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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시온과 제제 다카히사. 지금 일본영화는 두 남자가 움직인다. 대중영화가 TV 품속에서 내수용 블록버스터를 양산하고, 인디영화가 안이한 일상을 읊조리는 범작을 반복하는 사이, 동시대의 이야기를 급진적이고 발전적이며 동시에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두 남자다. 그리고 2011년. 또 한명의 중년 감독이 있었다. <새드 배케이션>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아오야마 신지는 이전과 사뭇 다른 온기의 영화 <도쿄공원>(東京公園)을 내놓았다. 분명 걸작은 아니지만 몇몇 변화들이 눈길을 끈다. 회색빛에 갇혀 있던 아오야마의 영화가 햇살 아래 놓였다.<도쿄공원>은 쇼지 유키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카메라맨 지망생 코지(미우라 하루마)가 한 남자의 기이한 부탁을 수락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수상한 남자는 코지에게 아내의 미행과 도촬을 청하고, 용돈 벌이로 그 청을 받아들인 코지는 꾸준히 공원을 맴돈다. 코지의 시선을 오가는 여성
일본 - 그의 온기가 반갑다 <도쿄공원> / 최고 흥행작 <코쿠리코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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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부터 한번 보시길. 17살 파트리시아(아스트리드 베르지-프리스비)는 우물 파는 일을 하는 아버지(다니엘 오테유)의 점심을 나르던 중 부자 상인의 아들인 작 마제(니콜라 듀보셸)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만남에 함께 밤을 보낸 두 사람은 세 번째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지지만, 갑자기 2차대전에 호출받은 작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난다. 곧 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파트리시아는 작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실의에 빠진다.
만약 제목과 줄거리만을 보고 마르셀 파뇰의 1940년 동명작을 생각했다면, 맞다. 이 영화는 마르셀 파뇰 원작, 클로드 베리 연출의 1986년작 <마농의 샘>과 속편에서 ‘우골린’ 역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뒤 현재까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 중인 다니엘 오테유가 파뇰의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우물 파는 사내’를 부활시키고자 뛰어든 프로젝트다. 그간 파뇰의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던 오테유는 파
프랑스 - 문학 속 인물 현실을 호흡하다 <우물 파는 사내의 딸> / 최고 흥행작 <언터처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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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한명의 신부가 도망갔다. 예식장에서 하객에게 울며 파혼을 선언한 디에고(킴 구티에레스)를 위로하던 사촌 호세 미겔(아드리안 라스트라)과 훌리안(라울 아레발로)은 이참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첫사랑을 찾아주겠다며 여행을 제안한다. 십년 만에 어린 시절의 휴가지 코미야스를 찾아간 디에고는 첫사랑 마르티나(인마 쿠에스타)와 재회해 새로운 로맨스를 꿈꾼다. 과보호 속에 사는 강박증 환자 훌리안은 정신연령이 비슷한 마르티나의 9살짜리 아들 다니의 단짝이 되고, 한량인 호세 미겔은 주정뱅이 불알친구 바치(안토니오 데 라 토레)와 그의 열아홉살짜리 창녀 딸 사이를 오가며 틀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 한다. 그 와중에 달아났던 신부가 디에고를 찾아오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영화의 제목인 <프리모스>는 스페인어로 ‘사촌’이라는 의미 외에 ‘덜떨어진 놈들’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언뜻 로맨틱코미디로 보이지만, 사실 여자 배우들은 얼간이 같은 이 세 남자의 코믹한 성장 스토리를 완성시
스페인 - 스페인의 세 얼간이 <프리모스> / 최고 흥행작 <토렌테4: 치명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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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주인공 40대 부부 프랑크와 지모네와 담당의사의 면담장면은 거의 8분짜리 롱테이크다. 의사가 뇌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진지하지만 담담하게 검사결과를 전해주는 동안 카메라는 둘의 표정을 살핀다. 이런 와중에도 의사에겐 전화가 걸려와 일상적인 통화가 이뤄진다. 블랙홀에 빠진 부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내 지모네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남편 프랑크의 표정은 소리없이 흔들린다. 프랑크의 병명은 뇌종양이다. 수술은 불가능하고, 남은 시간은 불과 몇 개월이다. 죽음은 여느 영화에서나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지만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영화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Halt auf der freier Strecke)는 특별하다. 언제나 실업자, 이혼녀, 노인 등 소외된 계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다큐멘터리적 극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이번 17번째 영화도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자제력을 잃지 않는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의사, 심리치료사 역은
독일 - 2011 칸이 주목한 시선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 / 최고 흥행작 <코코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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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뒤 정말 좋은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만들며 성장해간다면? 아마 그녀는 어떤 국민적인 영화적 보배가 되리라. 그런데 캐나다는 정말로 국민 여동생 출신의 감독을 한명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스플라이스>와 <새벽의 저주>의 주연으로 잘 알려진 배우 사라 폴리다. 그녀는 80년대 중반부터 이미 TV시리즈를 통해 캐나다의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았고, 이후에는 아톰 에고이얀의 <엑조티카> 등에 출연하며 성인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녀가 연출에도 재능이 있음을 알린 첫 번째 영화는 주연 줄리 크리스티를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만든 <어웨이 프롬 허>였다. 그리고 올해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왈츠를 타고>(Take This Waltz) 역시 캐나다 현지에서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영화는 젊은 여인 마르갓(미셸 윌리엄스)과 남편 로 루빈(세스 로건), 불륜 상대 남자 다
캐나다 - 감독으로서의 빛나는 재능 <왈츠를 타고> / 최고 흥행작 <선생님 라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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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줄라이의 2005년작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을 본 관객이라면 신작 <더 퓨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감이 올 것이다. 약간은 엉뚱하지만 진실한 줄라이의 연출과 각본, 연기가 만들어내는 어떤 감수성 말이다. 그런데 <더 퓨처>는 거 기서 더 나아간다. 어느 30대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더 퓨처>에서는 고양이가 내레이션을 하고,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나오며, 달이 이야기를 하고, 노란 티셔츠가 주인을 찾아 계속 기어다닌다. 이게 무슨 장르의 영화냐고? 말하자면 <더 퓨처>는 어느 한 장르에 넣을 수 없는 영화다. 소피(미란다 줄라이)와 제이슨(해미시 링클레이터)은 30대 커플이다. LA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4년간 동거 중인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과 금전적인 욕구에 연연하지 않는 이 커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미니멀한 직업(소피는 어린이 무용강사, 제이슨은 컴퓨터 전화 상
미국 - 마력의 감수성 <더 퓨처> / 최고 흥행작 <미드나잇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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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건 아니다. 어쩌겠는가. 한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기 위해서는 예술적, 흥행적인 가치 외 수많은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개봉의 기계장치’를 통과하는 일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 잔인한 기계장치로부터 걸러진 7개국의 2011년 화제작들을 여기에 모았다. 미란다 줄라이와 사라 폴리의 신작에서부터, 프랑스 배우 다니엘 오테유의 데뷔작,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스페인 코미디와 계급을 이야기하는 인도영화 등 우리가 알고도 혹은 모르고 놓친 영화들이 여기에 있다. 동시에 각국의 2011 최고 흥행작도 함께 알아봤다.
우리도 올해엔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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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빛의 여행> 그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
[올드독의 영화노트] <빛의 여행> 그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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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0년대 퀴어시네마의 급진적 액티비스트로 출발한 이래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유럽 예술영화계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가 되었다. 트랜스 섹슈얼리티와 욕망의 누선을 자극하는 도착 심리를 앞세운 <내가 사는 피부>는 다중 정체성과 신체 변이, 관계의 교환이라는 그의 80년대적 주제로 회귀한다. 초강력 인공피부를 완성하기 위해 생체실험을 감행하는 의학박사 로버트(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목표는 복수와 상실된 이미지(교통사고로 죽은 부인 갈)의 생환이다. 실험대상 베라(엘레나 아나야)의 신체에 대한 로버트의 집착과 베라의 가려진 과거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 이 복잡한 플롯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핵심으로 근접해간다. 플래시백 구조를 통해 피부가 벗겨지듯 표층 아래 놓인 충격적 과거를 누설하는 이 영화에서 서스펜스와 호러, 멜로드라마, SF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장르의 교배는 점입가경이다. 강간범은 돌이켜 강간당하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로 응징된다. <현기증>
[전영객잔] 남성의 소멸과 여성의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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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완성된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합시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양합니다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튜브와 고화질 영상에 더 최적화 되어 있고 영상 제작자들의 커뮤니티 성격을 띠는 비메오(vimeo) 가운데 선택하면 됩니다. 후자의 경우 무료회원은 일주일에 올릴 수 있는 영상의 크기가 500MB라는 제한사항이 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하기 간단하며, 회원가입 뒤 업로드할 파일을 선택하고 파일이 올라가는 동안이나 올라간 뒤에 제목, 설명, 태그, 공개 여부 등 영상 정보를 입력하면 됩니다. 비메오는 랜덤으로 섬네일 이미지를 지정해주는 유튜브와 달리 직접 업로드할 수도 있으니 본인의 의도와 맞는, 혹은 눈길을 끌 만한 이미지를 지정해봅시다. 유튜브는 페이지 하단에서 위치를 한국이 아닌 곳(예컨대 전세계)으로 설정해야 업로드가 가능하다는 점 주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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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작소] 내 작품, 전세계로 멀리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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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급변하는 최근 정치환경에서도 유난히 큰 변화가 일어날 해이다.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와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또한 이러한 정치의 회오리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화에 대한 정책이 실패라기보다 전무(全無)에 더 가까웠던 탓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기도 하고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포함한 문화 정책의 수장인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의지는 중요해 보인다. 표류하고 있는 영화정책을 바로잡아야 하고 혼탁한 시장환경 또한 개선해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부여된 까닭이다. 올 9월17일 취임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광식 장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만났다. 고대사를 전공한 이력으로 인해 고루한 성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그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연극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 ‘멀티문화인’이었다. 게다가 영화업을 했던
[최광식] “동반성장 발로 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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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지루할 틈 없는 다양한 운동 코스.
2. 층간 소음으로 이웃간에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 방음 매트는 필수.
3.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 게임 속 트레이너의 야멸찬 코멘트.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추위다. 더위는 참을 수 있지만 추위는 정말 못 참겠다. 두 번째는 추운데 운동하(러 가)기. 영하의 날씨에서 조깅하는 것도 싫지만, 얼어붙은 거리를 지나 헬스장까지 가는 건 더 싫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움직이기 귀찮은’ 거지만, 겨울이면 더더욱 움직이기 싫어지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
하지만 이제는 방에서도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시절이 됐다. 거실에 놓인 러닝머신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엑스박스360의 키넥트 전용으로 나온 <유어쉐이프(Yourshape)2012>라는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이 게임을 작동시키는 데도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우선 엑스박스360이라는 게임기가 있어야 하고, 키
[gadget] 한겨울 나의 개인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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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거나 정겹거나. 친숙하거나 낯설거나. 그녀를 보면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만 20년 동안 수없이 가면을 갈아치워온 그녀는 대중을 상대로 기묘한 거리감을 형성해왔다. 최근 몇년만 돌아봐도 그렇다. 아방가르드 룩을 선보이며 자기보다 스무살쯤 어린 남자 아이돌과 <D.I.S.C.O>를 들고 나왔을 때 그녀는 현실보다 먼 곳에서 당도한 미지의 생물체 같았다. 반면 전작 <마마>에서 푸근한 몸매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며 자식을 품에 끼고 도는 억척어미로 분했던 그녀는 현실법칙에 옴짝달싹 못하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파격적인 무대의상도 자기 피부처럼 소화해내는 관록의 여가수. 민낯과 군살로 연기의 디테일을 채우는 허물없는 여배우. 그 사이를 신속히 오가는 엄정화는 여전히 변신의 희열을 대리 경험케 해주는 몇 안되는 스타 중 하나다.
그 엄정화가 이번에는 바로 엄정화 자신으로 분했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가정주부가 <슈퍼스타 K>를 거쳐 ‘성인돌’로
[엄정화] “내 인생이 여기 다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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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게 얼마 만인가. 임진왜란 직전 혼돈과 광기의 시대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맹인검객 황정학, 부정부패 속에서 허우적대며 선과 악을 오가던 <부당거래>의 강력계 형사 최철기, 그리고 의문의 폭발사건을 수사해나가던 중 더 큰 범죄의 실체와 맞닥뜨린 <모비딕>의 사회부 기자 이방우 등 황정민은 그동안 ‘인상만 쓰고’ 살아왔다. 그 모두 연기자로서 황정민이 지닌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게 해줬지만 <너는 내 운명>의 석중처럼 대책없이 티없이 밝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한 팬들도 많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황정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 어두운 영화들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댄싱퀸> 같은 밝은 영화를 기다렸다. 유치하고 가벼울 수 있다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웃고 떠들고 또 울기도 하면서 이렇게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황정민] 웃고 울고 이토록 와닿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