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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하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서 미쳐버릴 지경이다. 뼈마디가 휘어지도록 누군가에게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후련해질까? 책상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햇반과 컵라면과 커피잔과 텀블러들이 나뒹군다. 노트북을 열고 시나리오를 펴놓은 지 10시간이 넘어가도록 커서의 위치는 여전히 제자리다. 아니 저 자리라면 벌써 일주일은 된 것 아닌가? 젖먹던 힘까지 다 끄집어내고, 전 존재를 기울여 타이핑을 해본다. 신부는 형사를 부축해 일어선다. 신부는 형사를 부축해 일어선다. 신부는 형사를 부축해 일어선다. 똑같은 문장을 수십번씩 친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도 아니고… 이러고 앉아 있다.
화면 위의 글자들이 명왕성에서 온 외계어처럼 보인다. 글자들이 난수표처럼 노트북 화면 아래로 뚝뚝 떨어져내린다. 머리를 쥐어뜯고 화장실로 가 찬물을 뒤집어쓴다. 거울에 비친 무능하고 덥수룩한 한 마리의 루저를 온갖 혐오와 비난을 담아 쏘아본다. 넌 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기고 형편없는
[SO WHAT] 제발 좀 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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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다뤄졌지만 두 영화가 계속 머리에 남았다. <레미제라블>과 <라이프 오브 파이>는 각기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영화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요청한다는 점에서 재론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혁명가가 울려 퍼지고 붉은 깃발이 나부낀다. 광장 중앙의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시민군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바리케이드의 정상에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모두 돌아와 있다. 경찰에 사살된 젊은 혁명가들, 슬픈 사랑을 품고 눈을 감은 여인, 외롭고 고단한 생과 마침내 작별한 장발장, 그리고 혁명의 새벽을 지켜주지 못한 시민들까지. (그들이 부르지 않는) 장엄한 노래가 광장을 가득 채운다. ‘들리는가, 민중의 소리가….’ 그들은 모두 듣고 있다는 듯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에토스의 분열에도 <레미제라블>에 사로잡히다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고도 당혹스럽다. 이 장면은 분명히 판타지다. 죽은 자와 부재자의 귀환이라는
[신 전영객잔] 어쩌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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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묻고 조진웅이 답하다
-그동안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역을 많이 맡았는데, 부드럽고 젠틀한 역할을 맡고 싶은 의향은 없나._Hanna Lee(페이스북)
=어떤 역할이 올지 미리 알고 그에 대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역을 맡았을 때, 그 당시 배우가갖고 있는 내적인 것들에 기반해 마음이 쏠리는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마음 가는 재밌는 배역이 있으면 하게 되더라.
독자가 묻고 곽도원이 답하다
-이제까지 본격적인 코믹 연기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코미디영화에 욕심이 있나. _angelyeeun13(미투데이)
=코미디에 대한 무한한 욕심이 있다. 개그맨들을 정말 존경하는데, 그분들은 자신을 낮추고 세상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보며 행복해한다. 나는 그게 배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것 같다.
독자가 묻고 문소리가 답하다
-조진웅, 곽도원, 김태훈, 이제훈씨 중 멜로 연기를 한다면 누구와 가장 잘 맞을 것 같나. _유미성(페이스북)
[분노의 윤리학] 배우 그리고 친구 사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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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의 이 대사는 <분노의 윤리학>의 다섯 등장인물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살인자 주제에, 스토커 주제에, 바람 핀 주제에, 남들 등쳐먹는 주제에,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남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을 ‘다 같은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었다. <분노의 윤리학>은 베테랑 배우 문소리, 곽도원, 조진웅, 김태훈과 청춘스타 이제훈이 선보이는 5인5색 ‘악인 캐릭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영화다. 장면마다 배틀을 벌이듯 서로 충돌하고 엉켜들며 캐릭터의 색깔을 사수하던 네 배우를 한자리에 불러모았다(군 복무 중인 이제훈은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등바등 싸우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인간적으로 너무 친한” 네 배우들의 수다는 두 시간이 훌쩍 넘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네 사람 모두 같은 소속사지만, 평소에도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분노의 윤리학] 배우 그리고 친구 사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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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3월, 내가 가장 기대하는 영화는 제주 4.3 항쟁을 다룬 오멸 감독의 <지슬>이다. 한 사회 공동체에는 가능한 많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이 되어야 하는 사건들이 있다. 극단적 폭력성이 악랄한 사건일수록 다양한 예술작업이 후속되어야 한다. 예술은 ‘사건’의 가장 후미진 경계까지를 보듬으며 인간의 치유에 관여하는 숙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 항쟁’, 가장 가깝게는 ‘용산참사’ 같은 ‘사건’들은 그러므로 더 충분히 더 적극적으로 예술이 되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착각)하는 사건들에 대한 충분한 공유와 다양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과거의 사건은 너무도 흔히 현재의 사건으로 폭력적 재발을 감행하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지슬. 제주 방언으로 ‘감자’라는 뜻의 이 영화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가슴이 뭉클했다. 제주는 4.3의 트라우마가 현재형인 곳이다. <지슬>의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슬>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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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인품으로나 능력으로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우스개를 하던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탈락했다. 대신 명필름 이은 대표가 지난 1월30일 열린 총회를 통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됐다. 전임 차승재 대표가 3번 연임했으니 6년 만의 새 얼굴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7번방의 선물>이 700만명을 넘기면서 지난해 극장 관객 1억만명 시대의 활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른바 영화계 활황의 시점이다. 제협이 이 시점에서 영화인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 풀어나가야 할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회장직의 바통을 막 이어받은 이은 대표를 만나 각오를 들었다.
-제협 회장으로 선출된 걸 축하한다.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웃음) 영화계에서는 이런 성질의 일을 두고 ‘공익근무’라고 한다. 각자 프로젝트나 할 일이 산더미인데 동료를 위해, 업계를 위해 대신 나서주니 공익근무란 말이 생긴 거다. 차승재 대표가 6년 동안 회장직
[이은] “이제 영화산업 총량의 발전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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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가 헤드폰 시장은 ‘들리는’ 건 기본이고 ‘보이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외부에 노출해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패션 액세서리로서의 기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패션 헤드폰으로 입지를 굳힌 소울 바이 루다크리스나 닥터 드레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다 보니 기존의 헤드폰 제조 업체들도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다.
유럽 헤드폰 시장점유율 1위인 젠하이저가 발매한 모멘텀 블랙 역시 ‘보이는 헤드폰’을 지향하려는 작은 시도다. 검은색 가죽의 깔끔한 디자인과 함께 레드 스티칭으로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다. 세련됨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오버하지는 않는 것이 이 제품의 매력이다. 헤드폰의 기능성을 우선시해온 젠하이저의 고집이자, 너무 튀는 건 싫은 보수적인 소비자층에 어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가격은 50만9천원. 2년간 국제보증기간이 제공된다.
[gadget] 보이는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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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158.6×83.2×9.9mm
무게
210g
특징
1. 현존 최대. 5.9인치 풀 HD IPS 디스플레이.
2. 1300만 화소의 카메라. 적절한 해상도.
3. 반원 모양의 둥근 외곽. 그립감이 아주 좋다.
4. 잠금해제와 스크롤이 가능한 후면 터치 패드. 크기의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5. 번들 이어폰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훌륭한 이어폰.
6. 화면 이동 없이 한번에 사용하는 화면분할 UI.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등장할 즈음, 누군가가 말했었다. 이제 휴대폰 하나로 모든 걸 다 하게 되는 시대가 왔다고.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검색도 하게 될 거라고. 말하자면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폰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화장실에서 휴지로 밑을 닦을 때만 내려놓는 무언가가 된 지 오래다. PC의 페이지뷰보다 모바일 페이지뷰가 10배가량 많다니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 팬택의 베가
[gadget] 식스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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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관련되었다고 믿고 싶은 것들이 사실 그 무엇보다 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취향이 그럴 텐데, 마치 타고난 어떤 것인 양 포장되곤 하지만 돈이 가져다주는 ‘구매 가능함’의 너른 정도가 경험의 폭을 결정짓고, 결국 취향이라는 모호한 무엇을 형성한다. <디자인의 탄생>은 18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 주요한 디자인의 특징들을 순례한다. 당연히 도판 자료가 풍부하고, 글과 이미지는 서로 호응하며 시간을 다음 페이지로 밀어낸다. 그리고 디자인이 탄생하고 변신하고 진화하는 매 순간, 자본과 생산성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대중의 취향에 관여하는지를 꼼꼼하게 드러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 미란다 프라이슬리가 패션을 무시하는 앤디 삭스에게 패션에 대해 일침을 가하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이 책은 그 한마디를 지적으로 다시 경험하게 만든다.
이 책이 디자인이라고 통칭하는 세계가 워낙 드넓다보니, 영화 세트 디자인도 도마에 오른다. 독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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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는 이렇다. 언젠가부터 다녀온 사람 찾기가 드물지 않은 카우치 서핑은 타인의 살림집에서 말 그대로 카우치(소파) 신세를 지거나 방 한칸을 얻어 쓰는 여행 방식이다. 인도부터 유럽, 미국까지 카우치 서퍼들의 집으로 찾아가 며칠씩 지내고, 마찬가지로 내 집을 해외의 여행객들에게 오픈할 수도 있는 방식이라서 배낭여행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부터 수개월까지 집을 렌트하는 장기 체류 여행도 인기인데, 서울 월세살이를 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서울에서 한달 집 얻을 돈이면 피렌체, 베를린, 파리에서도 한달 집 얻기는 힘들지 않다. 그리고 국내 여행에서는 이른바 게스트하우스 여행이 인기다. 특히 혼자 떠나는 사람에게 인기가 좋은데, 하루 숙박비 2만원이면 침대 하나와 아침식사를 주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침대 하나를 빌린다는 것은 거실과 욕실 등을 함께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러다보니 혼자 떠난 사람들은 그 공용 공간에서 술벗, 말벗을 찾기도 한다. 서울 북촌에도, 지
[도서]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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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17일까지
장소: 갤러리로얄
문의: art.royaltoto.co.kr
화가 황세준의 그림은 피로하다. 불안하고 음하다. 그가 담고 있는 풍경 속 사람들의 행색이 그렇고 그들이 서 있는 풍경 또한 그렇다. 그림에선 활달하게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라, 피로하여 잠시 잠적할 곳을 찾는 느낌이 묻어난다. 환한 빛은 없지만 그림자를 뿜어내는 흐린 공기는 회색과 푸른색으로 온도를 만들어낸다. 황세준의 그림에서는 자유가 느껴진다. 콕 집어 무어라 명명하기 힘든 대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화가가 그린 풍경은 모두 길 위에 있다. <정처>라는 그림 속의 사람도 길에 있고, <오후의 나무>도 뒤꽁무니를 뺀 버스 옆의 길 가운데의 나무를 비춘다. <귀대 터미널 풍경>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군인들이 있고, <버스, 벗>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도로가 있다.
황세준은 그림만큼이나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졌다. 전시 때
[전시] 길 위에서 만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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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19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문의: www.artacrossamerica2013.com
미술 앞에 국가의 이름을 붙여 쓰는 일. 그러니까 ‘미국미술’. ‘한국미술’, ‘일본미술’이라는 단어로 미술을 범주화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미술의 만남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삼을지부터 논쟁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미술 300년전>은 ‘이것이 미국미술이다’라는 선언 못지않게 제목부터 부담스럽다. 아니 고집스럽다고 해야 하나. 전시는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300여년 동안 제작된 미국미술을 총망라한다. 공평한 백과사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미술이 미국이라는 국가와 관계맺어온 각고의 여정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별하여 보여준다.
전시구성의 1부인 ‘아메리카의 사람들’에선 유럽에서 건너온 18세기 탐험가, 개척자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아직 여기 미국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하더라도 자신감과
[전시] 신대륙 발견부터 오늘날의 미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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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나카시마 미카의 새 앨범에는 영화/드라마 삽입곡이 절반 가까이 들어있다. 이건 각 영화/드라마의 분위기에 맞춘 상이한 노래들이 한장의 앨범에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각 장르의 클리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난 아직 ‘앨범’이 가진 가치를 믿는다. 그냥 이 노래 저 노래 모아 앨범을 낸다면 그게 ‘멜론 차트 100’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도입부는 좋았다. 한국 발라드의 매력과 비슷하다. 전개에 있어 미국식 팝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지만 무작정 따라가진 않는다. 특화된 국가적 이미지가 있고 고유한 자기표현이 있다. 세계를 설득하기 전에, 가지고 태어난 유전자와 습득한 방식으로 특별한 노래에 다가간다. 그러나 감성 충만한 가수도 가끔은 솔 충만을 원한다. 의욕은 이해되지만 결과에는 정돈이 없다. 중후반 과하게 경쾌한 노래가 흐를 때면 초반부의 아련한 인상이 그리워진다.
[MUSIC] 추억 한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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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이 아니라 무슨 1인극을 보는 듯했다. 배수빈은 사진기자의 주문에 맞춰 뚝딱 광대 하선이 됐다가 금세 광해가 됐다. 턱을 아래로 쭉 당겨 호탕하게 웃을 땐 영락없는 하선이었고, 두눈에서 장난기가 싹 걷히면 영락없는 광해였다. 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 모든 표정을 만들어냈다. 턱 전체를 덮은 무성한 검은 수염도 썩 잘 어울렸다. 사실 이날 배수빈은 인터뷰에 두 시간 넘게 늦었다. 인터뷰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스튜디오로 달려온 그는 충분히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는 자신이 놓쳐버린 두 시간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뷰 내내 배수빈은 집중력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채 앞에 앉은 상대를 대했다. 어쩌면 배수빈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2월23일 첫선을 보이는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서 배수빈은 김도현과 함께 광해/하선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연극 연습 기간 동안 매일 오후
[배수빈] 고루하게 늙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