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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세계지도자상도 받으시고, 유엔 연설도 하신 가카(이미 가카는 고유명사)는 얼마나 뛰어난 유머감각을 선보였을까. 위키리크스 한국(http://wikileaks-kr.org/dokuwiki/)이 번역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가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한낱 농담에 불과한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박근혜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기에 유머 감이 없다.” 농담도 참! 역시 가카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남자. 그러나 입조심은 할 줄 모르는 남자.
때는 2004년이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나경원은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진중권(@unheim)이 불을 붙였다. “초선 때라 제가 나경원인지도 모르고 갔어요. 가보니까 제가 나경원이더라고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경원은 트위터에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속 시원하게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
[신두영의 보라카이!] 여러분 이거 다 유머인 거 아시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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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저씨가 사무처장이던 시절 업무차 참여연대에 갈 일이 있었다. 칸막이 사이 작은 책상에서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민원인 전화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세상 때가 잔뜩 묻은 당시의 나는(원래 어릴수록 밖에 나가면 오만 때 다 묻히고 돌아다니는 법) ‘우와, 대표가 민원인 전화도 (저렇게나 오래) 받네. 대표실은커녕 버젓한 책상도 따로 없네…?’ 이런 생각을 했다. 참여연대의 첫인상, 그래서 참신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전시성 토건 예산을 대폭 깎겠다”는 걸 첫째 약속으로 내걸었다. “공약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겠다”는 마지막 약속에 이르면 살짝 다정한 기분까지 든다. “저요, 저요” 할 뻔 했잖아.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감이 박원순에 대한 지지로 상당 부분 옮아간 걸 보면 또 한나라당이 짝퉁 박원순, 앗, 죄송, 박원순스러운 후보를 찾느라 우왕좌왕한 걸 보면 그의 출마는 위력적이다.
박원순은 ‘어떤 세력’을 대표한다.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박원순의 두피를 정치적으로 걱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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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이 그러하니 어려운 일은 물론이다. 한데 이 말이 무한경쟁을 철칙으로 여기는 영화배급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 단정할 수 없지만 하반기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을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하다. 경쟁관계인 투자배급사들이 한데 손을 잡고 공동배급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9월29일 개봉하는 <카운트다운>은 NEW와 싸이더스FNH가 함께 배급한다. 10월6일 개봉하는 <투혼>은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가 공동배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의 협력은 <투혼>만은 아니다. <Mr. 아이돌>(10월 중 개봉)과 후반작업 중인 <특수본> <페이스메이커> 등도 공동배급 작품이다. 이미 개봉한 <소스 코드> <콜롬비아나> 등 외화 2편까지 포함하면 올해 라인업 중 6편을 두 회사가 공동배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이진훈 팀장은 “시너지쪽에서 올해 초에 제안을 해왔는데 양
[이영진의 판판판] 상생의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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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소년, 소녀들을 위한 영화다.” 영화 <인어공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청소년영화를 찍는다. 제목은 <천국의 아이들>. 학교에서 방치된 문제아들이 모여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로 실제 한 중학교 교육사례를 소재로 삼았다. 최근 <고래를 찾는 자전거>에 출연한 박지빈과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염정아의 아역을 연기한 김보라가 학생들 가운데 중요 배역을 맡았고, <혜화,동>의 유다인이 이들을 지도하는 기간제 교사를 연기한다. 첫 촬영은 오는 9월27일이다.
박흥식 감독은 <천국의 아이들>을 준비하면서 실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두 달간 인터뷰했다. 요즘 아이들의 분위기와 고민을 담되 영화는 실제와는 다른 영화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3개월짜리 계약직 교사인 유진(유다인)은 어느 날, 교장으로부터 특별반의 문제학생들을 데리고 방과후 수업을
[이 사람] 소년, 소녀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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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환 감독의 <댄스 타운>이 터키의 안탈리아 골든오렌지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터키의 오스카로 불리는 영화제. <댄스 타운>과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등 ‘타운 3부작’은 9월 말 뉴욕 MOMA에서 특별전을 갖는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10월4일부터 9일까지 할리우드 클래식 특별전을 연다
=<선라이즈> <분노의 포도> <황야의 결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사냥꾼의 밤> 등 총 7편의 고전 할리우드영화가 상영된다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지원 사업’에 일본영화 <백자의 사람>과 중국영화 <길 위에서>가 선정됐다
=장편극영화나 TV드라마 시리즈로 10일 이상 촬영, 10억원 이상의 제작비 집행 프로젝트가 지원대상이라고 한다.
[댓글뉴스] <댄스 타운> 터키 안탈리아 골든오렌지 국제영화제 초청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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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노르망디에서 상하이로 건너간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 이후 장동건은 차기작으로 허진호 감독의 신작 <위험한 관계>를 선택했다(<상하이 프로젝트>라고도 불린다). 장동건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정용원 매니저는 “<마이웨이> 크랭크업 뒤 차기작을 검토하던 중 지난 7월 허진호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다. 9월21일 출연하기로 확정했다”면서 “주인공은 장동건을 비롯해 세 남녀인데 두 여자 역에 장쯔이, 장백지가 캐스팅됐다. 영화는 다음주인 9월 말에 크랭크인한 뒤, 12월 말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한 관계>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 <위험한 관계>는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위험한 관계>(1988), 밀로스 포먼 감독의 <발몽>(1989)으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고, 1999년 리즈 위더스푼, 사라 미셸 겔러
[국내뉴스] 장동건 - 장쯔이 - 장백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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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장혁)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 스릴러로 9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Cover Star] ‘의뢰인’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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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9시 뉴스> 민경욱 앵커가 미 대사관쪽 사람들에게 지난 대선 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취재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알렸다는 위키리크스 전문이 공개됐다. ‘취재·제작 중에 취득한 정보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한국방송 윤리강령을 포함해 언론인의 기본자세를 차치하고라도 심히 딱한 것은, 그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람”에 이어 “이명박은 경제적 전문성이 제한됐지만 뛰어난 결단력 덕분에 한국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하다. 이거, 제대로 취재한 게 맞나? 문건을 작성한 미 대사관쪽은 이렇게 정리해준다. “민경욱은 (이명박)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에구. 민앵커는 “작성자가 자신이 아는 부분을 저의 이야기와 얼기설기 엮은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 취재원에게 완전히 설득당한 기자라니 심각한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소심한듯 다크한 주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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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장혁)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 스릴러로 9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의뢰인] ‘대한민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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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은 철폐되어야 한다. 누구든 부정하게 구속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원칙은 종종 무시된다. 성별이나 피부색에 따라 정치적 견해나 세계관에 따라 사람들은 차별받고 억압받는다. 그런데 이게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권리일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되묻는다. 게다가 영리하게도 이런 발칙함을 ‘자유를 위한 투쟁’이란 보편성 뒤에 감춘다. 이때 유인원 시저는 ‘좋은 대우를 받는 노예’의 이미지로 재구성되며 인류 역사의 ‘혁명의 순간(들)’을 환기시킨다.
따라서 이제까지 주로 시대극을 맡아온 패트릭 도일이 영화음악을 맡은 건 자연스럽다. <헨리 5세>나 <토르: 천둥의 신>에서처럼 주변부를 배회하던 관현악이 타악기를 좇아 중심부로 모여들다가 순식간에 폭발한다. 이런 구성 속에서 진지한 주제는 더욱 부각된다.
그런데 영화에서 가장 인간다운 건 시저다. 보편적 자유를 위한 투쟁, 자유의지에의 발현, 심지어 포용적인 리더십과 합리적 판단 등 모든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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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유 사랑은 얼추 15년이 넘은 거 같다. 물보다 더 많이 마시는 게 우유니 분명 내가 우유를 사랑하는 것이 맞다. 처음부터 우유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우유를 먹은 거 같은데, 나 또한 이유가 모두가 희망하는 185cm를 목표로 달려가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키가 185cm까지 컸냐…. 물론 거기까진 크지 못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신 까닭에 집에 안 계실 때가 많았다. 혼자 끼니를 챙겨먹다 보니 어머니가 안타까워하시면서 우유를 집으로 배달시키셨다. 우유를 많이 먹어야 키(?)도 크고 뼈(?)도 튼튼해진다고 해서 그때부터 물 대신 우유를 더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통도 많이 따랐다. 한국인의 특성상 외국인에 비해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다보니 설사도 잦고 화장실을 하루에도 열두번은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한번은 형이랑 누가 더 우유를 많이 마시나 내기하다가 잠을 못 잘 정도로 서로를 보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었다(그날 3ℓ는 먹었던 기억이…
[타인의취향] 물보다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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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는 늦여름이 기승이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다 싶지만 정오가 되기 전 뜨겁다 못해 따가운 태양이 작열한다. 미국은 노동절을 가을의 시작으로 간주한다는데, 노동절인 어제를 보내고 난 오늘 오전 11시, 온도계는 35도를 가리켰다. 복사열이 가장 뜨겁다는 오후 2시의 온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계절은 더뎌도, 방송가의 스케줄은 어김이 없다. 방송가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한 가지 지표는 바로 에미상 시상식인데, 슬슬 거리에 붙은 광고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방한 TV시리즈가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 기대는 크지 않지만 트로피와 레드카펫이 만들어내는 축제 분위기는 무시하기 힘들다. 그런데 빈약한 밥상에도 이 시상식을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사회를 맡은 제인 린치(Jane Lynch) 때문이다.
제인 린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한 <FOX>의 뮤지컬 TV시리즈 <글리>(Glee)에서 치어리더 클럽의 포악한 코치 수 실베스터를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삼선 추리닝의 절대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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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등급이 있는데, 1위가 클래식이고 2위는 재즈, 3위가 록이야.” 스무살 때 알고 지내던 남자아이는 종종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붕어들이 표절곡 부르는 거랑 밴드 음악은 하늘과 땅 차이지.” 건스 앤드 로지스나 메탈리카의 로고가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즐겨 입던 그 애는 립싱크도 라이브처럼 곧잘 하던 내 ‘오빠’들을 비웃는 걸 일종의 레저 스포츠로 즐기곤 했다. 얼굴만 맞대면 H.O.T.가 낫네, 핑클이 낫네 하며 싸우다 지쳐 슬슬 연락이 끊긴 지도 꼬박 10년이 넘었지만 그놈의 ‘록’과 ‘밴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꽤 끈질기게 내 무의식의 밑바닥에 남아 있었던 것은 그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KBS <TOP 밴드>를 보고 있으면 가끔 그때가 떠오른다.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와중에, 아이돌이나 스타를 뽑겠다는 것도 아니고 록을, 밴드 음악을 발전시키겠다며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나로선 좀 신기하다. 모처럼 진지하게 보고 있다
[최지은의 TVIEW]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록 스프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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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단장에 가세하는 패션잡화 가운데 인체 밑단을 점하는 신발은 시야에서 가장 소외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 위상마저 바닥인 건 아니다. 유별난 캐릭터를 배로 부풀릴 소품으로 부족함 없음이 왕왕 입증된다. 과잉된 디자인 구두에 의존한 레이디 가가의 캐릭터는 공공장소에서 바닥에 자빠지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발 밑에 깔린다는 처지에 빗대 신발을 모욕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문화권도 존재한다. 총검으로 직접 상해를 가하진 않아도 상대에게 투척될 때 요긴한 모욕의 방편으로 신발은 돌변한다.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임기 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참석자의 신발 세례를 받았다(그 대가는 커서 신발 투척 기자에게 3년형이 선고되었고, 논란 끝에 9개월 복역 뒤 석방되었다).
작품 해석의 책임을 논평자의 주관이 아닌 “그림이 말을 건넸다”며 작품에 떠넘기는 때도 있다(많다). 반 고흐의 낡은 구두 그림은 학자들의 논쟁으로 유명세를 날렸다. 해석학자 하이데거는 그림 속 구두가 농촌 아낙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신발에 담을 수 없는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