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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을 걸어본 사람들은 익히 경험한 것이겠지만 북촌은 장소 자체에 시간의 질감이 돌돌 말려 있는 곳이다. 우리가 북촌이라는 장소를 걸으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는 무엇보다 북촌이 현재와 과거가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 곳, 즉 시간이 흐트러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북촌 자체에 시간을 뒤흔드는 힘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북촌방향>에는 정말 뜬금없이 민방위훈련 장면이 등장한다. 만약 이를 알려주는 성준(유준상)의 내레이션이 없었다면, 우리는 시간이 멈췄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북촌방향>에서 이 장면이 주는 감흥은 영화적 공간에서 운동이 사라지면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체험한다고 말하는 시간이란, 그저 공간 속 운동의 효과인지도 모른다. 갑작스럽게 운동이 정지하며 시간이 멈췄다고 느끼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제야 자신이 시간 속에
[전영객잔] 홀린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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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헤드폰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박태환 헤드폰’으로 불렸던 닥터 드레나 ‘노홍철 헤드폰’ 페니왕은 이미 국내에서도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헤드폰 시장의 맹주들. 여기에 또 하나가 뛰어들었다. 이름은 소울 바이 루다크리스(Soul By Ludacris). 미국의 유명 힙합 뮤지션인 루다크리스의 이름을 딴 제품이다. 그가 직접 디자인과 사운드 설계에도 참여했다는데, 디자인은 몰라도 ‘음질’ 측면에서는 앞선 두 제품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YG와 손잡고 런칭하는 제품이니 이제는 ‘지디 헤드폰’으로 불러야 할지도. 가격 미정.
[gadget] GD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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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크기 132.1 x 97.5 x 80.7mm(W x H x D)
본체 약 543g, 배터리와 Memory Stick PRO Duo 장착시 약 622g
특징
1. DSLR 아니죠. DSLT 맞습니다.
2. 손떨림도 줄어들고, 연사 기능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3. 쓸 일은 별로 없겠지만, 무려 2430만 화소를 자랑합니다.
습관이라는 건 무섭다. 식당을 갈 때도, 커피를 한잔 마셔도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찾기 마련이다. 익숙한 것을 찾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과하면 그건 너무 재미없다. 인생은 짧은데, 경험이란 많을수록 좋을 텐데.
이른바 ‘똑딱이’라 부르던 소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도래한 건 DSLR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가격도 비싸고, 덩치도 크고, 렌즈도 따로 구입해야 했지만 ‘더 좋은 사진’(사실은 아웃포커싱)을
[gadget] 카메라로 영화 촬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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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악인도 연기하고 선인도 연기한다. 하나마나한 말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선인을 하건 악인을 하건 간에 정재영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한 가지 인상만큼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끼>의 그 교활한 노인이 <나의 결혼원정기>의 그 순진무구한 시골 총각과 공유하는 바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중인데,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 확실성이다. 두 사람은 자기의 방식으로 확실하다. 정재영이 악인을 할 때 그 악인은 자기의 악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악함은 확실하다. 정재영이 선한 인물을 할 때 그 선함은 얼마나 확실한지 심지어 바보 천치처럼 보일 정도다. 어느 쪽이건 모두 확실함에 그 존재를 건다. 그렇다면 그가 특별히 악인도 선인도 아닌 일상의 인간으로 나오는 경우라면 혹은 <카운트다운>의 태건호라면? 영화 속 태건호에게도 우직한 확실성이 있다. 그건 만사를 제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다.
태건호는 채권추심원이
[정재영] 몸통으로 밀고 나간 우직한 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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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 딸을 낳고 사기꾼이 된 여자, 숨쉬는 것 빼곤 모든 것이 거짓인 사기전과범. <카운트다운>의 차하연에게서 곧장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다크>의 여주인공 무라노 미로가 떠올랐다. 연인을 자살에 이르게 하고 의붓아버지를 죽이려 떠도는 소설 속 여자를, 속내를 알 길 없는 차하연이 걸어온 과거라 우겨본다면 어쩌면 연결될지 모르지 싶은 평행이론적 추론. 두 여자 모두 불행했고, 자신 따윈 버릴 만큼 센 척하지만 결국 절실하게 희망을 바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토록 복잡다단한 여자가 충무로에 존재했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이 안 가는 이 여자의 진심이 궁금하더라.” 전도연은 이런 차하연을 ‘여배우가 소모되지 않고 돋보일 수 있는 배역’이라 정의한다. <밀양>과 <하녀>로 밟은 두번의 레드카펫과는 다소 동떨어진 장르 선택이다. “영화제용 영화를 따져보느라 선택이 늦어지는 일은 없다. 다작을 하기엔 흥미로운 여자 캐릭터
[전도연] 헝그리 정신으로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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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통증> 엉덩이에 대못이 찔린 기남이의 걱정은?
[정훈이 만화] <통증> 엉덩이에 대못이 찔린 기남이의 걱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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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남자 태건호.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미모의 사기범 차하연뿐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 꼬여버린 상황. <카운트다운>은 둘의 지독한 인연의 연결고리를 추격한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에서의 만남 뒤 9년 만에 정재영, 전도연, 두 배우가 또 한번 만났다.
[전도연, 정재영] 기분좋게 꼬인 인연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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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흔히 ‘레퍼런스’라 부르는 참조 목록이 명확하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구남’은 능청스럽게 자신들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 나른하고 권태로운 무드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 레게가 있고 덥이 있고 뽕짝이 있는 ≪우정모텔≫은 하나의 작은 우주이다. 다만, 라이브 무대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기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데뷔 앨범 당시만 해도 그리 곱지 않게 바라봤다. 재능과 재주는 있되 작품이 아니라 소극적인 장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유머감각은 유지하고 있지만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자음 효과를 빼고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만큼 연주는 준수하고, 당장 트로트를 주문해도 기본 이상은 할 것 같은 유쾌한 몰입이 두드러진다. 한때는 의심했던 뮤지션이 이렇게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퍽 흐뭇한 일이다.
최민우 /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구남의
[hottracks] 유쾌해 유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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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9월30∼10월3일
장소: 선유도한강공원 및 9개 서울시창작공간
문의: 02-3290-7070, www.seoulartspace.or.kr
올해의 마지막 황금연휴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이미 늦어버린 이야기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직 개막 전이라 연휴 내내 방콕만 하게 생겼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당신을 위해 ‘서울시창작공간페스티벌’이 기다리고 있으니.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펼쳐지는 ‘2011 서울시창작공간페스티벌’은 예술창작의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나눔의 즐거움까지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축제다.
‘서울시창작공간페스티벌’은 선유도한강공원 전역과 서울시내 9개 서울시창작공간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진다. 서울시창작공간 입주 작가와 관련 예술가들의 기획전시를 비롯해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마켓’도 마련된다. 시민들이 직접 작품 창작에 참여하는 ‘나도 예술가다’도 눈길을 모은다. 창작공간 입주 작가들의 지도 아래
[아트인서울] 창작공간으로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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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은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가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슬픔, 그리고 그 끝에서 찾아낸 찬란한 감동을 그린 드라마로 오는 10월 27일 개봉한다.
[오늘] 송혜교 " 심은하와 비교,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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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 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
9월17일~11월20일 / 경기도 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
진귀한 보물, 심장박동을 뛰게 하는 화려한 춤, 아름다운 미녀들, 비극적인 사랑….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을 처음 일깨워준 건 만화가 신일숙이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나 <에시리자르>를 보며 태양이 작열하고 불사조가 수호한다는 그곳을 동경하고 상상했었다. 그게 벌써 15년 전이다. 바짝바짝 메말라가고 있는 요즘의 감성으로는 중동을 떠올리면 대뜸 테러리스트나 석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문화계의 트렌드가 영미권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슬람권의 문화계 소식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랍의 고대 유물과 현대미술 작품 150점을 소개하는 <불사조의 심장: 아랍에미리트연합-샤르자의 문화와 예술전> 소식은 더 반갑게 느껴진다.
샤르자는 두바이, 아부다비와 함께 아랍에미
[전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아랍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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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술은 인간을 감동케 하는가. 혹은, 왜 예술은 인간의 사랑을 받는가. 예술의 무엇이 마음을 울리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창작을 하고 누군가는 비평을 한다. 흥미로운 건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고전에 대한 새로운 비평이나 분석글이 끝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림의 경우,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만을 다룬 글은 새로운 분석의 도구를 사용해 여전히 쓰이고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의 주름에서 뇌와 각종 장기의 모양을 읽어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가 인간의 해부를 통해 인체 (근육) 묘사의 정교함을 추구하고 상징적으로 내장 기관의 모양을 그려넣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의 전문가는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통해 천주교가 아닌 카발라적 진실을 추구했다며 그림을 분석한다. 읽어보면, 다 말은 된다. 하지만 결국 천장화 아래 서면 하나의 관점을 통해 이 작품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헛된 것임을 실감하
[도서] 뇌과학으로 소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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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눈에는 꼭 사소한 것, 사람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만 보일까? <북촌방향>만 해도 옷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생각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영호의 체크 셔츠와 중훈의 체크 셔츠를 놓고 같은 체크무늬지만 두 체크의 느낌이 얼마나 다른가를 논하며 체크무늬로 이미지 연출하는 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벨트 달린 카멜 롱코트와 체인 장식 숄더백이 만들어내는 예전의 여성성 vs 검은색 반코트와 가죽 토트백으로 표현된 보람의 일상성’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눈엔 그런 것들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모든 관심은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영호는 팬티를 갈아입었을까, 안갈아 입었을까?’, ‘만약 갈아입었다면 빨아서 입었을까, 날짜 수만큼 챙겨온 여벌에서 꺼내 입었을까?’에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늘 생각이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마련. 영화 한편을
[fashion+] 비슷할 뿐, 나 사실 팬티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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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남자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면 당신은 분명 망설일 것이다.” 9월 넷쨋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관전 포인트는 신구 섹시 아이콘의 대결이다. <어브덕션>의 테일러 로트너냐,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냐. 둘의 나이 차이가 28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이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에서 흡혈귀로 출연했던 브래드 피트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를 쫓는 늑대소년으로 스타덤에 오른 테일러 로트너의 대결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가십들이 이런 빅매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을 리 없다. 실제로 신경전을 도발하려는 누군가는 브래드 피트와의 인터뷰 도중 테일러 로트너를 아느냐며, 그가 13살 때 출연했던 아동용 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2005)까지 언급했던 모양이다. 아이들 때문에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을 10번 가까이 봤다는 브래드 피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테일러 로트너] 셔츠는 벗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