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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수술이 끝난 뒤 땀으로 젖은 이마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 처진 눈썹 사이의 미간에 신중함을 담아 환자의 예후를 살피는, 피로에 전 중년 남자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염치도 잊은 채 기웃거리는 중이다. 수술을 마친 의사에겐 육체피로로 설명하기 부족한 묘한 아우라가 있는데 이를테면 자기희생으로 내면의 충실함을 느끼거나, 만족스런 수술을 마치고 난 뒤 높은 긍지에서 배어나는 섹시함 같은 것.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중증외상을 다루는 최인혁 선생(이성민) 역시 대단히 매력적인데 그게, 충족감과는 사뭇 다르다.
극중 세중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들어오면 각 과에 콜을 하고 어느 선생에게 입원장을 내야 하는지 책임 소재를 가리며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종합병원의 체계가 세심하게 그려진다. 베드와 인력이 한정되어 있으니 지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경계가 애매하고 다발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가 들어오기도 한다. 여기서 최인혁은 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의 생명을 1차
[유선주의 TVIEW] 그 지친 얼굴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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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돌이 트위터에 ‘의지’라는 단어를 남겼단다. 단어 자체의 뜻이야 뭐 나쁘겠냐만, 이 말을 자주 쓰는 인간들의 본성을 아는 나로선 보기가 싫었다. 의지라고 하면 곧장 파쇼 정권이 떠오른다. <의지의 승리>를 언급할 필요도 없는 것이, 과거 한국을 지배했던 정권들이 끊임없이 주입해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고야 말겠다’는 것을 빌미로 삼아 집단의 요구에 끌려다니기를 요구했다. 개별 존재의 자발성을 고취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권력을 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집단이 따르도록 강제성을 행사하곤 했다. 결국 빛나는 건 리더였다. 선생과 부모들이, 사내아이라면 응당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나는 성적과 상관없이 빈약한 의지 탓에 줄반장도 못 되는 아이였다. 아마 아버지는 그런 내게 적잖이 실망했을 거다. 학교를 떠나 직장에 가서도 시스템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쳤다. 집단의 의지에 떠밀려 살고, 윗자리에 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모든 게 ‘의지’의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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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보아도 외롭기 짝 없는 무덤이었다. 그 무덤 앞에는 높이가 두어자가량 되어 보이는 묘비가 서 있는데 그 묘비에는 ‘난고 김병연지묘’(蘭皐 金炳淵之墓)라는 일곱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작가 정비석이 ‘김삿갓’의 묘를 둘러보고 남긴 글이다. 소설 <김삿갓>의 저자이기도 한 정비석은 김삿갓을 “유일한 서민시인”이라 평하며, 그가 “진실로 서민 속에서 자생한 위대한 생활 시인”이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언문진서
김삿갓의 시들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어느 서당에서 무시당한 뒤 남겼다는 모욕시다.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뜻으로 풀면 이런 내용이 된다. ‘이 서당을 일찍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뿐인데, 생도는 채 열이 안되고, 선생은 와서 얼굴도 비치지 않는다’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를 음으로 읽으면 ‘내조지’, ‘개존물’, ‘제미십’, ‘내불알’ 등 들어주기 민망한 욕설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행복해져라, 웃음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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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출간하면 신기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일단 서점에서 내 책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신기한 일이고- 어떤 사람이 내 책을 사는지 숨어서 지켜보고 싶을 때도 많다. 실제로는 부끄러워서 책을 내고는 서점 근처에도 못 가지만- 내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물론 반대도 많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 전화가 오는 것도, 독자들에게 (일종의) 팬레터가 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벌써 소설을 다섯권이나 냈는데도 이런 일을 계속 신기하게 느끼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새 책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척 곤혹스럽다. “주인공은 어째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게 되는 것인가요?”라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 저는 그 책을 읽은 지 오래돼서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네요”라고 대답하는데, 질문한 사람은 이걸 농담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나는 진심이다. 내게는 이미 다 지난 일이다. 그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경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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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시즌이 돌아왔다. 요즘의 스포츠 중계는 영상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수영장 물속으로 카메라가 들어간 지는 오래되었고 초고화질 슬로모션은 비현실적 찰나의 세계를 보여주며, 육상이나 빙상 경기에서는 아예 카메라가 선수와 함께 트랙을 돈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의 얼굴에서 미묘한 표정을 읽어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누군가 근사한 올림픽 기록영화를 만들었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인 레니 리펜슈탈의 <올림피아>가 워낙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일까.
이 영화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서구문명의 적자는 독일’이라는 것이다. 도입부에서부터 그 의도는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성화가 채화되는 장면은 물론이고 젊은 청년들이 알몸으로 아름다운 숲속을 활보하는 모습, 집단 체조 장면 등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적 미학이 강하게 담겨 있다. 로마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을 계승했다고 자처하
[architecture+] 나치의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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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래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자. 집중해서 쓰면 일주일 만에도 걸작이 나올 수 있어. 충무로의 투자자와 배우들이 침을 질질 흘릴 만한 기가 막힌 시나리오를 쓰는 거야. 모두 내게 시나리오 한번 보여달라고 안달하겠지?
그래 문제는 집중력이야. 그렇지… 나는 다 괜찮은데 집중력이 부족한 게 좀 흠이야. 집중력…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을까? 요가나 명상센터에 가볼까? 흐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날도 더운데 명상 DVD를 하나 사서 아침마다 집에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매트도 하나 필요하겠어….
아무튼 집중을 해야 해. 집중… 집중… 그런데 어디에 집중하란 거지? 시나리오지 이 자식아! 그럼 네가 이제 와서 무슨 백일장 글짓기하겠니? 넌 지금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잖아!
그래 난 지금 추리극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 에드거 앨런 포 유의 고전의 향기가 물씬한 정통 추리물이야. 아니 움베르토 에코풍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역사와 신학의 문제가 중요
[SO WHAT] 제발 닥치고 쓰기나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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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02 단편 <노크하는 집>이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당선
2005소설집 <달려라 아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2007 소설집 <침이 고인다> 출간
2008 단편 <칼자국>으로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9 <침이 고인다>로 신동엽 창작상 수상
2011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 출간
2012 소설집 <비행운> 출간
김애란 작가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읽은 이후 한동안 지하철을 타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고시원을 지나칠 때면 꼭 거기 앞머리로 고양이를 닮은 눈빛을 가린 그녀가 있을 것만 같아 두리번거렸다. “소통하자니 미안하고 안 하자니 무서운”(문학평론가 신형철)으로 요약되는 21세기 서울 20대들의 일상 공간에 대한 김애란의 묘사는 그만큼 생동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코끝에 훅 라면 냄새가 끼쳐왔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난해 여름.
[김애란] “소설과 건강하게 연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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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하늘을 지키는 21 전투비행단에게 주어진 비공식 작전을 실감 나게 그린 '알투비:리턴투베이스'는 오는 8월 15일 개봉 예정.
[영상인터뷰] ‘R2B’ 유준상,이하나,김성수,신세경,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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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두 개의 문> 경찰 걱정 많이하는 영화
[올드독의 영화노트] <두 개의 문> 경찰 걱정 많이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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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빙산을 찾지 못하고 1평짜리 얼음 위에 간신히 기어오를 때, 바다거북이 사는 갈라파고스섬을 시꺼먼 기름이 둘러쌀 때, 그리고 사바나의 야생동물들이 우기에도 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게 된 이유가 인간이 지은 댐 때문임이 밝혀질 때, 어른들은 끝을 상상한다. 동심으로 무장한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는 그 끝에서 출발해 지구의 운명에 도전한다. 신기하게도 목숨을 보전한 북극곰과 바다거북은 수탉, 캥거루, 주머니곰과 함께 세상에 마지막 남은 지상낙원을 찾아 사바나에 도착하고, 거기서 목마른 미어캣 빌리와 사자, 기린, 코끼리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곧 빌리의 지휘 아래 대대적인 댐 폭파작전이 가동된다. 이 ‘노아의 방주’급 무한도전을 위해서라면 지극히 자연적인 정글의 법칙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다.
짐작건대 이는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끼치는 해악에 대한 자괴감에서 시작된 애니메이션인 것 같다. 또는 문명과 자연 사이에 깨져버린 균형과 정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
댐 폭파작전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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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베이징을 오가며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은 <러브>에는 조미와 서기를 비롯한 중화권 스타들이 등장한다. 톱스타와 순수한 청년, 결벽증이 있는 남자와 싱글맘, 친구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등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양각색이면서도 어딘지 익숙하다. 8명의 남녀가 엮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을 적당히 차용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내고 있어 익숙함이 진부하게 느껴지기보다는 편안함을 준다. 공기 중에 흘러다니듯 유려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구성된 첫 장면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별 관련없이 서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이들 모두는 인연이 있다.
대만의 스타 조이 팡(서기)은 나이 많은 부호 루와 동거 중이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일을 한다기보다 파티를 즐기며 소비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콴(원경천)에게 위로를 받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
대만과 베이징을 잇는 인연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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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조너선 자카이)의 삶은 너덜너덜하다. 갓 교도소에서 출소했기에 직업도 변변찮고 친구도 없다. 어느 날 그는 펍에서 쿠르드인 아브달(빌리 데미르타스)을 만나고, 외로운 두 사람은 금세 우정을 쌓는다. 그런데 비극이 찾아온다. 필립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약혼녀 시바(골쉬프테 파라하니)가 파리로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브달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만 것. 파리의 쿠르드인 커뮤니티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필립은 어쩔 도리 없이 아브달의 시신을 화장한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브달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약혼녀 시바와 아브달의 아버지 체토(멘데레스 사만실라)가 파리에 도착한다. 필립은 시바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고, 시바는 갑갑한 고향을 떠나 파리에 머무르길 원하고, 모슬렘 원리주의자인 체토는 시바를 고향으로 데려가 아브달의 동생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
<이프 유 다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르드족의 역사와 현실을 조금 공부하는 게 좋다. 자치국가를
친구의 약혼녀 <이프 유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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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앤디 맥도웰의 최대 강점이 ‘건강한 웃음’이란 데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어느덧 어머니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되었지만 그 웃음은 변함없이 아름답다. 영화 <5쿼터>의 도입부, 전형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중심에 그녀가 서 있다. 이윽고 그가 맡은 마리안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면서 극은 예정된 불행을 향해 비교적 빠르게 배경을 옮겨간다. 2006년 2월, 15살 아들 루크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이후 뇌사판정을 받는 막내, 가족들은 이전에 들었던 아이의 결심을 기억해내고 장기기증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후 닥치는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울퉁불퉁하다. 갑자기 다가온 불행을 소화하지 못하는 인물들 사이로 행복이 다시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5쿼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다. 미식축구 선수인 존(라이언 매리먼)이 동생을 기리며 자신의 등 번호를 40번에서 5번으로 교체한 것과, 최약체라 평가받던 ‘웨이크 포레스트’팀이 쿼터백 존
등번호 5번 <5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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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는 MBC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남극의 눈물>을 재편집해 3D로 컨버팅한 작품이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이미 극장판으로 관객에게 선보인 적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시리즈 중 첫 번째 3D 작품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남극의 눈물>과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의 차별지점이다. 다큐멘터리가 남극에 사는 펭귄을 비롯한 자연과 생물을 넓은 시각으로 조망했다면 이번 작품은 아기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펭이와 엄마를 잃은 솜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단순한 성장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사에 극적인 지점을 만들어주는 받침대가 된다. 이는 자연, 가족, 자연 등에 대한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물론 TV 버전과 영화가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귀여
3D로 보는 남극과 펭귄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