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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실망스럽거나 평범한 영화들이 다수였고 이제 중반에 이르자 서서히 진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매년 칸영화제가 반복하고 있는 현상이다. 균형감에 지나치게 얽매인 라인업, 그러다보니 동반되는 얼마간의 수준 저하, 그리고 거장의 작품들은 여전히 훌륭한데 신진은 발견되지 않는 그 간극, 그런 점들 때문에 생기는 무료함 등이 티에리 프레모 시대의 칸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인다. 그러니 매해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훌륭하지도 않다는,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하여간에 작품에 관해서라면, 올해의 라인업을 두고 프랑스 문화지 <인록>이 한 가지 경향을 제시했다. “많은 영화(<트리 오브 라이프> <멜랑콜리아> 등)가 형이상학적 질문을 선택한 건 지난해의 경우일 뿐, 다른 해에는 늘 국제정치 이슈가 칸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다양한 형태의 인간의 시간과 어떻게 조응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주요 작품들
사랑과 인간과 영화는 시간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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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칸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 대한 소식과 전반적인 경향 그리고 주요작들의 리뷰를 실었다.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다른나라에서>의 현지반응과 이자벨 위페르, 유준상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집트의 명장 유스리 나스랄라, 우디 앨런에 관한 재치있는 다큐를 만든 로버트 B. 웨이드, 그리고 권상우와 신수원의 인터뷰도 있다. 칸 현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화보도 함께. 65회 칸영화제로 당신을 초대한다!
다른나라에서 온 시네마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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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약혼자와 18세 고등학생 제자의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 설정의 드라마 '빅'은 오는 6월 4일 밤 9시 55분 첫 방송 예정이다.
[빅] 수지 공유 호칭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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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멋진 갈기를 자랑하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 최고의 스타. 동물 친구들의 다양한 사건사고로 인 해 미지의 대륙을 돌며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하는 중이다. 굶주렸을 땐 친구들을 스테이크 고기로 볼 정도로 위험한 캐릭터지만,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마다가스카> 4인방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3편에선 동물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
벤 스틸러의 한마디 “알렉스와 나의 닮은 점? 머리 모양이 닮았다. 비록 알렉스 머리가 더 크고 내 머리 스타일이 1982년대 스타일이긴 하지만.”
글로리아 4인방 중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이자 홍일점. 아프리카에서 수컷 하마와 로맨스를 벌이고, 친구 멜먼에게 고백받는 등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러브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한마디 “아이들을 서커스 공연에 데려가본 적이 지금껏 없다. <마다가스카3>가 내 아이들의 첫 번째 서커스 관람 경험이 될 것 같다.”(그녀는 윌 스미스의 아내다.-편집자)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 “알렉스와 나? 머리 모양이 닮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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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가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의 각축장이 된 지는 오래다. 특히 매년 실사영화 못지않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쏟아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산맥, 드림웍스와 픽사는 <슈렉>과 <업> 등의 작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칸영화제에 출품해왔다. 올해는 드림웍스 차례다.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3편,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이하 <마다가스카3>)가 5월18일 오후 7시30분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내 언론으로서는 5월 말 예정된 기자 시사회를 통해 3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칸영화제쪽이 시사회 뒤 열린 감독·배우들과의 기자회견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다음은 칸영화제 기자회견을 통해 엿본 <마다가스카3>의 실마리다.
“<마다가스카3>는 유럽을 여행하는 영화다. 이 작품을 칸에서 상영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어딨겠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 유럽으로 간 동물 4인방, 서커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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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이 평론가니까 임상수의 <돈의 맛>을 봤다. 평일 조조 상영을 보는데 다른 관객은 뭘 기대하고 보는 것일까 궁금했다. 주부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개 서너 사람씩 동네 주민들끼리 온 것 같았다. 수다로 시끄럽던 객석은 영화가 시작되자 이내 조용해졌다. <돈의 맛>의 첫 장면, 주인공 주영작(김강우)이 윤 회장(백윤식)의 지시로 비밀금고에 들어가 돈뭉치를 담을 때 굉장한 스펙터클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작은 돈다발 더미를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카메라가 그의 넋나간 모습에서 뒤로 빠진다. 시야가 넓어지면 엄청난 돈다발들이 쌓여있다. 관객이 보고 싶은 스펙터클의 기대치를 처음부터 만족시키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윤 회장은 영작에게 몇 다발 넣어두라고 충고한다. 맛 좀 보라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이다. 영작은 돈다발의 냄새만 맡고 주머니에 넣지는 않는다.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관객은 그저 눈요기만 한다. 우리의 관음증은 이런 천문학적
[신 전영객잔] 돈의 맛도 결국 관념이고 허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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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루 전날 오후, 권해효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재일조선학교를 지원하는) ‘몽당연필’ 일로 일본에 다녀오느라 영화를 못 봤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게 좀 찜찜하다. 그냥 다음에 하면 안될까?”라고 물었다. 여러 이유를 대며 그가 딴생각을 못하게 막았다. 다음날,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그에게 “아직도 찜찜한가”라고 물었다. 권해효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뭐. 홍상수 감독 영화는 영화를 안 보고 인터뷰 해도 될 것 같아. 안 보고 하는 묘한 재미가 있지 않겠어? (웃음)” 사회적인 이슈,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와 관련한 짤막한 인터뷰를 제외하면 권해효와의 이번 인터뷰는 1997년 <씨네21> 130호 스타덤 기사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그와 만난 5월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이기도 했다.
-오늘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다.
=‘노짱’ 3주기네. 그런 날이네. (맥주잔을 들며) 추모의 잔을 들지.
-지금 가장 떠오르는 노무현
[권해효] “배우로 살아가는 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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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크기 269 x 44 x 59mm(W x H x D), 무게 391g
<건축학개론>에서 가장 재밌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이제훈과 남자 선배의 대화였다. 이제훈이 1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PC를 구입한 선배를 보며 부러운 듯이 말한다.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쓰겠네요.” 지금이야 스마트폰의 메모리 크기도 1기가바이트는 우습지만 90년대에는 정말 그랬다. 어디 PC만 그랬을까. 스캐너는 더했다. 스캐너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고, 있어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와 가격을 자랑했다. 이제는 스캐너는 물론이고 프린터와 스캐너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복합기 형식까지 보편화됐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하지만 사람이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라, 스캐너가 보편화된 지금은 공간의 문제가 생겼다. 가뜩이나 좁은 책상 위에 평판 스캐너가 자리할 공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기존의 평판 스캐너는 생각보다 그 과정에 손이 많이 갔다. 생각해보라. 스캐너의 뚜껑을 열고,
[gadget] 스캔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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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시장이 다소 정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비하면 헤드폰 시장의 성장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동안 닥터 드레(Dr. Dre)나 페니 왕(Fanny Wang), 소울 바이 루다크리스(Soul by Ludacris) 같은 패셔너블 헤드폰이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건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편의성의 문제다. 이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선 정리도 꽤 귀찮다는 게 헤드폰의 약점이라면 약점이었다. 그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무선 헤드폰이었지만, 유선 제품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젠하이저가 새롭게 선보인 고급형 무선 헤드폰 RS220은 음질 저하라는 무선 헤드폰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블루투스 방식과 달리 음향신호를 압축하지 않고 전송해 최고급 유선 헤드폰 수준의 원음 재생력을 가졌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당연하게도 헤드폰에 장착된 컨트롤러로 전원, 밸런스 조절, 볼륨 조절 등
[gadget] 무선 헤드폰이 음질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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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로 들어선 그의 얼굴이 여전히 개구지다. 항상 웃음기가 어린 얼굴은 10여년 전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천진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얼마간 차분하고 복잡한 뉘앙스가 더해졌다. 스물의 잔상이 남은 서른의 얼굴, 소년의 잔상이 남은 남자의 얼굴이다. ‘소년이 남자가 되다.’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남자배우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반드시 한번쯤 듣게 되는 말이다. 그래서 그만큼 닳은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의 맛>의 윤철로 돌아온 배우 온주완의 변곡점을 이야기하자니 그만한 관용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대 전 그는 방황하는 10대의 초상이었다. 출발선에는 <발레교습소>의 백댄서 지망생 이창섭이나 <태풍태양>의 인라인 스케이터 쨍이 있었다. 두 영화에서 그는 높은 하늘 위로 두둥실 떠가는 꿈을 올려다보며 때로는 세상을 때로는 자신을 원망하는 새파란 젊음을 연기했다. <피터팬의 공식>의 수영선수 김한수의 사정은 좀더
[온주완] 소년, 남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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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지난 앨범부터 변화의 조짐이 있긴 했다. 이제 당분간 노라 존스를 재즈 가수라 말할 일은 없을 것 같다. 4집은 새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와 함께 자신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는 앨범이다. 전자음에 갑자기 의탁하는 것으로, 맑은 목소리를 허스키하게 바꾸는 것으로, 그리고 후반에는 완연한 인디록의 옷을 입는 것으로 그녀는 이력의 극단을 향한다. 이쯤이면 잔잔한 버전의 마돈나라 말해도 될까.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데인저 마우스는 지난해 <Rome>이란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데인저 마우스는 노라 존스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두 앨범 사이의 연결고리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서부영화 사운드트랙이라 소개됐던 <Rome>처럼 <Little Broken Hearts> 역시 복고적인 기운을 품고 묘하게 뒤틀린 정서를 드러낸다. 그 와중에도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매혹은 여전하다.
[MUSIC] 잔잔한 버전의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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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26일까지
장소: 덕수궁미술관
문의: 02-2022-0600
“누구냐. 정지.” 돌연 거리를 차단하고 있던 치안대원이 지나가던 사내의 발걸음을 막아 세운다. 사내는 놀란 듯 우뚝 선다. “누구냐.” “지나가던 취객이오.” 소설가 최인호는 1974년 6월5일자 한국일보 칼럼 <누가 천재를 쏘았는가>에서 화가 이인성의 죽음을 이렇게 회고했다. “예술가가 무슨 특권이 있다고 통행금지 이후에 다닐 수 있담 하고 따지지 말라. 이인성의 그림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천재의 재능을 엿보게 한다.” 1912년에 태어난 이인성은 1950년 순경과 다투다 오발탄 사고로 요절했다.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림이 남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박수근이나 이중섭처럼 딱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없지만 당대 이인성은 조선미술전람회의 입선과 특선을 오가는 내로라하는 작가였다. 한국적인 풍토를 잘 그려냈다고 평가되는 작품들에서는 오히려 묘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전시] 잊힌 천재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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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24일까지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청담
문의: www.arariogallery.com
2008년 록밴드 ‘킨’(Keane)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했던 작가 권오상. 미술사를 전공한 보컬 톰 채플린이 개인전을 본 뒤 그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작가는 자신이 발굴해낸 ‘사진 조각’ 기법을 앨범 재킷 디자인에서도 놓지 않았다. 밴드 멤버들의 실물 사진을 찍고 그 조각 조각의 사진들로 실물 크기의 조각을 만드는 방법. 사진 이미지를 이어붙여 하나의 콜라주-입체를 만드는 권오상만의 방식은 작가 스스로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냄새를 없애고 산뜻한 향을 내는 ‘데오도란트’는 사랑하는 이의 그림자를 남기기 위해 또 부재의 슬픔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오늘날 찾아낸 새로운 존재 방식이라 할 만하다. 조소과 친구들에 비해 몸에 근육이 덜했던 권오상은 ‘조각은 왜 가벼울 수 없을까’를 고민했던 20대 초반의 ‘미대
[전시] 사진, 조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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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인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잠깐, 정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인이 한 말도 아니다. 프랑스의 파리 정치대학과 파리 공립경영대학원 MBA 교수이자 사회학자인 프레데릭 마르텔이 쓴 <메인스트림>은 오늘날 국경을 넘어 소비되는 수많은 문화 ‘상품’, 하나같이 ‘미국과 같은’ 메인스트림 문화를 만들고자 애쓰는 이들에 관한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다. 미국 할리우드의 사례를 분석하는 데서 시작해 발리우드로, 아프리카로, 그리고 아랍세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등극한 알자지라로 확장되는 화두 그 자체다. 한국은 여기서 한류의 맹아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성공사례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들여다본다. 566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한국이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대목은 20여쪽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성공 전략과 스크린쿼터는 제3자의 눈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놀랄 정도로 젊은 배우들에 대한 경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지만 스크린쿼터 축소의 내막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문화로 밥벌이하는 이에게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