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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돌아왔다. <어벤져스>의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아이언맨2>의 혹평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모습을 드러낸 <아이언맨3>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묵직하고 탄탄해진 이야기, 특유의 유머감각, 그야말로 마블 유니버스 맏형의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특히 롤러코스터 같은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는 블록버스터의 미덕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섣부를지 몰라도 감히 시리즈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진짜 아이언맨이 등장했다.
<어벤져스>의 멤버들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 제멋대로에 거만하기까지 한 토니 스타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캡틴 아메리카는 그를 보자마자 공격적으로 묻는다. “슈트를 빼고 나면 당신에게 남는 게 뭐가 있지?” 이에 대한 토니 스타크의 거침없는 대답.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 그렇다. (문답에서 묻어나는 유머감각까지 포함하여) 이 문답만큼 아이언맨의 본질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장면도
불안을 먹고 진짜 영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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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변을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에게 시골은 ‘고향의 정취’이며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가 며칠만 지내보면 오늘날 시골의 삶이란 아슬아슬한 평균대 위에서 간신히 노령 인구가 버티고 서 있는 안타까운 현실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카메라는 어떻게든 프레임 안에 ‘고향의 맛’을 담아야 한다.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6시 내고향>이나 <한국기행>, <걸어서 세상 속으로>나 심지어 <세계테마기행>도 그러하다. 우선 시골 장터부터 찾으며 시작한다. 그 ‘고향’과 ‘세상’은 카메라에 의해 재현되고 편집된 세상이다.
조작과 판단 사이
<총, 균, 쇠>로 유명한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서구의 다큐멘터리 카메라들이 남태평양이나 아프리카의 오지 부락을 취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문명’과 단절되어 있는 곳에서 ‘문명’에 결핍되어 있는 공동체성, 가족주의, 자연친화성을 찾다 보니 ‘원시
진짜 야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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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다른 다큐물 <그것이 알고 싶다>와 <다큐멘터리 3일>을 비교하는 건, 내게 박찬욱과 홍상수의 영화를 대비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박찬욱의 <스토커>와 홍상수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다르지만, 빼도박도 못할 공통점은 갈등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거다. <스토커>의 18살 소녀는 외부(특정 남자)에서 비롯한 갈등을 몸소 해소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변하는 성취를 이룬다. 반면 <누구의…>의 해원은 외부(남자들)에서 던지는 갈등을 통해 번지는 미묘한 파장을 좇아갈 뿐이다. 남자들도 해원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인물 내부도 그닥 변하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 다행스럽게도 내겐 홍상수의 미시적 갈등과 그로 인한 파장의 무늬가 정겹고, 전형적 구조 안에서 맘껏 자유로움을 구가하는 박찬욱 스타일은 흥겹다.
박찬욱 스타일의 쾌락
해결보다 미세함을 포착하려는 <다큐멘터리 3일>이 홍상수의 태도를 닮았다
유혹의 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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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신의 TV는 텍스트다’ 특집에서 <다큐멘터리 3일>에 대한 글을 썼는데, 1년 사이에 많은 게 바뀌었다. 대통령도 바뀌었고, 내 나이 뒷자리도 바뀌었고, <씨네21> 편집장도 바뀌었고, 꽃잎이 떨어지는 자리도 바뀌었고, 그리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게 바뀌었을 것이다. 도도한 시간의 물살이 우리를 어디론가 이끌어가고 있는데, 같은 컨셉의 원고를 2년 연속 같은 필자에게 청탁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 달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겠지(아니면 편집부가 게으른 건가, 하하하, 저야 좋습니다만).
1년 사이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많이 바뀌었다. 바뀌었다기보다 요즘엔 텔레비전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내가 멀어지고 있는 것인지, 텔레비전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 둘 다 서로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인지, 아무튼 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즐겨 보던 예능 프로그램도 이젠 좀 지지부진하고 내 마음을 확 잡아
혼자가 되고 싶니? 라디오를 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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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JTBC의 <썰전>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래서 처음엔 독설가들이 출전해 피 터지게 싸우는 토론 프로그램이구나 생각했다. 막상 방송을 보니 아니었다. 포맷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정치토론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 비평이다. 형식은 토크쇼이고 내용은 리뷰다. 이른바 ‘리뷰 토크쇼’를 표방한다. 한주 동안 있었던 핫한 정치 이슈, 예능 이슈를 가지고 ‘썰’을 풀어내는 것이다. 장르가 뒤섞여 있지만 어쨌든 토크쇼의 일종이고, 굳이 이름 붙이자면 하이브리드 토크쇼라 할 수 있다.
돌직구와 개드립
지난 2월 첫 방송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인터넷 반응도 괜찮은 편이었다. <썰전>의 재미는 역시 “지적질”에서 나온다. 그야말로 가차없는 ‘돌직구’가 초 단위로 쏟아져 나온다. 지적질은 출연진 서로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폐지를 이야기하던 중
대신 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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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인터넷 방송 사이트로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BJ라고 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와 캠카메라를 연결해서 방송을 하면 사이트에 접속한 시청자들이 풍선을 선물하고 그 풍선은 실제 돈으로 환금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적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은 BJ들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그런데 일반인 여성 부문 1위, 때론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는 여성 BJ가 있는데 그는 미모가 아닌, 먹는 것으로 승부를 겁니다. 이른바 ‘먹방’, 즉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피자, 라면, 백반 또는 출장뷔페까지 한가득 음식을 차려놓고 그녀가 먹는 것을 중계하는데, 이미 많은 팬을 확보 중이고 3만명이 넘는 추천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유의 위트있는 진행과 코믹댄스도 그의 인기에서 한몫을 하지만 먹는 모습이 킬러 콘텐츠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도 직접 영상을 찾아서 봤습니다만,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참, 특이한 일이죠. 다른 사람이 맛나게 먹
비일상성의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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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 <씨네21>은 ‘당신의 TV는 텍스트다’라는 특집을 실었다. 인터넷의 등장과 스마트폰 시대를 등에 업고 ‘헐크 업’한 TV에 대해 다각적인 사유의 묘를 발휘해보고자,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에게 TV 독해를 부탁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TV의 풍경도, 우리의 일상도 조금 다른 국면을 맞았다. 같은 틀거리 속에서도 다른 사유가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TV 다르게 읽기’ 시즌2를 준비했다. 다음 장부터 김남훈 프로레슬러의 <일밤-아빠! 어디가?>, 박권일 사회비평가의 <썰전>, 김중혁 소설가의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이성욱 한겨레 출판 기획위원의 <그것이 알고 싶다>, 정윤수 문화평론가의 <정글의 법칙>에 대한 각개‘독’파가 펼쳐진다.
대뇌 전두엽으로 보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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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인터뷰] 배우 ‘김고은’
[영상인터뷰]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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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소식이 한창이던 지난주. 21세기인 지금과는 이미 세기부터 차이가 나는 1999년, 제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였던 이가 참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장례식장이란 곳은 참 신비로운 곳입니다. 고인에 대한 애끊는 이별이 있는가 하면 그런 때 아니면 못 만나는 이들과의 반가운 해후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테마인 장례식장에서 산 자와의 만남을 향유한다는 것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이겠지요. 현역 프로 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위원이며, 종종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얼굴을 들이미는 저에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하다보면 99%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말을 들을까요?
대화의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프로 레슬링 경기가 별로 없어서 주로 일본에서 경기를 한다고 하면 여비는 어떻게 충당하냐고 묻습니다. 주최사에서 파이트머니 외에 비행기표값과 호텔비를 따로 지급한다고 하면 하는 말이, “참 재밌게 사네”입니다. 이젠 제법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금니 꽉 깨물고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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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는 자들의 눈을 피해 으슥한 창고로 숨어든 세자 이순(아역 최상우)과 옥정(아역 강민아). 고개를 돌려 옥정에게 말을 걸려던 이순은 저고리 동정 틈으로 엿보이는 소녀의 가슴 위 쇄골과 얼굴의 보송한 솜털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너의 신분을 미천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옷이면 내가 구해줄 수 있다. 나의 빈이 되거라. 약속하마, 내가 꼭 너의 옷이 돼주마.” 하지만 궁에 돌아온 이순은 권력을 쥐고 있는 신하들에게 치욕을 당하고 앓아누운 뒤, 왕세자로서의 분노에 눈을 뜨고 잠깐의 풋사랑을 묻어두기로 마음먹는다. 왕이 될 소년과 그의 빈이 되기로 약속한 소녀 사이를 정치와 권력이 방해하는 이야기.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초반부는 MBC <해를 품은 달>과 꽤 유사하다. 그러나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가 서신을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던 것과 비교하자면 옥정에게 반한 이순의 첫사랑은 신체의 일부분이 불러일으킨 호기심, 성적인
[유선주의 TVIEW] 프런코 미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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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가 젊을 때는 청춘 하나만으로도 승부를 걸 수 있다. 빛나는 육체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이가 들면 어떡할 것인가. 이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고, 여기에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영화의 한 특징이 육체에의 매혹이다. 2차대전 이후, 네오리얼리즘이 유행할 때 국내에선 ‘마조라타’(Maggiorata)라고 불리는 여성육체파가 스타가 됐다. 이런 전통은 60년대의 소피아 로렌을 거쳐, 최근의 모니카 벨루치까지 이어진다. 실바나 망가노(1930~89)는 전후의 마조라타 가운데 한명이다. 젊을 때는 육체 하나만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는데, 아쉽게도 곧바로 잊어졌다. 그런데 중년이 돼서 극적인 변신을 한다. 곧 청춘의 화신은 놀랍게도 죽음의 상징이 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게 망가노는 배우로서 두번 살았다.
망가노의 출세작은 주세페 데 산티스 감독의 <씁쓸한 쌀>(Riso Amaro, 1949)이다. 30대 초반의 이 젊은 감독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루
[한창호의 오! 마돈나] 관능의 화신에서 죽음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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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던 친구가 중고서점에서 사다준 애니메이션 역사책 속에서 정성껏 오린 신문 스크랩이 툭 떨어졌다. 책 주인은 애니메이션 학도였나보다. ‘백설공주의 흰 머리’라는 제목의 기사는 디즈니 장편 <백설공주>의 50살을 감회에 젖어 기념했다. 그리고 나는 26년 전 이 기사를 다시 감회에 젖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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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자작나무를 탔다”는 프로스트의 시구와 유사한 어조로 말하자면, 나도 한때 ‘믹스 테이프’(mixed tape)를 만들었다. 누군들 아니었겠는가. 당시 음악은 뮤지션이 심사숙고한 배열에 따라 LP와 CD의 동심원에 모세의 십계처럼 새겨져 우리 손에 들어왔다. 우선은 인트로(intro)부터 아우트로(outro)까지 아티스트가 정한 순서와 사이를 지켜, 귀로 곡명을 판별할 때까지 듣는 일이 먼저였다. 다음에 한장씩 모은 신착 앨범들을 거듭 돌려 들으며 내 귀가 혹하는 트랙을 고르고, 그들의 총합이 47분, 60분 분량이 되면 공테이프에 경건히 옮겼다. 음악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누구의 추억인가요? 누구의 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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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은 땅 위에 한발은 허공 속에
의기양양한 시인이 이렇게 절룩거린다.
그를 비틀어버리는 낯선 곳에서
완전하게 패배하여 자신의
상상의 형상이 사라져버리는 세계 속으로 되돌아온다.
-장 콕토 <몽유병자> 중에서
레오스 카락스의 짧은 필모그래피에서도 <폴라 X>(1999)는 이례적인 영화였다. 대부분 낮에 찍혔고, 그의 페르소나인 드니 라방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감독의 영화에선, 오즈 야스지로나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나 소재보다 계절이나 밤낮이라는 배경이 더 근원적이다. 레오스 카락스의 영화도 그런 것 같다. 카락스가 스물넷에 만든 데뷔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는 거의 모든 장면이 밤이며, 뒤를 이은 <나쁜 피>(1986)와 <퐁네프의 연인들>(1991)도 3분의 2 안팎이 밤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미완성의 조상(彫像)과도 같은 특이한 외모의 드니 라방은 몽유병자의 무표정으로 어둠이 깃든 파
[신 전영객잔] 진실은 막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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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나이를 계속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는 게 정당한 감상법일까?”
극장에서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를 보며 옆자리의 태일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물론. 특히 그 감독이 직접 영화에 등장할 때는 더욱.”
용산역과 연결된 쇼핑몰 안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자 오후의 햇살 아래 광활한 공사현장들이 보인다. 이곳에 미래도시를 세우려던 공격적인 계획은 허망하게 백지화되었다. 앞으로 얼마 동안 이 상태로 방치될까. 담배에 불을 붙이며 태일이 말을 건넨다.
“로마 가봤냐?”
“아니.”
“로마도 못 가봤어? 하긴 넌 한류가 아니지.”
“….”
“뭐 나도 못 가봤다. 그나저나 저런 영화 찍으면 로마 관광청에서 돈 좀 받나?”
“설마.”
“<미드나잇 인 파리> 찍을 때도 꽤 받았다던데?”
“진짜? 웬만한 광고보다 훨씬 낫긴 하지. 영화 보고나면 바로 가보고 싶어지니.”
“그래서 좀 그래. 파리나 로마를 떠올리면서 사람들이 꾸는 빤한 꿈을 그대
[이적표현물] 욕정 없인 못 살아