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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은 마치 20피스짜리 퍼즐 같다. 그가 이제까지 맡아온 20여개의 캐릭터를 조각모음하면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형사 강선우라는 그림이 완성된다. 간통 현장을 잡으러 다니다가 수진(박시연)에게 홀려 살인죄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는 “2% 부족한 가제트 형사” 강선우를 분해하면 나오는 가장 큰 조각은 아무래도 <세븐 데이즈>의, 구시렁거리는 게 매력이었던 날라리 형사 김성열일 것이다. 조수 기풍이(이광수)를 구박할 때면 열쇠 수리공에게 “직업의식이 없다”며 면박을 주던 성열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런가 하면 본업에서의 특기를 살려 사업체를 차린다는 설정이나 다른 형사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맨발의 꿈>에서 ‘랑숭랑숭’ 패스를 받아내는 연기를 받아줬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현 동티모르 유일 축구화 리스업자 김영광을 똑 닮았다. 또 ‘저한테 왜 이러세요’ 컨셉은 <우리집에 왜 왔니>의 자
[박희순] 이 남자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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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파멸시키는 위험한 여자. 170cm의 큰 키가 매력적인 황금비율의 신체조건, 특유의 큰 눈동자와 함께 이것은 배우 박시연 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떠올려보자. 그는 <사랑> (2007)에서 주현과 주진모 사이를, <마린보이>에서 조재현과 김강우 사이를 오가며 남자들을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드라마는 또 어떤가. 최근의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강사탕>에서 박시연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는 서점 직원을 연기했다. 물론 ‘털털한 매력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 <커피하우스>(2010)는 잠깐 옆으로 치워놓자. 그런데 <마린보이> 이후 거의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가 또 위험한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시연은 극중 살인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여인 ‘수진’을 맡았다. 어떤 사건(?)으로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박시연] 연기, ‘열심히’ 말고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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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만 보고 부부라고 착각하면 큰일난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과 박시연은 묘한 관계다. 간통 전문 형사 강선우(박희순)는 ‘바람’ 잡으러 갔다가 모텔에서 2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목격자는 선우와 죽은 남자의 아내 김수진(박시연) 둘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용의자로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당황한 박희순과 박시연은 현장을 은폐하기로 결정한다. 의도치 않게 한배를 탄 두 사람의 ‘밀당’이 시작되는 것도 이때다. 사건의 비밀을 간직한 두 사람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박희순, 박시연] 밀당의 고수 연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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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의 전형에 충실하다. 사기를 친 사람이 있고,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으며 또 그걸 쫓는 집단이 얽혀든다. 그런데 이 사기의 품목이 기상천외하다. 바로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시체가 대상이다. 시체를 훔쳐서 달아나는 사람과 그 시체를 찾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졸지에 뒤바뀐 시체가 여기 개입한다. 도대체 시체가 무슨 돈이 되냐고?
시체를 사이에 둔 기묘한 쫓고 쫓기기가 시작된 배경은 이렇다. 연구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가로챈 회사 경영자 김택수 회장. 자신의 몸에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숨긴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을 감행한다. 연구에 모든 걸 걸었던 한진수와 현철(이범수) 일행은 졸지에 해고자가 되자 분을 못 이긴 채 회장의 출국을 방해하려 한다. 그러던 중 한진수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연이어 김택수 회장은 같이 음모를 꾸민 스티브 정(정만식)의 계략으로 사망한다. 한진수의 사고로 뭉치게 된 그의 딸 동화(김옥빈)와 현철은 회
통쾌하고도 씁쓸한 해프닝 <시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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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의 절망과 구원. 이 주제를 지구상에서 가장 잘 다루는 나라는 영국이다. 우리는 켄 로치와 마이크 리의 영화들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이라는 말로 표현해왔다. 세계화의 지옥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 단어는 ‘노동계급 리얼리즘’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배우 출신인 패디 컨시딘 감독의 <디어 한나> 역시 켄 로치, 마이크 리 같은 선배들의 전통을 잇는 영화다.
조셉(피터 뮬란)은 쓰레기다. 덩치가 커서 ‘티라노사우루스’(원제인 Tyrannosaur)라고 불리던 아내가 죽은 뒤 그는 술과 분노의 힘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도망치듯 자선가게에 숨어든 그는 기독교 신자인 점원 한나(올리비아 콜먼)의 기도로 마음을 달래고,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온기를 찾아간다. 한나의 삶도 완벽하지는 않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일상적으로 구타당하던 그녀는 갑자기 조셉의 집을 찾아온다. 두 영혼은 서로를 치유해가지만 조셉은 한나에게 어두운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의 심장에 전이되는 고통 <디어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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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백 마디의 위로보다 침묵이 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세이지: 육지의 물고기>는 침묵과 실천으로 한 소녀의 삶을 구원한 세이지(니시지마 히데토시)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쳇바퀴 돌듯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40대의 한 남자에게 20년 전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정체불명의 기획서가 도착하고, 남자는 과거의 장소로 향한다. 20년 전 그(모리야마 미라이)는 대학생 여행자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즐기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떠난 여행자는 한 마을에서 트럭과 충돌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HOUSE 475’라는 가게에 들른다. 말수는 적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세이지를 만나는 것도 그때다. 방황하는 청춘을 즐기던 그는 세이지의 과묵한 면모에 감흥을 받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학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방학이 끝날 무렵, 가게 근처 동네에 살던 소녀 리츠코가 연쇄살인범에 의해 부모와 왼쪽 팔을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는다. 세이지, 여행자 등 동네
한 소녀의 삶을 구원한 과묵한 남자 <세이지: 육지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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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과 강한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는 사슬도 있다. <그녀가 떠날 때>는 독립적인 이스탄불 여성 우마이(시벨 케킬리)를 통해 터키 여성이 직면해 있는 차별과 폭력의 역사가 얼마나 깊고도 헤어나오기 어려운지를 진중하게 조명하는 영화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우마이는 아들 쳄을 데리고 이스탄불을 떠나 독일의 친정집으로 도피한다. 독일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우마이는 일자리도 얻고 학업도 시작하지만 친정 식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딪힌다. 우마이의 가족들도 사정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터에서 딸을 잘못 키웠다는 수군거림을 목격하고, 결혼을 앞둔 여동생은 언니가 시집에서 도망왔다는 이유로 파혼당한다. 클럽에 간 남자 형제들은 친구들에게 “네 여동생은 걸레”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여성 차별이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기는 얼마나 쉽고, 또 곤경에 처한 여성을 동정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당사자 가족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
터키 여성이 직면해 있는 차별과 폭력의 역사 <그녀가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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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과 <이블 데드>를 동경하며 자란 감독이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데드 앤 곤> 같은 영화가 나올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롤모델이 되었을 걸작들에 많이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 고립된 숲속의 집, 미쳐가는 남편, 그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영락없이 그 두 영화를 연상케 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부인과 외딴 오두막에 사는 남자가 <데드 앤 곤>의 주인공이다. 유명하고 부유한 영화감독이었던 부인 프랭키(캐서린 베이츠)가 지방흡입수술 부작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잭(쿠엔틴 존스)은 인공호흡기에 몸을 의지한 부인과 함께 고립된 집에서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잭에게 이상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자들이 집을 배회하는가 하면, 혼수상태인 부인이 잭에게 말을 걸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괴이한 환영이 잭을 사로잡으며 그는 부인이 자신을 기만하기 위해 코마상태인 척 연기를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보통의 저예산 공포영화 <데드 앤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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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고작 두번뿐이라니. 산드라(캐롤 브라나)는 남자친구와의 모범적인 섹스 생활이 못내 아쉽다. 인생은 한없이 길고 젊음은 유한한데, 당장의 욕망을 해결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만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 그렉(아농드 비나드)과 충동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그렉의 최면 치료를 통해 생애 최고의 오르가슴을 느낀다. 어느 날, 그렉의 전 여자친구 소피가 그렉과 산드라 커플을 찾아온다. 남편과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혼한 소피는 새로 만난 한 커플과 가학적인 성관계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경지의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소피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그렉과 산드라는 그 커플을 찾아간다.
영화를 만든 프랑스 출신인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은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로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고,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해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다소
프로이트의 이론을 따라가는 재미 <교수와 여제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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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감독 정지우 /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 개봉 4월26일
모두가 소녀를 사랑했다.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은교>는 열일곱 소녀 은교(김고은)를 두고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이야기다. ‘위대한 시인’으로 불리는 70대 노인 이적요(박해일)는 우연히 알게 된 은교에게 사랑과 욕망의 감정을 느낀다. 한편 이적요의 그늘에 눌려 있던 제자이자 소설가 서지우(김무열)는 은교를 통해 스승을 향한 열등감을 극복하려 한다. <은교>는 <모던보이>로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정지우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이다. 30대의 모습을 지우고 영화 내내 70대 노인으로서의 농축된 삶을 담아낼 박해일의 모습이 첫 번째 궁금증이라면, 오디션을 통해 <은교>의 제작진이 발굴해낸 새로운 얼굴, 은교 역의 김고은에 대한 호기심이 그 뒤를 잇는다.
[Coming soon] 모두가 소녀를 사랑했다 <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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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이 부통령이 되면 세상이 멸망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그녀를 동정하게 됐다면 믿을 수 있을는지. 최근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HBO>에서 방영된 영화 <게임 체인지>를 본 시청자와 평론가들의 반응이다.
<게임 체인지>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화제를 모았던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당시 정계 무명이었던 알래스카 주지사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벌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것. 존 하일먼과 마크 핼퍼린이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제이 로치가 연출, 대니 스트롱이 각색했다. 줄리언 무어가 세라 페일린 역을, 에드 해리스가 매케인을, 우디 해럴슨이 캠페인 전략전문가 스티브 슈미트를 연기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무어는 코미디언 티나 페이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에서 풍자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던 페일린을 보다 인간적으로 표현해 큰 호응을 받았
[뉴욕] 인간적인 세라 페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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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건축학개론> 건축학의 기본
[정훈이 만화] <건축학개론> 건축학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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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부도덕한 간통을 바라보는 시각과 아찔한 일탈을 꿈꾸는 한 남자의 숨겨진 본능을 담은 '간기남'은 오는 4월 11일 개봉한다.
[영상인터뷰] ‘간기남’ 박희순 박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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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선 상위 1%의 귀족과 무일푼 청년이 우정을 나눕니다. 저도 상위 1%의 남자와 진하게 우정을 나누고 싶어요.
A. 가진 거라곤 지병뿐인 서른 넘은 여기자가 어떻게 상위 1%의 남자와 우정(을 가장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어쨌든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전화해 ‘엘리트 계층을 위한 스페셜 서비스, 노블레스 서비스’에 저도 가입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요즘은 서른둘, 늦은 나이도 아니에요. 그런데 올해가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요.” 기본정보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등급이 매겨지는 오묘한 체험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상위 1%의 남자와 제가 엮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듀오의 이명길 연애강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데 불가능은 없죠. 로또복권 2등 당첨 정도의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1등은 너무 허무맹랑한 꿈인 거죠. 이명길 연애강사님의 조언은 그러나 새겨들을 만했습니다. 남자
[Cinepedia]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선 상위 1%의 귀족과 무일푼 청년이 우정을 나눕니다. 저도 상위 1%의 남자와 진하게 우정을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