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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년 9월28일 아침, 에드거 앨런 포는 볼티모어의 어느 병원에 빈사 상태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5일 뒤, 볼티모어의 거리를 지나가던 행인이 넋이 나간 채 ‘레이놀스’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포를 발견했고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은 그의 미스터리적이고 음울한 작품 세계의 완성이었다. 아무도 포가 최후의 5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어떤 연유에서 ‘레이놀스’라는 이름을 불렀는지 끝내 알지 못했다. <더 레이븐>은 백지처럼 남아 있는 이 위대한 작가의 최후에 연쇄살인이라는 허구의 상상을 덧씌운 팩션이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건 포의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을 닮은 죽음이다. 밀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모녀를 발견한 볼티모어 경찰청의 필즈 형사(루크 에반스)는 이 살인이 에드거 앨런 포(존 쿠색)의 소설을 모방한 범죄라는 걸 곧 깨닫는다. 포의 작품을 닮은 살인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필즈는 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위대한 작가의 최후 <더 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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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나 <컨테이젼>의 스티븐 소더버그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헤이와이어>는 실제 미국 종합격투기(MMA) 스타 출신 지나 카라노를 원맨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다. 그렇다고 <오션스> 시리즈의 그와 겹쳐보는 것도 딱히 큰 도움이 안된다. 오래전 소더버그의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한 <조지 클루니의 표적>이나 <오션스> 시리즈처럼 고전 장르영화의 쾌감을 산뜻하게 보여주는 작품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첩보액션 장르라는 점에서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본 시리즈다. 바르셀로나와 더블린, 그리고 뉴욕과 샌디에이고를 오가며 정체불명의 적과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락없이 본 시리즈의 여성 버전이다.
말로리 케인(지나 카라노)은 1급 여성 첩보요원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아론(채닝 테이텀)과 임무를 수행하던 그녀는 억류돼 있던 중국 기자를 구출해내는 데 성공하고, 케네스(이완 맥그리거)의 지시로 또 다른 극비 임무를
본 시리즈의 여성 버전 <헤이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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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가시>는 생소해도 ‘연가시’란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연가시란 곱등이, 메뚜기, 사마귀 등과 같은 곤충에 기생한 뒤 어느 정도 자라면 숙주를 물가로 데려가 자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번식하는 기생충을 말한다. 영화는 신경조절물질로 숙주를 조정해 자살시키는 독특한 생존방식 덕분에 화제가 되었던 이 끔찍한 기생충이 어느 날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출발한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김명민)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린다. 한때 강의도 했던 박사였지만 동생 재필(김동완)의 꾐에 넘어가 있던 재산 다 날리고 가족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이 영업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 하천에 일제히 변사체들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 원인이 인간에게까지 기생하는 ‘변종 연가시’ 때문임이 밝혀진다. 짧은 잠복시간과 치사율 100%의 기생충의 출현에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정부는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는 등 과감한 대처에 돌입
가족, 재난, 그리고 광기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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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Total Recall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 제작연도 2012년 / 상영시간 121분 / 개봉 8월15일
1990년작 <토탈 리콜>은 무시무시한 블록버스터였다. 당대의 톱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영입하고 당대의 제작비 기록을 경신하며 만들어진 이 R등급 블록버스터는 폴 버호벤답게 극단적인 폭력으로 분출했다. 23년 만에 리메이크를 지휘하는 감독은 <다이하드4.0> <언더월드> 시리즈의 렌 와이즈먼이다. 주인공 더글라스(콜린 파렐)는 원하는 기억을 심어주는 회사 ‘리콜’사를 찾았다가 스파이로 몰리고, 지금까지의 인생이 가짜로 두뇌에 심어진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물리적인 액션과 CG를 결합하는 데 능수능란한 렌 와이즈먼이 어떻게 필립 K. 딕의 비전을 되살려냈을까. 개봉 전에 폴 버호벤의 <토탈
[Coming soon] 기억을 심어주는 회사 <토탈 리콜> Total Re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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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옷차림이 얇아지고 짧아진다. 날씨가 이럴 땐 나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 특히 여성들의 화두는 다이어트다. 옷차림이 간소해지는 만큼 날씬하고 예뻐 보이는 게 중요해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질문을 쏟아낸다. “니가 광고하는 다이어트 보조식품 정말 효과있니?” “채식하면 정말 살이 빠져?” 13년간 연예계에 몸담은 나도 다이어트라면 박사가 될 만큼 많이 해봤다. 작정하고 굶기도 했고 하루 8시간씩 미친 듯이 운동도 했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다이어트법에도 도전해봤다. 덴마크 다이어트라거나 원푸드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 정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다행히 선천적으로 몸매 유지가 잘되는 체질을 타고났지만, 예전엔 폭식과 폭음을 일삼다가 늘어나는 뱃살과 사라져가는 허리선의 공포에 시달린 적도 있다. 그래서 앨범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땐 수험생 벼락치기하듯 몸도 벼락치기로 급조해야
[이효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진짜 다이어트, 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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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사무실에 갇혀 일상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가습기가 PC나 볼펜 못지않은 업무 필수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습기는 제아무리 작고 간편하다한들 어지러운 책상 위에 올려놓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닦으러 갈 시간도 부족할 만큼 업무가 몰릴 때는 물탱크 세척이 평소보다 몇배 이상으로 번거로운 숙제다. 그러니 결론은 이렇다. 회사에 젊음과 수분을 있는 대로 빼앗기거나 퇴사 전까지 축축한 세균을 듬뿍 장복하거나. K-놉즈 디자인사가 최근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 도쿄 박람회에서 공개한 막대 가습기(Stick Humidifier)는 언짢은 비극을 피해갈 손쉽고 깜찍한 대안이다. 손바닥 크기의 스틱형 제품을 물이 담긴 컵 안에 담그기만 하면 모든 준비는 끝. 물탱크 세척에 힘을 들일 필요도, 세척 뒤 젖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지다 감전되어서 죽을 염려도 없다. 휴대가 용이해 어디든 갖고 다니며 필요한 순간마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무실이나 자
[gadget] 어디서든 촉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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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습기를 빠르게 배출시키는 소수성 메시 소재와 가볍고 견고한 케블라 섬유를 채택해 착용감이 뛰어나다. 30~40분씩 꽂고 있어도 귀가 아프지 않다.
2. 저음의 HD 사운드를 보강. 그러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다소 소리가 뭉개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한강변과 피트니스 센터가 부쩍 소란해진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그간 둔해진 배와 허리를 급하게 손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러닝머신 뒤편에서 사다코가 3D로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필사적으로 걷거나 뛰는 이들에게 음악은 운동화만큼이나 요긴한 액세서리다. 적절한 비트의 음악은 운동 효과를 높이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니까. 문제는 피트니스 센터 직원의 선곡 취향이 늘 만족스럽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트레이너가 백지영의 팬이라면 내내 들려오는 절절한 발라드 때문에 펑펑 울면서 크런치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만의 운동용 사운드트랙이 담긴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준비됐다면
[gadget] 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헤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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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윤제문 전성시대다. 연희단거리패와 76극단의 선 굵은 연극배우로 시작해 <남극일기>(2005)를 비롯해 <열혈남아>(2006)와 <우아한 세계>(2006) 그리고 <비열한 거리>(2006) 등 이른바 ‘조폭 아저씨’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어느덧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가리온’과 <더킹 투하츠>의 ‘김봉구’를 거치며 동네 아줌마나 꼬마들도 그 이름을 아는 ‘연예인’이 됐다. 그가 <이웃집 남자>(2010)에 이어 다시 한번 주연을 맡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유로운 캐릭터의 변신과 배우로서의 성장 궤적 자체가 경이롭다. 그에게는 단순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작품 전체의 정서를 휘감아드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 카리스마는 갈수록 친근한 맛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 그가 <나는 공무원이다>의 정감 넘치는 ‘아저씨’로 변신했다. 베이스 기타를 든 가리온, 구청장님의 눈치를 보는 김봉구랄까
[윤제문] 내겐 너무 귀여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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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29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1관
문의: 02-578-0598
‘무한도전’이다. 그래서 반갑다. 솔직히 그동안 너무 지치지 않았나. 배꼽빠지게 웃겨주고, 춤사위도 화려하고, 토나올 정도로 로맨틱한 뮤지컬들 말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심리추리스릴러’란 이름표를 달고 뛰고 있다.
동화 <빨간 모자>를 스릴러로 풀어낸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접근방식이랄까. <블랙메리포핀스>는 밝고 경쾌한 동화(혹은 뮤지컬영화) <메리 포핀스>를 연상케 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이야기도, 조명도, 노래들도 하나같이 어둡고 음산하다. 아이들의 행복의 대명사이던 보모 ‘메리’가, 왜 뮤지컬에서는 ‘블랙’이라는 어두운 느낌의 형용사와 맞닿아야 하는가.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이론과 나치즘을 접목해 아름다운 동화를 180도 비틀어 숨막히는 추리극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무대 배경은 나치 점령하.
[stage] 톡 쏜다, 다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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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하여간 피오나 애플의 악기 활용은 남다르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피아노를 저음의 악기라고 인식하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묵직하고 믿음직한 베이스는 기본이고 앞이 전혀 예측되지 않는 기괴한 선율, 한편의 비장한 극을 보는 듯 극적 효과를 노린 전개 모두를 피아노로 해치우고 있다. 이렇게 빼어나고 특출하다면, 가뭄에 콩 나듯 앨범 내는 거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다. 잊을 만할 때쯤이면 무섭고 강렬하게 튀어나와 큰 기쁨 주는 여자.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한번만 듣고는 그 맛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반복해 들을수록 다소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들리는 노래들이 슬슬 귀를 잡아채기 시작한다. 결코 ‘이지리스닝’스럽지는 않지만 한번 빠져들면 흠뻑 빠져들게 된다. 처음 등장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지도 신선하게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7년 만의 귀환을 환영한다.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7년
[MUSIC] 컴백, 괴팍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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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의 부제는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이고 책 뒤표지에는 이런 발문이 있다. “의학 전문가가 나를 포기하고 내가 의학 전문가를 포기했을 때, 내가 만성적 통증이라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갇혀버린 것처럼 보였을 때, 희한한 탈출구를 제안하는 사람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라. 그리고 숨을 쉬어라.”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똑바로, 가만히 앉아 통증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내용이리라 추측했다. 그런 책은 물론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 같은 회의주의자가 썼다는 게 특히 유혹적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이탈리아로 이주한 팀 파크스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눈에 보이는 명료함의 미덕(만)을 믿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 195쪽을 넘어서까지 내내 소변 얘기다. 전립선 검사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실로 문인다운!)와 더불어 요의를 느끼고 깬 시간들, 소변을 볼 수 없었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몸은 아프다 하고 나는 바쁘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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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이라는 남자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당대의 패션 포토그래퍼 중 한명인 김현성은 패션과 환경을 동시에 다루는 무가지 <오보이!>를 홀로 펴낸다고 했다. 뭔가 좀 의아했다. 나로서는 패션과 환경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묶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역설처럼 들렸고, 포토그래퍼 혼자 매달 잡지를 만든다는 것도 어쩐지 믿어지지 않았다. 김현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무런 설명없이 모든 게 이해됐다. 그는 내가 서울에서 만난 남자들 중 가장 스타일이 좋은 남자였는데, 장식도 없고 채도도 낮은 낡은 옷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근사했다. 그가 017 번호의 모토롤라 휴대폰을 꺼낸 순간은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두손두발을 다 들었다. 이 남자가 만드는 잡지라면 뭐라도 함께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오보이!>는 지금 한국 잡지쟁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잡지로 자리잡았다.
<그린보이>는 김현성이 2009년 11월부터 20
[도서] 환경에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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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다른 나라에서> 술을 마셔야할 때
[올드독의 영화노트] <다른 나라에서> 술을 마셔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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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영화 <더 컬러 휠>의 공식 트위터 @ColorWheelMovie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5개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주옥같은 대사가 떠오르네요.” 노라 에프런 감독에게 바칩니다. <유 브 갓 메일> 공식 웹사이트가 남아 있다는 사실 모르셨죠? youvegotmail.warnerbros.com 으로 들어가보시길.
배우 정애연@aynjung
“김조광수 감독은 노래를 부르겠답니다.”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 30만명을 동원하면 배우 송용진, 김동윤, 류현경, 정애연으로 구성된 게이 시대가 명동 한복판에서 거리공연을 하겠습니다.
<타임스> 케빈 마헤르 기자 @KevinTMaher
“<사이트 앤드 사운드> 6월호에도 리뷰가 실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읽어보시길.” 유럽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을 봤다. 굉장히 고귀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였다. 그러나 팝콘 무비 팬들에게는
[Re:tweet] “김조광수 감독은 노래를 부르겠답니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