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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피조물>의 깨달음을 얻은 로봇 ‘인명’은 지난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트레일러에도 등장했다.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던 녹슨 로봇이 한 소녀(심은경)의 피아노 연주로 깨어나게 된다는 내용으로 독특한 컨셉과 영상이 눈길을 끌었는데, 사실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이 이제야 개봉하게 된 것. 컨베이어 벨트에서 만들어진 공산품이 종교적 열반과 등가를 이룬다는 파격적 설정의 <천상의 피조물>은 영화사의 오랜 테마를 신선하게 변주하고 있다. 늘 장르를 옮겨다녔던 김지운 감독으로서는 첫 번째 SF 장르의 시도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 미국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의 후반작업 중인 그가 다시 그 로봇을 만나기 위해 급히 귀국했다. 김지운 감독과의 인터뷰는 제작발표회가 열린 지난 3월12일에 이뤄졌다.
-워낙 오래전 작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겠다.
=2006년 6월경 크랭크업했으니 무려 7년 전이다. 영화 속 김규리가 그때는 김민
“현대 기계문명의 대립지점에 불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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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시각과 도전적인 필력으로 한국영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줄 차세대 비평가를 찾습니다.
1996년 제1회 영화평론상 공모에서 염찬희, 이명인, 97년 제2회 이상용, 김의수, 98년 제3회 심영섭, 99년 제4회 권은선, 2000년 제5회 김소희, 정지연, 2001년 제6회 유운성, 손원평, 2002년 제7회 변성찬, 정한석, 2003년 제8회 정승훈, 김종연, 2004년 제9회 남다은, 김혜영, 2005년 제10회 김지미, 안시환, 2006년 제11회 이현경, 이창우, 2007년 제12회 송효정, 2008년 제 13회 이지현, 2009년 제14회 송경원, 2010년 제15회 김태훈, 오세형, 2011년 제 16회 이후경, 김효선을 차세대 영화평론가로 뽑은 바 있는 <씨네21>은 올바른 영상문화 정착을 위해 깊이있는 국내외 비평가들에게 고정적인 비평 지면을 할애해왔습니다. 그동안 배출된 비평가들은 현재 <씨네21>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의욕적으로 활동
제 1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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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년 만에 완성된 프로젝트다. <인류멸망보고서>는 김지운,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SF 옴니버스영화다. 광우병 좀비는 서울을 잠식하고, 로봇은 열반에 이르고, 지구는 당구공과 부딪혀 멸망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냐고?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시네필적인 두 감독은 충무로에서 거의 멸종된 장르를 각자의 방식으로 되살려냈다.
SF 장르문학에서 앤솔러지(Anthology: 단편모음집)는 꽤 인기있는 형식이다. 호러나 스릴러 장르문학에서도 앤솔러지는 차고 넘친다만 한국 SF 문학팬들에게 앤솔러지는 단순히 좋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건 단편 하나에도 장편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쏟아붓는 SF문학의 특징 덕분이기도 할 것이고, 다른 장르문학과 비교해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온 SF문학의 입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 SF 단편집 <크로스로드>는 “장르문학시장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SF의
인류의 미래가 궁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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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지방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한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고 울부짖지 않았고, 대응이 늦는다고 정부를 성토하지도 않았다. 그저 폐허가 된 집터에서 남은 옷가지를 챙기며 묵묵히 복구에 들어갈 뿐. 한국인들은 여기에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반응했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부정적으로 놀라워했고, 어떤 이들은 “우리도 저런 것은 배워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놀라워했다.
일본인들의 이 놀라운 침착함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따르면, 이른바 ‘메이지 유신’은 일본사회를 철저히 근대화하였으나, ‘존왕양이’라는 구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방식은 매우 복고적이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시민계급이 ‘아래에서부터’ 만들어낸 개혁이 아니라, 기업가로 변모한 사무라이와 돈으로 사무라이를 산 상인들의 연합세력이 ‘위에서부터’ 만들어낸 개혁이었다.
루스 베네딕트는
[진중권의 아이콘] 냉정과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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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눈'은 윤석화의 25년 만의 스크린 복귀 작품으로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던 엄마 '순옥'이 암 선고를 받고 가족과 이별을 맞이하는 마지막 봄날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오는 4월 26일 개봉한다.
[윤석화]‘25년 만의 스크린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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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식 뒤풀이. 김동원 감독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소식을 안주 삼아 후배 감독들에게 연거푸 술잔을 건넸다.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와 임대 계약만 남겨두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정말?’이라고 속으로 되물은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디스페이스는 영화계 안팎의 후원자들을 모아 극장 물색에 나섰지만, 계약 성사 직전에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여러 차례 겪었고, 이 때문에 개관 시기 또한 애초 예정보다 5개월 가까이 늦춰졌다. 인디스페이스의 부활이 연기되면서 가장 애가 탔던 이는 다름 아닌 민간독립영화전용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원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낮부터 “커피 마실 거면 소주 마시자”고 선술집으로 끌고 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느라 쑥 빠진 아랫니 사이로 극장 문을 열기 전의 설렘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부담이 들숨과 날숨처럼 수시로 교차했다
[김동원] “상영관, 문화적 소통 공간, 사회적 발언의 거점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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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독(DOCK) 사운드 시스템 시장은 과거에 견줄 바가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에 수많은 제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쇼핑의 즐거움이 아닌 갈등으로 몰고 갈 정도. 이런 치열한 시장 상황 속에 삼성도 슬쩍 발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오디오도크(DA-E750)라 불리는 이 제품은 일반적인 독 사운드 시스템과 다르다. 일단 피아노 마감의 외형이 범상치 않다. 윗면을 보니 오른쪽은 컨트롤 패널인데 왼쪽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 다름 아닌 진공관.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사운드 마니아의 본능에 부합되는 제품이란 소리. 놀라운 것은 멀티 독 시스템. 올 셰어 플레이로 갤럭시 시리즈와 연결되며 에어플레이로 애플 제품도 연결된다는 것. 애플과의 소송은 소송이고 시장은 시장이라는 논리다. 소리는 동급의 제품들 중 우수한 편이지만 진공관다운 소리는 아니다. 문제는 800달러에 이르는 가격. 쉬운 제품은 아니다.
[gadget] 사운드 마니아여,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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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레티나 디스플레이, A5x프로세서, 500만 화소 카메라
특징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아이패드
새로운 아이패드가 출시됐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무려 2048×1536의 해상도를 가진 새로운 아이패드의 이름은 ‘뉴아이패드’. A5x의 CPU는 듀얼코어로 기존 아이패드 사용자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 제품이다. 후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붙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새로울 게 없지만 애플 사용자들에게는 일종의 혁신이다. 16GB부터 시작되는 용량은 이전 모델과 같고, 가격 역시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책정되었다. 기존 사용자들을 물먹이는 애플의 가격정책은 그대로란 소리. 뉴아이패드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고해상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기본 화면에서부터 웹서핑, 동영상 보기에 이르기까지 높은 해상력을 바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제품과 차이가 난다. 쾌적한 웹서핑에서 느껴지는 듀얼코어의 위력도 두드러진다.
사실 뉴아이패드의 등장은 이전과
[gadget] 애플 매직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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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채플 시간, 내 옆자리는 하필이면 음대생 무리의 차지였다. 커다란 첼로 가방이나 앙증맞은 관악기 케이스를 들고 다니던 그녀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악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주눅들게 하기 충분했건만 머릿결은 왜 그렇게 눈부시던지…. 종아리는 또 어쩜 그렇게 날씬하던지…. 채플 시간만 되면 나는 벽난로를 청소하고 난 복장으로 파티 가는 이복 언니를 배웅하는 신데렐라처럼 처참하고 초라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피부, 몸짓, 표정, 가진 물건… 그녀들과 관계된 것이라면 어느 하나 부럽지 않은 게 없고, 대단해 보이지 않는 게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건 프라다 백팩. 사이즈는 각기 달랐으나 색깔도 모양도 똑같은 명품 백팩을 등에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 음대생 무리를 선망의 눈길로 지켜보기를 한달여. 나는 큰맘먹고 남대문의 어느 가방 가게를 찾아가 진품과 똑같다는 짝퉁 프라다 백팩을 샀더랬다. 주인 아저씨가 (‘프라다’ 아닌)
[fashion+] ‘프린지’ 백팩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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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여자를 ‘약 올리던’, 현재의 어리고 능력있는 여자 은채. 고준희가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선 좀비로 활약한다. 큰 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톡톡 튀는 사고방식은 고준희를 규정하는 일차적인 요소이지만, 아직 그녀의 정체를 모두 파악했다고 하기엔 이르다. 고준희의 멋진 스타일에 가려진 많은 것들을 되짚어본다.
-<건축학개론>의 반응이 좋다.
=놀랍게도 난 아직 못 봤다. 부모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다 봤는데 나만 아직이다. 새벽부터 매일 드라마 촬영의 연속이었다. <인류멸망보고서> 시사회에도 아침에 드라마 촬영 끝나고 바로 넘어온 거다. 얼른 나도 봐야 하는데. (웃음)
-tvN <일년에 열두남자>의 ‘탄야’는 사랑과 섹스에 개방적인 역할이다. 덕분에 고준희란 배우까지 탄야처럼 자유분방한 여자라는 이미지에 일조했는데.
=오종록 감독님과 <건빵선생과 별사탕> 때 함께했는데
[고준희] 꽃봉오리를 기다리며 조금씩,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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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5월5일, 6일, 12일, 13일
장소: 청계천 광통교 일대
문의: www.sfac.or.kr
올해의 청계천축제가 ‘파란만장’이라는 타이틀로 5월5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제목처럼 파란만장한 서울시의 역사를 되짚어볼 예정이라고 한다. 그 자체가 서울의 역사라 할 청계천에서,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드러난 환경 파괴, 빈부 격차, 노동 환경 등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이 함께 참여해 설치미술,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게 된다. 서울의 랜드마크라 할 청계천이 예술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될 것 같다.
지난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초연 이후 또 한번의 무대를 선보이는 <풍경2012-천변천변>은 청계천 광통교 일대의 특정 공간에서 청계천변에 담긴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수집해 주요 모티브로 활용한다. 개천을 놀이터로 삼아 노는 어린이들, 빨래터에서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어머니들, 엿장수와 뻥튀기 장수 등으로 힘차게 삶을 이어
[아트인서울] 청계천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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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슈퍼스타 K>를 거의 보지 않은 입장에서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생각보다 좋은’이나 ‘기대 이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가능성’이란 말을 더해도 좋다. 어설퍼 보이면서도 확실히 사람을 잡아끄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다만 뒤늦게 들어본 데모에서 ‘소박한’ 몇몇 버전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거나, 버스커 버스커가 아니라 ‘장범준과 아이들’처럼 보인다는 건 밴드로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초반부는 그들이 맞나 싶을 만큼 곱고 차분하다. 중·후반에 이르면 <이상형> <전활 거네> 등 <슈퍼스타 K> 시절로 돌아온다. 어쿠스틱 기타가 돋보이는 명랑하고 빠른 스타일. 하지만 그것만 하면 ‘탈락 위기’를 맞을 테니 다른 재주가 필요했을 것이다. 편곡에 참여한 배영준은 이 균형을 만든 인물로 보인다. 그는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나풀거리는 재
[hottracks] 장범준과 아이들의 어설픈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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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장소: 오픈런, 대학로 두레홀 3, 4관 / 6월30일까지, 강남 윤당아트홀
문의: 02-741-5978
코미디의 정석은? 확실하게 웃기기. 그런 면에서 10년째 공연 중인 연극 <뉴보잉보잉>에는 특별한 웃음코드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성기는 일부다처제를 꿈꾸는 남자다. 그는 세 여자와 동시에 약혼했다. 세명 모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스튜어디스들이다. 비행기 취항시간이 다른 것을 최대한 이용, 성기는 달콤 살벌한 연애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약혼녀들의 비행 스케줄이 바뀌면서 성기의 바람행각이 들통날 위기에 처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성기와 고향친구 순성, 가정부 옥희는 고군분투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관객이 불편할 이유는 없다. 바람둥이에 관한 ‘윤리적 딜레마’는 애초에 무장해제되었다. 주인공 성기는 때론 다른 이성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를 대리만족하게 하는 캐릭터다. 동시에 그는 약혼녀들에게 이용당하기도 하고, 친구 순성에게 한방 먹기도 하는
[공연] 한바탕 신나게 웃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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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6월3일까지
장소: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
문의: 02-2014-6900
달팽이처럼 집을 업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 그는 한땀한땀 공들여 바느질한, 천으로 만든 집을 짓고 전시가 끝나면 이를 보쌈해 뉴욕, 런던, 도쿄 등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이야기다. 그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머물렀던 공간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른바 <집 속의 집>이다.
서도호 작가가 천으로 집을 만들고, 그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한채의 집 때문이었다. 서 작가는 어린 시절 성북동의 한옥에서 자랐다. 한국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부친 서세옥 화백이 1974년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본떠 지은 건물이었다. 지금 들으면 누구나 부러워할 얘기일지 몰라도, 근대화의 물결 속에 너도나도 경쟁하듯 양옥 건물을 지어올리던 그 시절 서도호 작가가 느꼈던 어떤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충돌을 경험한 서
[전시] 예술가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