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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프로메테우스> <매드 맥스: 퓨리 로드>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샤를리즈 테론을 만났다. 2012년 2월28일, 리들리 스콧의 신작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석달을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출연작 중 SF가 꽤 된다. SF를 특별히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장르인가.
=무척 좋아한다.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이 장르 안에 포함된 것을 좋아한다. 닐(블롬캠프 감독)이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것. 그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장르 외에 어떤 것이 있나? 감독인가? 캐릭터인가.
=리들리 스콧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 생각엔 이 말은 정말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감독
[프로메테우스] “짧은 머리와 죽이는 탱크톱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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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쇼
배우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노미 라파스.
역할 프로메테우스호의 대원들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과학자.
노미 라파스의 한마디 “리플리와 유사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였던 리플리와 달리 찰리 할러웨이라는 팀원이 있다는 거겠죠. 영화에서 그녀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대체 신은 어떤 존재지? 어둠과 파괴와 증오가 과연 신의 의지란 말인가?”
찰리 할러웨이
배우 TV시리즈 <The O.C>와 <24>의 로건 마셜 그린.
역할 엘리자베스 쇼와 단짝을 이루는 무모한 과학자.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장본인일지도.
로건 마셜 그린의 한마디 “<에이리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고, 또 제가 처음으로 본 R등급영화예요.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첫 두 작품의 아름다운 혼합이에요. 그런데 찰리는 창조주를 만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프로메테우스] 인류 기원의 비밀은 이들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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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은 CG를 좋아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은 제 크기의 세트를 지어올려야 영화를 찍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프로메테우스> 역시 리들리 스콧 스스로 “실제 촬영”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외계 우주선의 내부도 실제 크기로 지어졌고, 외계 행성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 역시 그린 스크린을 활용한 가상 스튜디오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 몇몇 프로덕션 사진들을 통해 <프로메테우스>의 규모를 미리 짐작해보자.
화산이 꿈틀대는 아이슬란드
현장의 노미 라파스. 도입부와 클라이맥스의 야외장면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활화산이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헤클라 지역에서 촬영됐다. 엄청난 위험부담으로 인한 보험료가 영화의 제작비를 올려놓은 것 아니냐고? 리들리 스콧은 “영화를 업으로 둔 사람이 자연을 두려워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작진은 보다 안전한 모하비 사막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스콧은 결국 아이슬란
[프로메테우스] ‘실제 촬영’이 만들어낸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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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프레데터>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난립은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복잡하게 꼬아놨다. <프로메테우스> 혹은 에일리언 종족과 관련있는 사건들만 따로 모아서 정리했다.
기원전 2896년_에일리언과 인간의 첫 번째 접촉.
1997년_에일리언의 목이 LA에 착륙한 프레데터의 우주선 속에서 잠깐 엿보인다(<프레데터2>).
2004년_웨일랜드사의 CEO 찰스 비숍 웨일랜드가 북극에 묻힌 피라미드를 탐사하다가 에일리언을 사냥하는 프레데터들을 만난다(<에이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해 프레데터의 우주선 하나가 콜로라도에 불시착하고,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의 변종인 프레데리언이 마을을 습격한다(<에이리언 vs 프레데터2>).
2023년_웨일랜드사의 새로운 CEO 피터 웨일랜드가 TED에서 연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언급한다(<프로메테우스> 홍보 바이럴 영상).
[프로메테우스] 리플리가 에일리언과 싸우기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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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는 건 거의 분명해졌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을 30여년 만에 시리즈로 복귀하게 만든 영화라면 뭔가 더 거대하고 놀라운 것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이 기사를 쓰는 시점까지 <프로메테우스>의 시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다. <프로메테우스>라는 프로젝트의 발화점과 프로덕션 디자인, 캐릭터,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무시무시한 블록버스터를 미리 알아보자. 시사회 이후에 작성한 영화의 본격적인 리뷰는 33쪽 프리뷰 지면을 참조하시길.
스페이스 자키는 누구인가. 이 질문으로부터 <프로메테우스>의 출정은 시작됐다. 만약 당신이 스페이스 자키가 뭔지 모른다면 첫 번째 <에이리언>(1979)을 다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LV-426 위성을 탐사하던 중 거대한 외계 우주선으로 들어서고, 중심에는 화석처럼 굳어버린 거대한 외계
[프로메테우스] 30년 만에 돌아온 앙코르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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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완성은 가방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갔다. 요즘 그런 행사에는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다. 나 역시 사진에 잘 찍히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들여 빼입고 포토월에 섰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액세서리, 신발까지 나름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는데, 뭔가가 허전했다. 가방, 그것이 문제였다.
동물보호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가죽가방을 들지 않겠다고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 탓에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마다 그날의 의상과 어울리는 가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제일 듣기 싫은 건 “이효리, 동물보호하더니 요즘 스타일이 밋밋해졌어”라는 소리다.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채식을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멋지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행사에는 드레스에 어울릴 만한 에코백을 발견하지 못한 터라 그냥 맨손으로 가야 했다.
솔직히 아쉽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나 역시 20~30대 또래 여자들처럼 가죽으로 만든 가방에 열광했
[이효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엣지와 에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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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도 있고 뉴욕도 있지만, 마놀로는 없다.” <뉴욕타임스>가 <HBO>의 새 코미디 <걸스>에 내린 촌평이다.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4명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걸스>를 이야기할 때 백이면 백 언급되는 <섹스&시티>와의 비교를, 쇼의 크리에이터이자 작가이고 때론 메가폰도 잡는, 주인공 한나 역의 리나 던햄은 쿨하게 받아들인다. “<섹스&시티> 없이는 <걸스>도 없었다.” 그러니 비교로 시작하자. <섹스&시티>가 사회적으로 안정된 30대 중반의 여자들이 남자와 패션, 행복을 추구하는 일상을 그렸다면, <걸스>는 섹스를 포함한 모든 것이 불안정한 20대 초·중반을 중심에 놓았다. 배경이 맨해튼이 아니라 브루클린인 것도 다른 점. 공통점도 있다. 나쁜 남자와의 나쁜 섹스가 등장한다는 것. 하지만 나빠서 웃긴 섹스가 아니라, 가장 친밀한 행위를 통해서도 위로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20대, 현실적인 그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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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에게 ‘경인운하’의 유람선 얘기를 들었다. 유람선을 타고 아무리 운하를 거슬러 올라가도 보이는 건 양옆의 콘크리트 둑. 얼마나 볼 게 없던지 유람선에서 고작 둑 위를 달리는 자전거만 구경하다 돌아왔단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대목이다. 볼 게 없기는 자전거 탄 이들도 매한가지. 그들은 유람선을 구경하더란다. 구경을 하면서 구경을 당하는, ‘상보적’ 유람, ‘재귀적’ 관광. 두개의 손이 서로 상대를 그리는 에셔의 작품을 닮았다.
자연을 수정하는 고전주의
영주 내려가는 길에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본 남한강 자락. 시멘트로 덮은 강변에 자전거 길이 나 있다. 물론 그 위에 사람의 그림자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강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는 걸까? 누구나 다 알다시피 이른바 ‘4대강 사업’은 삽질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 고도성장을 하겠다는 각하의 미련한 집념의 결정체다. 하지만 거기에는- 비록 결정적 요인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각하 특유의 ‘삽질 미학’도 한몫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각하의 삽질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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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들으면 위험하다. 자동차의 경적이나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없으니 사고 위험이 높다. 나도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다가 옆에 자동차가 있는 걸 모르고 핸들을 꺾었다. 다행히 살짝 넘어진 게 전부였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 정신이 번쩍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전거 타면서 들었던 음악들이 얼마나 짜릿했던가도 생각난다. 자전거의 속도와 음악의 속도가 합해져 나를 하늘로 붕 띄워 올리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속도와 나와 음악만 남아 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긴, 친구 중 한명은 자동차 소음이 너무 심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더라. 불법이고, 정말 위험한 짓이지만 그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동네 공원에서 자전거를 자주 탄다. 늦은 밤에 타기 때문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음악을 들으며 타기에 아주 좋다. 음악에 맞춰 페달을 밟는다. 음악이 빨라지면 속도도 빨라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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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을 아시나요? 서강대교가 한발 걸치고 지나가는 한강의 작은 섬이랍니다. 지금은 평평한 두개의 섬이지만 한때 60여 가구가 살던 밤 모양의 볼록한 섬이었어요. 그러다가 여의도 개발 당시인 1968년 잡석 채취를 위해 폭파되며 두개로 나뉘고 그중 상류에 있는 윗밤섬에는 둥근 만이 만들어졌답니다. 지금은 철새가 날아오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의 상륙이 금지되었지요….
이런 기구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성이 김씨일 <김씨표류기>의 주인공조차 섬의 이름을 모른다. 그저 ‘한강의 무인도’라 알고 있을 뿐. 부채에 시달려 투신 자살하려 했던 남자의 삶이 개발을 위해 희생된 섬에서 좌충우돌 이어져 나가며 기묘한 도심 표류기가 전개된다.
얼마 전 그 밤섬을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잠실 수중보에서 김포 수중보까지의 한강 약 30km를 2인승 카약으로 종단해 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넘어간 날이었다. 어깨가 탈구되는 것이 아닌가
[architecture+] 밤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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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서른이 넘으면 멋진 남자를 만날 가능성보다는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20대 중반에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희극처럼 보이는 남의 비극인 양 박장대소했지만 30대를 지나며 가끔 그 희비극의 주인공이 결국 나였다는 사실, 그래도 나니까 하는 존심,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알이 박혀드는 어떤 예감들, 가끔 터뜨리고야 마는 분통에 지쳐갈 때쯤. 그러다 ‘이놈 저놈’ 간 보는 그 지겨운 시간들이 다 지나고 비로소 마흔 즈음이 돼서야 확신하게 됐다. 자신에게 정말로 꼭 맞는 상대를 만나려면 적어도 서른다섯은 넘어야 하고 40, 50살쯤 돼야 안목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돋아난다는 사실.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내 오랜 염원을 아는 언니가 어느 날 나에게 딱 맞는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주겠다 한다. “사람 순수하고 음악 좋아하고 책 좋아하고 네가 딱 좋아할 타입이라니까.” 근데 아내도, 여자친구도, 딸린 자
[SO WHAT] 마흔 후후, 그까이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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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에르메스와 함께 묶일 브랜드로는 또 어떤 게 있을까? 자동차 중에서는 우선 메르세데스 벤츠가 떠오른다(실제로 벤츠는 지난 2010년에 에르메스와 함께 한정판 스마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프리미엄 SUV인 더 뉴 M클래스를 공개했다. 7년 만의 속편에 해당하는 이 3세대 모델에서는 일단 뛰어난 경제성이 돋보인다. 연료 소비가 동급의 2세대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ML250의 경우, 복합 주행 연비는 11.9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8g/km 수준이다. 독일 소비재 심사기관인 외코 트렌드는 이 모델을 환경성 평가 SUV 부문 1위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초식남처럼 사려 깊으면서도 육식남처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더 뉴 M클래스의 진짜 매력이다. 직접 시승한 ML 350은 정지상태에서 7.4초 만에 100km/h까지 주파했으며 최고 속도는 224km/h에 달했다. 승차감 역시 SUV로
[gadget] 초식남의 배려, 육식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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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기본 사양은 기존의 라이카 M9-P와 동일하다. 1800만 화소, ISO감도 2500, 최대 셔터 스피드는 4천분의 1초, 무게 약 600g.
특징
라이카만 해도 고가인데 여기에 에르메스까지 가세했다. 점심 사겠다고 브래드 피트를 불렀더니 안젤리나 졸리가 따라 나온 듯한 상황. 보기는 더 좋은데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패션 브랜드가 옷이나 가방, 구두만 만드는 건 아니다. 잘 알다시피 프라다와 아르마니는 각각 LG, 삼성과 함께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며 구치는 피아트500의 한정판 디자인에 참여했다.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방문했다면 마르니의 의자, 보테가베네타의 책장,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슈트 걸이를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에르메스 역시 새로운 협업에는 꽤 적극적이다. 물론 럭셔리의 대명사 대접을 받는 패션 하우스인 만큼 손을 내밀 상대는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그러니까 카메라로 치자면 라이카 정도는 돼야 파리 생토노레 거리의 아틀리에에 초대되어 함께 홍차라도
[gadget] 만나면 비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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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은 따뜻하고 유머가 풍부한 영화다. 동물, 아기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드리스와 필립이 ‘나쁜 짓’으로 가까워지는 건 성장영화의 관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음악이 사용되는 방식도 흥미롭다. 나는 취향이 사회적이고 계급적으로 구성된다고 믿는다. 요컨대 취향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하는 단서고, 그러므로 정치적이다. 필립의 생일 파티에서 두 사람이 ‘음악 취향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 그걸 명백히 보여준다.
비발디, 바흐,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어스 윈드 앤 파이어가 자연스레 뒤섞이는, 홀의 모든 사람들이 <Boogie Wonderland>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드리스가 마침내 이 유사 가족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취향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될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낸다. 중요한 건 결국 맥락이다(이건 드리스가 재취업 면접을 볼 때 다시 한번 선명해진다). 언급한 곡들과 함께, 영화 곳곳에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타인의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