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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의 올해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의 책상을 털어라! 1년에 그가 접하는 시나리오만 대략 400~500편. 충무로의 모든 이야기들이 이곳으로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은 열심히 읽는 거다. 해답은 시나리오에 있다.” 배우에게 객관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매니저로 유명한 그의 철칙이다. 그의 일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산같이 쌓인 시나리오를 읽고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고, 그걸 통해 분석안을 내놓는 것이다. “고려 중인 작품이 이병헌이 가야 할 목표와 배합하는지, 논리적 판단은 회사의 몫이다. 배우는 그런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 온전히 연기에 대한 명분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이 철저하게 분업화되어야 한다.”
이병헌뿐만 아니다. 한효주, 한채영, 김민희, 고수, 진구, 배수빈 등 소속사 톱배우들에게 손석우 대표의 이같은 원칙은 차등없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이 BH엔터테인먼트의 배우를 다른 기획사 배우보다
한국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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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의 맛'은 오는 5월 17일 개봉된다.
[임상수]"‘윤여정’, 칸 진출 소식에 차기작은 노개런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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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어느 새벽, 나는 ‘미드’의 블랙홀에 진지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입문작은 <24>였다. 잭 바우어와 매분 매초를 함께 숨쉬며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러다 <24> 속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동기화되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를 24시간 동안 깨어 있게 만든 주인공은 잭 바우어가 아니라 <24>라는 TV시리즈를 만든 사람들, 바로 TV크리에이터들이었다. 크리에이터는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TV시리즈 고유의 크레딧인데, TV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말한다. ‘엘리베이터 피칭’이라고 부르는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파일럿 에피소드 제작, 캐스팅, 시즌 드라마로의 발탁에 이르기까지 크리에이터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최근 TV시리즈의 오프닝 영상을 보면 “created by”라는 문구가 주목도있게 그려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지면은 그래서 준비했다. 첫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코미디의 시작,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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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멋진 악몽>의 홍보차 한국에 온 미타니 고키 감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후 그의 팬이 된 나는 항상 궁금했다. 무리하지 않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도무지 ‘각’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이야기로 그토록 잘 완성된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뭔가 명답을 내놓지 않을까. 하지만 미타니 고키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평범했다. “어떤 이야기를 쓰든 처음에는 무리투성이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것을 계속 만지고 다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날 이후, 좋은 코미디란 그저 반짝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끊임없는 고민에서 비롯된다는 진리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 상당히 좋은 코미디를 만났다.
MBC의 새 시트콤 <스탠바이>는 가상의 방송사를 중심으로 <시사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아나운서, 그 가족들
[최지은의 TVIEW] 캐릭터의 화학작용, 이만큼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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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음악 장르가 있지만 내게는 딱 세개의 장르뿐이다. 배경음악, 실용음악, 기능음악. 이 무슨 폭력적이고 무식한 삼위일체적 분류냐 싶겠지만, 새로운 곡을 접할 때마다 나의 무의식은 음악을 그렇게 구분하고 만다. 나 역시 장르를 존중하고 장르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토록 간단한 음악 3장르 분류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본능을 따라야지.
‘배경음악’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듣는 음악인데, 대부분의 클래식, 보컬이 없거나 리듬이 강하지 않은 재즈 등이 이 장르에 속한다. 이 장르의 특징은 내 주위의 공기를 떠돌지만 간섭하지는 않고, 부드럽게 뇌를 이완시켜주는 음악들이다. ‘실용음악’은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주로 듣는 음악인데 록이나 블루스나 포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팝송이 (몇몇 과격한 음악을 제외하고) 이 장르에 속한다. 한마디로, 뇌를 꽉 조여주는 음악들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쓴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게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혼자 걷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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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은 했지만 표절은 아니다.” 요즘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태권도 스타 문대성의 말이다. 인용과 표절은 전혀 다른 것이거늘 출처도 명기하지 않고 남의 논문을 몇 십쪽씩 그대로 베낀 사람의 변명치고는 너무 당당하게 들린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문대성이 베낀 그 논문조차도 원문이 아니라 짝퉁이었다는 사실. 한마디로 문대성의 논문은 짝퉁의 짝퉁, 플라톤이 말한 ‘시뮬라크라’(simulacra). 한국사회는 이렇게 포스트모던하다.
두개의 돈키호테
‘포스트모던’의 관점에서 문대성의 말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남의 책을 통째로 베끼고도 독창적 저작으로 인정받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생각해보라. 그의 것은 세르반테스의 저작과 문자상으로는 완벽하게 동일하다. 그럼에도 두 저자를 나눠놓는 시대와 장소의 차이(17세기의 스페인과 20세기의 프랑스)가 구두점 하나 다르지 않은 텍스트에 전혀 다른 의미를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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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형사'는 자나 깨나 범인 검거에 매달리는 차형사(강지환)가 사건 해결을 위해 패션모델로 위장하여 런웨이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코미디로 오는 5월 말 개봉 예정이다.
[강지환]"체중 12kg 찌웠다가 13 kg 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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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이것은 제이슨 므라즈의 탓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섹시하면서 감미로운 보컬로 노래를 한다. 굳이 탓을 하자면 이제 네 번째라는 앨범 숫자와 역시 네 번째 평가를 해야 하는 나의 변덕 때문일 것이다. 이 안전 지향적인 앨범을 즐겨 들을 수는 있지만 늘 같은 모습에 처음처럼 후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팝’스타라는 직분(?)에 더없이 충실하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그의 음악은 ‘가요’로 통할 만큼 친숙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전히 예측 가능한 러브송을 들려주지만 허술한 구석은 없다. 또 잘 만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필살 발라드 <I Won’t Give Up> 외에 <93 Million Miles> 같은 힘의 노래도 같이 사랑받길 바란다. 전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노래 한곡에 너무 집중할까봐 약간 걱정된다. 싱글이 너무 뜨는 바람에 조금 지루했던 이름일지 몰라도, 앨범 전체로 보
[MUSIC] 익숙한 그 이름, 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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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12일까지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문의: 02-544-7722
이번에는 광장이다. 광장이 건물 3층 안에 있다면? 그런데 이 광장에 날마다 물을 줘야 하는 연둣빛 식물과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지대, 그리고 세계의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까지 있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을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작가 홍승혜가 만든 광장이 있다. 에르메스 매장 건물 3층에 자리한 전시장에서 열리는 <광장사각>(廣場四角)전이다. 작가는 사각형을 광장의 큰 틀로 구축하고 그 안에 작고 큰 여러 개의 사각-상태를 배치한다. 사각형이 모여 광장 벤치도 되고 길게 쭉 뻗어 쉬어갈 수 있는 바(bar)도 된다. 유난히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창틀을 가진 에르메스 건물 안으로 들어온 홍승혜의 ‘광장’은 색을 배열하는 만큼 다르게 보이는 ‘큐브(놀이)’를 닮았다. 언뜻 건조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군중 없이 조용히 작가의 광장을 거니는 시간은 신선하다.
사각형의 광장도
[전시] 사각의 광장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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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자. 처음에는 어떤 노년의 부인이 웃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턱 아래쪽이 제거되고 얼굴 하단이 홀쭉해지면서 그런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일흔살이 되기 직전에 에버트는 갑상선암에 걸렸고 세 차례의 수술 끝에 입으로는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에버트가 심각한 병에 걸렸고 그 때문에 은퇴했다고 몇년 전에 들었다. 하지만 2012년 4월26일 현재에도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에버트는 하루 전인 25일에 존 쿠색이 주연을 맡은 <더 레이븐: 에드가 앨런 포의 사라진 5일>에 관하여 리뷰를 쓰고 별 두개를 주었다. 그는 영화에 관한 글을 멈추지 않고 있다.
<로저 에버트: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는 그의 자서전이다. 그러고보니 영화평론가의 자서전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한 필자는 이 책의 서평을 쓰며 “에버트보다 훨씬 더 자기도취적이고 준유명인사인 평론가 폴린 카엘조차도 감히 자기
[도서]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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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발전이랄 게 없었던(사실은 굳이 발전이 필요없었던) 마우스 시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터치 마우스 시장의 성장 때문이다. 애플의 ‘매직 마우스’로 대표되는 이 직관적인 마우스는 휠을 돌려주는 것 대신 표면을 슥 문지르는 것만으로 상하좌우 스크롤이나 스와이프(Swype, 손가락을 떼지 않고 문자를 입력하는 기술)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단점도 있었다. 다소 무겁고, 일반 광마우스에 비하면 정확하고 빠른 움직임이 아쉽다는 것. 지금 소개하는 M600도 터치 마우스다. 맥이 아닌 MS 윈도 전용이라는 점과 반응 속도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특히 부드러운 스크롤은 웹서핑이 주목적인 사람에게는 꽤 매력적인 부분이다. 반질반질한 조약돌 같은 외관은 훔쳐서라도 갖고 싶을 만큼이지만, ‘꼭 써야 할 제품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계륵 같달까. 돈 주고 사서 쓰기는 좀 미덥지 않고, 예뻐 보이기는 하고. 경험상 이런 제품은 자신보다는 타인을
[gadget] 만져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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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70.9 x 134.4 x 11.1mm(W x H x D), 4.3인치 LCD, 무게 156g
특징
1. 한곡을 들어도 제대로 듣자.
2. 절구통 몸매의 소유자. 생각보다 훌륭한 외관과 그립감을 보여준다.
3. 와이파이만 있으면 손쉽게 친구와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 물론 같은 기계끼리만.
4. 3G와 카메라 기능은 없다. 스마트폰을 기대하면 안된다.
5. 이게 정말 번들 이어폰이라니.
나이가 들어가는 걸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노화의 체감은 어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 얼마 전의 대화가 꼭 그랬다. 나와 친구, 친구의 중학생 조카와 함께 버거를 깨물다 우연히 워크맨 얘기가 나왔다. 그 조카 녀석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물었다. “워크맨이 뭐예요?” 카세트테이프나 CD를 빗살무늬토기와 비슷하게 인식하는 이 MP3 세대에게 한참을 신나게 워크맨의 위엄에 대해 떠들었지만, 돌아온 건 반쯤 풀린 눈빛과 하품뿐.
아이팟 이상의 혁명이었던 워크맨도 이
[gadget] 본질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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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2년 전부터 수염을 길렀다.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마음에서 수염을 깎지 않고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집어들었던 것도 비슷한 때다. 존경을 한몸에 받는 시인 이적요, 혼자 식은 밥을 물에 말아먹는 노인 이적요, 그럼에도 젊은 육체를 갖고 싶은 남자 이적요.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 <사랑니> <모던보이>에 이어 4번째 장편영화로 <은교>를 선택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 선 이적요의 오랜 침묵과 깊은 시름에 마음이 흔들려서였을 것이다.
-수염은 언제부터 길렀나.
=2년 됐다. 처음엔 정말 지저분했는데, 이제는 바리캉 비슷한 도구도 사서 열심히 다듬고 있다.
-원작을 접한 건 언제였나.
=<모던보이> 끝내고 한동안 멍하게 지냈다. 거의 진공상태였다. 그러다 <이끼> 시나리오를 썼고. 원작을 읽었던 건 지지난해 늦여름께였다. 영화로
[정지우] “원작의 지나친 솔직함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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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매니지먼트 숲(이하 숲)은 전도연을 영입했다. 아니, 전도연이 숲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계약금은 없다. 계약기간 역시 없다. 전도연이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몸값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밀당’하는 건 일도 아닌 이 바닥에서 대체 그런 게 가능하냐고? 공유, 공효진, 류승범, 정일우 등 소속 배우 전부 전도연과 같은 계약조건으로 숲에 들어갔다면 그건 또 믿어지는가. 이 배우들과 숲의 김장균 대표가 싸이더스HQ 시절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앞의 말들이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김장균 대표와 소속 배우들이 ‘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맺어져 있다는 건 분명하다.
김 대표의 ‘사수’가 싸이더스HQ 매니지먼트 전 본부장 박성혜 이사였다. 2001년 “한국사회에서 학연, 지연 없이 능력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술을 못하고 대인 관계가 미숙했던” 당시 그에게 배우들을 관리
양보다 질! 가족처럼 운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