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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신촌 마돈나’ 엄정화에게 댄스 가수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편 황정민이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다. 시장 후보의 부인과 화려한 신인 걸그룹 ‘댄싱퀸즈’의 리더 사이에서 그렇게 남편과 국민을 다 함께 속이는 엄정화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은 <댄싱퀸>에서 두 사람 모두 본인의 이름 그대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황정민은 자신의 이전 대표 캐릭터과의 정면승부를 원했고, 엄정화 역시 비록 영화 속 설정이지만 자신이 직접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슈퍼스타 K>에 도전자로 출전한다. <댄싱퀸>이 환기시키는 오묘한 현실과 유쾌한 상상은 그렇게 그들의 존재감에 발 딛고 서 있다. 엄정화니까, 황정민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충무로 대표 배우니까.
[황정민, 엄정화] 이중생활 그 여자, 명랑쾌활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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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가타카>는 드라마와 스타일 모두가 기억나는 흔치 않은 영화다. 유전적으로 선택된(=조작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몇몇만 뽑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보내는 우주프로그램에 유전적으로 열성인(즉 자연 태생인) ‘부적격자’가 은밀히 지원한다는 것이 전체 이야기의 골자다. 그러면서 좌절과 희망, 도전, 우정, 희생, 사랑, 기만 등 일반적인 공상과학영화에서 찾기 어려운 주제들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주제들이 장소적 배경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 같은 건축가가 보기에 이 영화는 건축을 매우 잘 읽는 사람이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 이 우주 프로그램의 본부인 가타카로 등장하는 건물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말년작이자 유작인 마린 카운티 시빅 센터다. 그의 작품 연보에서 가장 뒤에 위치하며 동시에 가장 큰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 건물은 라이트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그리 자주 거론되지는 않는다. 넓은 대지에 수평적인 구
[architecture+] 공상과학영화의 새로운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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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는 고민이 많았다. <천일의 약속>의 향기와 <원더풀 라디오>의 라디오 작가 난솔을 떠나보낸 지금 그녀는 어느덧 데뷔 8년차 배우가 됐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천일의 약속>에서 향기라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 사랑도 받았고 이름도 널리 알렸지만 감사한 마음만큼 부담감도 상당하다. 정유미에겐 지금의 주목이 지난날의 시간을 보상받는 것 그 이상의 차원으로 보였다. 그녀의 숱한 고민은 지난 7년간 배우 정유미를 꼼꼼히 다져온 시간을 이제야 펼쳐 보일 때가 됐다는 것에서 비롯된 행복과 닮아 보였다.
2012년을 <원더풀 라디오>로 활짝 연 정유미는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너는 펫>, 드라마 <천일의 약속>, 그리고 <원더풀 라디오>까지 그녀는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쉼없이 달렸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정유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정유미] 닫힌 자신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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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12월28~2012년 1월10일
장소: 금천예술공장 전시실 P.S.333
문의: 02-807-4800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은 국내외 예술가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관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일대일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BankART1929), 스페인 바로셀로나 ‘앙가’(Hangar), 미국 뉴욕 ‘에이팩스아트’(Apexart), 호주 멜버른 ‘거트루드’(Gertrude Contemporary),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루앙루파’(Ruangrupa) 등 8개의 해외 기관과 협력해 국내 예술가의 해외 진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도 많은 예술가들이 금천예술공장의 지원하에 해외 레지던시에서 활동하며 소중한 교류의 기회를 얻었다.
이번 전시는 올해 이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한 행운을 얻은 작가들의 귀국 보고전이다. 바르셀로나의 앙가 레지던시에서 3개월간 활동했던 작가 백현주와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에서 2개월
[아트인서울] 그들이 해외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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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웹진 ‘보다’ 편집장 ★★★★
시규어 로스의 욘시와 이 사랑스러운 영화의 만남이라니. 둘의 만남은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린다. 욘시가 시규어 로스에서 들려준 음악이 어두운 숲 속의 환상이었다면 이 사운드트랙의 음악은 밝은 햇살 속의 환상이다. 신비로운 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앨범 ≪INNI≫을 번갈아 들으며 서로 다른 환상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민우 /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시규어 로스의 프론트맨 욘시가 담당한 이 사운드트랙은 밴드보다는 그의 솔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잘하게 쪼개진 채 쿵쾅거리는 리듬 위를 피콜로가 뛰어놀고 온후한 현악 세션과 나른한 앰비언트, 그리고 욘시의 예의 그 기묘한 보컬이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화사하고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음반.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카메론 크로는 음악을 지식으
[hottracks] 햇살 속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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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전산원은 1975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에서 설립한 이래 4만 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정한 우수한 학점은행제 전문교육기관이다. 여기서는 매년 천여명의 신입생이 입학하여 2년~3년 동안 학사학위를 취득하여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3학년 학사편입을 목표로 운영되는 학교이며, 국제통상학과, 경영학과, 관광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 멀티미디어콘텐츠학과, 사회복지학과, 영화영상제작학과, 연기학과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지난 2008년부터 호주해외학위과정을 개설하여 호주의 우수한 국립대학인 QUT(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와 CSU(Charles Sturt University)의 비즈니스학부와 연계하여 1학년과정을 그대로 국내에서 이수하고, 2학년 해당학부를 진학하는 호주 편입 과정을 리드하고 있다. 이는 해외유학을 위해서 영어를 위한 준비기간과 해당학교 입학한 1학년 과정을 압축하여 진행하게 되어 시간, 비용, 현지 적응력을
[동국대 전산원] 새로운 개념의 유학! 입학은 한국에서 졸업은 호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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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2012년 1월15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02-548-1141
영화 때문에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걸까. 깨알 같은 재미는 넘치지만 호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올겨울 공연계 최고의 화제작 <조로> 말이다. 이야기는 영화로 접한 덕에 친숙하다. 당연하게도 공연을 보기 전부터 작품의 매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게다가 조승우의 출연과 몇 안되는 뮤지컬 전용관의 개관작이란 이슈까지 더해져 기대가 차고 넘쳤다.
복면 영웅의 활극은 ‘눈요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다. 지금 시대로 따지면 조로는 엄친아다. 잘생겼지, 호탕하지, 춤 잘 추지, 검술 실력까지 뛰어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섹시하다. 알랭 들롱,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들이 조로 역을 맡은 이유겠다. 이런 남자가 약자의 편에 서서 호쾌한 액션을 펼친다. 누군들 반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속 조로는 종횡무진 무대를 휘젓는다. 뛰고, 구르고, 날고
[공연] 유머러스한 복면 영웅의 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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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2년 3월17일까지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19층
문의: 02-418-1315
“행복이 뭔 줄 아세요? 행복은 새차의 냄새이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이며, 당신이 뭘 하든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도로변의 커다란 전광판이에요.” 미국 드라마 <매드맨>의 유능한 광고맨, 돈 드레이퍼가 설파하는 광고의 본질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담배는 암을 유발시키는 유해한 기호품이 아니라 노스 캐롤라이나의 햇빛을 받으며 노릇하게 잘 구워진, 매력적인 상품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그 점을 받아들이게 하는 건 온전히 광고맨들의 임무다. 광고를 보는 이들이 지갑을 열도록 밤잠 설치며 아이디어를 쥐어짜내는 게 광고쟁이들의 역할이라면, 그들의 아이디어를 매혹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건 사진가들의 몫이다. 한국에서 거의 최초로 그 역할을 했던 이가 광고사진가 김한용이다.
김한용은 1959년 한국 최초의 광고사진 스튜디오 ‘김한용 사진연구소’를 연 사진가다. 60년 대는 금전적으로 여유있
[전시] 60, 70년대로의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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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해가는 재래시장 건어물가게 주인 정의섭. 상인회 총무 직함 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일 말고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외주제작사 PD 이상운. 한때 잘나가는 공중파 PD였지만 직접 프로덕션을 차린 뒤로는 제작 프로그램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막다른 곳에 몰린 이들이 케이블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일명 야바위라고 불리는 구슬 든 컵을 맞히는 게임, 돈 놓고 돈 먹기. 이 사행성 프로그램에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바보’지만 남들은 못 듣는 소리를 기막히게 잘 듣는 소년 김일우가 참여한다. 돈 없는 부모가 아파트 한채 사고 싶어 전세보증금 5천만원을 참가비로 덜컥 내버린 것이다. 이렇게 추락 직전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성공해보고자 제 손으로 기획한 패자부활전이 시작된다.
책 제목이나 광고 카피를 보면 ‘바보’ 소년 김일우의 성장 일기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면 딴판이다. 정말 평범하고 조금은 어리석고, 생활은 어렵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사기에 가까운 사고를 치는 인물들의
[도서] 촌부들의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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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The Descendants
감독 알렉산더 페인 / 출연 조지 클루니, 셰일린 우들리, 아마다 밀러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주) / 개봉 2012년 2월16일
모두가 알렉산더 페인의 게으름, 혹은 느긋함에 지쳐가고 있었다. <일렉션>(1999), <어바웃 슈미트>(2002), <사이드웨이>(2004)로 새로운 우디 앨런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7년이나 두문불출하다니, 직업적 태만으로 감옥에 보내야 옳을 일이었다. 심지어 페인은 2006년작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에서 최고의 에피소드를 감독하지 않았던가. 여하간 7년 만에 신작 <디센던트>가 나왔다. 사고뭉치 딸 둘을 둔 하와이 남자가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소시민적 불안을 코미디로 화해내는 알렉산더 페인과 아이콘적 미남인 조지 클루니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한쌍 같다고? <디센던트>는 골든글로
[Comming soon] 알렉산더 페인, 믿을만한 이름 <디센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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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까지 10년 동안, 부산을 장악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를 그린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2012년 2월 2일 개봉된다.
[하정우] "외국어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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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앉아 있자니, 소풍 바닥에 놓인 좀비 두 송이가 보여요.
수수께끼도, 일부러 어법을 흐린 시 구절도 아니다. <송곳니>의 가족에게는 이 괴상한 문장이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의 일부다. 이들은 수영장과 넓은 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살고 있다. 공장 관리자인 아버지(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만 차를 몰고 높은 담장 밖을 넘나들 뿐이다. 그는 아내(미셀 발리)와 함께 언어와 정보를 조작하며, 성인이 다 된 자녀들의 지식을 통제한다. 이 때문에 안락의자를 바다로, 건축 재료를 소풍으로, 작고 노란 꽃을 좀비라 부르며, 전화를 달라는 부탁에 소금을 건네는 식의 상황이 부조리극처럼 이어진다. 그런데 이 폐쇄적인 공간에도 고정적인 방문객이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공장의 경비원 크리스티나(아나 칼라이치도)를 집 안에 들이고, 그녀는 외부 세계에 호기심을 보이는 첫째 딸(아게리키 파루리아)과 거래를 시작한다. 잔잔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세 남매의
정적이고 간결한 형식과 폭력적 억압에 관한 고찰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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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원작과의 승부는 치명적인 딜레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거나, 조심스레 그대로 따라가는 방법을 택한다.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의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은 후자를 택했고 이미 3부작 모두를 완성했으며 이번에 1부가 개봉한다. 원작과 감독의 모국인 스웨덴에서만 통계상 전 국민의 3분의 1이 읽었다고 하니 전자와 같은 방법을 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송에 시달리던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미카엘 뉘크비스트)에게 스웨덴의 대재벌 헨리크(스벤-버틸 타웁)가 만남을 청한다. 무려 40년 전 사라진 조카 ‘하리에트’의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남겨진 몇장의 사진을 단서 삼아 조사에 착수한 그는 우연히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누미 라파스)를 만나 팀을 이루게 된다. 정체불명의 방해공작에 시달리면서도 두 사람은 서서히 가문의 어두운 진실과
거대한 원작과의 승부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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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꿈꾸는 상자다. 이야기 그 자체를 실어 나르는 라디오는 짧은 호흡으로 그 어떤 매체보다 깊은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라디오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라디오 방송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응당 그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마련이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나 아쉽게도 <원더풀 라디오>에는 정작 ‘라디오’가 안 보인다. 대신 돌다리를 연신 두들기며 안전한 로맨틱코미디의 길을 걷는데 이 행보가 참으로 지루하다.
한때 인기 아이돌 그룹 퍼플의 전 멤버였던 신진아(이민정).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만이 유일한 방송일인 그녀지만 그나마 청취율마저 바닥이다. 방송국에서는 임신한 PD가 휴가를 낸 사이 청취율을 끌어올리고자 새로운 PD 재혁(이정진)을 투입한다. 까도남 PD 재혁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들볶이던 신진아는 청취자가 자신의 사연을 직접 노래로 부르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새로운
에피소드의 진부함과 캐릭터의 밋밋함 <원더풀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