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을 정말 잘 보여주는 영화다.”
<밍크코트>에 대한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평을 시작으로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지난 1월13일, CGV대학로에선 <씨네21> 주성철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 그리고 <밍크코트>를 공동연출한 신아가, 이상철 감독, 배우 한송희가 참석해 새해 첫 시네마톡의 문을 열었다. 꽉 들어찬 객석이 영화에 대한 열띤 관심을 증명하는 듯했다.
<밍크코트>는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의 ‘연명치료 중단’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가족간의 대립과 애증을 밀도있게 다룬 작품이다. 우유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중년의 여인 현순은 이단을 믿는다는 이유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처지다. 어느 날 연로한 어머니가 의식불명에 빠지면서 가족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심각하게 논의하기 시작한다. 현순은 어머니가 곧 깨어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연명치료 중단에 합의한 언니, 남동생 등과
[시네마톡] 가족이라는 지옥 속에서
-
육식과 폭식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미식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배고프고 힘들 때 생각나는 최고의 만찬이 김밥천국 김밥과 라볶이인 걸 보면 상당히 싸게 먹히는 입을 가진 셈이다. 그럼에도 두어해 전 상하이 여행을 갔을 때 미식가인 친구들 손에 이끌려 별이 몇개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 발을 들인 적이 있다. 맛은 있으나 장장 세 시간에 걸쳐 먹고 또 먹어도 다음 코스가 나와 호흡 곤란을 유발하던 프렌치 디너에 대한 가장 뚜렷한 기억은 푸아그라를 먹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정도다.
그러니까 사실 그 레스토랑의 대표인 유명 셰프 장 조지가 출연한다는 것 때문에 최근 올리브TV에서 방송 중인 <김치 크로니클>을 보기 시작했던 건 아니다. 라면 물을 맞추는 것 외에 요리라고는 연간 행사에, 그 결과 또한 대재앙에 가까운 내게는 손닿는 화분의 허브 잎을 뚝뚝 따서 팬에 넣는 제이미 올리버든, 유려한 손놀림을 지닌 유학파 훈남 셰프가 주인공이든, 대저 음식 프로그램이란 봐봤자 배만 고프
[최지은의 TVIEW] 한식, 옆에서 볼까? 아래서 볼까?
-
페이스북 친구 5만 돌파를 기념해 과감히 제 누드를 스스로 공개한 대만 여배우 딩궈린은 예외적인 사건에 속한다. 흔히 세상을 발칵 뒤집는 유명인사 알몸 사진이 공중에 제시되는 경로는 ‘유출’을 통해서다. 잊힐 법하면 유출 사고가 터진다는 건 은폐된 자촬(자기촬영) 누드의 양이 드러난 것 이상임을 뜻할 테다. 해커 소행으로 추정된 스칼렛 요한슨과 리한나의 자촬 나체는 그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에 앞서 킴 카다시안과 패리스 힐튼은 자기 연인과 나눈 정사 동영상이 세상에 폭넓게 전달됐다. 타미 리와 파멜라 앤더슨의 정사 비디오가 유통된 1995년은 은밀한 사생활 유출의 시원쯤 될 거다. 한때 전문가의 전유물로 간주된 재생도구의 사해평등적 보급이 빚은 예상된 소동이었다. 제 알몸과 정사장면을 촬영하는 동력인 자기애와, 섹스비디오 유출의 원조 파멜라 앤더슨이 겪는다는 ‘거울 공포증’(거울 쳐다보길 두려워하는 증상)은 역설이고 해명 불가다. 못 말리는 과잉 자기애로 망가진 남성도 드물게 뉴스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복제되는 자기애, 잠재 포르노의 위대한 탄생
-
많은 이들이 오늘날의 일본영화가 예전의 그것만 못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상투적이기 짝이 없는 이 불평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영화의 실질적 침체가 아니라 동시대 세계 영화계가 아시아영화에 할당한 기능과 일본영화에 할당한 기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영화는 아시아영화의 외부에 자리해 아시아영화의 중심이 되는 역설적인 기능을 맡아왔다- 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지아장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차이밍량, 라브 디아즈, 홍상수 등 최근 아시아영화의 최전선을 이루는 이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통적으로 존중되어온 서사나 미장센의 효과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되 모종의 독특한 개념적 도식 내에 그것들을 배치하는 현대적 미학을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들 감독들이 담당하는, 그리고 동시대 아시아영화의 예술적 기능이 라 할 수 있다(흥미롭게도, 이들 감독들이 각자의 개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이중구속을 벗어라
-
-
‘보헤미안’이라는 말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보헤미안’이란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를 가리킨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보헤미아니즘’이라는 항목 아래 이렇게 적고 있다. “비관습적 라이프 스타일의 실천. 종종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끼리 어울리며, 항구적인 결속 없이 음악, 예술 혹은 문학에 종사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헤미안은 뜨내기, 모험가, 방랑자라 할 수 있다.”
문학적 집시들
푸치니 오페라의 제목 ‘라보엠’은 원래 ‘보헤미아 여자’란 뜻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보헤미안은 서유럽의 로마니(Romany)족, 이른바 ‘집시’를 말한다. 이들이 ‘보헤미안’이라 불리는 것은 그들이 서유럽으로 들어올 때 주로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지방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이 어땠는지는 영화 <집시의 시간>에 잘 나타나 있다. 보헤미안은 대개 거처나 직업 없이 절도나 구걸과 같은
[진중권의 아이콘] 창조적 개새끼
-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캐릭터의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열한 현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종종 이들의 남다른 성격은 영화의 형식마저 결정한다. 이는 <로제타>와 <로나의 침묵>의 상이한 스타일만 비교해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로제타는 일상의 전투를 치르는 투사와도 같았고, 등 뒤에 붙어 덜컹거리던 핸드헬드 카메라는 그녀의 솟구치는 감정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반면 <로나의 침묵>의 카메라는 비교적 차분히 움직였고, 이를 통해 정적이고 비밀스러운 주인공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주시할 수 있었다.
<자전거 탄 소년>의 간결한 형식도 캐릭터의 특징과 공명한다. 시릴과 사만다는 다르덴의 인물들이 흔히 맞닥뜨렸던 윤리적 딜레마를 거의 겪지 않는다. 이들은 이례적인 ‘단순성’을 보이는데, 이때 단순함이란 깊이의 문제가 아니라 망설이지 않는 ‘순전한’
[영화읽기] 캐릭터의 단순성이 남기는 비감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편의 <밀레니엄> 영화를 보았다.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저명한 원작 소설에 기댄 영화들이 숙명처럼 겪게 되는 원작과의 비교는 한 영화의 가치를 논하는 데 그다지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가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창조적으로 그것을 재해석했다는 말들은 죄 무익한데, 그러한 평가들이 소설이나 영화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든 변경시키지 않는 까닭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미국 버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이 내게는 스웨덴 버전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이 영화에는 핀처의 저작이라는 흔적이 곳곳에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시네마틱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성서적 해석과 연관된 연쇄살인을 소재로 삼은 것이나 저널리스트의 직업윤리(<조디악>에 이어 기자가 탐사의 주체가 된다)에 따른 미제사건에 대한 탐사라는 점에서 영화는 <쎄
[전영객잔] 시네마의 본성에 말걸기
-
-당시 80년대를 거쳐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던 시기에 이르기까지 취재나 자료 조사는 어떻게 했나.
=범죄와의 전쟁 당시 검사였던 분이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70, 80년대 악명을 떨쳤던 범서방파의 김태촌, 양은이파의 조양은, OB파의 이동재 등 3대 깡패의 전성기에 대한 얘기도 재밌게 들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히로뽕의 아시아 제1수출국이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한 깡패 두목이 있었는데 스폰서라 불리는 사람과 친인척 관계였다는 얘기를 들어 거기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그렇다면 실화에 바탕했다는 자막을 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나. 당신이 좋아한다는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의 도입부는 그렇게 시작한다.
=그렇긴 한데 그런 식으로 자막을 넣는 게 나한테는 좀 불편했다. 실화를 영화화한다는 게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 같기도 한데 그런 설정이 너무 마케팅적으로 쓰인다는 느낌도 있어서 뺐다. 아무튼 <좋은 친구들>은 거의 100번
나쁜 아버지들에 관한 영화다
-
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1932)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미국을 지배하는 세력인 갱단에 대한 고발이자, 국민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위협이 날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무관심한 정부에 대한 고발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정부는 바로 당신의 정부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됐다는 자막과 함께 갱스터 무비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방식은 <스카페이스> 이래로 (윤종빈 감독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이라고 밝힌) 마틴 스코시즈의 <좋은 친구들>(1990)과 <카지노>(1995), 그리고 마이크 뉴웰의 <도니 브래스코>(1997) 등 여러 영화들이 따라 보여준 방법이다.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그와 반대로 실화와의 연관성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남성의 증명 3부작’의 완성
-
“저, 깡패 아입니다. 저도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최익현) “건달은 싸워야 될 때 싸워야 건달입니다.”(최형배) 뒷돈을 서슴없이 받고 밀수품을 꼬불치는 데는 선수였던 비리 세관원 최익현이 ‘먼 친척’이자 부산 최대 조직 보스인 최형배를 만나 건달이 된다.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일명 ‘반달’로 불리지만 허세와 자존심, 그리고 권력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살기 위해 나쁜 놈과 손을 잡고, 그러다가 자기도 나쁜 놈이 되고 결국에는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던 세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바로 그 80년대 부산 암흑가로 들어가 질긴 욕망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한 자>(2005)와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다시 한번 남자들의 세계를 탐색한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좋은 친척들' 혹은 '갱스 오브 부산'
-
2월은 말하자면 영화계의 ‘셉템버 이슈’쯤에 해당한다. 오스카 특수를 노린 작품 덕에 화제작은 넘쳐나고 어느 작품을 골라도 실패할 확률은 적다. 덕분에 안 그래도 짧은 달이 더 바쁠 예정. 먼저 오스카 최다부문 후보작 마틴 스코시즈의 <휴고>(개봉 3월 예정)와 <아티스트>(개봉 2월16일)의 위용부터 살펴본다. 각각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1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화제의 작품. <휴고>는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휴고를 그린 판타지물.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의 종말의 시대,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에게 닥친 좌절과 사랑찾기로 연말 시상식의 최대 수혜자다. <휴고>가 스코시즈에게 “앞으로 3D만 찍겠다”고 선언하게 만든 3D 결정판이라면, <아티스트>는 무성 흑백영화를 새롭게 변주한 향수 유발작이다.
무소불위 스티븐 스필버
그 무엇을 고르더라도 실패하지 않으리
-
올해 예술영화관들은 기성작가들과 신진작가들의 쟁쟁한 신작들로 풍성하게 꾸려질 전망이다. 우선 거장들의 신작이 영화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 벨라 타르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는 <토리노의 말>은 그가 이전에 만든 어떤 작품보다 엄격하고 간결해진 스타일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영화다. 혹자는 무성영화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경험했다고도 한다. 올해 오스카가 외면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J. 에드가> 역시 노장의 저력을 예감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가 전기영화의 틀 안에서 도덕극과 정치극을 어떤 리듬으로 교차시켰을지 기대하고 있는 영화팬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퍼니 게임>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다시 뭉친 미카엘 하네케의 차기작은 음악가 부부의 쓸쓸한 노년을 그린 <사랑>이다. 이번에는 폭력이 아닌 시간의 삼투작용이 서늘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스티븐 소더버그 역시 다작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있다. 국내에서는 <헤이와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가 온다
-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감독 게리 로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시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우디 해럴슨 / 개봉예정 4월11일
UP 꽃소년소녀의 살인게임. 키워드만으로도 끌린다.
DOWN 서바이벌 장르와 하이틴 로맨스 사이의 균형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등장 인물도 너무 많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그건 10대 소녀들의 지갑을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수익을 올린 이 시리즈는 올해 말 개봉하는 <브레이킹 던 part2>(미국 개봉 11월16일)로 막을 내린다.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퇴장과 함께 소녀들의 지갑은 닫힐 것인가? 답은 ‘아니오’다. 매력적인 10대 소년소녀 캐릭터로 무장한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 게임>)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헝거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부가 판매된
<배틀 로얄>과 <트와일라잇>이 보여 / 거만한 난쟁이들과 다시 모험을 /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신작들
-
<다크 섀도우즈>
감독 팀 버튼 / 출연 조니 뎁, 크로 모레츠,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개봉예정 5월10일
UP 로버트 패틴슨의 젊음보다는 조니 뎁의 중후미가 한수 위길 기대.
DOWN 원작 탓하며 산만해지거나 길어질까봐 걱정.
팀 버튼마저 뱀파이어영화를? 놀랄 일은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을 패러디해 만든 단편 <프랑켄위니>부터 <비틀쥬스>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유령신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령, 좀비, 마녀가 활개치는 세계를 그려왔던 그다. 그러므로 그가 광팬임을 자처했던 미국 최초의 고딕 연속극 <다크 섀도>의 영화화를 책임지게 됐다면 팀 버튼의 팬으로서야 두손 들고 환영할 일일 것이다.
1966년부터 1971년까지 방영됐던 <다크 섀도>는 아직까지 두터운 컬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TV시리즈다.
팀 버튼의 세계로 들어간 뱀파이어 / 링컨과 뱀파이어의 결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