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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수월하게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1930년대에 태어났고 1940∼6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틴틴과 일당의 모험은 다분히 그 시대의 유물에 가깝다. 이걸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21세기적인 액션,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 현대적인 유머감각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골치 아픈 요소도 있다. 미키마우스만큼 아이콘적인 캐릭터들을 우스꽝스럽지 않게 실사 배우로 대체하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이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하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택한 틀은 퍼포먼스 캡처를 활용한 CG애니메이션이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면 원작의 만화적인 특징을 크게 해칠 필요도 없고, 주연을 맡을 실제 배우의 캐스팅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드디어 틴틴을 실사화할 기술이 나왔기 때문”에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을 만들었다는 스필버그의 호언장담에는 다 일리가 있는 것이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g
우리 시대의 인디아나 존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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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 한 사내가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싸구려 술 한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우수를 자아내는 예스러운 팝 넘버가 흐르는 동안, 팔꿈치가 해진 낡은 재킷 아래로 닳고 벌어진 구두와 수선통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던 중년의 구두닦이 마르셀(앙드레 윌름스), 비록 외상값 때문에 승강이를 벌여야 하는 가난한 신세지만 그에게는 헌신적인 아내 아를레티(카티 오티넨)와 마음씨 좋은 이웃들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를레티가 심각한 병에 걸려 입원하게 되고, 마르셀은 밀입국한 가봉 출신의 소년 이드리사(블론딘 미구엘)를 돕게 된다. 밀고자가 나타나고 경찰이 소년을 쫓는 사이, 마르셀과 그의 이웃들은 이드리사를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힘을 합친다.
<르 아브르>는 이들이 구두약 묻은 지폐와 싸구려 위스키, 그리고 로큰롤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일종의 노동자 연대기다. 혹은 삶의 한계를 경험한 어른들이 소년의 남은 꿈을 지켜주기 위해
무력한 삶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의 유쾌한 존엄성 <르 아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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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두개의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김태식 감독이 바캉스를 소재로 연출했으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웨딩을 소재로 박철수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조선묵이 두 에피소드에 다 출연하지만 두 에피소드가 같은 이야기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6년째 불륜을 유지하고 있는 유부남 태묵(조선묵)과 희래(안지혜), 그리고 태묵의 아내인 복순(이진주)이 주인공이다. 태묵과 희래는 해외여행을 가기로 하지만 출국하는 날 태묵은 이 사실을 알게 된 복순에게 붙잡혀 무주의 펜션에 감금된다. 복순은 태묵의 휴대폰으로 희래에게 무주로 오라는 문자를 보내고 이후 펜션에 도착한 희래도 역시 감금된다. 얼핏 보면 이야기나 상황 설정은 단순하지만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서사가 아니다. 태묵은 개 줄에 묶여 복순에게 동물 취급을 당한다. 태묵은 어설프게 탈출을 감행하고 그런 태묵을 잡으려고 복순은 지게차를 타고 또 어설프게 추격전을 벌인다. 태묵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보여주는 엄숙주의와 형식주의의 파괴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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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김동현)는 생필품을 배달하러 일주일에 두번씩 예리(유호린)의 옥탑방을 찾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동수는 예리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방 안에 가둬버린 예리는 온라인 소설을 연재하며 하루를 보낸다. 예리는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데 언제나 필요한 물건과 함께 따뜻한 편지를 건네는 동수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궁금해진다.
틱장애를 앓고 있는 동수는 걸핏하면 남들에게 욕을 퍼붓는다. 긴장하면 욕지거리가 방언처럼 터져나오는 탓에 오해를 산 적도 부지기수다. 한여름에도 입을 테이프로 봉하고, 그것도 모자로 마스크까지 해보지만 동수의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예리 역시 장애를 지녔다. 대인기피장애만이 아니다.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그 남자에게 언젠가 복수하겠다며 식칼을 사 모은다. <물 없는 바다>에서 <김씨표류기>를 연상할 수도 있다. 말하지 못하는 동수와 나가지 못하는 예리, 같은 상처를 안고
장애와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물 없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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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교수 정지우(김상현)는 스탭들을 이끌고 바닷가로 간다. 그러나 계획했던 비디오 작업은 기상문제로 지연되고, 정지우는 제자 희진(서현진)과 함께 작업의 모델인 윤지우(김효진)의 옛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2년 전 윤지우는 우연한 사고로 소매치기 강지우(김꽃비)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사랑을 통해서 미래를 꿈꾸는 윤지우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지우의 관계는 점점 어긋나고 만다.
어찌 보면 흔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창피해>는 그 사랑을 채우는 각별한 감정과 아련한 감촉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두 주연배우는 엉뚱하고도 순수한 윤지우와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인 강지우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맡아, 처음의 이끌림부터 애정을 키우고 불안을 느끼는 순간까지 둘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을 잘 표현해낸다. 김수현 감독은 전작 <귀여워>에서 판타지가 환멸을 거치지 않고도 질펀한 현실에 편입될 수 있는 독특한 경로를 보여준 바 있다. <창피해>
몽환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두 여자의 애정과 불안의 순간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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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인 이한국(유동근)이 장관으로 취임한다. 취임 일성으로 공직자 청렴을 내건 그는 민생 탐방을 하던 도중 모든 민원 해결에 앞장서서 일을 만들어내기 일쑤다. 저녁 6시 칼퇴근을 공무원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비서 하영(윤진서)과 비서실 동료들은 그런 장관의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편, 여당 최고위원인 근석(오광록)은 이한국의 대척점에서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한국이 한 시골 학교 아이들을 위해 공사를 하려던 도로 사업이 근석이 뒤를 봐주는 민자고속도로 사업과 충돌하면서, 이한국의 정치생명을 끊으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한국의 아들이자 인디계의 뛰어난 래퍼인 수현(김정훈)과 그의 연인 또한 근석의 계략에 휘말린다. 정치적 입지와 도덕성에 공격을 받던 이한국과 하영은 부정부패를 날려버릴 결정적 한방을 준비한다.
<결정적 한방>에서 ‘장관’은 그저 ‘장관’일 뿐이다. 다시 말해, 그가 일하는 곳이 국토해양부인지, 기획재정부인지, 그외 다른 부
응원할 수는 있지만 통쾌함은 부족한 좌충우돌 정치 모험담 <결정적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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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정적 한방'은 신임 장관 한국(유동근)이 무개념 보좌관 하영(윤진서), 사고뭉치 랩퍼 아들 수현(김정훈), 부패한 비리정치인 근석(오광록)등 숱한 난관을 뚫고 민생안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낸 영화로 오는 12월 8일 개봉한다.
[윤진서] "유동근보다 늘 30분 일찍 현장 도착"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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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은 거대한 폭발 테러 사건에 연루되어 위기에 몰린 IMF 조직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특수비밀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그의 새로운 팀이 불가능을 모르는 액션 활약을 펼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12월 15일 개봉한다.
[톰 크루즈] "친절한 톰아저씨 별명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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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오싹한 연애> 때로는 오싹하기까지 한 그것이 연애
[헌즈 다이어리] <오싹한 연애> 때로는 오싹하기까지 한 그것이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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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신부 특유의 분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12월2일 있었던 배우 유지태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랴(인터뷰는 결혼식 전에 진행됐다), 차기작인 임상수 감독의 신작 <돈의 맛>을 촬영하랴, <창피해>를 홍보하랴,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텐데 김효진은 외려 차분해 보였다. “결혼 준비는 틈틈이 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 오빠(유지태) 혼자 준비하는 거 아니냐고요? 오빠도 장편영화 연출 준비로 바빠요.” 인터뷰 전, 김효진의 매니저에게 결혼 관련 질문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차였다. 아무래도 소속사나 영화홍보사는 ‘새 영화’보다 ‘결혼’ 위주로 기사가 노출되는 것을 염려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창피해>가 완성된 지 거의 2년 만에 개봉하는 것이 아닌가. “상업영화가 아니잖아요. 감독님과 제작자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2년이나 걸리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김효진] 캐릭터를 살리는 이타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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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영화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고정관념이 있다. 독특한 색감, 성애에 대한 과감한 묘사, 논쟁적인 소재,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유머감각 등이 그것이다. 파격이라 불릴 만한 신선한 스타일을 연신 선보이는 스페인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영상미학의 선두에 서 있었다. 오늘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같은 유명 감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까지 그 저변에는 실험영화에 대한 그들의 무한한 애정과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동료 영화인들의 수많은 걸작이 자리한다.
오는 12월9일부터 15일까지 필름포럼에서는 다양한 그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스페인영화제가 열린다. 필름포럼과 한-스페인 문화교류센터 주최로 마련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위와 실험정신의 화신이자 스페인영화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페르난도 아라발 특별전이 준비되었다. 12월10일 페르난도 아라발 감독의 방한에 맞춰 진행될 특별전에는 <죽음 만세>(1970), <난 미친 말처럼 걸을 것이다>(1972), &
스페인영화의 정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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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달 동안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 특별전’이 열린다. 1958년 <결혼의 모든 것>으로 데뷔한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은 2002년 유작 <복수>까지 40년이 넘는 세월을 현역에 종사하며 40여편의 작품을 연출한 일본의 대표적인 감독이다. 전후 일본영화계를 이끌어온 주요 감독 중 한명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편으로 이번이 국내에서 열리는 첫 번째 감독전이다. 국내 소개가 늦은 느낌이 있지만 데뷔작에서 유작까지 대표작을 망라한 총 27편이 소개되는 만큼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특별전이 될 것 같다.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의 영화세계는 몇 갈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장르를 불문하고 발휘되는 시니컬한 유머감각은 공통된 특징이다. 전후세대의 시대감각을 결혼제도라는 틀을 통해 탐문해보는 데뷔작 <결혼의 모든 것>은 신인감독답지 않은 연출 역량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재기 넘치는 내레이션으로
통쾌한 풍자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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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의 변방에서 세상과의 불화를 택했던 예술가, 성적 과잉과 신성모독을 일삼으며 스스로 이단이 되기를 자처했던 인습타파주의자 켄 러셀이 지난 11월27일 세상을 떴다. 향년 84살,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그의 열혈 팬들이라면 지나치게 평범한 죽음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가 만든 영화들은 논쟁적이고 사악했다. 추모기사를 쓴 평론가 토드 매카시는 그에 대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영화계의 대표적인 문화적 반란과 불경함의 대명사였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작업들을 ‘예술적 치기’로 여긴 영화인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당시 가장 영향력있는 평론가 중 하나였던 폴린 카엘은 그의 과잉의 미학에 대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캠프 서커스 단장’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당대의 공기와 무관한 듯 보이는 개인적인 작업들을 이어갔다. ‘프리 시네마’에 몸담았던 젊은 동료 ‘앵그리 영맨’ 영국 감독들과 달리 개인과 사회의 관계, 참여를 통한 연대
[추모] 그의 광기는 영감을 낳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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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아멘>의 여주인공이 됐다고. 무용을 전공했다던데.
=일곱살부터 중3 때까지는 한국무용을 했는데 고등학교 3년은 발레를 했다. 동덕여대 무용과를 다니던 중에 친구 통해서 단편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 해보니 매력을 느꼈고 22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편 등에 출연하기 시작한 거다. 23살에 <풍산개>에 출연했으니까 지금은 24살이다. (웃음) 전재홍 감독님이 <아멘> 줄거리를 듣고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중에서 주인공을 찾았는데, 그때 나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파리, 베니스, 아비뇽 등에서 <아멘>을 찍었는데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일단 유럽 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 거기 있는 과정이 다 즐거울 수밖에. 재미있는 느낌으로 남아 있는 건 이런 거다. 거의 원테이크, 많아봐야 두 테이크였는데, 이런 감독님의 촬영 흐름에서 내가 마치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수면 위에 올라갔다가
[who are you] 김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