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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필름 마켓이 새 둥지에서 두번째 비상을 준비한다. 먼저 PIFF에서 BIFF로 명칭을 변경함에 따라 마켓의 가장 큰 화두인 프로젝트 마켓 ‘PPP’가 ‘APM(Asian Project Market)’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새 이름을 얻으면서 그간 호텔에서 진행하던 마켓 장소도 전문전시장인 벡스코로 옮겼다. 아시아 필름 마켓의 남동철 실장은 “단순히 장소만 옮긴 것이 아니다.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는 세일즈 부스를 방문할 때는 사전 약속 없이 미팅이 힘들었다. 그리고 장소가 협소해서 세일즈 부스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도 없었다”면서 “올해는 열린 공간인 벡스코에서 바이어와 세일즈 부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M을 비롯하여 부산영상위원회가 개최하는 BIFOM, 신예 프로듀서들의 프로젝트 피칭 행사인 KPIF 등 영화 비지니스와 관련한 모든 행사들도 벡스코 전시장에서 함께 열린다. 이러한 유기적인 맞물림이 새로운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 것
부산 마켓의 가능성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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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관계자들은 흔히 영화제가 열리기 두세달전을 성수기, 그 이외의 시기를 비수기라 부른다. 홍형숙 프로그래머에겐 5년째 ‘비수기’가 없다. 그녀가 담당을 맡은 아시아영화펀드(이하 ACF)는 1년 내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해외 각지에서 부산이 제작지원한 작품의 쇼케이스를 열었고 영화인들과는 꾸준히 연락해 ‘우리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아시아 영화인들간의 끈끈한 유대가 형성됐다는 점이 ACF 출범 5년의 성과다. 세계 최대 규모인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캐나다의 HOT DOCS 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올해부터 ACF의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와 손잡고 ‘월드 다큐멘터리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이 ACF 위상의 변화를 설명해준다. 앞으로 ‘아시아 다큐’와 만나고 싶다면 자동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리게 만들자는 것이 홍 프로그래머의 계획이다. 올해 와이드 앵글 부문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도 단연 다큐멘터리다. 적
‘재밌는’ 다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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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판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흠모하는 사람을 향해 늘 전화보다 편지를 쓰고,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열 번을 머뭇거리며, 정면으로 바라보기보다 종종 그냥 지나쳐 슬그머니 돌아본다. 1980년대 후반 홍콩 누아르 영화들이 아시아영화시장을 점령했던 때, 그러니까 <영웅본색>의 적룡과 주윤발이 선글라스에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만나던 센트럴의 황후상 광장 앞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늘 꽃을 들고 첫사랑을 기다렸다. 당시 욘판의 영화가 전혀 다른 감성의 홍콩영화로 다가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영화비평가 리처드 콜리스는 그런 그의 영화들을 두고 “거의 반세기 동안 홍콩의 가장 인기 있는 영화들은 대개 화면 가득 억세고 마초스러운 남성성이 난무하는 영화들이었다”며 “한 마리 여린 생명체 같은 그의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매혹적이면서도 연약하고 고집 세면서도 비극적인, 폐렴에 걸린 비련의 여주인공을 닮았다”고 썼다.
홍콩영화계의 아웃사이더
욘판 감독은
꽃비가 멈춰도 꿈은 끝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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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에> Nuit #1
안 에몽 | 캐나다 | 2011년 | 91분 | 플래시 포워드
춤에 도취된 사람들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영화는 몽환적인 음악 속에 그들의 흩날리는 머리칼과 땀방울을 슬로우 모션으로 잡아낸다. 이윽고, 클럽에서 나온 두 남녀 클라라와 니콜라이가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이 자극적인 섹스 장면 이후에, 영화의 대부분은 니콜라이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채워진다. 이 둘은 침대와 소파, 그리고 욕실에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는 주로 긴 모놀로그가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니콜라이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들이 함께 나누던 몸짓을 상세히 나열하고, 그럼에도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극을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이방인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력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클라라는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의 이중생활을 털어놓고는, 온갖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감정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좌절
두 남녀가 나누는 자기연민의 읊조림<한밤 중에> Nui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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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과 목소리들> Joan and the Voices
미카옐 바티니안 | 아르메니아 | 2011년 | 67분 | 플래시 포워드
상처는 유령처럼 주위를 맴돈다.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없지만 스스로를 옭아매어, 종국엔 과거 속에 머물게 한다. <조안과 목소리들>은 전쟁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조안의 삶과 회복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상처의 풍경을 보여주고 그것이 아물어가는 소리를 듣게 한다.
‘조안’의 프랑스식 이름은 ‘잔느’다. 잔다르크 재판의 한 대목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스스로 목소리의 영화임을 밝힌다. 언제 신의 목소리를 들었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항상!”이라고 대답하는 잔다르크처럼 조안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 역시 누군가의 목소리다. 다만 그것은 신이 아닌 인간, 그것도 자신과 같은 상처를 공유한 타인의 사연일 것이다. 성인이 된 조안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르메니아의 폐허 속을 여행한다. 영화는 언뜻 분절되어 있는
발칸반도의 과거와 현재를 만난다 <조안과 목소리들> Joan and the Vo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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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수운 최제우> The Passion of a Man Called Choe Che-u
박영철 | 한국 |2011년 |106분 |뉴 커런츠
사극 <동학, 수운 최제우>는 적은 자본과 제한된 제작환경으로도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최제우가 하옥되는 시점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가 동학을 창시한 뒤 관군에 붙들리기까지의 주요 사건들을 보여준다. 아내를 첫 제자로 삼고, 아들에게 천도를 가리키고, 제자와 함께 전국을 유랑하며 도를 설파하는 장면들과 노비 문서를 태우는 장면, 그리고 최시형을 후계자로 지목하는 장면 등이 이어지면서, 선하고 올곧은 선비가 반역자로 몰아져 희생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절제된 영화의 리듬과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 덕분에 영화는 관객을 감정적으로 선동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비극성을 전달한다. 특히 최제우와 상주목사 조영화 역의 연기를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대립은 영화의
정적인 롱테이크가 만든 고뇌와 신비로움 <동학, 수운 최제우> The Passion of a Man Called Choe Ch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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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돌아온 남자> Here...or There?
시우 팜 | 베트남, 스위스| 2011년 | 91분 | 뉴 커런츠
베트남의 평화로운 어촌마을, 은퇴한 유럽 남성이 베트남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그를 찾으러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한참 만에 물속에서 돌아온 남편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와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부인은 그들을 반갑게 맞는다. 뒤이어 지금까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이들 모두는 부부가 모시던 혼령과 함께 연회를 즐긴다. 잠시 후, 돌연 시끌벅적한 연회가 중단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부의 새로운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영화에는 현실과 꿈, 그리고 극중극의 상황이 혼재하고 있다.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상상인지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만약 이 모든 해프닝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자신을 목격하던 남편의 백일몽이라면, 그는 바다라는
중년의 기발한 상상이 만든 유쾌한 영화 <바다에서 돌아온 남자> Here...or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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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의 전당 개관, 거기에 한류스타 ‘소지섭’이 더해졌다. 단 7초만의 기적 같은 개막작 매진사태는 이렇게 도출됐다. “개막작은 원래 빨리 매진되잖아요.”라며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지만 이내 “너무 영광스럽고 좋은 일이다”라며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부산국제영화제와는 <영화는 영화다> 이후 두 번째 인연. “부산하면 영화인들과 술 마시는 분이기인데 전 워낙 술 마시는 분위기에는 약한 편이예요. 마음 놓고 즐기진 못했죠. 올해는 즐거운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도모해 보려고 해요.”
개막작 <오직 그대만>은 소지섭이 오랜만에 도전하는 정통멜로다. 과거의 과오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전직 복서 ‘철민’이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 정화(한효주)를 만나 외로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뜸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이 영화는 아픈 사랑만을 체에 걸러 담는다.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서 헌신할 줄 아
“첫사랑을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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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오직 그대만>은 전직 복서와 시각장애인 여성의 사랑이야기다. 캐릭터와 내용을 볼 것도 없이, 제목만으로도 통속과 상투 등의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직 그대만>을 연출한 이는 <마법사들> <거미숲> <깃> 등을 통해 아예 실험적이거나, 상업영화 안에서 자기만의 기묘한 세계를 담아왔던 송일곤 감독이다.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그에게 주로 ‘의외의 선택’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관에서 공식 상영되는 첫 영화다.
=어제 스텝들과 함께 사운드 테스트를 하면서 봤는데 매우 놀랐다. 이 공간이 한국영화의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될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우리 영화가 처음 상영된다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영광이었다.
-<오직 그대만>은 전작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성격이 다른 작품이다.
=일단 도시를 배경으로 한 남
2011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진한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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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시네마의 전성기는 90년대에 시작해 90년대에 끝났다. 퀴어시네마의 팬들이라면 이 단호한 문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0년대는 확실히 퀴어 시네마의 진정한 전성기였다.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토드 헤인즈, 그랙 애러키가 등장했고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는 어떤 영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2000년대 이후 퀴어 시네마는 예전만큼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퀴어 시네마의 정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퀴어 시네마의 가벼운 (야오이적) 특성은 주류 영화 속에서 하나의 상업적 코드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구의 퀴어 시네마 운동으로부터 자양분을 섭취한 아시아의 젊은 감독들은 사회적, 문화적 편견을 딛고 각자의 퀴어 시네마 운동을 일구어가는 중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당도한 몇 편의 퀴어 영화들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두 작품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랑스런 남자>와 <사이공의 실락원>이다. 두 영화는
마이너리티를 비추는 명료한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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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한 사람의 머리에서만 탄생되는 게 아니다. 작가,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이 머리를 싸매고 갑론을박을 하고 난상토론과 회의를 거쳐 하나의 작품이 탄생된다. 그러다보니 종종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대사를 작가가 쓴 건지, 감독이 낸 건지, 또는 프로듀서가 제의한 건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특히 내 경우에는 멋지고 재미있는 상황이나 대사는 다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우겨대서 동료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맛집도 그런 것 같다, 부산영화제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횟집이 있다, 해운대 끝자락 한국콘도 옆에 있는 ‘경북횟집’이 그렇다, 테이블이 4-5개정도 밖에 안 되는 아담한 횟집인데 그 집엔 메뉴가 없다. 당일 제일 싱싱한 활어횟감을 구입해서, 당일 손질하면 그 생선이 그 날의 메뉴다. 주인부부는 큰 욕심도 없어서 절대로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그저 생활 할 만큼의 돈만 벌고자 하는 그들은 심지어 남들보다 가장 늦게 문을 열고 가장 일찍 문을 닫는다. 당연히 미리
내 맛집이냐 네 맛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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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방의 소리> The Sound of Old Rooms
샌딥 레이 | 인도, 한국, 미국 | 2011년 | 72분 | 와이드앵글
<오래된 방의 소리>는 시인으로 살아가며 삶을 경험하면 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샤르탁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와 시공을 초월하는 삶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은 20년 전 샤르탁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을 쓰기 위해 학교를 자주 빼먹는 자신을 못미더워하는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던 아들은 어머니가 오래된 사진 뒤에 써놓았던 시를 읽으며 어머니도 자신처럼 어릴 때 시를 썼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어머니는 시를 써서는 돈을 제대로 벌수 없다며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샤르탁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시인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첫 번째 시집을 출
당신은 살아가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오래된 방의 소리> The Sound of Old Ro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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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바다> Sea of Butterfly
박배일| 한국 | 2011년 | 90분 | 와이드앵글
서른아홉 남자와 열아홉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너무도 사랑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은 쉽지 않다. 남자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경제 형편도 어려운 탓이다. 여기까지는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이 둘이 다 장애인이다. 남자는 휠체어를 타야 움직일 수 있고, 여자는 몸도 불편하고 말도 어눌하다. 이쯤 되면 흔한 인간극장 주제가 될 만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너무도 담담하면서도 예쁘게 그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어렵고 아픈 처지며 이야기를, 안타까운 시선이나 불쌍한 마음 같은 값싼 동정이나 시끌벅적한 구호 같은 허튼 주장 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꿈꾸는 남자는 자신의 온갖 어려움을 하나씩 열고 풀어간다. 몸도 말도 불편한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처지를 보듬는
여느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나비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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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암살
올리버 스톤의 <J. F. K>(1991, 사진)는 음모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그만큼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리 하비 오스왈드가 실제로 케네디를 암살했으나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린드 B. 존슨은 국내 여론과 외국의 의심을 무마하기 위해 급히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지었고, 그 사건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이는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센다이에서 반미 성향을 지닌 젊은 신임 총리의 취임 퍼레이드가 벌어지던 중 소형 원격조종헬기를 이용한 총리 암살사건이 벌어진다.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만나고 있었다. 아오야기를 그 현장으로 끌어들인 모리타는 말한다. “이제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넌 오스왈드가 된 거야. 당장
영화 속 음모론 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