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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665호에서 안시환은 배트맨, 조커, 하비 투 페이스가 모두 다크 나이트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웅과 악당 사이에 놓인 거울 때문에 그들이 대극적 역할을 맡은 듯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전적으로 이 분석심리학적 비평에 동의한다. 우리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경우에도 웨인과 베인이라는 두 중심인물들을 통해 동일한 분석을 제시할 수 있다. 분석심리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이 영화에서 베인은 웨인의 그림자다. 그림자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대극적 모습으로서, 주위에서 그림자의 모습을 마주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증오하게 된다. 융은 진정한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와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림자와의 합일이란 대극과 대면해 그것의 특성을 동화하고 그것이 더이상 두렵고 불편한 존재가 아닌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웨인은 베인과의 대극의 합일에 성공했을까?
적어도
웨인과 베인은 대극의 합일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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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2005)에 이어 <다크 나이트>(2008), 종착역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도달하기까지 시리즈 8년사. 악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배트맨이 머리 싸매고 고뇌하는 동안, 그의 복장도 무기도 벙커도 수정, 보완, 업그레이드됐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사소하고도 중대한 변화상을 짚어본다.
고담시, 그 속의 배트벙커
고담시 재연을 위한 선결 과제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반을 둔 도시였다. 같은 소재로도 팀 버튼이 판타지의 끝을 체험하게 해준다면(<배트맨 리턴즈>), 놀란은 판타지마저도 냉정하게 현실과 접점을 찾아내는 감독이다. 보다 그럴듯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길 원하는 스튜디오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놀란은 현실적인 고담시를 염두에 뒀다. 웨인 기업이 실제 존재하는 뉴욕의 거리가 곧 고담시의 모델이었다. 웨인 기업의 외부는 트럼프 타워에서, 배트맨이 고담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퀸스보로 다리를 이틀간이나 봉쇄하고
목이 두꺼워 슬픈 히어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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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기 전에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전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을 복습하시길.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봤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각본가 조너선 놀란, 데이비드 S. 고이어가 여러 매체에서 밝힌 <배트맨> 시리즈에 영향을 끼친 작품 10편도 함께 챙겨보면 좋겠다.
<블레이드 러너> 1982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해리슨 포드, 숀 영
우중충하고 어둠이 가득한 풍경은 디스토피아 그 자체였다. <배트맨 비긴즈>를 찍기 전, 놀란은 스탭들과 이 영화를 보면서 “<블레이드 러너>의 어둠을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놀란에게 <블레이드 러너>는 어린 시절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영화를 보고 있는 그 방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그건 늘 기억하려고 하는 점 중 하나다.”
<왕
슈퍼히어로를 위한 디스토피아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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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화가 영원할 것 같아요? 곧, 폭풍이 몰려올 거예요. 미스터 웨인.” 고담시의 화려한 자선파티장에서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은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인다. 곧,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한국 관객에게 캣우먼의 이 대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에 접어든 한국 극장가가 어둠의 기사를 맞이하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을 하루 앞둔 7월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의 사전예매율은 84.4%를 기록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역대 국내에서 개봉한 슈퍼히어로영화 중 1위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금싸라기 좌석을 예매하려면 8월 중순을 넘봐야 할 지경이다. 북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2D로 개봉한 역대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할 것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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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극장가가 어둠에 잠겼다. 7월19일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열광이 심상치 않다. 언론시사회 직후 북미 평단이 찬사를 쏟아내고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 이 작품은 과연 어떤 영화로 블록버스터 역사에 남을 것인가. 배트맨 프랜차이즈를 진두지휘하며 한편의 낭만적인 프리퀄, 한편의 걸작을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놀란은 3부작을 마무리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신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7월16일 국내 언론에 공개된 이 영화의 면모와 전세계 영화팬들을 매혹시킨 ‘배트맨 신드롬’의 기원을 짚어봤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며 놀란의 머릿속을 지배한 레퍼런스 영화들, 3편의 시리즈를 거치며 업그레이드된 슈트와 무기들을 정리한 페이지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쏠쏠한 도움이 될 거다. 더불어 정신분석학자, 영화평론가, <배트맨> 코믹스 번역가가 서로 다른 시
굿바이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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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연극영화과 창설 이후 탄탄한 이론, 실기 전통 이어와
스크린과 드라마, 가요계 등 동국대 동문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영화과를 대학에 설치해 한국 대중예술계를 이끌어온 동국대학교 출신 연예인들이 곳곳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TV 드라마 분야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국민남편 유준상(42세, 동국대 연극영화과 89입학)은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 연기자다. 추격자에서 인상 깊은 악역을 소화하고 있는 탤런트 김상중(연극영화 84 입학)도 동국대 출신이다. 80년대 동국대 동문들은 이미 스크린과 방송계에서 중견 배우들로서 종횡무진이다. 탤런트 김혜수는 유준상의 연극영화과 동기다. 영화 <미쓰 고>, 드라마<선덕여왕>과 <대물>의 히로인 고현정은 유준상의 1년 후배. 또, 탤런트 이미연은 고현정과 동기다. 또, 드라마<싸인>,<
스크린, 드라마, 가요계… 동국대 동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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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있는 고양이 이름은 ‘봉수’다.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아 손님이 오면 몇 시간이고 숨어 있다. 그래서 남들은 우리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한다. 당연하지. 이 큰 고양이는 둘만 있으면 내 연약한 무릎에 올라와 덩치를 비비적댄다. 물론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정작 고양이와 큰 관계가 없지만(한국어 제목만큼은 참신하다)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봉수와 함께 살면서 나도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종종 무겁고 무섭지만 피하거나 도망갈 수 없다. 이런 불가항력 덕분에 우리는 요만큼이나마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미란다 줄라이의 비쩍 마른 팔다리와 고양이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기억될 이 영화의 음악은 <이터널 선샤인>과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의 음악을 맡은 존 브라이언의 작품이다. 신시사이저의 몽글거리는 톤을 자주 활용하고 리버브를 강조하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주특기인데, 덕분에 <미래는 고양이처럼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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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서 일하는 분에게 재미난 비화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 모 음료CF는 소리가 유독 컸는데, 회장님이 고령이시니 볼륨을 좀더 키우라는 요청 때문이었다나. 시장조사, 영상기술과 음향기술, CD(creative director), CW(copy writer), AE(account executive) 기타 등등. 전문화와 분업화를 거친 광고제작의 프로세스에 끼어 있는 비논리의 영역! 그래도 광고주를 기어이 설득해내는 순간이나 광고의 반응을 체감하는 짜릿함이 있다 하니 그저 감탄뿐.
Mnet의 <꿈꾸는 광고 제작소>는 아마추어 광고인들의 공모전을 대체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다. 예선을 거친 10팀은 제품광고, 비교광고, 공익광고, 기업 이미지 광고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 내용을 헛짚어서 엉뚱한 것을 내놓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고집하던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급하게 내놓은 차선책이 호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근사한 완성품들의 각축장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테지만 아이
[유선주의 TVIEW] 아하, 그 광고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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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에 나온 한 문학평론가가 “요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고통에 대해 과민반응한다”고 말했다. 앞에 앉아 있던 의사가 빤한 말로 맞받아쳤다. 그는 어린 시절에 겪은 상처들이 정상적인 인격 형성과 발달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답했다. 객석에 앉은 도시 샌님들은 물론 의사의 손을 들어줬고, 평론가는 변론의 기회를 상실한 채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성인으로 몰려야 했다. 고통과 불안을 무조건 치유하려고만 드는 치들이 있다. 그들에게 뒤틀린 경험은 응당 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진정한, 그리고 고유한 인간으로 성숙하려면 고통마저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주인공은 아흔살 먹은 작가다. 그는 12살 나이에 이미 홍등가를 들락거렸던 불한당이다. 여든 중반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사랑 앞에서 여전히 가슴 설레는 아흔 노인을 그린다. 노인의 첫사랑은 행복이란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고통, 시기, 질투, 분노, 불안에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감독의 다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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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흉내나 낼라고 병신춤을 췄겄어?” 얼마 전에 타계하신 공옥진 선생의 말씀이다. 아마도 “흉내낼 것이 없어서 장애인을 흉내내느냐?”는 세간의 비난에 대한 항변일 것이다. 듣자하니 선생 자신의 동생이 ‘벙어리’였고, 그 동생이 낳은 딸도 등이 안팎으로 굽은 ‘꼽추’였다고 한다. 평생 그 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을 선생이 고작 장애인 흉내로 남들을 웃기려고 병신춤을 췄을 리는 없을 거다. 실제로 병신춤은 장애인 ‘흉내’가 아니다.
양반은 병신이다
이 시대에 ‘병신춤’을 보는 것은 편안한 일이 아니다. 언젠가 안동에서 ‘하회별신굿’의 병신춤 장면을 보다가 나 역시 어딘지 불편함을 느꼈다. 그 자리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문뜩 느낀 바 있어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누군가가 한국에서 촬영한 ‘병신춤’ 동영상을 올려놓고는 거기에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장애인을 흉내내는 한국의 혐오스러운 전통.’(Korean hateful tradi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거기 해방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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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기타를 잡았다, 라는 문장을 쓰고 보니 지금은 엄청나게 기타를 잘 치는 사람처럼 보일까 겁나서 미리 밝히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기타 실력은 매한가지다.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으니 도통 늘지를 않는다. <이정선 기타교실>의 타브 악보를 보면서 익힌 운지법과 스트로크로 25년 넘게 연명하고 있다.
기타를 잘 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공연장에 올라갈 만큼 잘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기타라는 악기가 좋고, 기타를 치고 있을 때의 기분이 좋고, 코드를 정확하게 짚었을 때 나는 화음이 좋을 뿐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기타를 연주한다. 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힌다. 손가락 끝에 집중하면서 연주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만다. 최근 기타와 관련한 이상한 증상이 하나 생겼다.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하면 졸린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는 기타 소리에 졸린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소년이여, 기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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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처음으로 내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해준 영웅이지만, 그의 옷차림만은 늘 못마땅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이 세고 빠르며 거기에 잘생긴 얼굴과 부드럽고 신사다운 매력까지 겸비한 불사신인 그가 어째서 쫄쫄이까지 입어야 한단 말인가!- 그의 활동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는 아직 스판덱스가 발명되지 않았으니 소재는 아마도 나일론이었을 것이다- 그건 일종의 모함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를 창조한 작가가 그의 비범한 능력과 외모를 선망하면서도 질투한 나머지 그에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힌 것이 아닐까, 하는….
어쨌든 슈퍼맨이 딱 달라붙는 복장의 영웅 이미지를 워낙 강하게 정착해놓아서인지 배트맨을 처음 봤을 때 별다른 거부감이 일지 않았다(배트맨의 검정 쫄쫄이가 그다지 싫지 않았던 건 내 마음속에서 배트맨은 ‘나쁜 X’의 이미지가 강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스파이더맨>이 나왔을 때, 나는 드디어 쫄쫄이가 몇 십년 만에 제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
[fashion+] 쫄쫄이라고 너무 놀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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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과 주인공의 얼굴에서 받는 느낌이 일치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했다.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랜도의 깊게 음영진 눈그늘과 고집스레 툭 불거진 아랫볼이 미국사회의 급속한 변화 이면의 어두운 욕망과 피로, 그리고 적대적 사회와 맞대응하면서도 그 사회를 폭력적으로 닮아가는 자의 고집과 권태를 드러낸다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를 연기한 최민식 선배의 마치 메두사를 연상케 하는 갈기머리와 도려내어질 듯 퀭한 눈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운명의 굴레에 갇혀 절뚝절뚝 비극의 심장으로 걸어가는 오이디푸스의 고독한 표정과 닮아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다시 꺼내 보게 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고생에게 바라는 모든 긍정적인 미소를 그 자그마한 얼굴에 모두 갖고 있는 아리스는 제발 그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나이 그대로 멈춰주길 바랄 정도로 아찔하게
[SO WHAT] 제발, 그대로 멈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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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도 세상의 아이들은 이불을 덮어주는 부모에게 이야기를 조를 것이다. 어제 들려주고 읽어준 동화와 똑같은 얘기라도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아니, 도리어 숙지하고 있는 클라이 맥스에 이르면 신이 나서 “그래서 악어가 해적을 삼켰어!”라고 나서서 마무리 짓고 뿌듯하게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과하지 않은 변주도 환영 받는다. 부모가 다정히 베드타임 스토리를 읽어주는 광경을 뒷날 미국영화에서나 본 세대인 나는, 누워서 동화를 읽다 눈치껏 전등을 끄는 아 이였는데 어둠 속에선 책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뒤채며 중얼중얼 이야기를 지어 내다 잠이 들곤 했다. 나는 내 자작 엉터리 픽션이 좋았는데, 독창적이어서가 아니라 책에 나오 는 진짜 동화를 그럴싸하게 표절하면서도 등장 인물의 외모와 말투를 내 취향에 맞게 갈아치울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아득히 잊었던 수십 년 전 잠버릇을 떠올린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이 절반쯤 흘러갔을 때였다. 앤드루 가필드가 분한 피터 파
[신 전영객잔] 네버엔딩 스토리의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