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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궁금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하나였던 정두홍 무술감독의 얘기를 한동안 들을 수 없었기 때문. 올여름과 가을, 그는 <지.아이.조2: 리탤리에이션>(이하 <지.아이.조2>)에 ‘스톰 쉐도우’ 이병헌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해 뉴올리언스에서 4개월여 촬영하고 돌아왔다. 내년 여름 개봉예정인 2편에서도 이병헌은 강렬한 액션신을 선보이며 천적인 ‘스네이크 아이즈’와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펼친다. 그렇게 이병헌의 대역을 소화하는 가운데 마셜아츠(무술액션)에 관한 코디네이터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두’로 불리며 마치 초창기 스턴트맨 시절의 활력을 다시 한번 느꼈고 무술감독으로서의 여러 고민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미 1편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때도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할리우드 영화현장을 체험하고 싶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끝내고 (이)병헌이가 출연을 고민하
[정두홍] 한국식 무술의 합,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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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했다. “<씨네21>과 인터뷰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농담이, “무대가 나의 시작이고 끝이다”라는 확고한 말이. 그러나 <로맨틱 헤븐> 이후 영화 현장을 떠나 연극 무대와 라이브쇼 세트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장진 감독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2월9일 개막한 기획 연극 시리즈 <연극열전4>의 첫 작품이자 장진 감독이 4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연출자로 복귀한 <리턴 투 햄릿>은 무대 뒤 연극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애환을 그린 연극이다. 2회 방영을 마치기가 무섭게 ‘장진 어록’이라는 말을 양산해낸 라이브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 채널 tvN)는 스타들이 다양한 무대 세트를 넘나들며 ‘생방’으로 한국사회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정치풍자성 강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장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연극, 그리고 그런 연극의 본질을 똑
[장진] 무대와 생방송, ‘라이브’에 목숨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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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다. 강제규 감독이 오다기리 조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아는 오다기리 조는 대규모 상업영화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독립영화 계열의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육체와 곡예 같은 연기를 제공하는 남자다. 강제규는 “장동건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그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있다. 오다기리 조가 <마이웨이>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알던 오다기리라면 당연히 이 역할은 거절했어야 옳다.
사실 오다기리는 강제규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는 대본을 읽자마자 “내 타입의 영화가 아니니 찍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대작을 거의 안 했다. 대작은 돈이 든다. 대히트를 쳐야만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모두 끌어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추구하는 바도, 예술성도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건 TV다. 영화가 아니다.” 오다기리 조는 시나리오에서 무려 10
[오다기리 조] 그에게 블록버스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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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의 ‘준식’은 따져 물을 게 많은 남자다. 2차대전, 일본군으로 징집돼 소련 포로수용소로, 독일군으로, 또다시 미군 포로가 된 믿기지 않는 대장정은 너무 영화 같아서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쳐두자. 그럼 그가 거쳐간 전투 속, 전쟁으로 사지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인성이 남김없이 파괴되는 현장을 모조리 목도하면서도 마라토너에 대한 신념과 착한 본성을 잃지 않는 건 가능한가? 속수무책의 판타지 속 이 기묘한 남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단 한 사람.
시사가 끝난 뒤 만난 장동건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전투를 치르는 듯 참여했다던 현장에 대한 기억도 추억이 되었나 싶다. 준식의 고난을 몸으로 시각화하고자 8kg을 감량해야 했고, 추위에 얇은 군복 하나로 버텨야 했던 고난의 촬영현장에 대해서도 이젠 웃으며 응수한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많이 지난 것 같다. 내가 <마이웨이>를 언제 찍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3개월은 집에서 여유도 부렸다. 아기가
[장동건] 배우로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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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로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사. 미래의 누군가가 이런 제목의 책을 쓴다면 그 분기점은 <마이웨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몇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두 남자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그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냈다. 이건 영화적인 성패와 상관없는, 영화적 유미주의의 압도적 승리라고 부를 법도 하다.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을, 오다기리 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타츠오를 연기한다. 둘은 경성, 몽골, 시베리아 수용소를 거쳐 노르망디 해변에 도달하고, 경쟁의식으로 시작된 관계는 증오를 거쳐 결국 기묘한 우정으로 끝난다. 9개월 동안 정신과 육체를 모조리 <마이웨이>에 바친 두 남자를 만났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아름다운 남자들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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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의 김용철.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다. 그가 배트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집어들면 어떨까. 그는 영락없이 직구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김용철이라는 야구선수를 잘 알고 하는 말이냐고. 전혀 아니다. 야구에 문외한으로서 김용철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김용철이라는 이름을 잠시 걸쳤던 조진웅은 그럴 것 같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투수의 구질에 비유하자면 그는 직구를 닮은 남자였다. 삶을, 연기를, 인간을 대하는 그의 기본자세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다. 출연하기로 약속한 연극이 ‘자빠졌을’ 때는 직접 기획까지 책임지며 무대를 되살려내기도 했고, 서울시립극단에서는 자신이 꿈꿨던 저항적 예술과 거리가 멀어 입단 3주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오기도 했다. 연애를 할 때도 헤어지면 헤어졌지 바람피우는 법은 없고, 끊을 수 없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단다. 잠시 다음 질문을 헤아리느라 대화가 끊기자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조진웅] 충무로의 제일검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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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더 크리스마스> 세계산타클로스연맹 사무실에 무장 괴한이 난입하다
[정훈이 만화] <아더 크리스마스> 세계산타클로스연맹 사무실에 무장 괴한이 난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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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이었나. 을지로 골뱅이집에서 병맥주를 축내던 중 식당 벽걸개에 눈이 갔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골뱅이는 콘드로이틴과 타우린이 풍부해 정력과 스태미나 증진에 특효라 알려져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골뱅이를 언급한 건 사실이겠지만 드라마로 치면 사극에서 허준이 콘드로이틴과 타우린에 관해 이야기하는 셈. 이런 식의 이상한 정보는 TV 음식프로그램에도 널려 있다. 식당 주인의 부풀린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도 하고 식당 손님들이나 연예인들이 담백하다는 말을 ‘단백하다’고 잘못 쓰는데도 굳이 고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아으음~ 으음~ 캬아아~ 후르릅~ 쩝쩝” 등의 과장된 리액션을 구경하고 있으면 한국인이 이다지도 게걸스런 민족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식상해!
이 틈을 비집고 인기를 끄는 MBC <생방송 금요와이드>의 한 코너인 ‘사유리의 식탐여행’은 일본인 리포터 후지타 사유리의 솔직하고 엉뚱한 맛 표현을 내세운다
[유선주의 TVIEW] 믿음직해!(꼬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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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같은 걸 하게 된다면 얼마가 들든 조셉 고든 레빗을 강연자로 모실 생각이다. 일찍이 <500일의 썸머>에서 보기좋게(절대 초라하지는 않게) 구겨진 옥스퍼드 셔츠에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맨 다음 니트 조끼를 덧입고 하의로는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면바지를 매치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남자, 보통 고단수가 아니다. 어떤 아이템을 어느 정도로 후줄근하게 소화해야 불쌍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여자들의 모성애(‘저 남자의 구겨진 셔츠 자락을 다려주고 싶어’)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란 말씀.
그가 척추암 환자로 분한 <50/50>을 예로 들어볼까?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클럽에 갈 때, 그는 집에서 입고 있던 후줄근한 티셔츠를 벗어던지는 대신 얇은 데님 셔츠에 감색 카디건을 걸치고 나타난다. 약간의 호감이 있는 여자 상담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러
[fashion+] 2%의 여백을 채워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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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감독 카메론 크로 / 출연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 개봉 1월19일
아내를 잃은 벤자민(맷 데이먼)은 새로운 시골 저택을 구입한다. 동물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새로 구입한 집에 폐장 직전의 낡은 야생 동물원이 딸려 있었던 것이다. 벤자민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200여 마리의 동물들을 위해 전 재산을 들여 동물원을 매입하고, 동물원 관리사 켈리(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동물원 재개장에 나선다. 이런 거짓말 같은 미담이 어딨냐고? 놀랍게도 이 영화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였던 벤자민 미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그의 경험담을 담은 책은 <동물원을 샀어요>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됐다. 참, 이 영화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쥔 카메론 크로라는 이야기를 했던가? 영화만큼 음악도 좋을 게 틀림없는데, 맙소사. <우리는 동물원을
[Coming soon]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동물원 이야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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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토끼 굴’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실과 환상의 통로에서 빌려왔다. 존 카메론 미첼의 신작 <래빗 홀>은 익숙한 것에서 오는 기괴한 느낌,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들과 연결된 ‘기이한 낯섦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교외의 한적한 저택에 사는 40대의 부르주아 부부. 이들 부부는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커다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보통 사람들>(1980),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2001) 그리고 이창동의 <밀양>(2007)까지, 그들이 간직한 슬픔은 이미 다수의 영화나 소설에서 보아왔던 소재와 동일하다. 아이를 잃었고, 그들은 비견할 곳 없이 슬프다. 하지만 카메론 미첼의 이번 이야기는 단숨에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카메라를 갖다대면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좀 특별해 보인다.
집 앞의 도로에서 외아들을 끔찍한 교통사고로 잃은 지 8개월이 지난 어느 시점이다.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들과 연결된 기이한 낯섦의 두려움 <래빗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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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 Docu 강정>은 시작부터 기구한 사연과 함께 태어난 영화다. 2007년 해군은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를 공표했고, 유네스코 지정 천혜 자연지역으로 보존받아야 할 강정마을에 포클레인이 들어왔다. 4년간의 기나긴 투쟁.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울까지 들려왔고, 앙상한 몸으로 병상에서 투병 중인 그를 만나면서 카메라를 든 같은 영화인들은 마음이 움직였다.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8명의 독립영화감독이 강정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목적은 단 하나다. 일단 강정마을을 살리고 보자! 다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집어든 그들. 촬영에서 완성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0일이다. 세심하고 완성도있는 연출이라는 영화 본연의 목적만을 고집할 순 없었다. 악보 없이 하는 즉흥연주인 잼(Jam) 형식이 강정 사수를 위해 태어난 이 영화의 전략이다.
총 8편의 에피소드는 감독 각자의 방법으로 완성된 강정에 관한 소고로 이루어진
강정의 존재 이유를 지지한다 < Jam Docu 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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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형제가 예전처럼 모여 살기를 바라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코이치(마에다 고키)는 엄마(오쓰카 네네)와 가고시마에 산다. 그곳엔 거대한 활화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아이는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모여 살 거란 믿음을 갖는다. 한편 동생인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는 후쿠오카에 머무는데, 아빠(오다기리 조)는 인디밴드 활동에만 관심을 둔 채 가정사에는 미련이 없다. 그러던 중 코이치가 친구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비법에 대해 전해 듣는데, 이에 동조한 아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기차여행을 계획한다.
애초 이 영화는 올해 개통된 규슈 신칸센의 홍보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고레에다 특유의 시선은 이 상업적 목표를 상쇄한다. 그의 전작들처럼 평화롭고 정적인 화면에 보이지 않는 감정선이 생기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패턴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온전히 아이들의 시선에 카메라 높이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만나게 되는 특별한 경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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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의 첫 번째 <셜록 홈즈>는 감독 본인이 공언했던 바대로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액션 히어로 장르에 가까웠다. 두 번째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도 여전하다. 플래시포워드로 기교를 부린 육탄전이 오프닝 시퀀스의 주된 눈요깃거리다. 줄거리는 <셜록 홈즈의 회상록> 중 숙적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가져왔다. 원작대로 홈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부, 명예, 권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악마 모리아티에 맞서 싸우며 생사의 기로를 오간다. 기차라는 가로형 볼거리와 폭포라는 세로형 볼거리 사이에 촘촘히 트랙을 깔아 테마파크를 지으려 한 전략 정도가 영화만의 차이점이겠다. 경매장에서 모리아티가 보낸 상자의 수신인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왓슨(주드 로)의 신혼여행길이 살벌한 총격전으로 돌변하고, 국제회담장 폭발사건이 위장된 살인현장으로 밝혀지는 동안 막대한 양의 특수효과가 불필요하게 낭비된다.
전체적인 만듦
허술한 만듦새와 서스펜스가 결여된 사건 전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