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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의 두 번째 영화 <건축학개론>에 대해 쓰려고 한다. 다들 재미있게 보지만 내 주변에선 남성 관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뜨뜻미지근한 여성들의 반응이 좀 흥미로웠다. 남성은 여성의 판타지에 대해, 여성은 남성의 판타지에 대해 늘 야박하게 군다. <건축학개론>의 경우엔, 그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한가인의 드라마 출연작 <해를 품는 달>과는 정반대의 환상을 품고 있다. 특정할 수는 없으나 몇몇 사석에서 만난 여성들은 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남성 판타지적 속성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었다. 그녀들이 리얼리스트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남자들은 <해를 품은 달>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다.
일부 여성들이 제기하는 <건축학개론>에 대한 반론의 근거는 이렇다. 첫사랑 여인이 15년 뒤에 남자를 찾아온다는 설정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건 여자를 몰라서 그렇다는 요지다. 여성들이 지적하는
[전영객잔] 모든 환상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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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선의 왕'은 조선 15대 왕 광해군의 숨겨진 비밀을 소재로 한 사극이다.
[영상 인터뷰] 조선의 왕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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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작 KBS 드라마 <웨딩>을 되돌아보자. 맞선으로 결혼한 부잣집 고명딸 세나(장나라)는 남편의 오랜 친구며 첫사랑인 윤수(명세빈)로 인해 속을 태운다. 자기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혼으로 도피하려는 세나는 열쇠를 돌려주러 간 남편의 아파트에서 윤수의 방문을 받는다. 이미 들어왔으면서 “들어가도 돼요?”라고 묻는 윤수는 “그럼요 들어오세요. 우리집도 아니고…” 말꼬리를 흐리는 세나에게 굳이 “네…”라고 대답한다. 전작들에서 운명적인 첫사랑의 신화를 써내려간 오수연 작가지만 보다시피 <웨딩>에선 운명론의 비호를 받던 청초하고 순수한 첫사랑 그녀의 균열을 알렸으며 또 성장시켰다. 이쯤 되면 첫사랑 신화가 무슨 힘이 있을까 싶은데… 한류 타깃인지 KBS <사랑비>는 첫사랑을 다시 호출했다. 윤석호 감독은 매 순간을 아름답게 박제하려 애쓰며 극본은 데칼코마니와 도돌이표 같은 극 구조로 운명이라는 리듬을 부여한다.
70년
[유선주의 TIVEW] 첫사랑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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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는 1991년 결성되었던 남북 단일 탁구팀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는 5월 3일 개봉한다.
[배두나]"양궁보다 탁구가 훨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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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1986 시 <유리닦는 사람>으로 등단
1995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발표
200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동인문학상 수상
2003~현재 소설 <참말로 좋은 날> <지금 행복해> <인간적이다>,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시인으로 출발한 소설가 성석제의 이야기 샘은 20년이 넘도록 마른 적이 없다. 그는 때로는 칼럼니스트로, 때로는 문학집배원으로, 때로는 인터넷 연재작가로 종횡무진해왔다. 그렇게 소설의 안팎에서 그의 글은 무위의 잡담(雜談)으로서 우리의 심심함을 달래주었다. 하여 간만의 장편 <위풍당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잡담을 청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종일 하늘은 맑았고, 라디오에서는 선거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의 재담은 봄바람보다 청량했고, 개표결과보다 예측불가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성석제] 가벼움의 함량, 웃음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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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3D TV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안경까지 써가면서 TV를 볼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소형 프로젝터를 사는 게 훨씬 유용하지 않을까. 최근 프로젝터의 성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옵토마의 LED 프로젝터인 PK320은 그 명확한 증거다. 가로 12cm, 세로 7cm, 높이 3cm, 무게는 겨우 235g. 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프로젝터는 최대 136인치의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고, 100 안시루멘의 밝기와 3000:1의 명암비를 자랑한다. 흰 벽만 있다면 어디서건 선명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말. jpg, bmp, avi, wmv 등 다양한 이미지와 동영상 파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노트북 없이도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해 비즈니스용으로도 훌륭하다. 65만원.
[gadget] 잘 키운 프로젝터, 3D TV 안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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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포스와 광선검을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다니. Dreams come true.
2. 레이싱과 댄스, 다스베이더와의 일대일까지. 본편만큼 재미있는 미니 게임들.
3. 운동, 된다. 한번의 전투만으로도 티셔츠가 축축이 젖는다.
4. 층간 소음으로 이웃간에 험한 꼴 보게 될지도 모른다. 방음 매트 필수.
5. 초기 비용이 좀 든다. 엑스박스360뿐 아니라 키넥트는 필수.
태초에 <스타워즈>가 있었다. 마블의 주인공들이 할리우드를 점령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1977년 개봉했던 조지 루카스의 이 야심만만한 걸작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소년들뿐 아니라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었던 SF의 클래식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포스와 광선검의 위용을 본 이들은 한번쯤 <스타워즈>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꿨을 것이다.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었으니 그냥, 꿈만. 그 꿈을 조금이라도 실현시켜주기 위해 이제껏 참 많은 시도가 있었다. <스타워즈>를 기반
[gadget]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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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폭력이 지배하는 무법의 폐기물 매립지, 여자는 그곳에 ‘쓰레기’로 내동댕이쳐졌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쫓기는 몸이었다. 사채업자들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불안과 공포는 그녀의 일상을 잠식했고, 밤마다 악몽의 연속이었다. 머리끄덩이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여자는 거처만 알아낼 수 있다면 자신을 빚쟁이로 만든 아버지를 정말 죽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 유혹에 시달리던 시점, 여자는 뜻밖의 만남 덕분에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 그녀는 그 회사의 계열사인 건설업체의 모델하우스로 견학을 갔고, 구원의 손길과도 같은 하나의 장면과 마주쳤다. 그것은 분양을 앞둔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거실 풍경이었다. 젊은 중산층의 눈높이에 맞춰 차분하고 단아하게 정리된 중형 평형대의 공간, 그곳에 놓인 모든 사물들은 봄 햇살을 닮은 조명 아래서
[design+] 아파트를 가지고 싶었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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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분류해보려 해도, 이병헌은 독보적인 세대다. 그는 최민식을 필두로 한 송강호, 설경구 같은 연기파 배우들과 위치를 공유하지 않으며, 스타성을 토대로 연기성을 구축한 원빈, 조인성 같은 배우와도 공통분모로 엮이지 않는다. 훈련이 아닌 타고난 연기.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스타성. 이 두 가지야말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병헌을 구성하는 단일의 것이자 그의 스크린 장악력을 절대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17주년을 맞은 <씨네21>은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광해군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천민 하선이 가짜 왕의 역할을 하며 벌어지는 팩션사극 <나는 조선의 왕이다>에서 그는 광해군과 하선의 두 캐릭터를 오가는 1인2역의 연기로 촬영에 매진 중이며, 곧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에서 달라진 스톰 쉐도우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기생활 20년 동안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자신을 쌓아두었지만,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뒤돌아본 그 길
[이병헌] 이 배우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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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리얼리티 쇼를 비판하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정글의 생존방식’이란 엔터테인먼트의 비유를 액면 그대로 불러와 긴장의 토대로 삼고 <빅 브러더> <프로젝트 런웨이> <아메리칸 아이돌> <도전 슈퍼모델> 등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지만 반영 이상의 성찰에 도달하진 못한다. 실패한 반전영화처럼 스펙터클을 비판하는 동안 스스로 스펙터클이 되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오히려 산업, 특히 사운드트랙 제작방식에서 관심을 끈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티 본 버넷의 스코어와 ≪Songs From District 12 and Beyond≫란 제목의 사운드트랙 중 후자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신곡들이 담겼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Abraham’s Daughter>, 테일러 스위프트의 <Safe&Sound>를 비롯해 로 앤섬, 글렌 한사드, 마룬 파이브, 니코 케이스 등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사운드트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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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비욘세, 카니예 웨스트, 드레이크 등의 앨범에 참여해온 제프 바스커를 프로듀서로 영입한 것은 ‘힙합 같은 록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펀의 전략이었다. 이 말장난 같은 전략은 ≪Some Nights≫에서 실제적인 성공을 거둔다. 둔탁한 리듬과 멜로디의 조화는 이 앨범을 익숙한 것들을 가지고도 신선하게 들리게 한다. 신선하면서 동시에 듣기 즐거운 앨범이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빌보드 1위 싱글 <We Are Young>은 퀸의 <We Are The Champions>, 킬러스의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이 생각난다. 스포츠와 엮여 감동 백배의 효과를 노릴 만한 약간 거창한 노래. 한편으로는 이색 실험을 가한 앨범이다. 힙합 프로듀서가 동참했다. 그렇다고 랩과 솔이 쏟아지진 않고 연주와 전자음이 적절히 배합된 안정적인 결과물. 간만에 차트에 안착한
[MUSIC] 적절하다 적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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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4월14~28일(매주 토요일)
장소: 아트센터 나비
문의: www.nabi.or.kr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오직 <슈퍼스타 K>의 계절, <위대한 탄생>의 계절이 있는 것만 같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박진영의 넋나간 얼굴을 보는 맛에 종종 ‘보고’ 있기는 한데 ‘탁!’ 하고 귀를 울리는 소리는 없다. 대체 남다른 소리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아트센터 나비가 소리에 미친 사람들을 무대로 불렀다. <소리왕-아트센터 나비 사운드 프로젝트>는 평소 곁에 두지 않았던 낯설고 날선 소리들을 클로즈업해 닫힌 귀를 모처럼 열게 한다. 진귀한 물건을 다루듯 부서진 기계에서 나오는 오작동의 소리에 몰입하는 자, 소음을 채집하는 자, 별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듯한 소리를 연주하는 전자 음악가가 모여 사운드‘왕’의 무한한 면모를 드러낸다. 권병준, 류한길, 모임 별, 미묘, 박주원, 스클라벤탄츠, 진상태, 최수환, 최준용,
[공연] 사운드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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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15일까지
장소: 문화역서울 284
문의: www.seoul284.org
백현진이 그린 <행려도>(行旅圖). 이 그림은 이제 더이상 열차가 오지 않는 서울역 안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역서울 284’라는 새 이름을 얻은 옛 서울역사 안에, 더 들여다보면 <오래된 미래>라는 개관 전시 안에 있다. 전시 속 전시인 <미래로 보내는 기억들>(기획 디자이너 안상수)에는 반복적인 물방울로 잘 알려진 노작가 김창열부터 사진가 배병우의 사진, 시인 최승호, 디자이너 문승영 등의 작품이 남다른 방식으로 걸려 있다. 옛 부인대합실, 1~2등 대합실, 플랫폼과 복도였던 곳이다.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가진 서울역사 내부에 벽을 뚫거나 조명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 그룹 ‘노네임노샵’이 작업을 걸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거나 투광기를 배치하는 등 작품 설치를 함께했다.
백현진의 <행려도>는 화가의 작업실에 있던 이젤 위에 흔들리듯 걸려
[전시] 거기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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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에세이집은 밀란 쿤데라가 살면서 만나고 영향받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해, 단순히 좋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근원적인 의미에서 애착을 갖고 말하고 싶기 때문에 굳이 글로 써야 했던 예술의 이야기다. 밀란 쿤데라 전집 중에는 14번째다(현재 이가 빠진 상태로 <농담>부터 <삶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느림>이 먼저 출간되었다). 첫 번째 글인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1부 ‘화가의 난폭한 몸짓’, 실존 측정기로서의 소설 몇편을 살피는 2부, 아나톨 프랑스에 대한 글부터 라블레와 베토벤을 경유하는 3부와 4부 등 이 책은 회화, 시와 산문, 음악, 그리고 예술의 사회참여를 두루 다룬다. 야나체크의 이름이 하루키의 <1Q84>로만 알려져 안타깝던 차에 7부 ‘나의 첫사랑’은 거의 수호천사를 발견한 기분이 들 정도로 멋지게
[요즘 뭐 읽어?] 불친절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