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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50주기를 맞은 마릴린 먼로를 기리는 대열에 TV도 합류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NBC>에서 2012년 2월 방영을 시작한 TV시리즈 <스매시>(Smash)다. 제목은 ‘대성공, 대박’을 뜻하는 말로, 마릴린 먼로의 일대기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쇼비즈니스의 시각에서 할리우드의 섹시 아이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엔 리바이벌 아니면 영화 원작이 대세야. 왜 새로운 작업은 안 하는 거지?”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려는 작가 줄리아 휴스턴(데브라 메싱)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이 대사는, 전반적으로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쇼비즈니스에 <스매시>가 대담하게 내민 도전장이다. 그렇다고 <스매시>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이 드라마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라고 하면 아마도 “성인 버전의<글리>”라고 말할 것 같다. 오하이오 소도시 출신의 고등학생이 공연을 펼치는 <글리>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팝가수만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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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아에서는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는 감독들이 늘고 있다. 타이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인도네시아의 가린 누그로호, 대만의 차이밍량이 바로 그들이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2009년부터 세계의 여러 도시를 돌며 설치미술 전시회를 열고 있다.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전시회는 타이의 북동부 나콘파놈주의 조그만 마을 나부아를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나부아는 60년대와 70년대 타이 군부의 공산반군 소탕작업으로 무고한 마을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나부아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과부의 마을’에 관한 전설이 오늘날 현실화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양한 예술작업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저술, 사진, 비디오 설치작업, 뮤직비디오, 그리고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방식은 제약이 없다. 63회 칸영화제 수상작인 <엉클 분미> 역시 이 ‘프리미티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그 동안 ‘프리미티브 프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차이밍량의 느리게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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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중단한 채 파손된 상태로 방치된 폐가의 문에서 시작하여, 말끔히 상처를 보수한 통유리 창의 바깥으로 카메라가 빠져나오면서 끝이 나는 영화 <건축학개론>은 건축적으로 구축된 플롯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알려진 것처럼 인물의 관계와 건축물의 축조 과정이 절묘하게 조응하고 있다는 설정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냉소나 격랑 따위의 정서들이 건물 구조를 바꾸어버리는 건축의 감각화도 그리 두드러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도리어 건축학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건축가가 끌어가는 이야기라거나, 집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을 작중 인물의 심리 변화와 연동한다는 표면의 층위를 넘어서는 곳에 있다. 두 주인공의 심리적 정황을 은닉, 심지어 기만하고 점진적으로 내면의 진상을 드러내는 서술 방식이 그러하거니와 시간의 조립과 배열, 교차하는 기억의 국면들을 ‘공간의 시간화’라 부를 수 있는 공감각적 개념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 ‘건축’을 끌어들인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포동에서 온
[전영객잔]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끌어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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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녀는 왜 ‘썅년’이 되어야만 했을까? 사실 <건축학개론>의 이야기는 승민(엄태웅)과 서연(한가인), 그리고 승민의 현재 애인 은채(고준희)가 와인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그날 밤 끝난 것과 다름없다. 서연이 승민에게 넥타이와 함께 넌지시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그날 밤, 승민에게 이미 임자가 있음을 알고 그냥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 넥타이를 선물하는 장면은 어린 승민(이제훈)이 서연(수지)의 집 앞 쓰레기통에 건축물 모형을 버리고 오던 그날 밤과 겹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어른 승민과 서연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정지시킨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과거 첫사랑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어린 승민과 서연이다. 많은 평자들의 지적과 같이 <건축학개론>의 시점은 과거에 맺혀 있다. 현재의 남녀가 첫사랑을 추억하는 이야기란 말이 아니다. 차라리 과거를 불러오기 위해 현재의 남녀를 배치한 쪽에 가깝다. 때문에 이미 멈춰버린 현재의 승민과 서연의 관계는 전혀 궁
[영화읽기] 정말 당신의 추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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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결성되었던 사상 최초 남북 단일 탁구팀의 실화를 영화화한 '코리아'는 오는 5월 개봉 예정이다.
[하지원]"통일과 남북에 관심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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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 은퇴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은퇴한 건축의 삶 또한 예측불허다. 미리 준비를 잘해놓았거나 자기를 돌봐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지만 아닌 경우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죽은 사람처럼 사라진 건물도 세상에 큰 구멍을 남긴다. 언젠가는 메워질 구멍이지만….
그나마 이것은 나은 경우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건물은 조기에 은퇴할 운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다. 손을 보면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는 건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 수명을 못 채우고 사라지는 것이다. ‘멸실신고서’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치면 사망신고서가 그 죽음을 공식화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건축은 사람보다 짧은 삶을 산다.
바람직한 은퇴란 어떤 것일까. 이 역시 사람이나 건축이나 다를 바 없다. 은퇴하지 않는 것이다. 한창때만큼의 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의 쓸모를 확인하며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한 이후에 뭔가 다른 일
[architecture+] 군산의 건축에 은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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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영화제를 개최할 최적의 장소? 인구의 200%가 넘는 사람들이 모바일을 소유하고 있는 홍콩이야말로 모바일영화제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것이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홍콩국제모바일영화제(HKIMFA: Hong Kong International Mobile Film Awards)를 다녀왔다. 거기서 홍콩영화의 미래를 보았냐고? 그보다는 영화의 미래와 홍콩의 야심을 잠시 엿봤다고 하는 편이 좋으리라.
영화는 민주화됐다. 우리의 손바닥 위에는 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놀라운 카메라가 하나씩 놓여 있다. 심지어 이 카메라는 HD 화질뿐만 아니라 온갖 촬영과 편집 관련 프로그램들을 지원한다. 핸드그립 같은 부수 기기 역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맞다. 모바일영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소리다.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을 기점으로 한국의 모바일영화 제작 열풍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모바일 기기의 진화와 함께 영화의 DIY 시대가 시작 첸인
홍콩의 야심은 스마트폰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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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제주만큼 어울리는 곳은 없는데…
<그녀의 연기> 김태용 감독
<뷰티풀>은 ‘아름다움’을 주제로 허안화, 차이밍량, 구창웨이, 김태용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단편 <그녀의 연기>는 공효진과 박희순이 주연을 맡았다. 제주도에 사는 박희순이 병으로 쓰러져 아무런 의식도 없는 아버지에게 가짜 여자친구 공효진을 소개하고, 그녀의 ‘연기’가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제주도의 풍광이 시애틀의 안개를 떠올리게 하고, 말없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서로 언어가 다른 현빈과 탕웨이의 대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짧은 러닝타임에서도 김태용 특유의 정서로 가득 차 있다. 또한 김태용 감독은 같은 기간 중국에서 개봉한 <만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지 기자들로부터 탕웨이와의 작업 등 <만추>에 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어떻게 떠올린
<그녀의 연기> 김태용 감독 / <심플 라이프> 허안화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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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국이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그리하여 심지어 일부 언론으로부터 ‘한국 영화인들에게 주려고 만든 상인가’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 한국 영화인들이 소외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도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감독상과 각본상을, 하정우가 <황해>로 남우주연상, 윤여정이 <하녀>로 여우조연상, 남나영이 <악마를 보았다>로 편집상을 수상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용문비갑>에 참여한 디지털아이디어의 김욱 슈퍼바이저가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 역시 최근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후반작업을 도맡다시피하는 한국 업체들의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 된 의미심장한 결과다. <고지전>의 이제훈은 남우조연상 후보로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다.
수상결과는 아쉬움… 정식 개봉한 김태용의 <만추>는 흥행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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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 유난히 활기차지 않나요?” 홍콩 필름마트(이하 필름마트)와 아시안 필름 어워드(AFA), 그리고 홍콩국제영화제까지 영화, TV, 음악 산업을 한데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홍콩’ 개막식에서 홍콩무역발전국의 레이먼드 입 부총재의 표정은 특별히 더 즐거워 보였다. 물론 해마다 즐거운 행사지만 올해는 그만한 이슈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영화 상영을 연간 20편으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스크린쿼터제를 적용해왔다. 또 외국 제작사들이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영화를 공급할 수 있도록 촉구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에 상관없이 국영차이나필름그룹이 영화 수입을 관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영화업계는 상영편수 제한으로 인해 중국에서 해적판 DVD 유통을 막을 수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사이 2005년 1억5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2010년 15억달러로 5년 사이 10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상하이국제영화제를 찾은 언론재벌 루퍼트
미래는 현재보다 낙관적이다… 홍콩에서라면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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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3월은 영화와 함께였다. 영화와 TV는 물론 음악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필름마켓 ‘홍콩 필름마트’(이하 필름마트)가 지난 3월18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18일에는 6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AFA)가 열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2006년부터 연동된 홍콩국제영화제(HKIFF)도 팡호청 감독의 신작 <러브 인 더 버프>를 개막작으로 36회째를 알렸다. 더불어 홍콩과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찾아온 모바일영화들의 축제인 홍콩국제모바일영화제도 두 번째 어워드를 가졌다. 이렇게 3월의 홍콩은 여러 영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리며 ‘영화 도시’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화려했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그리고 중국 본토로의 진출을 꿈꾸는 세계 영화인들의 관문으로서 홍콩은 그렇게 계속 힘차게 꿈틀대고 있었다. 주성철, 김도훈 기자가 각각 필름마트와 모바일영화제를 찾아 그 기운을 한껏 느끼고 돌아왔다.
홍콩에서 영화의 미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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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과 <고지전>을 보고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훈은 신선한 발견이다.” 그가 옳았다. 아니, 그 누구라도 2011년 최고의 신인이 이제훈이란 데 토를 달 수 있었을까. <파수꾼>으로 사뿐하게 뛰어올라 <건축학개론>으로 멋지게 착지한 이제훈의 지금은 앞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푸르다. 현재 드라마 <패션왕>에서 까칠한 재벌남 정재혁을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제훈의 진짜 매력은 순진한 미소에 있다. <파수꾼>의 19살 기태와 <건축학개론>의 대학 신입생 승민이 풋풋해서 더 아팠던 지난날에서 건져올린 우리의 모습 같았던 것도 그 미소 때문이 아닐까. <고지전>의 어린 중대장 신일영은 또 어떤가. 끝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애록고지에서 서서히 아편에 중독되어가는 그의 모습은 전쟁의 광기와 닮아 있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원래는 생명공학도였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상처 입은 영혼의 순진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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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신기루의 배우가 아니다. 그는 당장 오늘 거리를 걷다가 마주칠 수 있는 구릿빛 피부의 남학생(<완득이>)이자 얼굴은 반듯한데 성격은 다혈질인 빵집 종업원(<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동대문에서 옷감을 들고 달음박질할 법한 젊은 사장님(<패션왕>)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쩐지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그의 생동감은 사극에서도 예외가 없다. 모든 학생들이 꼿꼿이 앉아 있는 성균관 내부에서도(<성균관 스캔들>) 유아인의 걸오는 책상 밑에 일자로 눕거나 담장을 타고 한숨을 돌리는 ‘리얼’한 꼼수를 부린다. 기억 속 한 시절에 존재할 것만 같은, 때로는 소심했고 때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며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던, 좌충우돌 남자아이의 이미지가 유아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모습이다(물론 유아인처럼 귀여운 마스크에 시원시원한 몸매를 장착한 기억 속 ‘그 남자아이’는 없을 테지만). 하지만 그에겐 캐릭터에 현실의 활기를 불어넣는 것
꾸미지 않은 짐승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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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사수, 반복시청, 무한복습을 부르는 얼굴이다. <옥탑방 왕세자>로 돌아온 박유천을 보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사극, 멜로, 코미디를 너끈히 아우르는 그 변화무쌍한 표정이란. 그의 유연한 연기가 조선시대에서 현재로의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축이다. 그는 빈궁을 잃은 슬픔에 빠진 왕세자 이각과 시대착오정신으로 무장한 ‘빨강 추리닝 아저씨’를 능청스럽게 넘나든다. 그뿐인가. “네 이년! 그 주둥이 닥치지 못하겠느냐!”라며 불호령을 내리다 돌연 어색한 높임말을 애교로 승화시키는 비범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기까지 한다. 이렇듯 다양한 가면을 번갈아 쓸 줄 아는 이 마성의 미소년 배우에게 우리는 기꺼이 조련당하길 원한다. 사실 그는 이미 드라마 데뷔작 <성균관 스캔들>로 온 나라의 처자들을 백마 탄 왕자님 판타지에 빠트린 전적도 있지 않은가. 그의 우월한 미모 덕분에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까도남’ 이선준 유생이 사랑을 만나 ‘츤데레’(새침하고 퉁
‘愛’라고 적힌 책갈피를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