이퍼(앰버 허드)가 그의 복수를 돕는다. 이어 그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에 ‘회계사’라는 인물이 가세한다. 대충 저승사자쯤 되는 그는 죽음의 장부에 적혀 있는 존을 뒤쫓는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벌이는 추격전에서는 좀비영화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공들인 티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은 자동차 추격전이다. 클래식한 명품 머슬카가 줄줄이 등장하는데, 3D영화가 주는 불균질한 원근감 때문에 차들이 기대만큼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아 아쉽다. 액션도 최
추격씬은 인상적이지만 3D영화인게 아쉽다 <드라이브 앵그리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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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기묘한 문양의 너울거림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윽고 스트라빈스키(매드 미켈슨)의 발레 <봄의 제전>이 초연되고, 지나치게 전위적인 그의 음악은 대중의 비난을 면치 못한다. 그 가운데 무대를 지켜보던 샤넬(안나 무글라리스)은 파격을 보여준 그에게 흥미를 가진다. 1917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스트라빈스키와 가족들은 샤넬의 후원으로 그녀의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불륜의 관계가 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아내는 이를 비관해 스트라빈스키의 곁을 떠나게 되고,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애인인 동시에 서로에게 강한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조력자로서 남는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예술적 동기 부여를 위한 불륜이 정당한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교묘히 피해간다. 줄곧 냉정한 태도로 일관하는 카메라의 시선은 관객을 인물의 감정에 동의하기 힘들게 만든다. 향수를 개발 중인 샤넬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
냉정한 시선으로 도덕과 예술 사이의 불륜을 바라본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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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지킴이를 자처하는 남자의 이름은 영건(홍영근)이다. 그는 듣도 보도 못한 임무를 스스로 부여한 뒤 밤마다 서울 시내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줍는다. 가끔 쓰레기보다 못한 녀석들을 청소하기도 한다. 모니카(하은정)를 집 안에 들인 저간의 사연도 그러하다. 영건은 한 무리의 불한당들에게 쫓기던 모니카를 가까스로 구출한다. 모니카에게 연정을 품게 된 영건, 모니카도 영건이 싫지 않은 눈치다. 두 남녀는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데, 여자를 제대로 만나본 적 없는 숫총각 영건은 마음을 들킬까봐 안절부절못하고, 모니카는 영건을 유혹하려고 저돌적으로 덤벼든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에 맞춰 탱고를 추는 것이 가능할까. <에일리언 비키니>의 답은 ‘물론’이다. 온갖 장르의 요소들을 한데 끌어와 버무리고 뒤섞는다. 프롤로그만 슬쩍 볼까. SF 설정으로 운을 뗀 뒤 액션으로 시선을 모으고 서부영화 분위기로 마무리한다. 그것만으론 모자란다고, 공포와 코미디로 사이사이 양념을 치기까
색다른 남녀의 이야기가 장르를 넘나들며 오감을 자극한다 <에일리언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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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메스린. 그는 한 시대를 휩쓸었던 갱스터다. 알제리에서 전역한 뒤 유럽과 북미를 넘나들며 강도, 탈옥, 납치를 일삼았고, 1979년 자신이 태어났던 곳 근처에서 수십발의 총을 맞고 죽었다. 그의 인생 여정이 궁금하다면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메스린의 <살의 본능>과 인터뷰를 읽어보면 된다. 하지만 자료를 뒤져도 구할 수 없는 답이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질문이 영화의 핵심이다.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은 사뭇 진지하고 꼼꼼한 전기영화다. 2부까지 합치면 장장 4시간에 이르는 영화는 두꺼운 평전과 같은 풍성함을 지니고 있다. 이는 사실적 재현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 심지어 감독은 가능한 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촬영지로 헌팅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나오는 자막처럼 “모든 영화는 허구를 포함하며 저마다 달리 바라보는 한 인간의 복잡한 삶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영화의 재현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은 특히 기교적인 오프닝 크레
장르적 쾌감은 없지만 진지하고 꼼꼼한 전기영화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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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초기, 의기양양하던 장군 호우지에(유덕화)는 심복 카오만(사정봉)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몰락하고, 그 와중에 딸과 부인(판빙빙)마저 잃고 만다. 중상을 입고 소림사에서 은신하던 호우지에는 요리사 우다오(성룡)와 소림사에서의 삶을 통해 자비와 용서의 정신을 깨닫고 개과천선한다. 한편, 세력을 키워가던 카오만은 눈엣가시인 호우지에와 소림사를 상대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소림사’라는 소재는, 처음의 콘텐츠만 잘 만들어놓아도 두고두고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하지만 소재가 가진 이미지 이상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생성되지 않으면 더이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예측 가능한 전개는 <샤오린: 최후의 결전>을 다소 평범한 영화로 보이게 한다. 조마조마하게 다음 장면을 기다리지 않아도 단선적인 성격의 인물들은 생각한 대로 움직이며, 기대하는 장면은 예상할 수 있는 지점에 적당히 놓여 있다. 정교하지 않은 디테일은 스토리의 단순함을 더
액션은 인상적이지만 단순하기만 한 소림사 스토리 <샤오린: 최후의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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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저택에 살고 있다. 샐리(베일리 매디슨)는 양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에 의해 아빠 알렉스(가이 피어스)와 아빠의 여자친구 킴(케이티 홈스)에게 보내진다. 건축가인 알렉스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킴은 빅토리아 양식의 대저택을 개조하는 중이다. 거대한 저택에 적응하지 못하던 샐리는 미로 같은 정원을 홀로 다니다가 지하실을 찾아낸다. 그날 밤부터 샐리는 지하실로 연결된 통풍구를 통해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빨 요정들이 샐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딱 기예르모 델 토로 영화다. 고풍스러운 대저택, 환상에 사로잡힌 소녀, 바닥을 기어다니는 작고 흉측한 요정들. 여기에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악마의 등뼈>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등에서 델 토로가 반복적으로 삽입해온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특히 탐미적인 프로덕션디자인은 영화의 기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반부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델 토로가 제작에 참여한 여
기예르모 델 토로 스타일의 반복 <돈비 어프레이드: 어둠 속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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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용필(양정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엉망이 된 몸으로 제주도에 나타났다. 뽕똘(이경준)은 즉시 용필에게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처음엔 냉담하게 굴던 용필도, 뽕똘이 자신의 손가락에 맞게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온 피크에 마음이 녹는다. 술만 먹으면 아무 데서나 누워 자는 하르방(문석범)은 유수암 점빵 할머니(오영순)와 티격태격하는 게 하루 일과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춤을 추고 싶은 댄서 김(김대영)은 가출을 꿈꾼다.
“젊을 땐 예술한다고 별의별 짓을 다 하더니….” 점빵 할머니는 가게 벽에 대고 오줌을 누는 하르방에 빗자루를 휘두르며 소리지른다. 저 말 뒤에 생략된 문장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을 터다. 지금은 왜 그렇게 못나게 사냐, 너의 높은 꿈은 다 어디로 갔냐. 음악의 꿈을 버려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며 헛헛하게 산책하던 용필도 귀찮은 뽕똘에게 내뱉는다. “노래 배워서 뭐할 건데?” ‘귀신이 데려가버려야 할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뜻의 제주말,
현실을 잊기위해 예술을 하는 제주 귓것들의 이야기 <어이그, 저 귓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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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똘>은 <어이그, 저 귓것>과 느슨하게 이어진다. 음악에 미쳤던 사내 뽕똘은 이번엔 아무 밑천도 없이 <낚시영화>(이후 <전설의 물고기>로 제목이 변경된다)를 찍겠다고 덤비고, 음악에서만 삶의 위안을 찾던 용필(양정원)은 엉겁결에 총제작자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우연히 오디션에 응모한 서울 사내 성필(김민혁)은 주연배우를 꿰차고, 유일한 여자스탭 춘자(조은)는 자신의 역할이 물고기 돗돔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한다.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예로부터 한국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라를 구했다는 물고기 돗돔을 영화에서 되살려내고 싶다. 돈도 없고 기술력도 없지만, 믹스커피 한잔과 슬랩스틱 몸개그와 얼떨결에 따라붙은 친구들만 데리고도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 라는 강박 없이 <뽕똘>은 영화가 놀이가 되고 놀이가 삶이 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전설의 물고기 돗돔은
영화가 놀이가 되고 놀이가 삶이 되는 순간을 그린 <뽕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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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엘리트> Killer Elite
제작 스티브 체스맨 / 감독 개리 매켄드리 / 출연 제이슨 스타뎀, 클라이브 오언, 로버트 드 니로 / 개봉 9월22일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이 돌아왔다. 그와 맞설 킬러는 <본 아이덴터티>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의 클라이브 오언이다. 이 두 남자의 대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꽤 볼 만할 듯한데 여기에 한명 더 가세했다. 바로 로버트 드 니로다. 화끈한 남자 셋이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 <킬러 엘리트>는 스승인 헌터(로버트 드 니로)를 구하기 위해 전직 엘리트 SAS(Special Air Service) 요원인 대니(제이슨 스타뎀)가 세명의 킬러와 맞서는 내용이다. 킬러의 리더는 스파이크(클라이브 오언)다.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만 봐도 <킬러 엘리트>의 화려한 액션을 가늠할 수 있다. 제이슨 스타뎀의 팬이라면 의자에 팔이 묶인 채 공중에서 360도 회전하는 그의 애크러배틱한 액션에 결코 실망
[Coming soon] 화끈한 남자 셋이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 <킬러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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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할리우드에 ‘태양의 서커스’가 온다. 매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코닥극장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새롭게 준비한 쇼 <아이리스>가 지난 7월21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시작했다. 태양의 서커스의 고향인 캐나다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등 북미 유수의 도시들에서 장기공연을 기획해온 태양의 서커스는 2011년 이 공연으로 LA에 첫발을 디뎠다.
<아이리스>는 태양의 서커스 회장이며 경영자인 다니엘 라마흐가 ‘영화’를 주제로 한 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 뒤로부터 10년에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라마흐 회장은 공연의 주제가 할리우드영화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영화에 대한 오마주”임을 강조했다. <아이리스>의 부제는 “영화 세계로의 여행”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가 이제껏 선보여온 고난이도의 애크러배틱과 공중곡예, 텀블링, 액션에 마임, 사운드 효과, 시각효과, 영상 등의 영화적
[LA] 서커스, 영화를 재구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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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행오버2>처럼 결혼을 앞둔 신랑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마시며 논다던데, 총각파티란 원래 이런 건가요?
A. 저 역시 얼마 전에 총각파티를 했는데요, 8월20일에 결혼하는 친구가 불러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1차를 고깃집에서, 2차를 맥줏집에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서로의 과거를 들추어내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3차는 <행오버2>에서처럼 예쁜 여성들과 어울리…지는 않고 조용히 귀가했습니다. 한 웨딩컨설턴트는 이건 총각파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는 “원래 총각파티는 고대 스파르타 시대 때 결혼식 전날 신랑이 자신의 총각 친구들에게 먼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변치 않은 우정을 맹세하는 연회에서 유래했”지만 “미국에선 신랑과 그의 친구들이 호텔을 하나 잡고 콜걸을 불러 밤새 놀다가 결혼식 날 아침에 쏜살같이 식장으로 달려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유럽에서 결혼이란 신부를 탈취해오는 것이기에 이 거사를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Cinepedia] <행오버2>처럼 결혼을 앞둔 신랑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마시며 논다던데, 총각파티란 원래 이런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