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영화가 아니라 장르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액션, 퀴어, 뱀파이어물, 호러 장르가 이 섹션에 포진해 있다.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형식에 대한 전세계 영화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와이 순지의 신작과 중국의 첫 3D 애니메이션영화를 만나보자.
<점프 아쉰> Jump Ashin!
린유셴 | 대만 | 2011년 | 126분 | 아시아영화의 창
우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작가영화를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대중영화를 만드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중화권의 무협영화나 일본의 기획영화를 제외한다면 좀처럼 수입되는 대중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한국은 과연 아시아 대중영화의 최전선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독점적 황태자인가? 오로지 한국영화계만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대중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물론 그렇지 않다. <점프 아쉰>
BIFF 추천작: 대중 유희-지금 아시아가 열광하는 건 뭐?
-
칸영화제 수작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주목하자. 올해 칸을 한바탕 뒤집어놓았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부터 이름만 들어도 배가 부른 작품들이 부산을 찾는다. 아시아 작품은 없냐고?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인 소노 시온의 <두더지>와 <사랑의 죄>가 기다리고 있다.
<두더지> ヒミズ
소노 시온 | 일본 | 2011년 | 129분 | 아시아영화의 창
거두절미하고,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소노 시온을 따라갈 자는 없다. 그의 전성기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차가운 열대어>부터 시작됐다. 거의 고어영화에 가까운 이 범죄극에서 소노 시온은 인간 내부의 광기, 우리 모두가 남몰래 갖고 있는 욕망을 무시무시한 집요함으로 파고든다. 표백제로 씻어낸 것 같은 팬시영화와 지나칠 정도로 재단된 기획영화가 지배하는 지금의 일본 영화계에서 소노 시온은 80년대 이후 현해탄 건너 영화쟁이들이 거의 잃어버린 칼날을 다시 보여주
BIFF 추천작: 거장 만세-다르덴 형제가 현대 동화를?
-
[올드독의 영화노트]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내가 좋아하는 오즈의 영화
[올드독의 영화노트]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내가 좋아하는 오즈의 영화
-
“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을 지탱하고 있는 대형 지붕 ‘빅루프’의 어마어마한 위용에 넋놓고 있던 중, 일일 가이드를 자청한(?)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유혜원씨가 거듭 안전을 강조한다. 9월29일 개관식을 앞둔 국내 최초의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영관 내부에서는 스크린을 설치, 점검하고 있었고 아직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좌석은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는 타일을 외벽에 붙이는 공사와 마감재를 바닥에 까는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영화의 전당 홍보마케팅팀 정금용 팀장도 “공정률 몇 퍼센트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거의 다 끝났어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규모로만 보면 영화의 전당은 확실히 압도적이다. 부산에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제쪽이 미리 보내준 조감도를 보며 ‘크면 얼마나 크겠어?’라고 코웃음을 쳤던 차다. 부지가 3만2137.2㎡라고 하는데, 수치만으로는 실감이
여기가 미래 한국영화의 중심지
-
-
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눈앞이다. 올해 영화제 최대의 게스트는 단연 전용관 ‘영화의 전당’이다. 전용관 건립과 함께 영화제가 새로운 지형,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다. 안전모를 쓰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영화의 전당 현장을 찾아 축제의 윤곽을 그려보았다. <씨네21> 기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출품작을 점검한 뒤 놓치지 말아야 할 추천작 30편도 꼽았다. 9월26일 예매 시작에 앞서, 70개국 307편의 이정표로 유용하게 활용하기 바란다. 한국영화계의 1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국영화의 경향은 전찬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의 글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김동호 위원장에 이어 첫 임기를 맡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새 출발하는 영화제에 대한 궁금증을 조목조목 따져물었다. 이 정도면 10월6일 출발 전, 부산영화제에 대한 숙지로 손색없으리라 자신한다.
BIFF, 영화의 전당 부산 제2막 오르다!
-
손영성 감독은 데뷔작이자 전작인 <약탈자들>로 주목을 모은 바 있다. 장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 영화였다. 그러니 그 영화의 감독이 본격적인 법정스릴러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어떻게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것인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과 캐스팅 과정과 연출의 이모저모를 그에게 들었다. 그걸 듣고 나니 그가 적임자였음을 알겠다.
-제안받은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약탈자들>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신창길 프로듀서가 영화를 인상 깊게 봤다며 친구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시나리오 하나를 전달하고 싶다고. 그때 만나서 받은 시나리오가 <의뢰인>이었다. 130페이지에 이르는 엄청난 시나리오였다. 읽는 데만 8시간이 걸렸으니까. 법정스릴러라는 새로운 점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구조적으로 <약탈자들>하고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하게 된 것 같다. 2009년 5월경부터 각색에 들어갔다. 하정우가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그때 당
“하정우가 만드는 강 변호사에 내가 이입되어갔다”
-
한국영화에서 법정물은 전통을 갖고 있거나 인기를 얻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영화 한편이 이 척박한 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뢰인>이다. 한국 최초의 법정스릴러물이라고 자부하는 <의뢰인>은 호화 배역진과 가능성 있는 감독 그리고 탄탄한 기획력의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물론 과감하게 시도된 만큼 단점이 없을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시도다. <의뢰인>이 이끄는 법정으로 가보자.
법정에서의 시시비비를 주요 소재로 취한 한국영화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도 미궁의 살인사건을 사회적 시선에 기초하여 바라본 <이태원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러니 <의뢰인>의 제작진이 “한국 최초의 법정스릴러”라고 표방할 때의 방점은 법정을 무대로 한 본격적인 첫 번째 영화라는 뜻보다는 법정을 장르적으로 적극 활용한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그 강조는 <의뢰인>이 철저하게 장르영화를
괄목할 만한 이야기꾼을 발견하다
-
아이고, 유브이! 90년대 댄스가요를 대놓고 재현하다 런던보이스로 점프할 때는 <유브이 비긴즈>로 홀리더니 이젠 유희열, 정재형과 함께 비틀스로 순간 이동까지 했다. CM송임에도 <Who Am I>(그럼 나는 뭔데) 뮤직비디오는 훌륭한 비틀스 오마주다. 이 ‘평행우주’같은 음악이 패티 보이드,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턴의 지리멸렬한 삼각관계뿐 아니라 존 레넌과 오노 요코와 폴 매카트니의 불편한 관계를 환기하는 것도 재밌는데, 덕분에 비틀스의 ‘흑역사’인 <백비트>와 ‘존 레넌 비긴즈’인 <노웨어 보이>를 다시 봤다.
두 영화는 예술가 ‘지망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곳곳에 기대와 불안이 흐른다. 성공 직전 세상을 떠난 스튜어트 서트클리프나 “신은 왜 날 엘비스로 만들지 않았지?”라고 절망하는 존 레넌 모두 확신없이, 그러나 운명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기대와 불안이야말로 청춘의 키워드로 바뀐다. 생각해보면 60, 70년대 함부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청춘의 순간들
-
취향은 유전되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새벽 AC밀란과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아 축구를 보다가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 일요일이면 아버지는 동네 대중목욕탕에 나를 데리고 갔다. 사람 많아 북적거리는 그곳이 싫었지만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갈색병의 맥콜은 좋아했다. 한쪽 구석의 높은 곳에 설치된 텔레비전에는 늘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중계가 흘러나왔다.
어느 날 아버지는 목욕탕이 아닌 사직구장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집 앞에서 111번 버스를 타고 사직동에 내리면 통닭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직구장에 이르는 길엔 통닭집이 줄을 잇는다. 통닭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매표소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옆을 보니 긴 끈을 이용해 아래층에 있는 아저씨가 입장해 있는 2층의 아저씨에게 가방을 올려 보내고 있었다. 출입구 안내판에는 ‘병 소주는 반입 안된다’고 적혀 있다. 아버지의 팩 소주는 무사통과였던 것 같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검표를 하면 사
[타인의 취향] ‘꼴빠’의 탄생
-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찰이 직업인 주인공들이 마음속 번뇌를 다스리기 위해 찾는 곳은 어디일까? 포장마차를 제외하면 답은 역시 경찰 사격장이다. 사격연습을 한다는 핑계로 번뇌를 과녁으로 삼거나 복수심을 불태우는 주인공들. 타앙, 타앙, 타앙- 그리고 플래시백- 다시 타앙, 타앙, 타앙! 수사물이면 백이면 백,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이라 회상신에서 약간의 변주를 상상해본다. ‘낮에 동료들과 짜장면을 먹는데 옆자리 김 형사가 단무지를 한번에 두개씩이나 집어갔다. 심지어 면발 밑으로 단무지를 숨기다니….’ 타앙, 타앙, 타앙! 물론 이렇게 좀스러운 이유로 사격장을 찾는 주인공은 없겠지.
해양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KBS <포세이돈> 역시 1회부터 사격장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김선우(최시원)의 해경특공대원 시절 동료였던 강은철(유노윤호)은 군산해양경찰서에서 선우와 마주친다. 모종의 사건으로 강등과 좌천되어 껄렁하게 살고 있는 선우를 보고 은철은 이렇게 쏘아붙인다. “그 따위
[유선주의 TVIEW] 노래는 사랑을 싣고…? 엥?
-
9월8일
여름의 치마꼬리라도 잡아보겠다고 기어코 바다로 갔다. 파랑과 파랑(波浪)이 그리워서 청색증이 올 지경이었다. 내가 엄살을 피우는 동안 결단력있는 친구가 척척 추진하고 핸들을 잡았다. 비가 오리라는 예보는 빗나갔다. 양털구름 깔린 청명한 하늘이 감격스러웠으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라곤 블루 스크린, 크로마키, 그리고 <개구쟁이 스머프>의 흉측한 예고편이 고작이었다. 영화를 경유하지 않고는 직접적 감흥도 끌어올릴 수 없는 빈곤한 상태가 된 걸까. 목적지인 강화에 도착하자 숙소에 딸린 수영장에서 연인들이 수면을 찰싹찰싹 때리며 그리 우스울 것도 없는 일에 깔깔대고 있었다. 예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감독 구경남(김태우) 뒤에서 시시덕거리던 제주도 수영장의 커플이 영화 속에서 나와 우리를 따라와준 것 같아 흐뭇했다. 은막에서 이뤄진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물안경까지 끼고 진지하게 수영하는 이는 나 혼자였지만 꿋꿋이 헤엄치며 <니모를 찾아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한국 멜로여 어깨 힘 빼고 킵 스위밍~
-
인도네시아는 전형적인 이슬람국가는 아니지만 모슬렘 인구가 1억7천만명(전체 인구의 약 80%)으로 세계에서 모슬렘 인구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이슬람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에는 퀴어문화가 존재하고, 퀴어 시네마 또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와리아’, ‘반지’, ‘벤종’이라 불리는 성전환자 혹은 여장남자들은 인도네시아 고유의 퀴어문화 현상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퀴어문화 혹은 퀴어 시네마가 때로 모슬렘으로부터 배척을 받거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에 출범한 퀴어영화제인 ‘큐! 영화제’는 10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격한 이슬람근본주의 단체가 ‘큐! 영화제’를 공격하여 일부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하였다. 영화제 행사장인 프랑스문화원과 일본문화원에서는 상영이 취소되었고, 독일문화원에서만 상영이 진행되었다. 2009년에는 정부에서 반포르노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사랑은 사랑이다
-
고작 서너편 보고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북촌방향>은 홍상수 영화의 본질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이 특히 프랑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에서 한국적인 것은 (다분히 감독의 자전적 고백으로 보이는) 등장인물의 비루함(‘찌질함’)뿐, 그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들은 80년대 이후 세계를 풍미했던 프랑스 담론의 개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개념들은 대부분 이 지면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설명을 반복할 필요는 없겠다.
지루함
웬만한 관객은 홍상수 영화를 ‘지루하다’고 느낄 거다. 그 권태(ennui)는 실은 삶 자체의 지루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느 나치(괴벨스?)의 말이다. “대중은 이미 비루한 일상에 충분히 지쳐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멋진 환상이다.” 나치 대중이 삶의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면, 오늘날의 대중은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그러나
[진중권의 아이콘] 그 영화가 놓인 자리
-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여느 재난영화와 달리 <컨테이젼>은 우리의 심장을 움켜쥐려 달려오지 않는다. 이 뛰어난 (그리고 비싼)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고 가족애나 영웅담, 눈물겨운 드라마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사실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지나치게 평평하다. 극적인 굴곡을 배제한 채 완성해낸 이 정교한 재난보고서를 제대로 즐기려면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전염병이 퍼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전염병이 퍼지는 과정과 그것을 역으로 추적해가는 과정, 재난 상황에 대한 전문가와 대중의 온도 차 등을 차분하고 공평하게 보여주는 <컨테이젼>은 제목 그대로 ‘감염’이라는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비록 기존의 재난영화가 취했던 전략과는 전혀 다르지만 사실적인 정보들로 가득 찬 이 영화의 완성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나 <컨테이젼>을 건조한 정서의 다큐 색채로 정보 제공에만 주력한 영화라 단정짓
[영화읽기] 전 지구적 연결이라는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