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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오버2>의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켄 정(Ken Jeong)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북미지역 R등급 코미디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행오버> 시리즈의 ‘미스터 차우’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랜스포머3>에서 샤이어 라버프의 상사로 출연해 배꼽 잡게 하는 ‘신 스틸러’가 됐음은 물론 드라마 <커뮤니티>의 스페인어 선생 ‘세뇨르 챙’ 캐릭터를 통해 얻은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과의사로 일하다 코미디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뛰어든 켄 정을 만났다. 역시 그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내추럴 본’ 코미디언이었다.
<트랜스포머3>에서 켄 정을 처음 본 사람들이라면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샤이어 라버프의 상사 ‘제리 왕’으로 나온 켄 정은 그에게 디셉티콘의 계획에 대해 정보를 허겁지겁 알려주는데, 한편으로 디셉티콘에게 들키면 안되기 때문에 그를 화장실로 끌고 가 바지
이 미친 존재감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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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이 편집이란?
캐릭터를 만들고, 영화 속에 들어갈 재료들을 찾았다면 이제 그 재료를 ‘이야기’에 맞추어 제대로 배치할 차례입니다.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편집을 하기 이전에, 종이 편집을 해보면 영화의 빈틈을 메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를 한눈에 보기에도 좋고요. 종이 편집은 말 그대로 종이로 먼저 편집을 해보는 거예요. 어떤 화면과 어떤 소리를 사용할지, 어떤 사진을 먼저 놓을지, 어디에 붙일지를 문서로 정리해보는 겁니다.
먼저, 이야기의 줄거리를 한번 쭉 적어보세요. 줄거리를 보면서 영화가 어떤 장면으로 시작할지, 누가 등장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이렇게 써놓은 줄거리가 우리 영화의 ‘시놉시스’가 되는 겁니다. 내레이션을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영화의 전체 길이는 어느 정도가 될지 등의 간단한 개요도 함께 적어둡시다. 세부적인 내용은 실제 편집을 하면서 수정될 수도 있으니, 큰 얼개
[영상공작소] 이야기에 맞추어 배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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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의 여름 기획전 ‘씨네 바캉스’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 이야기를 하려 한다. ‘마이클 치미노 특별전’에 편성된 <천국의 문>(1980)이다. 치미노의 웅대한 야망이 장장 세 시간을 훌쩍 넘기는 서사시로 귀결된 <천국의 문>을 스크린으로 접했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남달랐다. 짐작으로는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에 필적하는 감흥이라고 여겨진다. 10여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흥분은 거반 쉬이 들뜨고 과장하기 십상인 젊은 날의 감수성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바탕은 별스럽지 않은 소재(<천국의 문>은 웨스턴 장르의 현대적 변주로 편리하게 도식화할 수 있다)를 한껏 과장한 예술적 허세에서 유발되는 낯섦, 제작과정의 난맥상이 야기한 불균질한 기괴미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더하여 영화 한편으로 평생 지워질 수
[전영객잔] 할리우드의 규범에서 가장 먼 곳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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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의 남매가 자란다. 누이의 결혼식 날 청군이 쳐들어와 누이를 데려간다. 오빠는 활 하나 들고 누이를 찾아 만주로 간다. 영화는 이리도 간단하다. 인조반정, 병자호란이라는 거대 역사를 병풍 삼고 있지만 도대체 중앙의 권력에는 관심조차 없다. 반정과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낸 남이와 자인 남매에게 나라와 임금은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남이가 전쟁에 나선 이유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최종병기 활>에서 국가나 중앙정치 같은 커다란 추상은 그리 중요치 않다.
병자호란은 일본 식민지배 경험과 더불어 한국인에게 가장 큰 정서적 충격을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병자호란 이후 <임경업전>이나 <박씨전> 같은 영웅군담소설이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참담히 패배한 전쟁에 대한 사후적 위로이자 민중의 소망을 반영한 판타지였다. 마찬가지로 일제 지배가 끝난 이후 각종 대륙(만주) 소설과 영화들은 독립군의 일본군 토벌이라는 각색된 서사를 통해 강압 지배에 대한 소
[영화읽기] ‘오빠가 있다’의 시대가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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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에서 유준상을 만났다. 유준상이 연기한 영화 <북촌방향>의 주인공 성준이 걸어다녔던 그 길을 좇아서 촬영지를 선택했고 차례로 돌아다녔다. 사람 많은 휴일이라 시선도 많고 복잡함도 더했지만 유준상은 흔쾌히 즐겼다. 재동삼거리에서, 정독도서관 옆길에서, 한옥집 사이에서, 층층계단 사이에서 그는 즐거워했다. “영화 속 장소를 이렇게 다시 돌아다니다니. 기분이 정말 좋네요.” 북촌의 이 남자는 <북촌방향>을 정말 흥이 나서 찍었던 것 같다.
홍상수 감독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해도 유준상은 주목할 만한 배우였을 것이다. 그가 홍상수 영화 이외의 작품들에서 이룬 현재의 성취가 그 점을 말해준다.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자타가 공인할 만한 유쾌하고 정감있는 양식적 인물을 살아냈고 <이끼>처럼 장르적 연기가 발동되어야 하는 순간에는 그에 걸맞게 넓은 스펙트럼을 오가며 활동력을 입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세심한 감정을
[유준상] 행복하다, 나를 발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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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최종병기 활> 결국 영화는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닐까?
[올드독의 영화노트] <최종병기 활> 결국 영화는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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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은 홍상수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로 성준(유준상)이 5일간 서울 북촌 일대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오는 9월8일 개봉예정이다.
[북촌방향] 김의성,"‘홍상수 감독’, 뭉툭해지고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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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실종사건>
일정: 9월1~21일 오후 8시
장소: 경희궁 숭정전
문의: 02-501-7888(클립서비스)
9월1일부터 경희궁에서 창작 고궁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이 공연된다. 고궁뮤지컬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고궁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역사·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문화상품의 하나다. 2007년에는 <화성에서 꿈꾸다> <공길전>, 2008년에는 <명성황후> <대장금>, 2009년에는 <대장금 시즌2> <대장금 시즌3> 등이 경희궁에서 공연됐는데, 외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대장금 시즌3>의 경우 매회 평균 800여명의 관객이 몰렸을 정도다.
9월부터 선보이는 <왕세자 실종사건>(서재형 연출)은 2011년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5년, 연극으로 처음 관객에게 공개됐고 2010년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제목에
[아트인서울] 고궁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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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이승열은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던 록의 전도사 정도로 평가받았던 그는 이제 (라이브 무대에서는 더욱더) 클래식 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는 한층 더 견고하게 사운드를 쌓아올리고, 그 가장 끝에 여전히 매혹적인 목소리를 얹는다. 그리고 가끔씩 그것은 숭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안배에 충실한 캐릭터라 생각했다. 팽창과 서정, 그렇게 극과 극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뮤지션으로 보였다. 하지만 돌아온 이승열은 균형의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아프고 쓸쓸한 음악만 흐른다. 한때 그가 토해내는 강렬한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던 나는 그가 오늘 들려주는 독백을 절대로 가볍게 넘기지 못한다. 솔직히 뭉클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와 지나간 시간을 일깨우는 음악, 그것이야말로 진짜로 실감나는 어른의 노래가 아닐까.
최민우 /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이승열의 신보에서는 브릿팝의 달콤쌉
[hottracks] 가볍게 삼킬 수 없는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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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학교는 억압 혹은 공포가 깔려 있는 장소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웰튼, <여인의 향기>의 베어드,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거기에 <말죽거리 잔혹사>의 정문고와 <여고괴담>의 이름을 알 수 없는 학교가 모두 그러했다. 이제 거기에 또 다른 이름이 추가되었다. 바로 <네버 렛미고>의 헤일셤이다. 영국의 어디 전원 지역에 있을 법한,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선생님들은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이 학교의 겉모습과 분위기는 고색창연하고 서정적이기 그지없다. 장래의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를 키워내기에 적합해 보이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목적은 전혀 다른 데 있다.
<네버 렛미고>의 배경인 헤일셤의 학생들은 모두 클론이다. 그들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키워지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재학 중
[architecture+] 학교가 좌우대칭 구조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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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역사학이라고?” 줄리아 로버츠가 웃음을 터뜨렸다. <로맨틱 크라운>의 홍보차 만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면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톰 행크스의 말을 전해들은 다음의 이야기다. “톰에게 역사 공부가 더 필요할까? 그의 머리 뚜껑을 열면 역사책으로 가득 차 있을 텐데!” 그녀의 말이 맞다. 톰 행크스만큼 역사에 박학다식한 배우도 드물 것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주연을 맡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퍼시픽>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20세기 미국이 참전했던 가장 큰 전쟁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가 세운 제작사 플레이톤은 미국 대통령 존 애덤스와 존 F. 케네디의 암살사건을 드라마로 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톰 행크스는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에도 출연했다.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이 세계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비밀조직의 음모를 파헤치는 바로 그
[톰 행크스] 좋은 사람의 성실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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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에서 만난 재미있는 문장들을 소개하는 글을 쓸 생각이었다. <게코스키의 독서 편력>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고등학교’. 오늘까지도 이 말은 ‘인종청소’라든가 ‘치아 신경 치료’, ‘조지 부시’ 같은 말을 들었을 때처럼 가슴 조이는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웃기지 않은가? 당신이 이 문장을 읽고 웃을 수 있다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 책 얘기만 하게 만드는 세상이어야 말이지. 지구 멸망 포스를 풍기는 날씨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들려오는 말들은 더하다. 며칠 전에 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일인시위를 했다는 통에 ‘일인시위’라는 단어가 애처로워 한숨지었고, 같은 날 “<고지전>은 국군을 바보 만드는 영화인 것 같은데, 혹시 감독이 왼쪽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 오늘(2011년 8월18일)은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이 청문회에 참석했다. 한예슬은 촬영장에 복귀했다. 신창원은 자살을 기도했고 중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갑, 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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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은 수개월 동안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였고, 지은이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독일 심리 스릴러계의 신동이란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치고 나온다. 시각장애인 소녀가 그네를 타다 누군가에게 끌려간다. 10년이 지나고 또다시 시각장애인 소녀가 감쪽같이 납치된다. 납치된 소녀의 시선, 소녀를 감금하고 괴롭히는 범인의 시선, 사건을 수사하는 여형사 프란치스카의 시선, 10년 전 사라진 소녀의 오빠이자 지금은 유명한 권투선수가 된 막스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는데, 여러 시점을 매끄럽게 교차편집하는 기술이 미드를 생각나게 한다. 또 시각장애인을 노리는 이상성욕자라니, 소재도 미드 범죄 수사물의 단골 아닌가. 그외 겁없고 야무진 여형사라든지 무작정 들이받고 보는 정의감 넘치는 권투선수 등의 캐릭터도 어느 미드에선가 본 듯한데 캐릭터가 뚜렷해서 지루하진 않다.
그렇다보니 이 소설을 읽는 경험은, 범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험과 무척 닮았다. 범죄 드라마들 가
[도서] 범죄 드라마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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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차도 위에 쭈그려 앉아 있다. 주저앉은 폼이, 영락없이 알 까는 어미새다. 여자는 쌩쌩 달리는 차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아무 일 없으니 제발 상관 말고 어서 지나치라는 표정이다. 이 여자가 백주에 벌인 낯뜨거운 소동을 입에 올리긴 좀 그렇다. 별 차이 없지만 차라리 조금 앞의 상황으로 되돌려보자. 이곳은 VIP 손님들만 받는다는 고급 웨딩숍이다. 결혼식을 앞둔 여성 릴리언(마야 루돌프)과 그녀의 친구들은 각자 고른 예식 드레스를 입은 채 입씨름 중이다. 특히 애니(크리스틴 위그)와 헬렌(로즈 번)은 들러리 주제에 자신의 결혼식인 양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입에 모터를 단 그녀들의 언쟁이 언제 끝날까 싶은데, 갑자기 예복을 입은 그녀들이 화장실로 앞다투어 달려간다. 화장실을 들여다보기 전에 꼭 심호흡하라. 위로 토하고, 아래로 싸고, 그야말로 가관이다. 급한 나머지 세면대 위에 올라탄 여자는 “용암처럼 쏟아져 나온다”고 울부짖고 있다. 뒤늦
여성들의 속사포 욕설과 무진장 배설 속에 숨어있는 질투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