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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과 ‘그 사람’과의 인연은 무려 17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MBC 드라마 <제4공화국>(1995)에서 장광은 노신영 역할을 맡았다. 노신영은 한때 ‘그 사람’의 후계자로까지 지명됐던 인물이다. “당시 전두환씨 역할을 했던 배우(박용식)하고 마주 앉은 장면을 찍다가 고(석만) PD가 갑자기 ‘그만, 스톱!’ 그랬다. 번갈아 찍는데 누가 전두환인지 헷갈린다면서 나보고 실내장면이지만 모자를 쓰라고 하더라.” 3년이 흐른 뒤, 이번엔 ‘그 사람’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장광을 찾았다. SBS 드라마 <삼김시대>(1998)에서 ‘그 사람’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에 드라마는 조기 종영됐고, 이후 ‘그 사람’은 그를 다시 찾지 않을 듯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에서 ‘그 사람’은 그가 아니라 이덕화의 몫이었다. 만약, <26년>이 제때 만들어졌다면
[장광] ‘그 사람’ 대신 나라도 사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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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거다. 어느 날 책장을 돌아보니 고양이 서적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다는 걸. 책이 모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양이 집사로서의 무지를 탓하며 사거나, 남의 집 고양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사거나, 때로는 그냥 예쁜 사진이 들어 있어서라도 산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유독 개 집사보다 고양이 집사들이 이렇게 책을 모은다(확인되지 않은 짐작이므로 애견 책을 열심히 읽는 독자들에겐 죄송하다). 어쩌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높은 열독률은 도무지 그 속을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들의 아리송한 습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모호함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식이라도 쌓을 겸 책을 모으고 있는 고양이 애호가라면 <그림 속의 고양이>는 더없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등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고양이를 어떤 존재로 생각해왔으며 그 모습이 미술사에 어떻게 각인되어왔
[도서] <최후의 만찬> 속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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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3년 1월20일까지
장소: 아트선재센터
문의: www.artsonje.org
수집과 정리를 잘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싶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특히 그렇다. 헝클어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억을 한번쯤은 쭉 어떤 질서로든 눈앞에 데려다가 정면으로 응시하고 싶다. 연말이 되면 앨범이나 스크랩북의 구매가 늘어나지 않을까. 2013년 새 달력을 사기엔 벌어진 사건사고들이 넘치는 12월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신로 오타케는 수집과 정리를 넘어 제 식대로 주변의 상태를 ‘편집’하는 일본 작가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기화된 수집과 정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혼돈의 상태를 정면 돌파하는 콜라주랄까. 그의 이번 전시를 설명할 때 “모으고, 편집하고, 조합하는”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데, 이 세 단어 사이에 놓인 쉼표를 ‘음표’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행하는 일련의 행동을 통해 전혀 상관없는 수집된-요소들은 한데 묶였다가 흩어진다. 이 변화와 축적
[전시] 서울의 풍경을 편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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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귀 기울여 들으면 굉장히 슬픈 동요들이 있다. 노랫말부터 곡, 그리고 노래가 갖고 있는 정서 모두가 그렇다. 9와 숫자들의 새 노래들은 마치 그런 슬픈 동요들처럼 들린다. 동요 <과수원 길>의 일부가 ‘아카시아꽃’에 더없이 잘 어울리게 삽입된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전작에 남아 있던 신스 팝의 기운을 쏙 빼고,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만들어낸 눈물과 위로의 숲.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한번 들었을 땐 지난 앨범에 못 미친다는 생각만 했다. 근데 두번 들으니까 “연체된 마음, 유예된 꿈” 같은 시적인 가사가 달리 들렸고, 그와 상반된 흔한 연애와 일과의 기록에 피식 웃음이 났다. 더 많이 듣자 더 많은 호의가 생겼다. 너도나도 청춘 사운드를 표방하는 가운데, 그들은 청춘을 주장하기 전에 그걸 느끼게 만든다. 그리 아름답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세월을. 그 별것 아닌 이야기에 왜 취하는 걸까. 평범한 척하는 비범한
[MUSIC] 청춘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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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신의 소녀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기
[올드독의 영화노트] <신의 소녀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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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는데 꼭 로맨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그만 여관에서 야간당번으로 일하고 있는 돔(도미니크 아벨)에게 어느 날 저녁 피오나(피오나 고든)라는 낯선 여인이 찾아온다. 맨발에다 차림새도 엉망인 여인은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자신이 요정이며, 돔의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겠노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희한한 방식으로 ‘들이대는’ 피오나를 본체만체하는 돔이지만, 다음날 아침 그토록 원하던 파란 스쿠터가 여관 현관에 놓여 있는 것을 보자 약간은 허술하고 멍한 이 남자는 정말로 그녀가 ‘요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녀는 곧장, 사랑에 빠진다.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희비극 스타일에 무용과 마임을 곁들인 기묘한 연기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브루노 로미 트리오가 2011년작 <페어리>로 다시 뭉쳤다. 전작 <빙산>(2005)과 <룸바>(2008)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이들은 프랑스 코미디영화
소박한 진솔함 <페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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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이하 <가문의 귀환>)은 <가문의 영광>의 주역 쓰리J 가문의 10년 뒤 이야기를 그렸다. 교통사고로 막내딸 인경을 잃은 쓰리J 가문은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하고 장삼건설을 차린다. 하지만 장남 인태(유동근) 대신 사위 대서(정준호)가 사장 자리를 꿰찬 데 불만을 품은 인태, 석태(성동일), 경태(박상욱) 삼형제는 대서가 회사의 주식을 사모은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서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모략을 꾸민다. 한편 대서는 무료급식 봉사를 하다가 만난 복지재단의 간사 효정(김민정)과 사랑의 감정을 키우기 시작한다.
<가문의 귀환>의 가장 큰 관건은 이 작품이 얼마나 새로운 웃음을 줄 수 있느냐이다. 속편을 4편이나 만든 코미디 프랜차이즈물이 겪어야 할 당연한 고비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 <가문의 수난>이 백호파라는 새로운 조직폭력배 가문을 내세워 웃음에 대한 돌파구를
쓰리J 가문의 10년 뒤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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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은 애니메이션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오락실에 줄지어 있던 8비트 게임기 앞에서 ‘insert coin’이라는 반짝이는 문구에 매혹당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겐 (역시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다고쳐 펠릭스> 게임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랄프는 게임 탄생 30주년 기념 파티에서 게임 속 캐릭터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나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랄프는 이제 자신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 되리라 결심하고 자신이 속한 게임을 빠져나와 <슈가 러시>라는 레이싱 게임의 세계로 뛰어든다. 한편 랄프가 떠나는 바람에 <다고쳐 펠릭스> 게임이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게임의 주인공 펠릭스는 랄프를 데려오기 위해 <슈가 러시>를 찾아온다. 랄프는 <슈가 러시>에서 소녀 바넬로피를 만나고, 이들의 정신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오락실의 8비트 게임기 <주먹왕 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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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계의 모차르트’란 별명을 얻은 발란신은 자신이 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쉬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그의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러시아 초연에 실패한 공연은 그의 안무를 통해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호두까기 인형 3D> 역시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호프만 원작의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1816)을 비롯해 알렉상드르 뒤마의 플롯에서 이야기는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원작에 비해 이야기의 초반 전개에 공을 들이지 않은 탓에 영화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예컨대 호두까기 인형의 턱이 부러지는 사건과 쥐마왕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 원작보다 임팩트가 낮다. 대신 영화는 쥐마왕과의 결투장면을 보강하는 식으로 나름의 강약조절을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열아홉살의 메리(엘르 패닝)와 남동생 맥스는 부모 없이 성탄절 장식으로 치장된 집에 덩그러니 남아
인형왕국 여행 <호두까기 인형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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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의 이야기는 시작부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한 아파트 안에서 진행된다. 은퇴한 음악교수 안느(에마뉘엘 리바)와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는 이제 80대의 노부부가 되었는데, 그에 걸맞게 느리지만 우아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안느에게 갑자기 마비증세가 생기면서 부부의 삶은 흔들린다. 수술 뒤 반신불수가 된 안느를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그 역시 위태로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하얀리본>으로 200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하엘 하네케의 신작으로, 이번 영화 역시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를 낚아채며 ‘2012년 하반기의 최고 기대작’으로 언급되었던 작품이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하네케 특유의 잔혹성을 제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과 냉철함을 무기로 관객을 장악한다. 감독은 자신과 30년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설명하는데, 사랑의 정서뿐 아니라 특유의 우아함이 영화에 배어 있다.
한마디로 <
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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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강일(고수)은 3년 전 아내의 죽음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강일이 다른 사람을 구조하던 도중 만삭이던 강일의 아내는 비명 속에 죽어갔다. 시간이 흘렀지만 강일의 죄책감은 조금도 줄지 않는다. 흉부외과 의사인 미수(한효주)는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돌려보냈다가 의료사고에 휘말린다. 미수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병원에서 환자의 남편이 휘두른 칼에 맞은 강일에게 맞고소를 제안한다. 그러나 강일은 미수를 양아치 취급하고 돌아선다. 어떻게든 강일의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미수는 급기야 강일이 일하는 119 구조대 의용대원으로 지원한다.
전반부는 영락없는 로맨틱코미디다. 미수가 벌이는 갖가지 소동들은 <엽기적인 그녀>의 만행 못지않다. 미수는 강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교 위 난간에 올라 자살 시위를 벌이고,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난입(?)해 주먹까지 휘두른다. 헤헤거리면서 연일 사고치는 미수와 뒤얽히면서 강일은 냉동고에 갇혀 목숨을
익숙한 이야기 속의 떨림 <반창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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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한 세기 동안 수십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졌다. 비교적 최근 버전으로는 리암 니슨이 장발장으로 분한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1998)와 제라르 드파르디외, 존 말코비치가 출연한 TV드라마(2000)가 있고,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1995년 버전처럼 원작의 설정을 새로운 이야기에 덧댄 영화도 있었다. 여러 각색물 중에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아마도 뮤지컬 버전일 것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 30여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해왔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이 뮤지컬을 다시 한번 영화적 형식으로 재연한 작품이다. 1985년 런던 초연 이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지휘해온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와 워킹타이틀사,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그 결과 거의 전 대사가 노래로 된 실제 공연 형식을 고스란히 살린 작품이 만들어졌다.
약동하는 민중의 에너지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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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赤毛のアン グリ-ンゲ-ブルズへの道
제작 닛폰 애니매이션 / 감독, 각본 다카하타 이사오 장면구성, 화면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 수입 (주)얼리버드픽쳐스 / 배급 (주)미디어데이 / 개봉 2013년 1월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렇게 시작하는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들으면 ‘그 옛날’ 참 재미있게 보았다며 회상에 젖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각자가 떠올리는 그 옛날이란 서로 다를 터. 왜냐하면 이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그만큼 오래됐고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바로 당신도 알고 있는 <빨간머리 앤>이다. 우리에게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작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 곧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수 아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봄직
[Coming Soon] 새롭게 다시 태어나다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赤毛のアン グリ-ンゲ-ブルズへの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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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을 보면 알약을 먹으려다 실수로 인감도장을 삼키는데, 이럴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나요?
A. 어린아이들을 보면 바둑알이나 종잇조각 등을 삼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죠. 무심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심할 경우 이물질 제거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하는데요. <가문의 귀환>에서 인감도장을 삼켜 병원에 간 효정은 의사에게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아니라 육장육부(六章六腑)가 된 것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결국 효정은 악성변비도 폭풍설사에 이르게 한다는 푸룬주스 한통을 비우고 인감도장을 무사히 배출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사히 대변으로 배설하기에 인감도장의 크기는 상당히 크지요. 그래서 속편한내과 김형식 원장님에게 이럴 경우 정말 건강에 지장이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김형식 원장님은 “영화에서는 재밌는 장면이지만 실제라면 위험한 상황이다. 삼킨 물건이 4cm 이상일 경우 내시경으로 이물질을
[cinepedia]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을 보면 알약을 먹으려다 실수로 인감도장을 삼키는데, 이럴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