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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작품 앞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미술계에서 극찬받은 작품이지만 막상 내게는 전율이 오지 않을 때, 그건 나의 무지몽매함 때문일까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러나 미디어 아티스트 전준호(사진 왼쪽)와 문경원은 예술은 학습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꼬마전구를 볼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두 작가의 ‘뉴스 프롬 노웨어’ 프로젝트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그들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전준호와 문경원은 2년 전부터 각 분야의 경지에 오른 전세계의 고수들을 찾아 예술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 답을 반영해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단편영화 <세상의 저편>과 설치물 작업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은 6월9일부터 9월16일까지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전시회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세상의 저편>의 프로듀서를 맡
[전준호, 문경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검열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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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체험용 음악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 코나미의 <비트매니아>, <이지투디제이>(EZ2DJ), <기타프릭스>, <드럼매니아>를 비롯해 전세계에 기타 열풍을 일으켰던 <기타히어로>까지. 게임에서나마 록스타가 되고 싶은 이들의 열정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 실제 연주는 할 수 없다. 게임은 이제 좀 지겹고, 실제로 기타를 배워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지타라는 이름의 아이폰을 이용한 기타다.
간단히 설명하면 아이폰을 전용 기타에 꽂으면 자연스럽게 기타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기계다. 이 기타는 싸구려 플라스틱 모조품이 아니다. 실제 기타와 무게와 모양도 같고, 기타줄까지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이폰과 연동했을 때 손가락으로 짚어야 할 코드에 불이 들어와 훨씬 쉽게 기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친절한 기타 교사가 또 없다. 올여름 미국에서 발매 예정이며 가격은 대략 500달러로
[gadget] Guitar? G-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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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5.8×5.6×1.9cm(W×H×D), 30g
특징
1. 음질은 정말 끝내주는군.
2. 합주, 강의, 영상 등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다.
3. 10만원이 넘는 돈을 레코더에 투자하기는 좀.
10여년 전, 세계적인 한 석학은 10년 뒤에는 휴대용 전화기 한대만 있으면 MP3나 카메라 같은 다른 휴대용 IT 기기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을 거라고 했었다.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모든 걸 넣어 다닐 수는 있겠지만 일단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전해봤자 개별 전용 기기들의 성능을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한대에 모든 것이 종속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그 석학의 통찰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스마트폰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해온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CPU나 그래픽 처리 칩셋
[gadget] 아이폰의 녹음 기능이 아쉬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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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불 전달을 명한 후 자신을 죽이고 돈을 빼돌리려는 상무의 음모를 알게 된 대기업부장이 대반격에 나서며 펼쳐지는 코믹 추격극 '5백만불의 사나이'는 오는 6월 28일 개봉 예정이다.
[영상인터뷰] 5백만불의 사나이 ‘박진영 민효린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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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첫 앨범 <Rufus Wainwright>를 냈을 때의 아우라는 이제 많이 희석됐지만 그 대신 우리는 훌륭한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싱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마크 론슨의 프로듀싱 아래 다양한 스타일의 팝송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와 훅 메이킹은 <Rufus Wainwright> 때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그의 어머니가 눈을 감았고, 그의 딸이 태어났다. 최근 몇년 사이 겪었던 죽음과 삶을 다룬 앨범이라 설명하지만 눈물의 작별보다 ‘딸바보’가 된 그의 환희가 두드러지는 앨범이다. 경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음악에 힘을 보탠 인물은 프로듀서 마크 론슨. 서양식 백일잔치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연회장을 배경으로 하는 우아한 춤의 음악, 모두가 축배를 드는 고전적인 파티의 음악.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MUSIC] 가장 빛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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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29일까지
장소: 미디어극장 아이공
문의: http://igong.org/
유람선을 타고 한강 속으로 처음 들어가본 것은 이 작가 덕분이었다. 2009년 임민욱의 퍼포먼스 <S.O.S-채택된 불화>는 관람객을 한강 유람선에 태우고 다리 아래를 누비며 번쩍이는 고층 빌딩과 그사이를 마구 뛰어가는 남녀의 가쁜 숨소리를 듣게 했다. 2011년 작가는 기무사 수송대였던 한 극장(국립극단) 무대에 고문 피해자를 올라가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듣게 했다. 작품 제목처럼 그야말로 <불의 절벽>이었다. 퍼포먼스와 설치가 있었던 현장에 없었더라도 작가 임민욱이 발견한 “이미 본 것 같고 벌써 사라진 것도 같은 뒤숭숭한 시공간” 상황을 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라는 난제에 천착해온 임민욱의 이번 기획전은 전시장이 아닌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열린다. 영등포 일대를 트럭을 타고 활주하는 비디오 작업 <뉴타운 고스트>뿐
[전시] 현실 속에 숨은 틈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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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15일까지
장소: 경기도미술관
문의: gmoma.or.kr
이제 막 동이 튼 시간은 새벽인지 밤으로 가는 시간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거기에 없었으니까. 하늘과 바다 사이일까, 여기 착륙한 것일까,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검고 푸른색의 습기 가득한 느낌을 본다. 어떤 순간이었을지 상상하는 동안 비행기 앞에 놓인 활주로와 구름 형태는 더욱 모호해진다. 경비행기 운전 자격증을 가진 시사평론가 진중권의 비행 사진이다. 이륙과 착륙 사이에서 이 눈 밝은 한명의 비행사가 건져낸 활주의 단서를 보려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생각여행>에 가면 된다.
거기엔 김훈도 있다. 전시장을 걷다보면 소설가 김훈이 손으로 꾹꾹 눌러쓴 문장과 사진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여름의 초입인 이맘때쯤이면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이
[전시] 예술가들이 길에서 찾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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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영화를 보면 꼭 이런 순간에 괴물이 나타나더라 싶은, ‘평화’라는 말을 그려놓은 것 같은 여름밤의 천변풍경. 출근시간에 늦은 양 빠르게 걷는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때릉때릉 자전거가 지나가고, 곳곳의 벤치에는 DMB로 드라마를 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있고, 배드민턴 코트 구석에는 누가 버리고 간 셔틀콕이 비온 날의 목련처럼 가장자리가 허물어진 채 가만히 누워 있다.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종종 벌어지는데, 들어보면 싸우는지 기분 좋게 흥분한 건지 구분할 수가 없을 때도 있다. 이근화의 새 시집 <차가운 잠>에 실린 <천변 자전거 클럽>은 며칠 전 본 그 장면을 오려낸 것 같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검은 타이츠를 신고 오징어 같은 다리를 구르며 한쪽 귀에서 다른 쪽 귀를 궤뚫고 지나간다 걷는 나는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뒤에 사운드트랙처럼 걸려 있는 이런 광경. “삿대질과 멱살잡이의 뒤에는 얼큰한 막걸리 한잔이 숨어 있다 꼭 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런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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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이 그 순간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방금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이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것 아닐까? 영화를 통해 내가 느끼고, 네가 생각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영화와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그렇게 영화를 두고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누군가의 생각과 경험, 느낌을 품게 된 영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 더 값지고 의미있어질 것이다.
2009년부터 꾸준히 관객과 영화와의 소통창구를 열어주었던 CJ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이 그간의 대화들을 정리해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편의 영화를 상영한 뒤 감독, 평론가, 배우 혹은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영화에 대해 웃고 떠들었던 지난 이야기들이 500페이지가 넘는 다소 엄청난(?) 분량에 알차게 담겨 있다. 무비꼴라쥬 개봉작을 평론가와 기자, 감독, 배우들과 감상한 뒤 이야기를 나눴던 시네마톡,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선정해 그 안에 담긴 예술세계에 대
[도서] 영화에게 말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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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밍크코트> 조용한 방의 라디오같은 영화
[올드독의 영화노트] <밍크코트> 조용한 방의 라디오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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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충녕이 노비 덕칠과 신분이 뒤바뀌면서 성군 세종대왕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2012년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다.
[주지훈]"이병헌과 연기 비교? 부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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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포스터가 붙은 스웨덴계 대기업의 파리 지부, 그곳에 젊고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나탈리(오드리 토투)가 채용된다. 회사의 사장마저 매력적인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지만 그녀에겐 오직 남편,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한 프랑수아뿐이다. 하지만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게 된 나탈리, 그녀는 일에만 전념하며 3년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녀의 앞에 새로운 사랑이 불쑥 나타난다. 상대는 같은 회사의 부하직원인 마르쿠스(프랑수아 다미앙). 운명과도 같은 키스를 통해 그들은 급작스레 친해지지만 이들 ‘미녀와 야수, 직장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순탄치 않은 연애, 하지만 이 남자의 매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영화 속 이케아 가구처럼 북유럽 특유의 엄격함과 무뚝뚝함을 무기로 마르쿠스는 나탈리를 사로잡는데, 이에 반기를 들 여성 관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여개 국어로 번역되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다비드
그녀를 향한 사랑의 충직함 <시작은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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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어미로 보이냐?” 한때 유행했던 이 썰렁한 농담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공포영화로 펼쳐보면 어떨까. 그 한 가지 보기가 매티스 반 헤이닌겐 주니어의 <더 씽>일 수 있겠다. 노르웨이 탐사대는 남극 대륙에서 빙하 시대 이전의 것으로 짐작되는 구조물과 빙하에 갇힌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하지만 조직 샘플을 채취하던 중 괴물이 깨어나고, 기지는 공포의 도가니가 된다. 진짜 등골이 오싹해지는 건 케이트 로이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박사가 괴물이 대상복제술을 통해 목숨을 부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다. 그러니까 A라는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은 A로 둔갑해 돌아다니다가 위험에 처하면 B를 포획해 B의 몸을 하고 다시 나타난다. 그때부터 흡사 ‘마피아 게임’과 유사한 범인잡기 놀이가 시작된다. 단, 눈으로는 복제품과 진품을 구분할 수 없을 테니 고도의 작전이 필요할 것이다.
듣고 보니 어디서 본 영화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맞다. <더 씽>
괴물과의 ‘마피아 게임’ <더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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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고 윈치>(2008)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벨기에 태생의 작가 장 반 암므와 만화가 필립 프랑크의 베스트셀러 그래픽 노블 시리즈가 원작으로,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과 북미 일대에선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한 만화다.
전편은 라르고(토머 시슬리)의 양아버지이자 세계 제5위의 다국적 기업 윈치그룹의 창업자인 네리오가 암살당한 뒤 아마존 감옥에 수감된 라르고가 후계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 속편에서도 위기에 빠진 라르고의 활약은 계속된다. 프랜차이즈물이라는 특성상 2편 역시 전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그룹이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간 대량학살을 주도한 군사정권에 돈을 대주었다는 혐의에서 시작된다. 기업을 통째로 삼키려는 기업들의 책략, 개인적 원한에 맞선 라르고는 사랑하는 여인의 안전을 담보로 무고함을 벗기 위한 전투에 돌입한다.
너무 많은 캐릭터와 복잡한 이야기의 가지 때문에 정갈한 짜임새를 기대하긴 어렵
빠른 리듬감 속 거부하기 힘든 매력 <라르고 윈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