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12월16일까지
장소: 성북구립미술관
문의: 02-6925-5011
늦가을 서울 성북동을 걷는 일은 꽤나 멋진 일이다. 해마다 두번씩 긴 줄이 서는 간송미술관이 있고 소설가 이태준의 집 수연산방이 있으며, 화가이자 미술평론가 김용준이 이태준에게 물려받은 집 노시산방 터가 있다. 작은 언덕과 골목길들 사이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요즘이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인사동이나 청담동의 하얀 갤러리가 아니라 성북구청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으로서는 생소한 성북구립미술관에 발을 옮겨봐도 괜찮을 것 같다. ‘순수시대’라는 전시 제목도, “수려한 자연환경을 방패 삼은 성북동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아 창작 활동을 해온 10인의 작가를 조명”한다는 전시를 소개하는 문구도 느릿느릿한 말투로 어눌해 보이지만 요즘 미술 전시에서 보기 힘든 담백함이 느껴진다. 이곳에는 성북동에서 태어나거나 이곳에 작업실을 두고 사는 작가 김환기, 권옥연, 서세옥, 최만린, 변종하, 윤중식, 김기창, 김용준, 변관식,
[전시] 성북동의 풍경
-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간단하게 말하자면, 테일러 스위트프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은 현재 팝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차트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테일러 스위트프가 가진 재능에 팝계 황금손들이 이를 거들었다. 이 앨범을 안 좋아할 수는 있어도 이 앨범이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강렬한 첫곡이 앨범의 방향을 결정하는 줄 알았다. 비슷한 노래로 몇년을 해먹는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그게 말소될 만큼 머릿곡 <State of Grace>는 다르고 풍요롭고, 싱그러우면서도 진지하다. 전과 다른 음악에 대한 뜨거운 몰입, 즐거운 의욕이 느껴지는 상당한 분량 덕에 아길레라의 놀라운 3집 ≪Back To Basics≫를 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탄이 지속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곧 익히 알고 있는 원숙한 말괄량이의 노래가 이어진다.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MUSIC] 와우~ 팝의 요정
-
신수원 감독이 자신감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우 정인기라면 <순환선>의 실직한 가장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았다. 옴니버스영화 <가족시네마>의 단편 중 하나인 <순환선>은 배우 정인기의 주름 하나, 표정 하나로 실직한 가장의 고민과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배우가 되기까지의 세월을 합하면 20년도 훌쩍 넘지만 “언제나 현장이 제일 좋다”는 그의 말과 미소에는 신인배우가 가졌을 법한 결연한 의지와 설렘이 보였다. 문득 푸근한 미소 뒤에 감춘 그의 끈기가 궁금해졌다.
-올여름에 <JURY> 현장에서 봤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무엇보다 슈트를 입으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살이 많이 빠졌다. 원래 정말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는데 오늘은 좀 차려입었다. (웃음) 실은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좀 어색하다.
-<순환선&g
[정인기] 단편영화 덕에 다양한 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
-
[올드독의 영화노트] <007 스카이폴> 내 취미? 부활!
[올드독의 영화노트] <007 스카이폴> 내 취미? 부활!
-
-
기형도의 시 <그 집 앞>과 <빈집>처럼 말해볼까.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못생긴 입술을 가졌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 내 나이 겨우 20대 초반이었네. 사랑을 잃고 나는 썼네. 슬퍼하고 원망하고 저주하고 애원하며 썼네. 그러다 알았네. 내가 쓴 것들 속에는 오로지 ‘나’뿐이었네. 자기연민, 자기기만, 자기합리화, 자기모멸… ‘자기’로 시작하는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네. 나는 쓰기를 멈추었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닥터 러브’라는 사내가 쓴 책을 읽었네. 낄낄대며 찡그리며 감탄하며 찔끔대며 읽었네. 20대 때의 사랑은 나 혼자서 한 것이었네. 나는 그녀를 몰랐고, 그녀를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네. 나는 사랑을 오해했고,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했네. 그 책을 읽고 나는 썼네. 두 가지 의미에서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보통을 읽고 나는 쓰네
-
백혈병에 걸려 4년째 투병 중인 17살 소녀 테사(다코타 패닝)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은 순간들을 채워가기로 한다. 비록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또래들의 경험을 쉽게 공유하지도 못하지만, 그녀 곁에는 일탈을 함께해줄 단짝친구 조이(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있고, 이혼한 부모도 딸의 치료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한다. 은밀히 침대맡에 숨겨둔 위시리스트를 하나둘씩 실행해가던 어느 날, 테사는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옆집 소년 아담(제레미 어바인)을 만나게 되고 곧 그와의 풋풋한 인연이 시작된다.
시한부 소녀, 버킷리스트, 이웃집 소년,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과 이별. <나우 이즈 굿>은 이 단어들로 조합 가능한 가장 익숙한 이야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보다 단조롭고 정적이다. 하지만 <나우 이즈 굿>을 단순히 말랑말랑한 틴에이지 로맨스
시한부 소녀의 버킷리스트 <나우 이즈 굿>
-
“어머니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유족을 위로하는 여자의 말에는 자신감이 없다. 그녀는 사실 자신의 죄의식을 위로하는 중이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등을 연출한 민병훈 감독의 신작인 <터치>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어쩌면 그들의 문제는 자신이 저지르는 짓이 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할지 모른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터치>는 이들을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린 뒤, 다시 건져올리는 이야기다.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현재는 알코올 중독자인 남자 동식(유준상)은 중학교 사격팀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둔 학생과의 갈등으로 그는 실업 위기에 처한다. 동식의 아내인 수원(김지영)은 간병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 시한부 환자에게 불법 약품을 판매하거나, 뒷거래를 통해 자식들이 버린 노인들을 무료요양시설에 보내는
‘생명에 관한 1부’ <터치>
-
아내를 여의고 20년을 무료하게 살아온 월터 베일(리처드 젠킨스) 교수는 학회 참석차 뉴욕에 간다. 월터가 없는 동안 뉴욕에 있는 그의 아파트엔 불법 이민자 타렉(하즈 슬레이맨)과 자이납(다네이 거리라)이 들어와 살고 있다. 월터는 오갈 데 없는 그들을 아파트에 잠시 머물게 해주고, 타렉은 보답으로 월터에게 젬베 연주를 가르쳐준다. 밝고 경쾌한 젬베 소리는 오랫동안 굳어 있던 월터의 삶에 활기와 리듬을 되찾아준다. 월터와 타렉, 자이납이 가족이 되어갈 무렵 타렉이 단속에 걸려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 수감되고, 월터는 타렉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월터의 마른 일상을 깨운 것은 젬베가 불러오는 낯선 리듬과 생의 활력이다. 있으나 마나 한 자유의 여신상 따위보다도 곁에서 살을 부비고 지내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월터에게는 필요했다. 미국인인 월터, 시리아인인 타렉, 세네갈인인 자이납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인간적인 유대를 맺는다. 점차 이들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서
진정한 다문화 가정 <비지터>
-
명문인 세인트클레어초등학교에 견학 온 호기심 많은 유치원생 마코(도마쓰 하루카), 미코(우란 사키코), 무츠코(고토부키 미나코)는 출입이 금지된 과학실에 몰래 들어가 놀기로 한다. 인체해부 모형을 발견한 꼬마들은 모형에 온갖 낙서를 하고 사라진다. 자정이 되고, 인체 모형은 생명을 얻는다. 천재과학자를 자칭하는 인체해부 모형 큔스트레키(야마데라 고이치)는 꼬마들의 낙서에 분노해 부하 고스(다구치 히로마사)와 함께 꼬마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방과 후의 미드나이트 파티’를 열어 유인에 성공한 큔스트레키는 꼬마들을 이용해 소원을 이뤄주는 메달 세개를 손에 넣으려 한다. 하지만 꼬마들은 큔스트레키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는 다케키요 히토시 감독의 6분짜리 단편 <방과 후 미드나이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인체 모형의 신나는 밤을 다룬 짧은 에피소드는 세 꼬마와 유령들이 뒤엉켜 벌이는 거친 소동극으로 발전했다. 다케키요
거칠한 난폭한 세계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
-
<업사이드 다운>은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환상적인 이미지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위와 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정반대의 중력으로 존재한다는 설정인데, 각각의 중력이 지배하는 서로 다른 두 세계는 결코 접촉할 수 없으며 이중 중력으로 엇갈린 채 마주보고 있다.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지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아담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이기에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나와야만 한다. 게다가 국경수비대에 발각되어 추격을 당하기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을 하는 아담과 에덴은 비밀의 숲에서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제한된 만남만 갖는다. ‘서로 다른 세계’라는 설정은 과학적 호기심도 자
결코 맞닿을 수 없는 두 행성 <업사이드 다운>
-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가? 영화감독이 되려는 아줌마의 고군분투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자전적 작품 <레인보우>(2010), 세 남녀의 달콤쌉싸름한 동상이몽을 다룬 <키친>(2009), 감성적인 공간 운용으로 극한의 공포를 담아낸 <4인용 식탁>(2003), 연쇄살인사건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던 <거울 속으로>(2003). <가족시네마>는 이 개성 넘치는 장편 데뷔작을 만든 감독들의 최근작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SF영화부터 블랙코미디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의 네 중편영화를 묶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자 아빠인 주인공들은 저마다 위기에 봉착하고, 일순간 벼랑 끝으로 몰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매일같이 지하철 2호선을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한 실직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고,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담감은
‘파이팅’ <가족시네마>
-
형사 최형구(정재영)는 연쇄살인범을 쫓아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지만 범인은 그의 입을 찢어 큰 상처를 내고 도망친다. 17년 뒤 공소시효는 끝나고 이두석(박시후)은 자신을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며 범행 행적을 기록한 자서전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한다.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이두석은 팬층까지 형성하며 스타가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살인자가 스타가 되는 이러한 상황이 용납될 리 만무하다. 이에 유가족은 이두석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영화의 전면에 흐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고발과 풍자다. 연쇄살인범이 공소시효가 끝나고 법의 효력이 사라지자 책을 출간해 엄청난 돈을 벌고 고급 호텔에서 경호원까지 두고 생활하며 스타가 된다는 비윤리적인 설정 위에 영화는 언론과 십대의 문화, 여성, 계급 등 다양하게 현상과 문화들을 비판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남성 기자는 여성 기자에게는 발언권을 주지 말라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 <내가 살인범이다>
-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크리스토퍼 리, 엘리야 우드, 앤디 서키스 / 개봉 12월13일
‘뜻밖의 여정’은 호빗이 아닌 피터 잭슨을 위한 수식어다. <반지의 제왕> 수익배분 소송, 제작자에서 연출로의 선회 등 그간 <호빗: 뜻밖의 여정>과 관련한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내 개봉 소식이 도착했다. 골룸의 고향 뉴질랜드엔 12m 초대형 골룸까지 설치됐다.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 격인 이번 시리즈에는 프로도의 삼촌 빌보 배긴스가 팔 걷어붙이고 난쟁이족을 돕는다. 사나운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난쟁이족의 보물과 왕국을 찾아가는 모험이라니, 아무래도 어린이용 동화책이 연상된다. 뭐, 어쨌든 <반지의 제왕>에서 더이상 새로울 건 없다는 회의주의자들도 많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Coming soon] 역사가 새로 시작된다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
영화를 보다가 형태에 깃든 아름다움에 제압될 때가 있다. 배우의 얼굴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가 그렇고, 혹은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에 감탄을 하면서도 우리는 경험과 혼동되는 이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프로그램을 살피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city)를 주제로 한 이들 12편의 작품들이 관객에게 게슈탈트적 영화감상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분명 건축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특수한 경험이다. 영화를 향한 이러한 형태학적 시선, 올해에도 그 통로는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ECC의 아트하우스 모모로 정해졌다. 11월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건축을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고, 또한 건축물과 호흡하며 가을 산책을 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을 건축영화제에서 만나는 것은 기존의 리얼리스틱 내용 분석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해준다. 피아노 소리가 들
[영화제] 인간과 자연을 연계하는 건축으로 영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