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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과 설렘이 교차했던 2011년 한국영화계. 기대했던 스타들의 영화가 조용히 사라진 자리에서 의외의 영화들이 힘자랑을 했고, 3D영화의 원년은 되지 못했지만 국산 애니메이션 성공의 원년이라고는 말할 수 있었으며, 기다려왔던 감독들은 해외에서의 작업을 통해 재회의 시간을 유보했다. 실화영화들이 주목받을 때 실패와 소멸의 진짜 ‘실화’의 순간도 많은 영화인과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11년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침체’와 ‘격동’ 그 두 가지로도 설명할 수 있는 해였다. <개그콘서트>의 ‘애정남’과 ‘일수꾼’이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여기에 보태고 싶은 당신의 또 다른 사건과 실화는 무엇인가.
Keyword 01. 심형래의 몰락
라스트 오브 용가리
일수꾼 "한국영화로 할리우드 진출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일단 무조건 큰 영화로 만들어야 하니까 투자를 많이 받아서 제작비를 부풀리면 돼요. 그러면 자동차 수출 몇 백대 한 것 같은 돈을 벌어오라며 나라에서도 돈
올해 영화계, 이렇게 보면 한눈에 보입니다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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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은 2년이 넘도록 지리멸렬한 상태다. 판문점에 모인 북한과 유엔의 대표들은 영토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려고 직접 지도 위에 펜으로 선을 그려가며 기싸움을 벌이고, 동부전선의 병사들은 그 펜이 흔적을 남긴 자리에서 사지가 찢겨나간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판문점의 협상과 동부전선의 전황은 그렇게 지도 한장을 사이에 두고 등을 맞대고 있다.
한국전 당시 육군 제1사단의 사단장이었던 백선엽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후까지만 해도 전방부대 상당수는 “국민학교 교실의 벽에 걸린 ‘대한민국 전도’”를 펼쳐놓고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백선엽은 안면이 있는 미군 연대장과 조우한 뒤에야, 유성펜과 투명지와 함께 새 지도를 손에 쥐게 된다. 전쟁이 일어난 지 보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미군이 그에게 건넨 지도는 식민지 시기 일본이 한국의 지형을 실측해 제작한 5만분의 1 지도였다. 백선엽은 실개천과 샛 96길, 작은 구릉까지 자세히 표시된 이 지도를 들여다보며, “눈이 확 뜨이는 심
[design+] 구체인 동시에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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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 된 여신’이라니.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이 이민정에게 요구한 지시다. 그러니까 <시라노; 연애조작단> 때 보여준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을 좀 줄이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는 게 감독의 뜻이다. 그래서 감독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됐냐고? 글쎄.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DJ까지 하는 등 ‘이민정 종합선물세트’인 <원더풀 라디오>를 보니 그의 매력이 더욱 배가된 느낌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의 사연을 다음 장부터 전한다.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민정은 얼마 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그렇게 말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누구는 그를 ‘여신’으로 칭송하는가 하면 또 누구는 소주를 마시다가 광고 포스터에 있는 그를 바라보며 절로 미소를 보이곤 하는데, 자신이 미인이 아니라니. 이 문제(?)의 발언이 전파를 탔을 때
[이민정] 꽃보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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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Crazy, Stupid, Love (2011)
감독 존 레쿠아, 글렌 피카라
상영시간 118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 / 한글 자막
출시사 워너
화질 ★★★ / 음질 ★★★☆ / 부록 ★☆
라이언 고슬링에게 2011년은 연기의 이정표를 세운 해다. (초기작 <빌리버>를 제외하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까지 평범하고 착한 남자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올해 연거푸 나온 세편의 영화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슬링은 <디 아워스>에서 니콜 키드먼이 특수분장을 빌려 지은 표정 연기를 <드라이브>에서 맨 얼굴로 해냈다. 야수의 본능을 감춘 수줍은 표정을 보다 저런 잠재력이 어디 숨어 있었는지 궁금했다.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에서는 아예 딴 인물로 분해 놀라움을 더했다. 고슬링은 전갈 점퍼 아래로 서툰 인간관계를 묻어둔 채 사는
[DVD] 라이언 고슬링의 또 다른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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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의 도입 이후 가뜩이나 커피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에 캡슐커피 열풍까지 불어오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정말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손쉽게 퀄리티 높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이 추가됐다. 바로 크레메소의 최신 캡슐커피 머신의 등장이다. 콤팩트라인 5종의 신제품이 출시됐는데 사실 물조절이 수동이냐 자동이냐에 따라 나뉘는 2종의 신제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 나머지는 색상만 다른 제품이다. 19기압은 기존 네스프레소 메이커와 흡사하며 콤팩트 오토매틱의 경우 3가지 추출량을 프로그램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은 15초 만에 예열이 완료되어 짧은 시간에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점.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분명 차별되는 기능. 당연하지만 크레메소 전용 캡슐만 사용이 가능하며 공정무역(UTZ)을 통해 생산된 최상급 원두만 사용한다고 한다. 다양한 맛들이 있지만 혹자에 의
[gadget] 15초 만에 예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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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1. i5, 2G RAM, 320G
2. HDD완충시 11시간 사용
3. 3.72kg
특징
1.2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도, 노트북을 펼친 상태에서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도 문제없는 내구성.
잊을 만하면 신제품을 출시하는 노트북 브랜드가 있다. 이 노트북 브랜드는 성능이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으면서도 항상 뭔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또한 투박하고 거친 디자인을 가졌으면서도 인기가 있는지 매년 이 브랜드의 노트북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이 노트북만 사간다. 바로 파나소닉의 터프북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오지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그런 거친 곳이라고 해서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구환경을 분석하거나 때로는 전쟁통에 작전의 분석이나 통신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며 가깝게는 도로공사나 건설현장 등에서도 계측 및 측정이 필요하다. 일반 노트북이 이런 곳을 견뎌낼 리 만무하다. 다른 노트북이 필요한 이유다. 바로 그런 노트북의 대명사가 파
[gadget] 떨어져도 비맞아도 끄떡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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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2일부터 2월 26일까지 시네마테크를 후원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한다.
2006년에 처음 개최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참여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해마다 1월에 열리는 영화제로 영화인들이 시네마테크의 친구로 참여, 상영할 영화를 직접 선정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영화제다.
7회째인 이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이것이 영화다'라는 메인 콘셉에 따라 그들 각자가 현재 고민하고 생각하는 영화들을 추천했다. 이준익, 이창동, 이명세, 김태용, 변영주, 이해영, 정지우, 류승완 등의 13명의 감독은 물론이고 안성기, 박중훈, 유지태, 공효진, 김민희, 신하균, 윤진서 등의 배우와 백현진 등의 음악인 총 20명이 넘는 영화인들이 참여한다.
또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우리 시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행사로 후나하시 아츠시의 대표작 2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이것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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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를 선정한 건 <씨네21> 기자와 평론가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8명의 영화감독과 7명의 프로듀서도 올해의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각각 1편씩 꼽았다. 그들 각자의 리스트와 선정 이유를 함께 공개한다(배치 순서는 직군별, 이름 가나다순).
★감독
김한민 <최종병기 활> 감독
<리얼스틸>
“한국영화는 내가 연출한 <최종병기 활>을 꼽고 싶지만…(웃음),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서도 굵직한 리듬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 점에서 <리얼스틸>은 올해 최고의 대중?상업영화였다.”
박정범 <무산일기> 감독
<두만강> <세상의 모든 계절>
“장률 감독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과 영화 자체가 가진 메시지가 많은 영감을 주었다(<두만강>). 개인적으로 마이크 리 감독을 좋아한다. 그가 매 작품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회 언저리에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시선
영리한 내공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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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올해의 과대평가 외국영화
해묵은 주제와 형식
테렌스 맬릭의 영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뉴 월드>부터지만 나는 초점이 없는 서사와 추상적으로만 성격이 부여된 인물들이 어슬렁거리는 그 영화에서도 맬릭이 젠체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는 소화불량의 예술적 야심이 체증을 일으킨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맬릭의 실책은 구체성을 가진 맥락들을 모두 거세해버린 것이다. 짐작건대 이 영화는 미국의 상흔, 특별히 <황무지>에서부터 그가 질기게 붙들고 온 베트남전의 기억이 텍스트 뒤편에 어른거리는 우화다. 열아홉살 동생의 죽음을 고지하는 우체부의 전보에서 희미하게 이런 상황이 암시되지만 기억이 형성되고 쌓여가는 의식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긴 채 영화는 미로를 헤매고 고답적인 상징화로 빠져든다.
구체적인 실감을 누락하고 순전히 머리로만 만들어낸 이야기다 싶게 &
올해의 과대·과소평가 외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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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퇴출 위기의 DJ '진아'(이민정)와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둘러싼 방송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로 2012년 1월 개봉 예정이다.
[영상 인터뷰] 원더풀 라디오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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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세상의 모든 계절>
인생의 모든 행복과 불안을 그리다
지질학자 톰과 심리 상담사 제리 부부 이야기가 올해의 외국영화 1위에 올랐다. 마이크 리의 <세상의 모든 계절>이다. 평범한 노부부의 이야기 한 토막이 이렇게 따스하면서도 서늘하게 가슴을 어루만질 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상했을까. <해피 고 럭키> <비밀과 거짓말> 등을 연출한 마이크 리의 영화이기에 감동을 예감하긴 했으나 결과는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많은 이들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일상적인 삶과 관계 속에서 종종 드러났다가도 은연중 묻혀버리거나 사그라지는 미묘한 문제에서부터 언젠가는 결국 마주쳐야 하는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마이크 리는 현자의 시선으로 그 모든 행복과 잔인함과 소란들을 포용한다. 영화는 어느 한 배우도 흠잡기 어려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연기력과 그걸 끌어낸 감독의 조화가 이 영화의
현자 마이크 리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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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제작자 <마당을 나온 암탉> 심재명 명필름 대표
거침없는 기획력과 돌파력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의 29번째 작품이자 첫 애니메이션이다. 원작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는 해도 실사영화를 제작할 때와 분명 달랐다. “제작기간도 길었고, 한국시장에서 수익을 낸 애니메이션이 없어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타깃 관객층을 설정하는 게 어려웠다.” 그럼에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와 부모 관객 모두 사로잡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첫 2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믿어준 그의 투지에 경의를 표한다”(김지미), 그러나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이번 성과는 명필름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 제작한 ‘오돌또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파트너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명필름의 30번째 영화는 이용주 감독의 신작 <건축학 개론>이다. “지금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올해의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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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배우 <만추> 탕웨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우라
탕웨이가 없는 <만추>를 상상할 수 있을까. “탕웨이는 <만추>에 딱 맞는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오롯한 존재감을 뿜는 그녀, 사랑할 수밖에 없다.”(황진미) “그녀의 이미지만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남동철) 올해의 여자배우로 탕웨이를 선정한 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위의 두 평과 비슷했다. 그러니 그녀 없는 <만추>는 상상할 수 없다. 휴가차 간 마카오에서 탕웨이가 장문의 이메일로 선정 소감을 보내왔다. “모든 감정의 고통은 애나가 겪고 상은 내가 탄다. 애나가 꿈속에서 나한테 따지러 올지도 모르겠다. 하하!”
<만추>를 찍은 지 거의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탕웨이는 <만추>와 관련한 모든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애나는 참 행복한 여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올해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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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 <북촌방향> 홍상수
늘 변화하고 늘 설레게 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감독으로 또다시 홍상수 감독이 선정됐다. 먼저 한 젊은 평론가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들어보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 솔직히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다음 영화는 또 어떨까 하는 기대로 설레게 하는 감독이라니! 홍상수는 머물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든 늘 변화하고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홍상수는 홍상수다. 지치지만 보지 않을 수 없고 보고나면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미 그는 내 의지를 벗어나 있다. 그래서 올해도 그다.”(송경원) 그렇다면 같은 맥락을 촌철살인으로 요약한 선언문도 하나 들어보자. “작품을 쉬지 않는 한 무조건 그를 뽑는다.”(주성철)
두해째 같은 감독이 선정된 것은 식상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면 앞선 두 평자의 촌평의 뉘앙스에 주목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말은,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을
올해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